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촉촉히 젖은 땅에 기분이 가라앉았다.  하늘은 어둡고, 무거웠다.
난 화창한 날을 좋아한다. 비오고 음습한 날은 아무데도 나가지 않고 방에 웅크리고 앉아 (가만 생각하니 이건 평소의 생활태도군..-.-;;) 책을 읽는다.  하지만 오늘은 아침부터 볼 일을 보러 나가야 했다.

비가 올것 같은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잠시 우산을 들고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했다. 일기예보를 찾아보면 되겠지만, 그게 더 귀찮다. 그냥 3단 우산 하나를 골랐다.

대출연장을 위해 은행에 가야했기에, 평소엔 하지않던 화장까지 하고  집을 나섰다.  그런데 가선 웬지 초라해보이면 안될것 같은 생각이 든다..^^;;  우산은 괜히 들고 나왔던듯..  햇빛이 내리쬐이기 시작했다.

벼르고 나간 은행이었건만, 의외로 너무 간단했다. 서류 3장에 싸인만 했다. 걸린시간 딱 5분...  괜히 화장까지 했나보다...ㅡ.ㅡ; 

그냥 들어오기 뭣하여, 근처 던킨도너츠에 가서 아이들 좋아하는 바바리안 먼치킨과 초코크림 묻은 도너츠를 골랐다. 언니네가 가까이라 요즘은 뭘 사도 항상 두 봉지다.  물론 얻어 먹는것도 많다..^^*

집에는 밥이 없고, 나 혼자 먹을려고 절대로 밥을 하지 않는다는 주의인지라, 점심에 먹을 토스트도 샀다. 이삭 토스트라고, 체인점인 이 가게의 토스트는 제법 맛나다. 고른 메뉴는 가장 비싼 베이컨베스트.. 토스트 식빵위에 소스를 바르고, 계란과 베이컨을 얹고, 오이피클, 야채들을 덮은다음 식빵을 다시 얹은 토스트다.

집에 들어와서 서재를 살짝 기웃거렸다. 그 와중에 온 편지 하나... 리뷰에 코멘트가 달렸단다...-.-;;  그 분은 쓰셨다가 금방 지웠지만, 메일로 내용이 전송되는터라 이미 읽었다.  소심한 나.... 기분이 좀 그래서 리뷰를 비공개로 옮겼다.   너무 과민반응일지도 모르겠지만, 내 성격 나도 어쩌지를 못하겠다. 삭제할까도 생각했지만, 그러기엔 아깝고... 그냥 나 혼자 보지 뭐...=.=  여하튼 기분이 다시 가라앉았다.

아아~ 꾸리꾸리한 날이다..!

좀전에 새벽별님 사사조 이벤트에 참가해서, 그나마 기분을 재충전시키고 왔다.  당첨이 되긴 했는데, 혹시 잘못 셌을지도 모른단다.. 하지만, 새벽별님이 댓글을 잘못센거라고 당첨 취소시켜도 끝까지 물고늘어지기로 이미 결심했다.  설마하니, 꾸리꾸리하다고까지 했는데 모른척 하지는 않겠지..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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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5-03-22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벤트에 당첨되셨는데 이제는 괜찮아지셨는지요??

날개 2005-03-22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우님, 고맙습니다..^^*
반딧불님, 네에.. 당첨확정이라..헤헤~

어룸 2005-03-22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첨 축하드려요!! ㅎㅎㅎ이벤트에 당첨까지되신 분이 꾸리꾸리하다고 하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비를 좋아하는 저는 아까 오전에 외출하면서 은근히 기대했었는데 안와서 실망했어요. 오밤중+새벽에만 줄창내리고...쳇, 비 맞고 싶단말예요!!

날개 2005-03-22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투풀님.^^ 비를 좋아하시다니, 저랑 정반대잖아요! 전 속으로 '비야 오밤중에만 내려라~~' 이러고 다니는데..ㅋㅋ

비로그인 2005-03-22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새벽별님이 그러실려구요...ㅋㅋㅋ 은행에 갈때는 후줄근하게 가면 안된다는데 동감입니다. ^^::

울보 2005-03-22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운내세요..
날개님 날개가 무거워 보여요..
날개 내려노시고 잠시 쉬세요,,,,

chika 2005-03-22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은 반전이지요?
이제부터 좋은 날 될꺼예요~ ^^

아영엄마 2005-03-22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 안 좋은 내용이었나 봐요. 리뷰에 마음의 상처가 되는 댓글 달려 있으면 갑자기 몇날 며칠을 글이 안 써지더군요.. 부디 큰 상심하지 않으시길...

