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이 세계라면 - 분투하고 경합하며 전복되는 우리 몸을 둘러싼 지식의 사회사
김승섭 지음 / 동아시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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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를 전작 <아픔이 길이 되려면>을 읽었다면 어떤 내용이 책에 담겼을지 충분히 짐작할 것 같다.  이 책에서는 주로 지식의 생산이 되는 것에 대하여 다룬다. 어떤 지식이 생산되고, 생산되지 않는지.  생산되더라도 여러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특정한 입장을 강조하는 지식이 생산되지는 않는지 고민하고 그 고민의 결을 우리게 보여주며 우리 역시 의심하고 고민하게 만든다. 


하나하나가 소중한 공부가 되는 이야기들이지만,  가장 인상깊고 뇌리에 박혀 버리는 이야기들은 1부 권력과, 3부 기록이다.  


우리가 병원에 가서 받는 처방의 효과 역시도 성차에 따라 다를 수도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책을 열면 바로 읽을 수 있는 연루를 적어 보면, 미국의 한 학술대회에 모인 일차진료를 담당하는 의사 720명에게 환자(인종, 성별, 나이가 다른 사람이 같은 옷을 입고 같은 몸짓과 말투로 연구진이 지시한대로 가슴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의 역할을 수행했다)들 중 한명을 무작위로 배정하여 그 환자를 어떻게 진단하고 치료할지를 요구하는 실험이 진행되었다.


그 결과로 남성환자의 경우 69.2%, 여성 환자의 경우 64.1%가 관상동맥질환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는데, 상기 적은바와 같이 이들은 모두 정확히 같은 문장으로 증상을 이야기하고 검사 수치가 모두 동일한 경우에 해당된느 것으로 의사들은 남성에 비해 여성이 관상동맥질환을 가질 가능성을 낮게 판단한 것이다. 


 뒤이어 인용하는 연구 결과에서는 그 성차에 비롯한 치료와 처방의 차이를 더욱 뚜렷하게 보여준다. 


  협심증은 관상동맥이 좁아져 생기는 질병으로 흉부 불편감이나 통증을 동반한 경우를 전형적 협심증이라 부른다. 그러나 여성환자는 같은 질병이나 증상이 다르게 나온다고 한다. 전조증상으로 비일상적 피로, 수면장애, 호흡곤란 등이 주 증상이었고, 남성환자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전조증상인 흉부 불편감을 호소한 사람은 29.7%였다고 한다. 이 결과 흉부 불편감을 전형적인 증상이라고 판단한 의사들은 여성환자의 심장병을 조기에 진단하지 못한 위험이 있을 수 있다.  몸에 대한 지식 생산에 있어서도 남성의 몸이 표준화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리고,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담배회사가 생산한 지식들, 그 지식을 생산하는 과학자를 포섭한 방식은 흥미롭다. 그들은 오래전 부터 담배의 유해성을 인지하였으나 그 사실을 숨겼고, 그 유해성이 공공연해진 상태에서는 담배회사가 후원하는 술집, 클럽 혹은 행사광고를 주로 하면서, 담배에 씌워진 부정적 이미지를 세련된 이미지로 포장하여 젊은이들에게 흡연을 권하여 새로운 소비자를 확보하려 했다. KT&G 역시도 비슷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는데 이렇게 담배회사가 젊은이들의 문화생활을 지원하며 그들의 삶 깊숙이 스며들어가는 일을 과연 '사회공헌활동'이라 할 수  있는가라는 저자의 질문은  읽은 이를 고민에 들게 한다. 


물론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리고 저자는 이러한 전략을 보고  한 시인의 시로 꼭지의 끝을 맺는데 그 시는 이렇다:

꽃은 누구에게나 아름답습니다.

호박꽃보다야 장미가 아름답고요

감꽃보다야 백목련이 훨씬 더 

아름답습니다. 우아하게 어우러진 꽃밭 앞에서 

누군들 살의를 떠올리겠읍니까.

그러므로 우리들의 적이 숨어 있다면

그곳은 아름다운 꽃밭 속일 것입니다.

                                                -고정희, <현대사 연구1> 중



3부 기록에서는 사회의 불평등과 차별이 몸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두 꼭지가 있는데 하나는 가난이 몸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다.  한 연구팀은 다양한 사회적 배경을 가진 영유아77명의 뇌를 시간 간격을 두고 자기공명사진을 이용하여 반복적으로 촬영을 하였고 세 단계로 나둔 소득수준에 따라 영유아의 뇌를 분석하였는데, 결과는 태어났을때 차이가 없었던 대뇌 회백질(뇌에서 정보처리와 의사 결정을 담당하는 학습능력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고 한다.)의 면적 차이가 사회경제적 지위의 차이에 따라 명확해졌다고 한다. 그리고 대뇌 회백질 외도 언어적, 의식적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 역시 축소 시킨다고 한다. (이 해마는 스트레스 호르몬의 영향을 지대하게 받으며, 이러한 스트레스 호르몬은 고용불안, 왕따, 성희롱과 같은 사회적 폭력에 노출된다.)


한국인의 기대수명 역시 소득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2015년 기준으로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2.45세로,  소득수준 하위 20%인 사람은 78.55세이지만, 상위 20%는 85.14세다.  소득에 따라 6년이상이 차이가 난다는 이야기다.  소득수준에 따라 진당과 치료를 적절한 시기에 받지 못하여 생기는 경우도 많지만, 가난이 겪으며 지내는 여러 사회적 환경에 따른 스트레스 등도 많은 원인이 되지 않았을까? 그런데 설마, 못사는 사람도 78세 이상 산다는데 뭐가 문제야?라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자, 내게 마지막 1년이 남아 있다면 아주 소중한 1년이 될 것이다.  그러한 소중한 시간이 소득의 차이에 따라 달라 질 수 있다면 부당 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여기서 소득의 불평등을 조정해야 할 필요를 강하게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지식들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지식들이다. 그런데 왜 쉽게 유통되지 못하는 것일까? 마지막 꼭지인 <우리에게 필요한 지식을 만드는 일>에 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지금 현재 학술정보가 유통되는 생태계는 우리 사회 자신의 지식을 생산하는 일에는 다소 무관심하다고 보인다. 그러는 상황에서  저자는 마지막 맺음으로 이렇게 말한다. 부조리한 사회로 상처받은 사람들의 고통을 과학의 언어로 세상에 내놓는 것은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속해보겠습니다.... 라고.


부디 이러한 지식들이 일반 대중들에게도 유통될 수 있도록 힘써주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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