산성 근처에 놀러갔다가 알록달록 북적대는 사람들을 보았고 저수지와 논을 얼린 토종아이스링크를 발견! 이게 웬 기회냐 싶어 당장 썰매를 빌려 빙판으로 나갔다.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라 복장이 문제였다. 긴 코트에 리본까지 달린 구두를 신고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썰매 위에 양반 다리를 하고 철푸덕~ 썰매를 타고 달리는 기분은 그야말로 상쾌도 하더라. S양 또래의 아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종종 조그만 썰매 위에 육중한 몸을 구겨 실은 4, 50대 아저씨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아이들만 끌어주기 심심했는지 어느새 엄마, 아빠들까지 썰매를 빌려 빙판 위를 씽씽 돌고 있었다.

 나 어릴 적 겨울엔 눈도 많이 오고 고드름도 많이 열리고 무척 추웠던 것 같다. 덕분에 저수지와 논으로 썰매도 많이 타러 다녔고 비탈진 언덕에서 지푸라기 넣은 비료 포대도 많이 탔다. 솜씨가 좋은 동네 오빠들은 대나무를 깎아 스키도 탔다. 정신없이 놀다가 집에 돌아오면 양말 속까지 젖어 동상에 걸리는 일도 있었지만 겨울이 다 가도록 털모자를 쓰고 털장화를 신고 볼이 빨갛게 언 채로 빙판 위를 달리는 아이들의 숫자는 줄어들지 않았다. 그렇게 한창 놀다가는 삭정이를 모아 불을 피워 고구마도 구워먹고 가래떡도 구워먹곤 했다. 볼은 시뻘겋게 얼고 입 주위는 새카매서 집으로 돌아오면 엄마의 지청구를 피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굴하지 않고 오빠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동네 오빠들과 어울려 열심히 썰매를 탔다. 가끔 순해터진 우리 오빠를 괴롭히는 동네 오빠들을 할퀴고 꼬집고 욕설을 퍼부어 주기도 하면서. 오빠는 다섯 살이나 어린 나를 귀찮아했지만 누가 뭐래도 나는 나름 오빠의 보디가드였다.

 계획에 없던 일이라 비록 오래 타진 못했지만 빙판을 빙빙 돌며 오랜만에 추억에 젖었다. 옛날에 비하면 썰매는 고급스러운 편이었다. 나 어릴 때는 칼날 대신 철사를 대기도 했고 오빠가 손재주가 없는 바람에 내 썰매 손잡이는 항상 짝짝이였다. 그 때는 지금보다 조그맣고 날렵해서 썰매 위에 서서 타기도 하고 무릎을 꿇은 채로 타기도 했는데 이제는 양반 다리를 하고도 힘에 부쳤다. 그래도 못이 박힌 손잡이로 속도를 조절해가며 빙판 위를 제대로 회전하는 아가씨는 나 밖에 안 보였다. 별로 자랑스러운 일도 아니면서 아이들의 시선을 받는 일이 왜 그리도 뿌듯하던지. 내 안에 유치원 있다? 이런 시골 얼음판에서는 썰매를 타본 적이 없는 S양을 데려오지 않은 것이 내내 아쉬웠다.

 언 몸을 녹여주는 것이 모닥불 속 군고구마가 아니라 미지근한 캔커피여서 조금 아쉬웠지만 모처럼 옛날 생각을 하며 즐거웠다. 썰매 타다가 울 일이라도 생기면 볼이 되게 쓰리고 아팠는데 그때는 무슨 일 때문인지 하여간 참 자주 울었던 것 같다. 대개는 오빠를 대신해서 동네 오빠들이랑 싸우다가 제 성질을 못 이겨 울어 재끼던 기억들인데 빙판 위의 알록달록 아이들을 보니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이 자연히 떠올랐다. 나의 막무가내 변덕 때문에 썰매를 둘러맨 채 아무 말도 안 하고 묵묵히 앞서 걸어가던 오빠의 모습도. 썰매 타고 노는 사람들의 눈빛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 똑같았다. 모처럼 맞닥뜨린 그 천편일률적인 설렘과 흥분은 참 보기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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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02-11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나는 그러고보니 썰매를 한번도 못타봤어요 ㅜㅜ 대나무스키라니, 스키도 못타는 나로서는 휘둥글이에요 흐흐

깐따삐야 2008-02-11 21:36   좋아요 0 | URL
웬디양님을 델고와서 같이 놀았으면 진짜 재밌었을텐데! 썰매에 끈도 달려서 내가 줄 잡고 앞에서 달리면 아주 신난다고 했을텐데.^^
대나무 스키는 대나무를 반으로 쪼개서 철사를 박아 만든 스키에요. 운동신경과 균형감각이 발달한 날렵한 오빠들만 탈 수 있었던. 아, 그때로 돌아가서 놀고파요.

웽스북스 2008-02-11 21:39   좋아요 0 | URL
그러기엔 제가 좀 무게가 ...ㅋㅋ

깐따삐야 2008-02-11 22:36   좋아요 0 | URL
빙판이라서 괜찮고 내가 힘이 좋아서 괜찮고 나의 웬디양님은 결코 무겁지 않으니 괜찮아요. 흐흐.^^

BRINY 2008-02-11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 적에는 눈사람 만들고 눈싸움하고 눈 치우고~~ 여러번 할만큼 펑펑 함박눈이 많이 내렸던 추억이 있습니다. 그때는 초등학생이었기 때문에, 교통대란 같은 거 모르고 그저 즐겁기만 했었네요.

깐따삐야 2008-02-11 22:37   좋아요 0 | URL
그땐 그랬지~요. 고드름을 따먹어도 배도 안 아팠어요.^^

L.SHIN 2008-02-11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미쳐....ㅡ.,ㅡ...
개 산책시키고 와서 씻어야지~ 라고 말한게 3,40분 전인데 말이죠.
아직도 서재놀이하고 있습니다. 이걸 어쩌면 좋단 말입니까.ㅋㅋㅋ

깐따삐야 2008-02-11 22:39   좋아요 0 | URL
오늘처럼 서로서로 반가운 날은 서재놀이에 풍~덩 하셔도 되는 거여요. 저 또한 서재놀이 때문에 한 가지 계획을 미뤘습니다. 우리가 이렇죠 머. ㅋㅋㅋ

웽스북스 2008-02-11 23:52   좋아요 0 | URL
흐흐 나도 서재놀이 때문에 한가지 계획을 취소시켰어요 ㅋㅋㅋㅋ
실은 오늘 일찍 들어온 이유가 있었는데, 둘러보다가 에라이, 서재놀이나 하자, 하고 들어와버렸어요 ㅋㅋ

L.SHIN 2008-02-12 10:01   좋아요 0 | URL
ㅋㅋㅋ 아아~ 이 행복한 동질감이라니. ㅡ_ㅡ (훗)

Mephistopheles 2008-02-11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칸츄리틱해요~~ (배경음악은 전원일기 메인테마)

깐따삐야 2008-02-11 22:40   좋아요 0 | URL
메피님은 정말 공감각적 심상에 일가견이 있으신 것 같아요. 전원일기 메인테마를 떠올리시다니요. 완전 딱이야! ^^

Mephistopheles 2008-02-11 23:47   좋아요 0 | URL
깐따삐야님이 복길이 하세요 그럼...ㅋㅋ (음...너무 이쁜 캐릭터를...)