2005-03-22 18: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5-03-22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꾸리꾸리" 가 무슨 뜻인가요? 아시다시피 제가 한국어에 능통하지 못해서요....

세실 2005-03-22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날씨가 다시 화창해 졌으니 기분도 업되셨죠?
그 어려운 벤트에도 당첨되시고 행운이 날개님께로 간거예요~

날개 2005-03-22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폭스님, ㅋㅋ 그래서, 화장도 곱게 하고.. 옷도 가죽자켓에 실크 스카프까지 하고 갔다구요.. 저 잘했죠? ^^
울보님, 고맙습니다.. 먹고 쉬었더니 괜찮아졌어요..
치카님, 네에.. 대단한 반전이었죠..^^ 아까 새벽별님 이벤트 페이퍼에 치카님이 수십개 달아놓은 댓글 보고 한참 웃었습니다.. 역시 치카님이야~~!
아영엄마님, 잊어버리기로 했어요..^^* 고맙습니다..
새벽별님, 로드무비님과 놀자님껜 죄송했지만, 저는 덕분에 짜릿한 당첨의 기쁨이 있었잖아요..ㅎㅎ
하날리님, 에.. 이게 대단히 학술적인 용어랍니다.. 제대로 설명을 해드리고 싶지만, 그러자면 아무래도 논문 수준이 될 것 같아서..ㅎㅎ 간단히 말하자면 '멜랑꼴리'하단 말이죠..ㅋㅋ
세실님, 네. 기분 좋아졌습니다.. 새벽별님 이벤트 이후에 반전된게 맞나봐요..^^*

하루(春) 2005-03-22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날개 2005-03-22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의 저 의미심장한 웃음의 뜻은????-.-;

하루(春) 2005-03-22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로 채팅하는 것 같은 기분으로 쓰죠. 글은 되게 재밌고, 샌드위치가 먹고 싶고, 멋지구리해 보이기도 했는데 그냥 갑자기 머리속에 생각이 많아지는 것 같았어요. 뭐라 쓰고 싶었는데,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마우스를 갖다 댔으니 뭔가 쓰긴 해야 겠는데 갑자기 멋쩍어지는 기분이 들어서... (이 무슨 횡설수설이람.) 흐흐

날개 2005-03-22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그거예요.. 그거..! 이 글을 읽으며 느껴야 할 것들을 제대로 느꼈어요.. 합격이예요!! 흐흐~

panda78 2005-03-22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히 꾸리꾸리 = 멜랑 꼴리 그랬군요. ^^
벤트 당첨되시고 기분 나아지셨지요? 건강하고 행복한 날들 되시길.. ^^
이제 곧 봄꽃도 필 테고.. 우리 만나서 꽃놀이라도 해요, 날개님. ^ㅡ^

날개 2005-03-22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놀이.. 거 좋네요..^^*

stella.K 2005-03-23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쯤은 기분 좋아지시지 않으셨나요?^^

날개 2005-03-23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님이 아침부터 찾아오시니 안 좋을 수가 있나요! ^_______^

2005-03-23 13: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출처 : 새벽별을보며 > 2. 만힛을 잡아 주셔요!


2. 만힛을 잡아 주셔요!

이제는 저를 떠나신 것 같기는 합니다만 벤트신이 한 때 머물렀던 제가 아직도 기나긴 이벤트 중이라는 거 기억하고 계셨나요? 잊고 계셨죠? 흥. 다 알고 있답니다. 지금 삐질까 말까 생각 중이지요.

새벽별 이벤트 시리즈 중 두 번째, 캡쳐 이벤트 입니다. 
만힛을 요 페이퍼에 잡아 주셔요.
두분께 상품을 드립니다. 상품은 책 한 분, 한분은 비즈 상품 중에서 고르시는 겁니다.
(비즈 상품은 이제 거의 다 완성 단계입니다. 사사조 끝나는 날 좌르르 올리겠습니다!)

참. 요 밑에 댓글을 많이 다시면 새로고침이 잘 안 되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럴 때는 다시 별도 캡쳐 페이퍼를 만들어 이사갈런지도 모릅니다.

