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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의 철학 - 거짓 세상의 파도 위에서 철학으로 중심잡기
라르스 스벤젠 지음, 이재경 옮김 / 에이치비프레스 / 2022년 12월
평점 :
이전에 책을 정리하다가 발견하고는 내가 언제 이 책을 구입했었지? 기억에 전혀 잡히지 않음을 이상하게 여기며 옆에 밀어뒀다. 그러다가 어제 한번 읽어 볼까 하고 집어 들었다가 무척 재미있게 읽게 되었다.
제목과 같이 본 책은 거짓말에 대한 작은 철학에세이다. 분량도 200페이지가 되지 않고 판형 또한 한손에 들어와서 분량은 정말 얼마되지 않을 것이다.
책에서는 거짓말을 남이 나에게 진실을 말할 것이라는 기대에 있으나, 타인에 대하여 내가 믿고 있는 진실과 다른 거짓을 진실로 믿게 하기 위하여 고의로 진실이 아닌 이야기를 말하는 것을 말한다. 이 점은 일단 청자에게 다른 선택지로 갈 수 있는 기회를 의도적으로 박탈하게 된다는 점에서 잘못이다. 그것이 비록 청자에게 경제적, 사회적 평판등의 피해를 실질적으로 주지 않아도 마찬가지이다.
이 책에서도 수차례 언급하지만, 우리는 대개 진실하다. 굳이 처음 만난 사람에게 거짓을 내뱉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며, 거짓말을 상당한 심리적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제일 인상깊게 본 것은 거짓말의 반대가 진실이 아니라 진실성이라는 것이다. 진실을 우리와 우리가 진실로 믿게 된 증거를 초월해 있다. 비록 현시점에서 진실이라고 판단할 만한 증거가 있어 그렇게 믿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는 아닐 수도 있다.
진실성에서 요구되는 것은 정확성과 진정성이라는 덕목이다. 정확성은 내가 알고 있는 진실의 진위를 가려내려는 노력이며, 진정성은 그 진실을 전달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내가 말할 당시에는 진실로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 이후로 아님을 알게 되었고, 그러한 사실을 전달하지 않는다면 그것 또한 거짓말을 한 셈이 된다. 또한 우리가 거짓말을 하지 않으려면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 글을 쓰는 내용에 진위를 파악해야 하는 의무도 있다. 사회 공동체를 접착력있게 이어주는 것은 바로 구성원 서로간의 신뢰에 기반한다.
거짓말은 그러한 신뢰를 무너지게 하는 행위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진실성을 다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거짓말과 유사한 것으로 트루시니스, 개소리를 이야기 하는데, 트루시니스는 자신이 믿고 싶은 진실을 진실로 믿는 것을 말한다. 주변에서도 쉽게 보이는 현상이다. 그리고 개소리는 어떠한 사안에 대한 진위에는 크게 관심 없고 그 진술을 통하여 어떠한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자들이 지껄이는 소리다. 저자는 그 자의 마음 속에 들어가 볼수 없으므로 정확하게 알 수 없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는 개소리쟁이이다.
거짓말 하면 또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하얀 거짓말. 그냥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려고 하는 것이다. 거짓말을 거짓이므로 하지 말아야 한다는 완고한 입장이 있는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짐멜을 인용하며 저자가 이야기 하는 것처럼 우리에게는 사회적 관계를 온전히 하기 위해 일정한 은폐와 비밀주의는 필요하다. 그럼에도 그런 하얀 거짓말이 '하얀' 거짓말임에도 화자가 청자에게 신뢰를 일부 잃어버리게 것도 분명하다.
상당히 좋아했던 직장 동료가 있다. 뭐 굳이 그 선생이 나에게 자기가 생각하는 정확한 비판적 의견을 낼 필요는 없다. 그런 말을 했다가 내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모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할때마다 누구나 하얀 거짓말임을 알만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 선생에 대한 신뢰가 약간 없어지는 경험을 했다. 그리고 어떠한 사실을 굳이 말하지 않고 침묵하여 결과적으로 거짓말을 내게 한 부분이 있었는데, 그 때 이후로는 그냥 좋아하는 동료로 내심 조정이 되었다. 뭐 그렇지만 지금 생각하면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없는 건 아니다.
중요한건 좋은 의도로 했던 거짓말이라도 그것이 신뢰를 상실하는 경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여러모로 거짓말은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상당한 비용을 발생시키는 행위이며, 우리는 그런 이유로 상기와 같이 진실성을 다하려는 노력을 버려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