웽스북스 2008-02-11 23:52   좋아요 0 | URL
그럼 난 복넓이~

Mephistopheles 2008-02-12 00:04   좋아요 0 | URL
아아..갑작스럽게 깐따삐야님이 내달렸던 빙판에는 찬바람이 씽~씽~ 불었을 것 같은 느낌이 무럭무럭...

웽스북스 2008-02-12 00:18   좋아요 0 | URL
찬바람이 싸늘하게 불면~
따끈하던 삼립호빵이 몹시도 그리웁죠~ (에헤라디여)

깐따삐야 2008-02-12 10:52   좋아요 0 | URL
잠결에 어째 귀가 간질거린다 했더니 이분들 여기서 전원일기 놀이하고 계셨네!

순오기 2008-02-12 0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추억의 썰매놀이! 우리 동네 얘기잖아~~~ ^^
얼음이 깨져 '풍덩' 하는 바람에 모닥불 피워 양말 말리던 풍경도... 그~~립~~다!!

깐따삐야 2008-02-12 10:55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어린 시절엔 정말 썰매 많이 타셨을 것 같아요. 군데군데 얼음이 얇게 언 곳이 있어서 저도 빠져본 적 있는데. 불 피워서 발 녹이고 양말도 말리고. ㅋㅋ 딱딱한 빙판 위에서 뒤로 넘어져서는 막 울어 재끼던 기억도 나요. 쿠쿠!

프레이야 2008-02-12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종아이스링크~ ㅎㅎ
울아부지는 어릴 적 예성강이 꽁꽁 얼면 거기서 스켓 타고 놀았다죠.^^
그말은 들은 게 몇 해전 부산의 어느 실내 아이스링크에서였어요.
아름다운 예성강에서 씽씽~~ 상상만으로도 어찌 신나던지요.
그나저나 그 복장으로 썰매위에 양반다리 하고 앉아 신나하는 삐야님 얼굴
생각하니까 마구 즐거워지려고 해요~

깐따삐야 2008-02-12 11:04   좋아요 0 | URL
아... 눈앞에 막 그려져요. 반짝이는 햇살을 받고 있는 눈부신 예성 아이스링크? ^^
정말 안 그럴려고 했는데 안 그럴 수가 없었어요. 너무 재밌어서요! ㅋㅋ

세실 2008-02-12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저두 아이들과 눈썰매장 갔다가 열심히 탔습니다.
요즘 토종썰매 탈 일이 많았네요. 썰매만 봐도 참 반갑죠.
집 앞 천에 인공으로 만들어놓은 썰매장은 한번도 언 적이 없어서 돈만 낭비하게 되었어요.
그저 논바닥이 최고~~~

깐따삐야 2008-02-12 11:06   좋아요 0 | URL
세실님은 저랑 같은 도시에 사시는 거 맞지요? 산성 부근 저수지를 꽝꽝 얼려놨더라구요. 그 위에 논바닥도 얼려놓았구요. 아! 저도 눈썰매장 가서 비료 포대 타고 싶어요. ㅋㅋ

무스탕 2008-02-12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랑이 옛 생각하며 애들에게 만들어준 썰매를 보니 정말 가관이더라구요 ^^;
그래도 자기는 좋다고 하는데 애들은 본체만체.. 지금은 버리진 않았어도 어디 구석에 쳐박혀 있지요..
올해엔 저도 눈썰매도 한 번 안탔어요. 즐거운 시간 보내신것이 부럽사와요 :)

깐따삐야 2008-02-12 11:11   좋아요 0 | URL
아휴~ 무스탕님 신랑님 살짝 상처 받으신 건 아닌지 몰겠네요. 요즘 아이들은 눈썰매장이나 스키장에 길들어 있어서 말이죠. 그래도 막상 저런 논바닥 아이스링크에 데려가면 아주 신이 나서 탈지도 몰라요.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고, 경주도 하면서 다들 즐거워 보이더라구요.
저도 예정에 없이 우연히 타게 된 거라서 실컷 놀고 오지 못해 좀 아쉬워요.^^

까칠 2008-02-12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는 옛 아라가야의 왕릉에서 눈썰매를 많이 탔었는데.
비료포대 하나만 있으면 끝~
그라고 가을볕에 잔디가 말라서 반질반질해지면 눈밭에서 타는 것보다 더 속도감이 있었지.


깐따삐야 2008-02-12 23:23   좋아요 0 | URL
누가 왕릉에서 비료 포대 타라고 했니. 응?!
이거이거 포대 타기의 지존이구만. 잔디밭 썰매장을 알고 있다니! ㅋㅋ
 

  엄마는 명절에 고향의 큰댁에 다녀오시더라도 항상 식구들 음식을 따로 장만하시곤 한다. 이번엔 전을 부치고 나물을 무치면서 나한테도 이것저것 알려주려고 하셨다는데 내가 쿨쿨 낮잠을 자버리는 바람에 그냥 엄마 혼자서 다 해버리셨단다. “왜 알려주려고 했어?” “너도 이젠 이런 거 할 줄 알아야지. 할 줄은 몰라도 관심 갖고 보기라도 해야지.” “나중에 엄마가 해주면 되잖아.” “언제까지 엄마가 해줘! 정말 몰라서 못 하는 거랑, 알지만 안 하는 거랑은 다르다. 쉬우니깐 다음부턴 배워.” “그냥 엄마가 해주면 될 텐데. 중얼중얼...” 그런데 엄마 말씀을 듣고 보니 그럴 듯 했다. 가리는 음식은 없지만 맛없으면 먹지 않는 나는 엄마 말씀을 빌자면 가장 골치 아픈 경우란다. 할 줄을 모르면 아무거나 잘 먹어야 하는데 먹고 싶은 음식 종류는 많으면서 하나도 할 줄을 모르니 큰 문제라나 모라나.

 무생채를 좋아하면서 채썰기는 못하고 멸치조림은 좋아하면서 간장과 설탕과 물엿의 비율이 어찌 되는지는 아예 알아볼 생각을 안 했으니 엄마가 염려하시는 것도 당연하다. 게다가 철이 바뀔 때마다 이거 먹고 싶다, 저거 먹고 싶다, 재잘대곤 하니 스스로 생각해도 기가 찰 노릇. 그런데 올케를 보면 친정과 시댁에서 공수해가는 반찬만으로도 충분해 보이긴 한다. 그렇게 사는 사람들도 많은데 굳이 배울 필요가 있나 싶다가도 오빠가 집에 와서 밥 먹는 모습을 보면 생각이 조금 달라지곤 한다. 아무래도 가끔씩 얻어다 먹는 반찬에는 한계가 있듯 올케가 해주는 밥과 엄마가 해주는 밥이 다른 모양인지 오빠는 올해 설에도 교자상 하나를 거의 초토화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원래 밥 한 숟가락에 모든 반찬을 고루고루 올려서 먹는 습관이 있는 오빠는 요즘 건강 관련 서적을 한 권 읽고 있다며 내게 보여주더니 이건 어디에 좋고, 저건 어디에 좋고 해가면서 소복하게 담겨있던 반찬들을 싹쓸이했다. 그뿐인가. 커피를 타러 잠깐 일어선 찰나, 밥 먹자마자 곧장 내갔던 과일 두 접시도 홀라당 비워버렸다. 전에는 맛있거나 몸에 좋은 것만 조금씩 골라먹던 오빠인데 결혼하고 나서는 모든 음식물을 그냥 마셔버리는 강호동이 된 것 같다. “오빠, 건강의 첩경은 소식과 운동이래. 그런 책 읽어도 소용없어. 건강검진은 했어?” “그럼 했지. 저번에 했는데 몸에 나쁜 콜레스테롤보단 좋은 콜레스테롤이 더 많대. 흐흐.” “아휴~ 그게 지금 자랑이야?!” 오빠는 샤프하고 냉정한 이면에 아주 단순하고 다정한 데가 있어서 가끔 우리를 의도치 않게 웃겨주곤 하는데 저 멘트엔 할 말을 잃었다. 오빠와 올케는 다른 듯 닮은 데가 많은데 두 사람 모두 먹는 데 일가견이 있다는 것과 움직임이 느리다는 것, 말수가 적다는 공통점이 있다. 매우 먹기는 하면서 잘 움직이지 않고 거기다 말까지 안 한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지 않은가.

