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문학과지성 시인선 490
허수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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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4년 진주에서 태어나 진주에 있는 경상대학 국문과를 졸업한 진주토박이 허수경은 1987년에 『실천문학』에 시를 발표해 등단했다고 하니, 출발은 전형적인 86세대의 참여시였을 듯하다. 『실천문학』은 지금도 그렇지만 당대엔 무크지 활동을 끝내고 이제 2년 차든가 3년 차였을 땐데 87년, 투쟁의 시절에 적극적 참여시가 아니라면 지면을 할애해주지 않았을 터이니까. 이랬던 허수경이 데뷔 30년 차인 2016년에 모더니즘 시의 인싸인 문학과 지성사에서 찍은 것들 가운데 세 번째 시집인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를 냈으니 세월의 힘이 대단하긴 하다. 뭐 그동안 볼셰비키 소비에트가 역사의 조종弔鐘 속에서 이미 땅속에 묻혔으며, 우리나라도 전반적인 민주화는 이루어졌다고 해도 큰 탈이 아니어서 참여시의 효용이 전 같지 않을 수도 있고, 무엇보다 시인의 노선 변경은 전적으로 시인의 자유라는 점에서 이이의 변모는 자연스러운 일이라 해도 무방하리라.
  1987년이라면 내게는 새까만 봉급쟁이로 날마다 야근에 주말 출근, 일요일은 선택, 그나마 시간이 나면 부서 회식이란 명목으로 새벽까지 술 마시고 술집에서 곧바로 출근하는 게 일상이었으니 신문 한 장 못 읽는 처지에 시집 나부랭이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시절이었다. 그러니 허수경이란 유행가 가수는 알아도 시인을 내가 어찌 알았을까. 세월만 갔고, 보냈고, 이제 시 좀 읽어볼까, 하니 또 아는 시인이 없어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요즘, 허 시인의 시가 좋다는 얘기를 인터넷의 바다 여기저기서 읽어 드디어 시집을 한 권 구비한 것이 바로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이 시집이 세상에 나온 것이 2016년 9월 말. 시인은 2018년 초에 자신이 말기 위암 투병 중임을 세상에 알렸고 10월에 55세의 짧은 생을 마친다. 그래서인지 나는 시집을 읽는 내내 시를 쓰는 당시에 자신이 암에 걸린 사실을 인식했을 수도 있다고 짐작을 할 만큼 병과 죽음과 투병의 장면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시집을 다 읽고 검색을 해보니 시인의 아버지가 5년 동안 암 투병을 했으며 20대의 시인도 아버지의 병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 90년대 초, 아버지가 숨을 거둬 스프링의 압력이 빠지자 갑작스레 허탈에 빠진 시인은 어느 날 과감히 현타를 극복하고 1992년에 독일 유학을 감행, 고대 근동 고고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따기까지 10여 년 동안 고국의 땅을 밟지 못했다고 한다.
  이 내력을 알고 시집을 다시 읽어보니 처음에 낯설던 것이 이해가 가는 시편들이 있었다. 그것참, 근동 고고학이라니. 하긴 뉴욕 911 이전이라 그런 선택을 하는 것도 가능하긴 했을 터겠다. (근동 고고학: 세기 전 40세기 수메르 문명부터 고대 이집트, 고대 이란, 메소포타미아, 레반트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고고학) 공부를 10년 동안 하면서 박사학위 지도교수와 연애를 해 결혼까지 이르렀으니 허수경의 시집에서 달큰한 사랑의 냄새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사랑을 했으되 불임의 여성에 관한 시들도 제법 읽을 수 있었다.

 

  시집에 가장 먼저 실린 시를 읽어보자. 서문 격인 ‘시인의 말’에는 특별한 언급이 없어서 이 시가 시집을 펴내는 서문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겠다.

