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남북정삼회담이 있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제 한반도에 다시 한 번 전쟁이라는 참화를 겪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고 북한과 미국의 설왕설래에서 비롯한 안보불감증 가운데서도 두려운 감이 있었는데, 불과 몇 개월 만에 상황이 180도 달려진 것이 사실 믿기지 않는다. 그래서 비록 개인으로는 영향을 전혀 미칠 수 없는 영역이긴 하나, 이 공동체의 운명이 나의 운명과 직결됨을 생각하면 그냥 이런저런 자극적인 뉴스에 대하여 피동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아닌 최소한에 공부로 나의 견해를 가질 수 있다면 가지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침 급하게 이삼성 교수의 <한반도의 전쟁과 평화>가 나와 읽었다.
우선 저자는 선제타격과 참수작전에 대한 허구성을 지적한다. 일단 단순하게 생각해도 한반도인의 운명을 도외시한 주장이다. 북한의 지도자들의 핵에 대한 집착은 한국과 미국, 한미동맹의 재래식 무기에 대한 비대칭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핵무장을 완성했더라도 역시 핵전력에서 미국과 비교는 되지 않는다. 그래서 미국 본토에 대한 공격이나 상대국의 핵무기 시설에 대한 공격은 언감생심이며, 그 북한 핵의 용도는 선제공격을 받을 시에는 대량보복의 역할만 수행할 수 있다. 한미동맹의 이상한 움직임이 포착된다면 김정은이 가만히 있을까? 북한의 보복을 받은 곳은 서울일 것이다. 서울에는 950여만 명이 거주한다. 그리고, 이런 선제타격은 중국은 물론이고 미국의 중요한 파트너인 일본의 반대로도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선제타격의 가능성을 보았을 때도 포기했던 이유는 동맹국들의 안전을 보장 할 수 없어서였다. 물론 미국은 직접 참화를 겪을 수 있는 한반도인과 다르게 감수할만한 불이익일 수 있기에 실제 선제타격에 나설 수도 있다. 그렇다면 한국과 일본는 북한의 보복행위에 안전할 수 없을 것이며 그에 대한 경제 질서를 비롯하여 미일동맹으로 아시아-태평양의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계획에도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미국의 선제타격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과 스텔스 전폭기등의 첨단무기체계들이 군사적 합리성을 과시한 것처럼 보인 경우들은 공격 대상 국가들이 1990~91년의 이라크, 199년의 유고슬바이아, 2001년의 아프가니스탄, 2003년 이라크 그리고 2014년 2017년 4월의 시리아와 같이 군사적 보복능력에서의 미국과 상대가 되지 않는 이를테면 '좀비국가들'이었다. 북한은 전혀 다른 상대라는 사실이 미국의 현란한 무기체계를 앞세운 대북 선제타격 논의에서는 잘 떠오르지 않을 수 있다. 북한은 적어도 두 가지 점에서 전혀 다른 상대다. 첫째, 북한은 군사적 좀비가 아니라 엄청난 보복능력을 지닌 국가다. 둘째, 이라크,유고 아프가니스탄, 시리아와 달리 북한은 보복공격하기 용이한 치명적인 인질이 가깝고 거대하게 존재한다. 그 공격하기 좋은 앉아 있는 오리는 물론 대한민국 수도권이다."(p.114)
결국 선제타격론은 그들의 판타지라는 것이다. 삼척동자도 안다. 쉽게 팰 수 있으면 팼겠지 지금까지 가만히 있었던 이유가 무언데? 그리고 참수작전이란 것도 웃긴 것이 정말 할 거면 왜 떠벌리고 다니냐는 것이다.
"사마천은 사기열전에서 한비자를 논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대체로 모든 일은 은밀히 진행하면 이루어지고 말이 새어나가면 실패한다' 한국정부가 참수작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이유는 상대방에게 겁을 주어 미사일을 쏘지 않게 하자는 뜻이 있을 테고 또 실제 그런 뜻으로 한 일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그러나 생각해보라. 남한에서 떠드는 참수작전으로 김정은 등 지도부의 동선에 보안을 강화한다면 서살 참수작전이 진행된다 해도 성공하기는 더 어려워 질 것이다. 그런 가운데 참수작전 운운으로 더 악화되는 건 적대감일 것이며,. 그 결과 북한 핵미사일 팽창을 더 재촉한 따름이다."(p.122)
그리고, 참수작전이 성공한다 하더라도 그 결과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불안정한 태세 가운데 정상적인 판단을 못하고 핵 버튼을 누르는 순간이 될지. 그리고 저자가 재인용한 것을 보면 : "이런 참수작전 독트린은 북한 지도부로 하여금 유사시 보복공격을 위한 지휘통제 구조의 분산과 복수화를 촉진할 것이다. 즉 핵무기 발사 권한이 최고지도자 이하 여러 군 장성에게 사전에게 위임되는 것이다"(p.129)
우리들의 생존이 걸려있는 일에 전쟁을 쉽게 입에 담는다는 것이 정말 가능한가 하는 의문이 든다. 아마 저자가 말한 것처럼 우리의 동맹국인 미국의 스마트 무기로 완벽하게 북한에게 타격을 가하고 우리는 보호를 받아 안전할 것이라는 판타지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냥 판타지일 뿐이다. 핵무장 북한에게 쉽게 시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그리고 미사일방어란 것도 생각보다 한심하다. 미국의 레이건행정부때 본격적으로 이야기 되었다고 하는데 그때 당시에도 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한 의심이 제기되었다고 한다.