 올해 명절에도 우리 집에 와서 오빠가 한 운동이라곤 엄마가 등 떠밀어서 근처 초등학교 운동장 세 바퀴 돌고 온 것이 전부고, 올케가 한 운동이라곤 설거지 한 번. 모든 음식은 엄마가 준비하셨고 설거지와 뒷정리는 무수리인 내 몫이었다. 우리 엄마, 아빠께 세배를 하겠다고 잠깐 들른 S양 덕분에 아이스크림도 사먹으러 다녀오고 문구점에도 다녀오면서 잠깐 바람을 쐬긴 했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오빠 내외에게 귀추를 주목하고 있어야만 했다.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허벅다리 안쪽이 당겨서 끙~ 소리를 다 냈다면 나의 노고를 알아주려나. 가장 바쁘고 힘든 사람은 엄마였기에 나야 별로 불평할 군번도 안 되는데다 우리 부모님은 오빠 내외를 마냥 좋아라 하시기에 내 노동의 끝은 또 구박이었다는 가슴 아픈 사아실.

 어쩌다보니 화제는 또 다시 나의 적지 않은 나이와 결혼 문제로 이어졌고 예전 같으면 그냥 몇 마디 중얼거리다가 무마되곤 했는데 이번엔 그러지 않고 강하게 내 의견을 어필했다가 오빠한테 한 대 맞을 뻔 했다. 오빠는 올케를 가리키며 “네 올케도 처음엔 내 앞에서 얌전하게 이쁜 척 하고 앉아 있었어.”라며 또 다시 이런저런 주문을 하기 시작했고 내가 뭐라고 큰 소리로 말대꾸를 하자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나를 또 쥐어박으려고 하는 것이었다. 엄마는 그냥 그런 모습을 가만히 보고 계시고 올케도 이젠 이런 풍경에 익숙해졌는지 놀라지도 않는다. 요즘은 오히려 “아가씨도 이제 적극적으로 노력해야지요. 우리 학교에도 책 좋아하는 단정한 여선생님이 하나 있는데 이상하게 남자친구는 안 생기더라구요. 요즘은 미모에 과감히 투자하고 깍쟁이 같은 여자들이 결혼도 잘 하는 것 같아요.”라면서 자분자분 거들기까지 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는 대충 세수만 하고 잠이 덜 깬 면상을 한 채 추리닝 차림으로 식탁 앞에 서 있던 꾀죄죄한 나. 그들이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나를 급속냉각으로 얼려버리자 잠이 확 달아나서는 얼결에 의자부터 잡았다. 딸기 꼭지까지 곱게 따서 대령했더니만 두 덩치의 부부는 낮은 자세로 찌그러져 있던 나를 아예 확실히 밟아주시더라는. 이어지는 엄마의 맞장구와 나의 맥 빠진 변명들... 모두 나를 위한 말들인 것은 알겠는데 볶아대는 방법도 참 여러 가지인 것 같다. 그전엔 일요일 아침마다 부리나케 깨워서 역사는 일요일에 이뤄지느니 어쩌느니 하더니만 이제는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까지 마구 다그쳐댄다. 설마하니 뱃살 구박에 대한 보복인가? 집주소를 몰라 일이 있을 때마다 전화해대는 오빠의 건방진 기억력을 상기하면 그건 아닌 것 같고. 아무튼 장가 갈 때 잔소리는 두고 갔나 보다.

 이럴 땐 그래도 엄마가 내 마음을 가장 잘 알아주신다. 오빠는 오빠로서 염려가 되니깐 한 말이라며 별로 마음에 들지도 않으면서 나이 때문에 등 떠밀려 결혼하는 일은 없어야 하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말씀하셨다. 자신을 발전시키고 가꾸는 일에는 소홀하지 말아야겠지만 평생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나름의 취미와 목표가 있는데 굳이 남자나 결혼에 연연하지 말라고도 하셨다. 청첩장이 날아올 때마다 지청구를 날리던 모습이 진짜인지, 아니면 이런 모습이 진짜인지 심히 헷갈리던 와중에 “그래도 오빠 말이나 언니 말도 잘 귀담아 들어둬야 한다.”며 앙큼맞지도, 깍쟁이스럽지도 못한 나를 안타까워하셨다. 그리고 그게 어쩌면 엄마 탓이라고도 하셨다. 엄마가 워낙에 뭐든지 한발 앞서서 생각하는 스타일이라 그 동안 내가 스스로 고민하고 판단하며 살 까닭이 없었다고. 그런데 아무리 교육을 시켜도 타고난 본성은 안 바뀌는지 오빠는 안 가르쳤어도 알아서 잘하는데 나는 여러 번 일러줘도 여전히 어리뜩하단다. 어리뜩... 나는 대체 어디가 모자란 걸까? 왜 식구들 마음에 안 드는 걸까.

 설 연휴가 금방 갔다. 오빠와 올케를 오랜만에 봐서 반갑고 좋았지만 가족들은 현재의 내 모습이 영 마뜩치 않나 보다. 물론 누군가의 마음에 들기 위해 사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저런 지청구들은 지금의 나를 자꾸 돌아보게 만든다. 내가 그 동안 비교적 순종적으로 지내왔기에 어쩌면 경각심이 없는 건지도 모른다. 내 나이가 몇 갠데 아직도 말대꾸한다고 쥐어박으려고 하고 말이지. 뭐라고 종알대면 예전엔 불평 안 하더니 언제부터 불평하는 건 배웠냐고 윽박지르기나 하고 말이지. 결혼하고 나서 더욱 덩치가 커진 오빠는 어째 아빠보다 더 무섭다. 이제는 조용하던 올케까지 합세했다. 엄마는 올케한테도 배울 점이 많다며 나보고 좋은 점은 보고 배우라는데 조금 고지식하고 어리버리한 것 빼곤 서로 너무 다른 스타일이다 보니 글쎄다. 연휴 이틀에 걸쳐 잔뜩 먹여놨더니 노동의 보수는 병 주고 약 주고. 후유증은 자아비판. 아! 오빠와 올케의 공통점이 더 있구나. 안 상냥하다는 것. 고마우신 의도는 잘 알겠는데 왠지 듣기 싫어진단 말이지. 아무리 몸에 좋은 약이 입에 쓰다고 하더라도 적당히 당의정을 입혀줘야 꼴깍 삼키던지 하지 오빠 눈에는 아직도 내가 마구 쥐어박아도 괜찮은 대상으로 보이나 보다. 언제 그렇게 나이를 잔뜩 먹었냐고 하면서도 별로 어른처럼 대우해 주진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러저러한 불만에도 불구하고 대놓고 말했다간 정말 맞을까봐서 기나긴 페이퍼를 쓰며 위안하고 있는 나도 참 딱하긴 하다. 아마도? 가족들이 나를 염려하는 건 나의 이런 면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새해엔 부디 소리 없이 강한 사람이 되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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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2-09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어디가나 다 똑같나 봐요. 깐상궁 연령때 미혼여성분들의 명절테트리스..^^