일단은! 이 페이퍼에 Total 10000 을 잡아 주셔요!

(먼젓번 이벤트에서 당첨되신 분도 유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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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마태우스 > 리뷰특강(4): 미술사 리뷰

* 뭐든지 회를 거듭하면서 신선도가 떨어지지요. 그래서 안할까 했는데, 어떤 분이 왜 특강 안하냐고 협박을 하시는 바람에 4회를 만들어 봤어요. 유치하더라도 참고 봐주세요. 요즘 머리가 잘 안돌아가요.

----------------------------

어느 분이 질문을 하셨다.

클리오

리뷰특강 잘 읽고 있습니다. 저 근데 서평과 리뷰가 어떻게 틀려요?

- 2005-03-16 21:27 삭제
 
마태우스
 

그건 같은 말입니다. 서평, 리뷰, 독후감, 독서감상문... 다 같죠

. - 2005-03-16 23:30 수정  삭제

클리오
 

저도 그런 줄 알았는데 바람구두님 서재에 가니까 서평과 리뷰가 따로따로 있더군요.

.. - 2005-03-16 21:27 삭제
 
마태우스
 

음... 그럼 다른가보다. 지금 생각하자면 리뷰는 줄거리 위주로, 서평은 느낌이나 인상을 위주로 기술하는 것 같네요.

... - 2005-03-17 13:30 수정  삭제

 

 

이렇게 대답하고 바람구두님 서재에 갔다. 과연 서평과 리뷰가 다른 카테고리에 묶여 있다. 서평을 클릭했다. 품절된 책이 많아서 혹시 오래된 책을 읽으면 서평인가 싶었더니 그게 아니다. 알고보니 리뷰는 영화 리뷰고, 서평은 책의 리뷰다. 헛소리를 했다싶어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냥 같다고 우길 걸, 괜히 그랬다...

 

 

대중문화, 특히 미술 관련 책들은 리뷰 쓰기가 난감하다. 그림 한편 한편을 본 소감이 다 다를진대 어떻게 리뷰를 쓴담? 특히 미술입문서를 읽으면 뭘 써야할지 난해하다.  <곰브리치>를 읽고 나서 이런 리뷰를 쓸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리뷰 대신 간단한 퀴즈를 냄으로써 미술에 일가견이 있는 분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본다. 답은 댓글로 달겠습니다. 재미로 풀어보시길!

1) 감미로운 성모상을 그리는 화가로 인식되어 있는 화가로, 그가 <요정 갈레아테>를 완성했을 때 누군가가 도대체 어디서 그런 아름다운 모델을 찾아냈냐고 물었다. 그는 “어떤 특정한 모델을 모사한 것이 아니라 그가 마음속에 가지고 있던 생각을 따랐을 뿐”이라고 대답했다. 페루지노의 제자인 그의 묘비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이제 그가 죽었으니 그와 함께 자연 또한 죽을까 두려워하노라” 누구일까.


가. 라파엘로          나. 조반니 벨리니

다. 티치아노          라. 코레조                    ]


이건 사실 리뷰 쓰기가 막막해 궁여지책으로 쓴 거지, 제대로 된 리뷰는 아니다. 이 리뷰에 대해 어떤 분이 서재주인보기로 단 댓글을 보자.


이틀(春)
으하하~(일단 웃고) 마태우스님, 이걸 어찌 리뷰라고 쓰셨나요!!! - 2004-08-11 14:11 삭제

 

3만6천원짜리 <천년의 그림여행>을 19,800원에 특가판매 했을 때, 남들이 다 사기에 나도 샀다. 읽긴 다 읽었는데 리뷰를 쓰자니 영 막막했다. 아까처럼 쓰자니 남들의 비웃음을 살까 두려워 한달 반이 되도록 리뷰를 못쓰고 있는 중인데, 나같은 분들이 또 있을까봐 대중예술 리뷰의 황제이자 페라가모 구찌 3세 바람구두님의 리뷰를 분석함으로써 미술책 리뷰를 어떻게 쓰는지 배우는 시간을 마련했다.