일단 MD체계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없어 다른 책을 살펴보며 더 알아보려고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얻은 바에 의하면 미사일방어란 개념은 말 그대로 적국으로 부터 날아온 미사일을 미사일로 요격한다는 것인데, 어려운 점은 여러 개의 핵탄두가 떨어지는데 얼마나 요격이 될 수 있을 것이며, 최근에는 MD가 미사일로 인식 못하게 하는 것들도 있다고 한다. 순간적으로 냉각해서 날아오는 미사일로 인식을 못하게 한다는 것 같다. 결국 적국 무기의 고도화를 낳을 뿐 크게 실효성은 있어 보이지 않는다. 뭐 그에 따른 MD 자체의 고도화도 얼마나 이루어졌는지 모르나 MD가 절대반지는 아니란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적국에 대한 공격에 대한 100% 방어가 가능한 게 아니란 점이다.
이어 저자는 북한이 선제타격으로 무너지거나 스스로 붕괴되는 사태가 오면 어떻게 될 것인지 살펴보았는데, 일부 인사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북한의 붕괴=대한민국 주도의 북한에 대한 흡수통일이란 것이 얼마나 순진한 생각인지를 잘 보여준다.
우선 북한 붕괴시 개입할만한 국가를 생각해보자. 답은 뻔히 나온다 한국, 미국, 중국이다. 일본도 한 몫 챙기려 올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본서에서 별도로 다루지 않아 모르겠다.
중국은 이전에 북한에 대한 제재 협조에도 불구하고 미온적이었다. 왜 그럴까? 뉴스나 시사프로그램의 여러 패널들이 되풀이 한 것처럼 일종의 한미동맹에 대한 완충지 역할을 했다. 그런데 북한 붕괴시 순진하게 한미동맹이 한반도의 북쪽지역으로 핵무기를 포함하여 접수를 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까? 아니다. 그리고 북한 붕괴 시 가장 발 빠르게 개입할 수 있는 것도 중국이다. 북한에 대한 내밀한 정보를 중국이 더 잘 알고 있다고 가정하였을 때 붕괴조짐을 북한이 보일시 준비하고 있다 실제로 붕괴사태에 직면할 시에는 바로 진입하여 접수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그렇다고 하여도 한반도 북쪽의 완전 접수는 어려운 것이 미국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 서로 전면전을 원하지 않을 것이고 이에 따라 저자는 한반도 재분단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본다. 거기다 북한 지역의 접수를 위해서는(핵무기 시설을 포함하여) 기존의 북한의 지도부들의 협조가 필요할 텐데 그런 사람들이 친중적이지 친한이나 친미적일 것 같지 않다는 점에서도 북한의 붕괴에 대해 낙관해서는 안 된다. 미국과 중국이 어릴 때 하나하나 밥 떠먹여주는 부모님도 아니고 철저하게 국익을 계산하여 움직이는 나라임을 잊으면 안 된다.
이런 안이한 인식이 바탕이 되어서 지난 10년을 허무하게 보낸 것이다....
그 외에 북한의 핵개발을 둘러싼 역사(제네바 합의등) 살펴보고, 핵을 둘러싼 핵보유국이 신생 핵보유국 혹은 개발하고자 했던 국가에 보였던 행동들의 지정학학적 함의를 살펴보고 있다. 명분으로는 자유와 인권 운운하지만 결국 엄혹한 정치 현실이 이면에 존재함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이런 엄혹한 국제환경 속에서 비로소 호기를 맞이한 지금을 놓치지 않고 본서의 저자가 바라는 바와 같이 한반도 평화협정 나아가 동아시아의 평화지대화까지 이룰 수 있는 초석을 대한민국의 지도자가 닦아주기를 바란다.
최소한 나는 전쟁이 아닌 평화를 원한다. 물론 거짓평화는 싫다. 누구나 그렇다. 하지만 전쟁은 더 싫다! 전쟁은 어느 누구도 감당할 수 없는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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