깐따삐야 2008-02-09 11:36   좋아요 0 | URL
그런데 참 이상한 게 나이 한 살 더 먹을수록 결혼 뭐 급해, 이런 생각이 자꾸만 드네요. (비밀글) 사실 말이죠. 아직까진 혼자가 더 좋아요. -_-

Mephistopheles 2008-02-09 11:56   좋아요 0 | URL
음..그럼 뭐 혼자 사는 거죠..^^ 근데 꼭 누가 있어줘야지 해서 결혼하는 것도 아니고 아 외로워~!해서 결혼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깐따삐야 2008-02-09 12:10   좋아요 0 | URL
제 말이 그 말입니다. 메피님은 제가 이런 말을 해도 때리지를 않으시니 참 좋네요. ㅋㅋ

Mephistopheles 2008-02-09 12:47   좋아요 0 | URL
친여동생이였다면..멍석말이했을지도..=3=3=3=3

웽스북스 2008-02-09 13:50   좋아요 0 | URL
메피님은 하튼, 꼭 이렇게 점수를 까먹으시더라 ㅋㅋ

깐따삐야 2008-02-09 22:07   좋아요 0 | URL
맞아요. 간장게장도 안 사주시구 말이죠. ㅋㅋ

마늘빵 2008-02-09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 왜 자꾸 이 글이 재밌죠. 재밌으면 안 되는데... ^^ 여기저기 막 날아오는 지청구에 뭔가 말하려다 알밤맞고 깨갱하는 깐따삐야님 모습이 막.

깐따삐야 2008-02-09 11:45   좋아요 0 | URL
흥! 오빠들은 아마 여동생이 어른이 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나 봐요. 뭐든지 명령조에요. 지청구쟁이에 잔소리꾼 같으니라구. -_-

마늘빵 2008-02-09 11:54   좋아요 0 | URL
난 여동생한테 잔소리 안 하는데, 뭐라 한마디 - 그 한마디가 잔소리가 아니어도 - 하면 싸우기 때문에. 이 나이먹고 싸우기 싫어서 아예 대화를 안 한다는. 오히려 잔소리는 내 동생이 저한테... -_-

Mephistopheles 2008-02-09 11:56   좋아요 0 | URL
왠지 아프님은 여동생을 "방목주의" 스타일로 대하시나 봅니다.

마늘빵 2008-02-09 11:57   좋아요 0 | URL
그보다는 그냥 같은 집에 살지만 터치 하지 않는 하숙생이라고 보는게 더 적절할거 같아요.

깐따삐야 2008-02-09 12:13   좋아요 0 | URL
저는 제대로 싸워보기라도 했음 좋겠어요. 오빠는 평소엔 말이 없다가도 마음 먹고 입을 열면 아주 저를 꼼짝도 못하게 만들어요. 아프님 동생분은 야무지신가 보다. 그러니깐 오빠한테 잔소리도 하지요!

마늘빵 2008-02-09 12:19   좋아요 0 | URL
야무지기보다는 이기적인지라 -_- 자기 맘에 안들면 그게 잔소리에요. 뭐 한해 두해 느끼는건 아니고, 중학생때부터 감지하고 있던건데 어머니가 터치하지 않는 바람에 아직도 그렇게 됐다는.

깐따삐야 2008-02-09 12:25   좋아요 0 | URL
'자기 맘에 안 들면 그게 잔소리' 초특급울트라캡숑 공감이에요! ㅠㅠ

순오기 2008-02-09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긴 글을 한 줄 태그로 정리해주는 자상한 깐따님이, 왜 눈처럼 펄펄 쏟아지는 지청구를 받아야 하냐고욧!
결혼해서 20년이나 된 지금도 '혼자가 좋다'는 말에 동의해요. 다 좋은데... 내가 살면서 제일 잘 한 일이라곤 '애 셋 낳은거'라고 말한다죠! 이 모순덩어리라니~~ㅉㅉ

깐따삐야 2008-02-09 12:09   좋아요 0 | URL
배는 부른데 마땅히 할 일은 없으니까 그런지도? -_-a
정말 순오기님은 대단한 어머니세요. 책도 부지런히 읽으시면서 아이들도 그렇듯 밝고 건강하게 키워내시구 말이죠.^^

웽스북스 2008-02-09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놓고 말하면 맞죠 ㅋㅋ 정신적으로든 물리적으로든 말이죠- 난 아직도 내 나이를 말할 때마다 깜짝 깜짝 놀라는데 어쩌면 남들은 이렇게도 내 나이에 적응을 잘 하는지 ㅎㅎ 그리고 그에 맞는 삶의 길들을 너무나 당연히도 제시하시는지... 향후 3년 이내에는 별 결혼할 생각이 없는 나로서는 그저 이것도 훈련이다,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앞으로 몇년을 더 버텨야 하는데 ㅋㅋㅋ (물론 지금은 강도가 약합니다 -_-)

그래도 페이퍼가 위로가 됐다니 다행이에요

깐따삐야 2008-02-09 12:17   좋아요 0 | URL
이것도 훈련이다! 너무너무 와닿는 생각인데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야겠어요. 일일이 신경쓰다가 잔소리가 귀찮아서 별로 느낌도 없는 남자랑 엮이면 어떻게 해요. 안돼! 절대루.