유명인의 리뷰가 다 그렇지만, 바람구두님 역시 이렇듯 고풍스럽게 리뷰를 시작한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출판사란 것이 있다. 프랑스의 갈리마르, 일본의 이와나미 같이 종합출판사로 명성을 얻은 출판사가 있는가 하면 예술관련 서적을 전문적으로 출판하여 명성을 얻는 전문출판사도 존재한다]

이런 말은 전문적인 지식이 없으면 할 수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꼭 그런 건 아니다. 자신이 아는 걸 대충 버무리면 남들이 그냥 넘어가 준다. 예컨대 “‘고’로 시작하는 화가는 고흐와 고갱, 고야가 있지만, 그 셋은 결코 형제가 아니다”라든지, “루브르 박물관은 프랑스에 있지만, 런던에는 없다”는 식의 난해한 얘기를 하면 되는거다.


[영국하면 신사의 나라, 프랑스하면 예술의 나라, 독일하면 철학의 나라, 오스트리아하면 왈츠와 모차르트가 연상되듯 국가에는 국가이미지란 것이 있다...우리나라에서도 지난 1970년대부터 정부차원의 국가 이미지 홍보 사업을 벌여왔다....그 중 하나가 프랑크푸르트 도서전(Frankfurt Buch Messe)이다...오는 10월에 개최되는 이 도서전에서 우리나라가 주빈국으로 선정되었다. 우리의 국가이미지, 출판수준과 문화를 알리는데 더할 나위없는 호재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우리는 이 행사 준비에 여러가지 차질을 빚고 있어 주위의 염려를 사고 있다]

이 책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 도대체 무슨 상관이냐고 한다면, 그 사람은 리뷰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사람이다. 알라딘 리뷰 회칙 3조 5항을 보면 ‘리뷰란 게 꼭 책에 관해서만 써야 하는 게 아니며, 책을 통해 연상되는 모든 것들을 다 써도 무방하다’고 되어 있으며, 5항 끝부분에 가면 이런 말도 있다. ‘줄거리를 나열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책과 관계없는 연상을 하는 게 더 낫다’. 어찌되었건 구두님의 리뷰는 도서전을 통해 결국 미술로 이어진다.


[예경 출판사가 미술 출판이라는 외길을 28년간 걸어왔다는 것은 성과는...축하해야 마땅하다....미술 분야의 책을 내는 것은 출판의 다른 분야에서도 매한가지 고충이긴 하지만 특별히 공은 더 많이 들어가고 상대적으로 실속은 적은 편이다. 도판 하나, 사진 한 컷 이용하려 해도 저작권 문제를 일일이 해결해야 하고, 이미지를 많이 다루는 책의 특성상 일반 인쇄용지말고, 고급지를 사용해야 하며, 책의 판형도 고려해야 하고, 컬러인쇄다 보니 인쇄 감리에도 여간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우리 미술 분야에 대한 독자층이 넓은 것도 아니다 보니 책의 가격 산출에도 고심하지 않을 수 없다... 36,000원이든, 19,800원이든 이 책이 그 값을 하는 책이라면 좋은 평을 들을 만한 것이고, 아무리 값이 싸도라도 제 값을 못하면 좋은 이야기를 듣기 힘들다. 그에 대한 나의 결론은 이 책은 좋을 평을 들을 만하다는 거다]

외길 인생을 걸어온 출판사에 대한 칭찬-이상하다. 예경에서 백화점도 하고, 비누도 만들었던 것 같은데...-과 그 과정에서 겪어야 했던 고난을 언급한 뒤, 구두님은 이 책이 읽을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구두님은 이어서 책을 읽기 전에 조심해야 할 사항에 대해 일러준다.

[문제는 우리의 독서습관에 달려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2만원에 가까운 책값을 지불했으니 이 책을 통해 본전을 빼야겠다 생각하는 건 당연하다...하지만 한 권의 책으로 서양회화 1,000년의 역사를 이해하겠다는 욕심은 그 자체로 그릇된 것이다....그런 책을 읽고, 그 분야에 대해 '다 알았소' 할 욕심이라면 광고와 상관없이 그것이 도둑놈 심보다...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런 한계 속에서 이 책이 얼마나 많은 것을 성취하고 있으며, 한계를 보충하고 있는가를 살펴야 한다]

맞는 말이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를 하루에 읽는 게 힘든 것처럼, ‘하루’ ‘30분’ 이런 책치고 진짜 그 시간에 이루어지는 건 하나도 없다. 그래서 구두님은 성급한 기대를 가지고이 책을 읽지 말라고 경고한 뒤 책의 내용에 대해 살핀다.