 


  농담 한 송이

 


  한 사람의 가장 서러운 곳으로 가서
  농담 한 송이 따서 가져오고 싶다
  그 아린 한 송이처럼 비리다가
  끝끝내 서럽고 싶다
  나비처럼 날아가다가 사라져도 좋을 만큼
  살고 싶다  (전문)

 


  깊게 생각할 필요까지는 없을 듯. 시인이 시를 쓰는, 그리고 시집을 내는 마음 또는 가짐이라고 읽었는데, 이런 감상은 단 하나, 이 시가 시집의 맨 앞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그것만 아니라면 첫 행의 ‘한 사람’을 애인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고 사실 그래야 더 재미있는 사랑의 시가 되리라. 하긴 나는 정철의 관동별곡도 사랑 시로 읽는 종자니까 할 말은 없지만. 하여튼 내 독법도 이해할 수준이라면 독자들에게 시집의 시들이 적어도 자신의 가장 서러운 곳에서 가지고 온 꽃, 즉 진심임을 알아달라는 요구일 수도 있다.
  앞에서 시집에 가끔 죽음에 관한 노래가 들어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허수경이 죽음을 대하는 시각이 조금 독특하다. 죽음의 바로 앞에 서 있는 탄생이란 대위법을 시도했다. 예컨대 이렇게.

 


  병풍 속에는 눈 분분한데 매화가 깨어났네
  옹이 많은 가지를 잡고 꽃들은 다시 잠이 들었네
  꽃 사이를 산보하던 검은 새들은 눈을 안고 자는 꽃잎 속으로 들어갔네

 

  병풍 뒤에는
  아직 눈을 감지 못한 한 사람 누워 있었네
  가지 못했던 길 같은 손을 가슴 위에 모으고 (<병풍> 1, 2연. 하략)

 


  장례를 집에서 치루던 시절, 안성기 주연의 영화 <축제>를 보셔도 될 듯, 당시엔 방부처리도 하지 않고 염만 잡순 시신을 관에 담아, 바람이 잘 통하는 마루나 큰 방에 안치하고 문상객들에게 관을 그대로 보여줄 수 없어서 관과 문상객 사이에 병풍을 쳐 놓았었다. 1연에 나오는 눈 분분한 매화와 검은 새가 바로 병풍 속의 그림이다. 비록 병풍 속은 눈 분분한 양력 1월 말 정도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병풍 뒤에 누운 고인이 맞은 계절은 한여름일 수도 있어서, 냉동장치가 없는 관을 칠성판 위에 올리고 장지로 모실 때, 이미 부패한 육신에서 시즙屍汁이 관을 맨 장정들의 어깨로 뚝뚝 떨어지기도 하고 그랬다.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지만 그렇게들 살았다. 너무 끔찍해 하지 마시라. 시 속에선 병풍 뒤에도 겨울이니까.
  허수경 시인을 좋아하는 독자가 많은 건 혹시 이이의 시들이 요새 시들에 비해 수월하게 읽히고, 내용도 심각하게 우울하고 죽음 친화적인 대신 은은한 사랑 이야기가 많이 보이기 때문은 아닐까 싶기도 했다. 나도 사실 이런 독자의 일원임을 고백하거니와, 그런 의미에서 시집에서 제일 잘 읽은 시 한 편으로 소개한다.

 


  호두

 


  숲속에 떨어진 호두
  한 알 주워서 반쪽으로 갈랐다
  구글맵조차 상상 못한 길이 그 안에 있었다

 

  아, 이 길은 이름도 마음도 없었다
  다만 두 심방, 두 귀
  반쪽으로 잘린 뇌의 신경선,
  다만 그뿐이었다

 

  지도에 있는 지명이
  욕망의 표현이
  가고 싶다거나 안고 싶다거나 울고 싶다거나, 하는
  꿈의 욕망이
  영혼을 욕망하는 속삭임이
  안쓰러워

 

  내가 그대 영혼 쪽으로 가는 기차를 그토록 타고 싶어 했던 것만은 울적하다오

 

  욕망하면 가질 수 있는 욕망을 익히는 가을은 이 세계에 존재한 적이 없었을 게요 그런데도 그 기차만 생각하면 설레다가 아득해져서 울적했다오 미안하오

 

  호두 속에 난 길을 깨뭅니다 오랫동안 입안에는 기름의 가을빛이 머뭅니다

 

  내 혀는 가을의 살빛을 모두어 들이면서 말하네, 꼭 그대를 만나려고 호두 속을 들여다본 건 아니었다고  (전문)

 