한바탕 쓰고 나니깐 기분이 좀 풀렸어요. ㅋㅋ

세실 2008-02-09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더 심한 잔소리 들었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역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합니다. 조급해 하지 마시고 여유있게 멋진 분 찾으시길. 분명 필이 강하게 꽂히는 남자분 있습니다. ㅎㅎ

깐따삐야 2008-02-09 22:10   좋아요 0 | URL
저는 급하지 않은데 오빠 생각은 다른가 봐요. 분명히 인연이 있다고 믿고 세실님 말씀처럼 필이 오는 남자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런 말 하면 아직도 철이 안 들었다고들 하는데 저도 나름 고집이 있어서 어영부영 나이에 떠밀려 가는 건 절대 못해요. -_-

미미달 2008-02-09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잼있었겠어요. 저랑 동생은 하루종일 집만 지키고 있었지요. ㅋㅋ -_ㅠ

깐따삐야 2008-02-09 22:20   좋아요 0 | URL
처음엔 반갑고 화기애애 했는데 저로 인해 무거워졌죠. 무슨 하자 있는 사람처럼 대하고 말예요. 우리 식구들끼리만 있을 때는 편한데 올케가 생긴다든지, 새식구가 들어오면 그때부턴 어쩐지 긴장을 놓을 수가 없더라구요. -_-

순오기 2008-02-10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해답은, 앞으로 명절 땐 여행가는 거에요~~~ 안보는데서 아무리 뭐라 하든 내가 알게 뭐에요! ㅎㅎㅎ 아셨죠? 난, 요걸 못 해보고 결혼해서 후회된다누ㅠㅠ

깐따삐야 2008-02-11 20:46   좋아요 0 | URL
오...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그런데 전 무수리라서 함부로 집을 비우면 엄마 혼자서 너무 바쁘실 것 같아요. -_-

2008-02-11 0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2-11 2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침 우리 집 근처에서 예비 소집이 있던 차에 며칠 전 만났던 E와 동기 H를 만났다. 횡단보도 맞은편에 말쑥하게 정장을 갖춰 입은 두 남녀가 눈에 들어왔고 그들을 보자마자 난 학생 때로 돌아간 듯 손을 흔들었다. E는 우리만 이렇게 차려입고 왔다며 부끄러워하는데 넥타이를 맨 H를 보니 우리가 이제는 진짜 어른으로 나이 들어가는 건가, 하는 느낌이 스쳤다. E는 차분하고 성숙한 분위기 때문에 대학생 때부터 사모님 소리를 듣던 애라서 오히려 지금에서야 제 나이를 되찾은 느낌인데, H 같은 경우는 거의 동생처럼 생각했던 애였는데 이젠 그야말로 남자 어른이 되었구나 싶었다. “야! 너 많이 컸다! 이젠 진짜 어른 같다.” “야! 나도 이제 늙어가는 중야.” 우리는 길 한복판에서 호들갑을 떨며 반갑게 악수를 나눴고 가까운 식당으로 가서 함께 점심을 먹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E는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숱한 정보들 가운데 일본의 독특한 성문화에 대한 코멘트를 해서 우리를 웃겨줬다. 어디로 보나 참하기 그지없는 처자가 다소곳이 앉아서 그런 이야기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꺼내니 황당해지는 건 주변 사람이고 눈을 껌벅이며 쿡쿡거리는 H의 수줍고 멋쩍은 표정은 여전했다. 사람이 변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것은 정말 반갑고도 재미난 일이다. 도통한 표정으로 “필리핀에서 게이는 봤는데 레즈비언을 보지 못한 건 참 아쉬운 일이야.” 라고 말하며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 E나, 입 근처를 주먹으로 가리며 웃음을 참아내는 H나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사실 H는 처음 입학했을 때 나를 유난히 피했었다. 제삼자를 통해 H가 나를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단 이야길 전해 듣고 “너 내가 싫어서 그러냐?” 라고 대놓고 물어보니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던 H. 그러나 눈빛엔 공포심이 그득하더라는. 나중에 친해지고 나서 솔직히 고백한 바에 따르면 내가 마냥 무서웠단다. 안 그래도 남학교만 다녀서 여자아이들과 쉽게 곁을 틀 수 없어 힘들었는데 나의 솔직한 말투나 직선적인 행동이 너무 두려워서 되도록 내가 없는 자리로만 피해 다녔다니 나로서는 정말 놀랍고 황당한 경우였다.

 그랬던 녀석이 어느 날부터인가 나와 급격히 친해져서는 군대 가기 전까지 정말로 자주 만나 놀았던 것 같다. 영화 마니아였던 덕분에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시계태엽 오렌지’ 같은 낯선 작품들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학내 동아리 등에서 보여주는 공짜 영화에 대한 정보도 녀석을 통해 입수하곤 했다. H는 뭐든지 많이도 먹고 빨리도 먹던, 둥글둥글 새끼 곰 같던 나에게 지금 딱 보기 좋다고, 넌 절대로 살 빼면 안 된다고 말해줬던 유일한 남자였기에 더욱 나의 귀여움을 받았다. 다들 핑클에 미쳐있을 때 이소라를 좋아하던 녀석이었으니 취향이 독특하다고 할 수밖에. 오늘 나를 보자마자 한 말도 그거였다. “아니 왜 이렇게 살이 빠진 거야! 그 때가 딱 좋았는데...” 물론 그 때가 딱 좋진 않았지만 오늘 그 말은 듣기에 딱 좋더라.

 H와 절친했던 J가 피 뽑은 대가로 놀이공원 자유이용권이 생겨 함께 기차 타고 놀러갔던 기억도 났다. 그때 갑자기 내가 코피가 터지는 바람에 다들 걱정하고 그랬었다. 피로 물든 소풍이라고나 할까. 당시 사진을 보면 공룡 조형물 아래에서 나와 E는 서 있고, H와 J는 그 앞에 앉아 있는 우스꽝스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체 누구 제안으로 그런 만용을 저지른 건지 알 수가 없다는. 왈칵 코피를 쏟고 난 내 표정이 그 중에서 가장 밝다는 것도 좀 웃기다. 놀이기구 타러 놀러간 사람들이 놀이기구 수리하러 온 표정들을 짓고 있다니. 신나게 놀다가도 카메라 앞에만 서면 굳어지던 우리는 어딘지 다들 조금씩 어설펐던 것 같다.

 E는 내게 반명함판 사진을 한 장 주었고 사진을 보니 그제야 세월의 흐름이 느껴졌다. 아무리 신기에 가까운 뽀샵 기능이라지만 시간의 무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눈빛만큼은 어쩌지 못하더라는. 그래도 그들이 모처럼 출발의 설렘으로 가득해 보여서 흐뭇했다. 홀가분한 이 순간을 기다리며 그간 마음 졸였던 시간들을 떠올리며 피곤한 표정을 짓기도 했지만 아마 긴 준비 기간만큼 그에 상응하는 좋은 선생님이 되리라 믿는다. 여전히 신랄한 언어들로 서로 주제파악을 시켜주는 겸손한 벗들이기에 더 고마웠고 불러주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갈 것만 같았던 처음 그 마음, 즉 초심을 잃지 말자면서 결의를 다졌다.

 친구들을 만나면 그 순간만큼은 그 때 그 시간으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초등학교 친구를 만나면 나는 초등학생이 되고 이렇듯 학부 때 친구들을 만나면 대학생으로 돌아간다. 추억의 교집합 속에서 아팠거나 부끄러웠던 부분을 핀셋으로 끄집어내면서도 이제는 서로 담담하게 웃어넘길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은 망각의 힘이기도 하고 나이의 위력이기도 하겠지. 예전처럼 하루가 멀다 하고 붙어 다니진 않지만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건강하고 잘 되기를 빌어주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이제는 E와 H가 첫 월급을 받는 날 얼마나 맛있는 것을 사줄 지 기대나 하고 있어야겠다. H의 도트 무늬 넥타이와 E의 쉬폰 블라우스, 옷은 낯설었지만 낯익은 모델들 덕분에 즐거운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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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08-02-06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러워요,,,저도 올해엔 옛친구들을 찾아 나설까봐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깐따삐야 2008-02-06 07:44   좋아요 0 | URL
이렇게 다시 모여 수다 떠는 시간을 기다려왔는데 기쁜 일이죠.^^
나비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 한해도 건강하세요!