[우선 이 책은 1,000년이란 시간적 제약을 두고 서양 회화를 살펴본다....각각의 본문들은 대개 펼친 페이지 형태로 구성해서 한 명의 화가를 소개함에 있어 그 작가의 시대적 위치(사회적 영향이나 예술사적 위치)와 평가, 간략한 작품세계를 알리고, 대개 메인 컷 한 두 개와 서브 컷 서너 개를 삽입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물론 이 정도로 이 작가에 대해 모든 걸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이 분야에 대해 전문가가 되길 소망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 정도 상식과 교양을 갖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책의 구성에 대해 언급한 뒤 이 정도만 알아도 상식과 교양을 갖춘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함으로써 나같은 문외한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그 다음, 한마디로 이 책을 정리한 뒤 책에 대해 가벼운 비판을 가한다.

[이 책은 일반인을 위한 서양회화사 입문서 혹은 교양서로서 적당한 난이도와 풍부한 도판을 지닌 책으로 별 다섯을 충분히 줄 만하다...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이 책의 목차가 좀더 성의있게 만들어졌다면 하는 것이다. 이 정도 정성을 들여 만든 책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목차가 달랑 4개의 구분 '여행에 앞서, 천년의 그림여행, 화가연표, 찾아보기'으로는 천년의 여행을 즐겁게 시작하는 초입치곤 너무 빈약하다]


나 역시 목차가 빈약한 것에 좀 황당했었다. 세일품과 정품이 다르듯, 특가로 사서 그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을 정도. 어찌되었건 구두님은 이런 비판 다음에 칭찬을 함으로써 책 만든 이가 삐지지 않도록 유도한다.

[끝으로 예경출판사의 28년 걸어온 길을 진심으로 축하하면서 앞으로도 좋은 책들을 많이 출간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우리 미술의 아름다움을 다른 나라들에도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획을 많이 하는 훌륭한 출판사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이쯤해서 끝날 줄 알았는데, 구두님은 친절하게도 어떻게 읽는 게 좋은가에 대해 나름의 방법을 얘기한다.

[일단 한 권 구입해놓고 침대 머리맡에 놓고 잠들기 전 차근차근 그림 중심으로 보는 것도 좋을 것이고, 괜찮은 서양미술사랑 같이 펼쳐놓고 "천년의 그림여행"이랑 비교해가며 읽는 것도 좋은 여행 방법이다]


자, 어떤가. 좀 감이 잡히는가? 그림이나 화가에 대해 개별적인 언급을 하는 것보다, 이렇듯 책의 개괄적인 내용과 구성을 언급해 주니 머리에 쏙 들어오는 느낌이다. 그래서 바람구두님을 가리켜 ‘알라딘의 슈발리에’라고 부르는 것이고, 이 리뷰가 추천을 16개나 받은 이유도 거기에 있다. 자, 그럼 이런 지식을 가지고 내가 전에 썼다가 실패한 <곰브리치 서양미술사>를 써본다.


먼저 고풍스러운 시작.

[‘곰’으로 시작하는 사람을 난 많이 알지 못한다. 우리나라에서 ‘곰’은 그다지 좋지 않은 의미로 쓰이기 때문이다. ‘곰탱이’ ‘곰바우’ ‘곰상’ 하나같이 나쁜 말이다. 하지만 그런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곰브리치를 올바르게 읽을 수 없다]


그 다음, 관련 현안에 대한 언급.

[최근 주일대사가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주장한 데 이어, 시마네현은 다케시마의 날이라는 걸 조례로 제정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 중 독도에 가본 사람은 얼마나 되며, 화가들 중 독도를 소재로 그림을 그린 사람은 또 몇이나 되는가. ‘독도는 우리 땅’을 불렀던 정광태 이후 독도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던 것이 이런 사태를 맞은 게 아닌가 후회가 된다]


출판사 얘기.