Mephistopheles 2008-02-06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큰일났군요 깐따삐야님...우리가 지구에 온 정체를 이미 H는 첫눈에 간파를 한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빨리 조치를 취해야겠습니다.

깐따삐야 2008-02-06 07:48   좋아요 0 | URL
ㅋㅋ 그러게나 말여요. 처음에 저를 슬슬 피할 땐 쟤가 대체 나한테서 뭘 보고나서 저러나 싶더라니깐요. 이제는 뭐 농담도 막 하구 편해졌지만 가아끔 미심쩍긴 하다는. -_-;

웽스북스 2008-02-06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얼마전에 동기남자애들을 보고 느꼈던 것과 다소 비슷한 감정인가봐요 ^_^
그런데 그 동네는 헌혈하면 놀이동산 자유이용권을 줘요? 우와!

깐따삐야 2008-02-06 07:51   좋아요 0 | URL
그럴 거에요. 내가 키운 것도 아니면서 뿌듯한 느낌도 있고 말이죠.^^
저는 사실 지금까지 헌혈을 한 번도 안 해봤어요. 바늘이 무서워서 주사도 간신히 맞는다는. -_-
J라는 동기가 여름방학 무렵에 학교에서 헌혈을 했는데 애버랜드 자유이용권을 주더라구요. 덕분에 코피 터져가며 재밌게 놀다왔지요. ㅋㅋ
 

  첫눈에 반하는 운명이든, 고의적인 마주침이든 사랑의 시작은 말 그래도 시작에 불과하다. 댄(주드 로 분)은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앨리스(나탈리 포트먼 분)에게 첫눈에 반하지만 사랑도 결국 선택의 문제라고 말하는 앨리스가 옳았다. 영국의 앨리스가 뉴욕의 제인으로 돌아갔을 때, 지나가는 남자들마다 눈에 띄는 미모의 그녀를 돌아본다. 제인이 댄에게 처음 그랬던 것처럼 마주 오는 한 사람을 향해 매력적인 미소로 유혹의 제스처를 보냈다면 누구라도 그녀와 사랑에 빠지지 않았을까?

 댄은 앨리스를 운명이라고 여겼던 것처럼 처음 만난 안나(줄리아 로버츠 분)를 향한 감정 또한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소설가가 되기 위해 어린 연인의 삶을 빌려다 쓰고 안나가 자신을 거부하자 유치하고 저열한 복수를 하는 그는 미성숙한 남자다. 댄은 사랑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연인들을 향해 자신의 잣대만을 강요한다. 진실이 먼저인가, 사랑이 먼저인가. 눈을 감아주는 것이 믿음인가, 눈을 뜨고 직시하는 것이 사랑인가. 갈팡질팡 우유부단한 그가 스스로의 행동이 연인의 입장에선 얼마나 모순이며 상처인가를 깨닫게 되었을 때 곁에 남아있는 이는 아무도 없다.

 반면 스트립 댄서인 앨리스는 모든 사람 앞에서 벌거벗고 춤을 추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끝까지 실명을 알려주지 않을 정도로 은밀한 구석이 있다. 앨리스의 두 얼굴을 가장 먼저 눈치 챈 사람은 래리(클라이브 오웬 분)다. 그는 ‘순진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속으론 아주 영악스러운’ 앨리스를 알아본다. 그녀는 사랑하고픈 사람을 알아보고, 무방비 상태로 그를 유혹하고, 충실하게 사랑하고, 자신의 자리가 없다는 걸 깨닫자 그를 떠난다. 생계를 위해 벌거벗고 춤을 추더라도 상대에 대한 사랑만큼은 변함없이 간직한다. 어린 소녀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사랑에 있어서 앨리스는 댄보다 훨씬 성숙하다. 댄의 위선을 간파하자 냉차게 돌아서는 그녀. 사랑할만한 사람을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때가 왔을 때 그 애착을 버릴 수도 있는 그녀는 멋있다.

 포토그래퍼인 안나는 사람들의 슬픈 표정에서도 아름다움을 캐취하는 직업처럼 감정으로부터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여자다. 단순하고 노골적인 래리는 그처럼 우아하고 신비로운 그녀에게 이끌리며 그녀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피부과 의사인 그는 안나에게 계속 진실을 말하라고 종용하고 있지만, 그는 어쩌면 사람의 피부 속 진실에 대해서는 무심한 남자일지 모른다. 래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남자이기 때문이다. 안나와 우연히 사랑에 빠진 건 댄의 고의적인 장난질 때문이었고 댄의 등장으로 결혼까지 파경을 맞지만 래리는 안나를 향한 사랑을 결코 멈추지 않는다. 모든 것을 다 말할 것을 요구하고 모든 것을 다 알게 되어도 안나를 계속 사랑한다. 진실을 궁금해 하면서도 막상 진실 앞에서 나약해지는 댄과는 다르다. 안나가 선택하는 사람은 결국 댄이 아니라 래리다. 

 사랑의 시작은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진실이 가장 중요한가? 앨리스가 사실은 제인이었다고 해서 그녀가 댄을 사랑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사랑이 가장 중요한가? 굴욕을 감수하고서라도 사랑을 지키려고 했던 안나를 차갑게 내치던 댄에게 중요했던 것은 사랑이 아니지 않는가? 사랑의 시작은 ‘시작’에 불과할 뿐. 영화는 그것을 기적이고 운명이라고 믿는 이들에게 갸우뚱한 표정으로 묻고 있다. 그 다음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황홀한 순간을 지나 조금씩 변해가는 감정과, 상대방의 거짓 또는 위선, 애착과 집착의 불안한 경계와 맞닥뜨렸을 때 우리는 홀로 서서 두리번거리게 되는 것이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당신과 영영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 내가 믿어야 할 것은 당신이라는 존재인가, 당신과 나를 이어주고 있는 사랑인가. 클로저는 섬세한 연기를 펼치고 있는 배우들의 대화와 움직임, 그 사이의 틈을 이처럼 수많은 질문들로 메운다. 꼼꼼한 독서를 하듯 집중력을 요하는 영화다. Stranger로 만나 Closer로 이별하는 누구든, 사랑 앞에 이방인이며, 연인에게 타인일 수밖에 없다고 영화는 끊임없이 말하는 것 같다. 시작하는 연인에겐 다소 우울하겠지만 오래된 연인들에겐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작품이란 느낌. 사람과 사랑의 두 얼굴을 인정하고 그것을 한 차원 승화시키는 경지에까지 오르려면 연인을 놓치고 훌쩍이는 댄처럼 더 많이 아프고, 더 오래 울고, 더 많이 후회해야 하는 건지도. 그렇다고 해서 크게 변하는 것은 별로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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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04 2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2-04 2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2-04 2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2-05 09: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웽스북스 2008-02-04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를 보고 되미안 롸이스 아자씨를 처음 알았지요 흐흐
영화도 참 좋았었는데 또 이 이기적인 기억력 때문에 가물가물하네요
깐따삐야님 리뷰를 보니 다시 보고 싶다
(어둠의 경로로 부비적부비적 ㅋㅋ)

깐따삐야 2008-02-05 09:47   좋아요 0 | URL
원스 ost도 그랬고 아일랜드 음악엔 신비한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이기적인 기억력.ㅋㅋ 영화가 딱히 줄거리를 기억할 만한 내용이 아니라서 그런지도 몰라요.^^

웽스북스 2008-02-05 13:36   좋아요 0 | URL
맞아요, 게다가 이 아저씨는 본인의 음악과 어울리게 생겨서 좋아요 ^_^

- 2008-02-05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훠! 영화랑 내용은 좋은데,왜 자꾸 포스터에 눈이 갈까?
사람들 눈알이 너무 부리부리해.

깐따삐야 2008-02-05 23:38   좋아요 0 | URL
엄훠! 서양배우들이라 더 그런가?? 그나저나 영화랑 내용이 좋다뉘. 과연...?

비로그인 2008-02-06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이크 니콜스 감독, 졸업은 참 서투르고 우스꽝스럽고 사랑스러웠는데. ^^*
이 영화는 뭐랄까,.. 굉장히 깔끔하고 세련된 것 같아요.

깐따삐야 2008-02-09 10:54   좋아요 0 | URL
'졸업'은 유명한 작품인데도 아직 못 봤어요. 보고 싶네요!
클로저는 언제 한 번 더 봐야 할 것 같아요. 아직도 정리 안 된 질문들이 많아요.^^

프레이야 2008-02-09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삐야님 설연휴 즐거이 보내셨지요? ^^
이 영화 저도 무지 좋아해요. 어쩜 이리 인물들의 심리관계망을 촘촘히 그려내셨어요.
님의 리뷰가 참 좋습니다. ^^

깐따삐야 2008-02-09 22:58   좋아요 0 | URL
아, 혜경님도 떡국 맛있게 드시고 연휴 잘 보내셨죠? ^^
사실은 리뷰를 쓰면서도 갸우뚱 했어요. 영화가 좋긴 좋은데 뭔가 미진하고 아리송하고 말이죠. 그래서 조만간 한 번 더 보려구요.
 

  한의원에서 침을 맞고 오는 길이라는 E는 첫눈에도 그다지 건강해 보이지 않았다. 오랜 수험생활의 피로와 스트레스로 얼굴엔 지친 기색이 완연했고 예전보다 턱 선도 다소 둥글어진 것이 살도 좀 오른 것 같았다. 스스로 느긋한 성격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음보다 몸이 먼저 아픈 신호를 보내고 있는 줄도 몰랐다면서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이 따로 없다고 하소연했다. 건강한 것 빼면 내세울 것 없고 고기라면 환장하던 우리였는데 심신도, 입맛도 그간의 세월 탓인가. 한껏 담백해진 것 같았다. 꽤 오랜만에 방문한 피자헛의 피자 맛도 느끼하고 짭짤하던 전과 달리 많이 담백해졌더라는. 옛날의 우리였다면 大자 한판을 놓고도 아쉬워했으련만 식욕도 예전 같지 않은데다 밀린 사연을 쏟아놓느라 작은 것 한판도 다 먹지 못했다.

 이제 다른 길을 찾아봐야 하나보다, 마음을 비웠더니 그때서야 기회가 왔다면서 E는 조금 부끄러워했다. 그 동안 부모님께 너무 많이 의지했다고, 본의 아니게 주변 사람들에게도 누를 끼쳤다고도 했다. 건강을 해칠 정도로 지난했던 수험생활은 안타깝지만 E의 겸손하고 의젓해진 모습을 보니 한편으론 반가웠다. 도도하고 무뚝뚝했던 그녀는 특유의 시큰둥한 표정은 여전했지만 부모님에 대한 마음과 앞으로 만나게 될 아이들에 대한 설렘을 드러낼 때만큼은 눈빛에 따듯한 기운을 담뿍 담고 있었다. 졸업하기 전까지만 해도 난 다른 꿈이 있다, 고향을 떠나고 싶다, 부모님은 내 마음을 모른다고 말했던 그녀였다. 그런데 지금은 자신에게 주어진 혜택들을 그전까지는 잘 몰랐다며, 그 점이 얼마나 다행스럽고도 고마운 일인지 알 것 같단다. E가 아마 많이 성숙해 있을 거라는 엄마의 예측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아버지 아는 분의 배려로 필리핀에 머물렀던 경험을 이야기할 때는 무척 흥미로웠다. 천주교와 동성애가 공존하는 모순적인 나라가 바로 필리핀이라며 드디어 슬슬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E. “내가 그 동안 게이 관련 서적을 많이 찾아봤는데 말이야. 내 생각엔 단지 가능성의 차이인 것 같아. 누구나 동성을 좋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잠재해 있는데 그게 발현될 수 있는 환경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거지. 필리핀에서는 동성애가 별로 특별한 일도 아냐. 거기서 알고 지냈던 필리핀 사람 하나가 우리나라 어느 목사가 한국에는 게이가 없다고 말했다더라. 그래서 내가 그건 그 목사의 믿음일 뿐, 한국에 게이가 왜 없냐고 말했더니 그럴 줄 알았다면서 되게들 좋아하더라. 흐흐.” 겉으로만 보면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시피 한 그녀와 나를 끈끈하게 이어주는 것은 바로 이런 점이었다.

 단과대들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사범대에서 E와 나는 광대무변한 관심사를 주고받으며 쌓여가는 테트리스를 해소했던 것 같다. 한번 대화의 물고가 터지면 아침 일찍 도서관에서 만나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하도 말을 많이 해서 입이 더 커질 때까지 그야말로 네버엔딩 스토리였다. 명징한 사고력으로 객관적인 자세를 잃지 않는 E와 너무도 다정해서 매사를 주관적인 자세로 임하던 나는 참 안 닮은, 필리핀처럼 모순적인 한 쌍이었다. 다른 친구들은 너희 둘은 대체 만나면 무슨 이야길 그렇게 오래 하느냐고 묻곤 했는데 생각해보면 별로 특별한 이야길 했던 것 같지도 않다. 담배 한 대 피우지 못하는 여자들 둘이 모여 흡연을 주제로 두 시간 넘게 떠든 적도 있다면 말 다했지. 오늘도 필리핀으로 운을 뗀 대화는 곧이어 동성애 이슈로 이어지고, 기독교와 천주교에 대한 언급을 하다 보니 소돔과 고모라 이야기가 안 나올 수 없고, 이후 장정일로 일보 전진했다가는 어느 틈엔가, 남자들의 바람기에 대한 고찰로 일보 후퇴하더니 내가 조만간 그녀에게 ‘브로크백 마운틴’을 빌려주기로 약속하면서 가까스로 마무리 되었다. 오늘도 입이 조금 커진 채로 돌아오는 길, 꽤 오랜만에 보는 건데도 이런 점에선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 의아하면서도 재밌었다.