[예경출판사가 그간 미술 진흥을 위해 애쓴 것은 칭찬할 만한 일이지만, 예경 역시 독도에 대해 관심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독도 미술전을 한다던지, 곰브리치를 독도에 초청한다든지 하는 행사를 함으로써 범국민적 관심을 환기시켰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다른 할 일도 많은데 일개 무인도까지 챙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독도는 연어알과 물새알 새들의 고향이고 해녀 대합실이라고 일컬어질 만큼 풍부한 자원이 있는 곳이며, 일본이 호시탐탐 노리는 섬이기도 하다. 뒤늦게나마 예경이 독도 지키기 운동에 동참한다고 하지만, 때늦은 감이 있다]


책을 읽기 전에 주의할 사항.

[다시 말하지만 곰브리치는 곰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그러므로 이 책을 읽고 정력이 좋아질 것을 기대한다면 당장이라도 책을 덮는 게 좋다]


책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

[곰브리치 서양미술사는 오래 전부터 서양미술사의 바이블로 불렸고,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곰브리치를 모르고서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책이 워낙 비싸 훔쳐가는 사람도 많았고, 책의 두께 때문에 베고 자다가 목이 꺾인 사람도 있을 정도다. 그만큼 곰브리치는 내용이 풍부하고 해설이 잘 되어 있어, 미술로 일가를 이루겠다는 사람의 입문서로는 적합하다]


책에 대한 비판.

[고교 때 곰브리치를 들고 다니던 미술 선생님한테 책으로 맞은 적이 있다. 그런 사람을 위해서 책을 좀 손볼 필요가 있다. 표지에다 솜을 깐다든지 하는 식의 배려를 해준다면 좋을 것 같다]


마지막 칭찬.

[곰브리치 위에 곰브리치 없고, 곰브리치 밑에 곰브리치 없다. 정말 좋은 책이었다]


책읽는 방법.

[그냥 책만 보면 금방 까먹는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책에 나오는 그림들을 물감을 이용해서 한번씩 따라그리는 거다. 그렇게 한다면 화가들이 얼마나 잘그렸는지, 색감을 내려고 노력했는지 알 수가 있을 것이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그렇게 한다면 이 책은 온전히 당신 것이다(그럼 사진에 나오는 건축물도 만들어 봐야 하나??)]


정말 별 거 아니지 않는가. 모든 일은 방법을 알면 쉽다. 이제 밀렸던 <천년의 그림여행> 리뷰를 써야겠다. 특강을 받은 당신도 어서 미술책을 읽어라. 그리고 멋진 리뷰를 한번씩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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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메트리오스님의 즐거웠던 이벤트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책이 도착을 해버렸어요...^^

어려운 퀴즈 이벤트에서의 2등이라..  더 기분 좋은 당첨이었습니다..  게다가 자신없던 역사공부를 할 수 있게 해 주시다니.....일석이조잖아요..호호~

땡스투까지 지정을 하는 저 때문에 무지 귀찮으셨겠지만, 그게 다 데메님을 위해서였다구요.. 이벤트 기간이라 님께도 1%가 쌓이잖아요..^^*  헤헤~



박스를 뜯으니, 책이 번쩍번쩍 하더이다..^^*   사진으로도 휘황찬란한게 보이시나요? ㅎㅎ

감사합니다.. 즐겁게 잘 읽을께요.. 

님도 군에 잘 다녀오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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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5-03-20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제목이 뭔지 알 수 없군요. 위의 것은 소설이고... 받는 기쁨이 정말 크시겠어요. 축하드려요.

날개 2005-03-20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십자군 이야기>랑 <넘버원여탐정에이전시> 랍니다..^^* 서재인들의 열화와 같은 추천을 받은 작품들이라..^^;;

데메트리오스 2005-03-21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찮기는요...어려운 퀴즈 푸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재미있게 보세요^^

날개 2005-03-21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전출처 : 마태우스 > 알라딘 내 폭력조직 소탕

 

충격! 알라딘 내 폭력조직 검거! 

‘일진회’가 방대한 조직과 폭력성으로 큰 충격을 주는 가운데, 알라딘 내사팀(Aladdin Police. AP)이 알라딘 내 최대폭력조직 일명 ‘매직파’를 검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알라딘 내 어깨들이 날개의 집에 모인다는 정보를 포착한 AP는 밖에서 잠복하다 아지트를 급습, 참석자 대부분을 연행했는데요, AP 부장 매너리스트는 “우리가 들이닥쳤을 때 이들이 심하게 저항했고, 그 과정에서 요원 세명이 다쳤다”면서 “악명에 비하면 적게 다친 편”이라고 자평했습니다.