 다 먹지 못해 포장했던 피자 조각은 내가 가져왔고, 커피와 함께 먹으려고 가져갔던 반건시 곶감은 두 개가 남아 그녀에게 주었다. 피자와 곶감처럼 담백하고 말랑말랑한 저녁, 엉뚱한 면은 그대로 간직한 채 한층 의젓해진 E를 보아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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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2-03 0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너무 좋으셨겠어요~~ 그런 친구와 만나는 날은 입이 커져서 돌아와도
마음은 전혀 피곤하지가 않죠.. ^^
저두 오늘 곶감을 먹었어요.ㅎㅎ 전 뱃속이 말랑해요~ 후후 ^u^*

깐따삐야 2008-02-03 01:50   좋아요 0 | URL
그렇죠. 눈은 충혈되고 입은 커졌는데 마음은 반짝반짝+말랑말랑 합니다.^^
곶감을 먹어서 뱃속이 말랑~ 넘 귀여운 표현! ㅋㅋ

웽스북스 2008-02-03 0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커피와 함께 먹으려고 곶감을 챙겨가다니, 센스쟁이 센스쟁이!! 상상하니 맛이 꽤 잘어울려요 그간 E가 참 깐따삐야님 마음에 많이 걸렸을텐데, 붙어서 같이 선생님이 된다니, 다행이에요 이제 둘의 수다의 지평이 한층 더 넓어지겠네요 ㅎㅎ

깐따삐야 2008-02-04 11:40   좋아요 0 | URL
다음에 웬디양님과 상봉할 때도 곶감 챙겨갈게요.^^ 이젠 자주 보게 될 것 같아요. 이상한 책도 많이 읽고 워낙 생각하는 것도 독특한 애라서 만나면 재미있다는. 수다의 지평! 완전 공감되는 말이에요. ㅋㅋ

웽스북스 2008-02-03 02:37   좋아요 0 | URL
우와 집에 늘 곶감이 상비돼있어요?

깐따삐야 2008-02-03 02:43   좋아요 0 | URL
지금은 많이 있는데 없으면 사가기라도 할게요. 웬디양님이 좋아한다면야! ^^

Mephistopheles 2008-02-03 0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입이 커졌다는 말에 달려라 하니 홍두깨 선생의 부인인 고은애라는 캐릭터가 자꾸 생각납니다.

깐따삐야 2008-02-03 02:28   좋아요 0 | URL
입이 더더더 커져도 좋으니 홍두깨 선생님 같은 남편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전엔 잘 몰랐는데 참 착하고 좋은 남자라는. ㅋㅋ

웽스북스 2008-02-03 02:37   좋아요 0 | URL
맞아 맞아
그러니까, 이런 남자가 별 매력이 없게 느껴져서 문제에요
진짜 걱정이죠? ㅋㅋㅋ

깐따삐야 2008-02-03 02:45   좋아요 0 | URL
오늘 E와 이야기 하면서 남자는 그저 매력이고 뭐고 수수하고 가정적인 게 젤이라는 노친네 같은 소리들을 했어요. 그러면서 결혼 뭐 급해, 결론은 결국 이렇게 나버리구. ㅋㅋ
웬디양님 이상형도 아주 독해(?) 뵈던데 그르지 마요. 안 좋아. -_-

Mephistopheles 2008-02-03 02:54   좋아요 0 | URL
노친네 같은 소리라기 보단..이제 슬슬 남자 보는 눈이 정직해진게 아닐까나요? 오호호

웽스북스 2008-02-03 02:56   좋아요 0 | URL
아 나는 나이가 몇살인데 아직도 가오가 멋있어보일까 흑흑

Mephistopheles 2008-02-03 03:00   좋아요 0 | URL
그건 아마도 그 가오의 데미지를 직접 입어보지 않는 이상 여전히 그 가오가 멋져 보일지도 모른답니다.^^

웽스북스 2008-02-03 03:15   좋아요 0 | URL
ㅋㅋ 얼른 한번 어디가서 가오의 데미지를 좀 입고 와야 할까봐요 ㅋㅋ

깐따삐야 2008-02-03 12:38   좋아요 0 | URL
메피님- 백퍼센트 동감입니당.^^

웬디양님- 꼭 그럴 필요까진 없구. ㅋㅋ 간접체험만으로도 그 데미지의 심각성에 대해 느낀 바가 많아서 저는 가오 잡는 남자는 딱 질색이에요. 그리고 이상형은 이상형일 뿐이라서 현실 속에서는 또 전혀 다른 남자를 만나게 될지도 몰라요. 워낙에 예측불허한 영역이니 말예요.^^

웽스북스 2008-02-03 13:52   좋아요 0 | URL
그쵸그쵸? 하튼 문제에요 문제, 그니까 이를테면 하이킥의 최민용 같은 사람이랄까? 결혼하면 얼마나 고생이겠어요 ㅜ_ㅜ

깐따삐야 2008-02-04 11:25   좋아요 0 | URL
오홋! 최민용! 언젠가 S양이 저한테 그런 말 한 적 있어요. 언니는 서민정스러우니까 최민용샘 같은 남자를 만나야 한다구. 일리가 있단 생각이 들었고 최민용이 좋기도 했어요.^^
최민용은 가오를 잡으면서도 가오만이 전부가 아니잖아요. 말투가 좀 까칠해서 그렇지 속마음은 참 따듯하기도 하구 말이죠. 웬디양님이 최민용스러운 남자만 만난다면 내가 눈 감고 교제 승낙하지요. ㅋㅋㅋㅋ

웽스북스 2008-02-04 15:57   좋아요 0 | URL
허락은 받았구~ 이제 최민용만 찾으면 된다~ㅋㅋㅋ

프레이야 2008-02-03 0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곶감이랑 커피 콤비했는데요 ㅎㅎ
잘 어울리고 배도 부르고..
그나저나 말 안 하면 입이 다시 줄어들어요? =3=3=3

깐따삐야 2008-02-03 12:41   좋아요 0 | URL
그쵸. 커피가 은근히 우리나라 한과나 곶감이랑 잘 어울려요.^^
만약 줄어들지 않았다면 진짜 고은애씨가 됐겠죠? ㅋㅋ

순오기 2008-02-03 0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친구와의 행복한 시간...좋아 보여요!
나도 아직 비혼이라는 그 친구와 만나면 두세시간은 기본이었고, 집에 와선 또 전화로...그도 부족하면 편지로 쓸게~~~였어요. 그렇게 주고 받은 편지가 지금도 내 보물창고에 간직돼 있죠.
우리엄니 왈, "니들은 맨날 만나고 와서 전화하고 또 편지 쓰고, 도대체 무슨 할말이 그렇게도 많냐? 할말 많아서 좋겠다!" 그랬지요~~~~~~ ^^ 아~ 그 시절이 그립다!!

깐따삐야 2008-02-03 13:06   좋아요 0 | URL
부족하면 편지로 쓸게~ ㅋㅋ 순오기님과 친구분도 입 크기가 늘어나는 건 일도 아니었겠군요! ^^

웽스북스 2008-02-03 13:52   좋아요 0 | URL
그 편지속 내용이 저도 궁금해요 순오기님 ^-^

순오기 2008-02-04 01:44   좋아요 0 | URL
그 편지 중 제일 폼나는 걸로 한번 올려볼까? ㅎㅎ

깐따삐야 2008-02-04 11:26   좋아요 0 | URL
아, 기대기대! 올려주세요. 순오기님.^^

마늘빵 2008-02-03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걍 글만 읽었어두 그 수다가 얼마나 즐거웠는데 상상이 갑니다아. 이런 수다는 사랑스러워.

깐따삐야 2008-02-03 13:07   좋아요 0 | URL
삼라만상에 관심이 있는 츠자들이다 보니...^^

2008-02-05 1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2-05 2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