사진설명: 매직파의 아지트로 이용된 날개님의 집. 체인과 각목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사진=아프락사스 기자)

한편 매직파의 보스로 알려진 스위트매직은 용케 도망쳤는데요, AP는 스위트매직( )을 현상수배했습니다. 또한 AP는 밀회현장에서  각목 열자루, 체인 여덟벌, 부엌칼 13자루와 스패너 두 개를 압수해 증거물로 제출했습니다. 다음은 현장에서 검거된 사람들의 진술입니다.

타치바나 딸기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 변호사를 불러달라! 참고로 내가 든 건 야구방망이지 각목이 아니다!- 2005-03-19 10:09 삭제
 
갈대
우리는 그저 댄스파티를 열고 있었을 뿐이다. 아니, 춤도 못추나?  - 2005-03-19 10:18 삭제
 
날개
이 날개 때문에 그러는 모양인데, 날개로 먼지나게 맞아볼테야? - 2005-03-19 10:27 삭제
 
새벽별을 보며
체인으로 등을 긁고 있었을 뿐이어요. 흑흑 - 2005-03-19 10:29 삭제
 
울보
엉엉엉---흑흑흑---끄어끄어... - 2005-03-19 10:34 삭제
 
나나
계급장 떼고 맞장 뜨자, 엉?  - 2005-03-19 10:36 삭제
 
로자
각목을 무조건 적대시하는 편견을 버리라고! - 2005-03-19 11:12 삭제
 
진/우맘
이건 대표적인 표적수사고, 음모다....믿기 힘들겠지만 이제부터 단식하겠다! - 2005-03-19 12:12 삭제
 

 

용의자 대부분은 자신들은 그저 회합을 가졌을 뿐이고, 아무 죄도 지은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호랑남(가명)
추천 안해준다고 머리카락과 수염을 뽑고...흑. - 2005-03-14 14:33 삭제
 
Kal(가명)
글 쓸 소재 내놓으라고 해서 없다고 하니까 제가 먹는 밥에다 비듬을 털었어요.... - 2005-03-16 15:05 삭제
 
클레오(가명)
댓글 달라고 체인으로 협박할 때 어찌나 무서웠는지...흐흑.- 2005-03-19 15:31 삭제

미스 하이네켄(가명)
이미지가 맨날 웃는 모습이라 기분 나쁘다고...흑흑.... 곰브리치 책으로 머리를 때렸어요. 흑흑. 그 책으로 맞으면 얼마나 아픈데... 2005-01-11 12:12 삭제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증언을 꺼리는 걸로 보아 보다 많은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번 사태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을 알아봤습니다.

fyra;소굼
무서운 세상이다. 도대체 찌리릿님은 뭐했나? - 2005-01-11 12:15 삭제
 

로드무사    (가명)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게 서재질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어요^^ㅎㅎ - 2005-01-11 15:52 삭제

물만두
매직파건 뭐건 난 열심히 서재질을.... 하핫. 서재지수 1위를 향해서!- 2005-03-19 12:12 삭제

sweetmagic
나잡아 바라^^... - 2005-03-19 16:59 삭제
연보라빛우주
나처럼 이쁜 애들은 못건드리더라구요. 하핫!- 2005-03-19 17:54 삭제
매직파와 한번 자웅을 겨뤄보고 싶다!  - 2005-03-19 19:29 삭제
숨은아이
난 계속 숨어있어야지 킬킬킬... - 2005-03-19 18:13 삭제
서림
 아이 무셔라.... 교봉으로 가던지 해야지 이거 원...- 2005-03-19 01:27 삭제
 
단비
사람들은 왜 나한테 땡스투를 안해주는 거야!! 우어 우어 우어어 - 2005-03-19 04:18
stella09
폭력은 필요악이라고 생각해요. 매직파의 폭력이 어쩌면 존재했을지 모를 더 큰 폭력을 막아준 측면도 있을 거예요. 그들을 선처해 주세요! 날개가 사실은 내 동생이란 말이예요! 흑흑- 2005-03-19 11:53 삭제

폭력조직의 결성은 책을 많이 읽는다는 알라딘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알라디너 분들의 용기있는 신고정신이 명랑 서재질을 앞당깁니다. 이상 마태우스 기자였습니다.

 (bbbenji@ala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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