  호두를 먹으면 머리가 좋아진다고 한다. J.G. 프레이저의 <황금가지>에서 소개한 동종 주술의 하나로 호두의 열매가 마치 뇌처럼 생겨서 그걸 섭취하면 사람의 몸에 유사한 형태를 한 유일한 기관인 뇌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 그러나 시인은 호두의 속살을 보고 뇌보다는 두 개의 심방을 발견한다. 하나의 심장에 두 개의 심방이 있으니 호두 속살은 이건 그대의 하나뿐인 심장. 아울러 구불구불한 곡선들은 그대를 향해 가는 신경선이기도 하고 길이기도 하다. 시인은 그 신경선 또는 길만 생각하면 설레다가 아득해져 울적했단다.
  이런 시들을 모국어와 너무도 멀리 떨어진 유럽의 한 가운데서 만들어냈다니, 그리고 죽었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그저 명복을 빌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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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6-08 09:5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허수경 시인이 근동 고고학을 전공했는지는 몰랐네요. 참 재미난(?) 전공을 했군요. 폴스타프 님 덕분에 오랜만에 허수경 시인의 시를 읽고 갑니다.

근데 이 포스팅에서 절 가장 놀라게 한 구절은 ‘1987년 새까만 봉급쟁이 폴스타프....‘ 스무살 잠자냥은 그때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서재에서 이렇게 친애하는 친구놀이도 하고 ㅋㅋㅋㅋ 세상 참 좋아요. ㅋㅋㅋㅋ 우리 앞으로도 친하게 지내자 폴~ㅋㅋㅋㅋ

Falstaff 2021-06-08 10:09   좋아요 5 | URL
근동 고고학을 전공하게 된 유일한 이유가요, 학문의 제목이 근사해 보였다는 겁니다. 아빠 죽고 뭔가 새로운 걸 해봐야겠다, 마음 먹은 다음에 유학... 사실은 이 땅을 뜨는 거였는데 제일 명목이 좋은 게 유학이니까 아무 생각없이 독일에 가서 1년 어학연수 받고 왼쪽 손바닥에 침 탁, 뱉아 오른손 둘째와 세째 손가락으로 빡 내리쳤더니 그쪽으로 튀더랍니다.

ㅋㅋㅋㅋ 이너넷 좋은 게 바로 그런 점 아닙니까. 안면 탁 몰수하고 친하게 지내는 거요. ㅋㅋㅋㅋ
 
블라드
카를로스 푸엔테스 지음, 김현철 옮김 / 민음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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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멕시코의 외교관 라파엘 푸엔테스의 아들 카를로스는 파나마의 수도 파나마시티에서 출생한 멕시코 작가다. 이 양반이 재미있는 작품을 많이 썼다. <아우라>, <의지와 운명>은 민음사 세계문학 시리즈로 나왔고, 원제목이 <다이애나>이지만 우리나라엔 <미국은 섹스를 한다>라는 꼴불견의 제목으로 출간한 것과, 옴니버스 소설집 《모든 행복한 가족들》, 그리고 단편소설 단행본 <블라드>는 절판 상태. 이 다섯 권이 내가 읽은 카를로스 푸엔테스 전부이며, 모두 재미있다.
  이 책, <블라드>. 한여름 밤에 읽기 딱 좋은 책. 1인칭 화자는 이브 나바로. 40대 초반으로 법무법인의 변호사 가운데 최고 선임자로 근무하고 있다. 법인의 대표 엘로이 수리나가는 올해 나이가 무려 여든아홉 살로, 긴 세월 동안 멕시코 정치인들의 비위를 맞추며 자기 분야에서 승승장구한 강직하고 권위적인 인물이다. 60년 동안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교묘하게 위기를 빠져나가 자리를 지키기 위하여 공직자들과는 어떠한 적대관계도 만들지 않을 만큼 효율적인 전문가의 태도를 견지해왔는데, 최근 일 년 동안은 자기 집에서 나오지 않고 오직 전화로 지시하고 가끔 변호사를 집으로 불러 업무에 관한 논의를 해왔음에도 회사엔 그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을 때보다 더 큰 존재감을 불러올 정도의 장악력까지 있는 멕시코 최고 법무법인의 대표변호사이다.
  그런 돈 엘로이가 화자인 나바로를 집으로 불러 조금은 사적인 업무를 지시하는 것으로 작품은 시작한다.
  자기와 나이가 같으며 소르본에서 함께 법을 공부한 오랜 친구가 전쟁과 혁명의 와중에 파시스트들과 공산주의자들에게 헝가리와 루마니아 국경 지역의 거대한 땅을 빼앗긴 몰락한 귀족인데 이 친구가 멕시코시티에 정착하기로 마음을 먹었으니 한적한 곳에 보금자리를 구해달라는 것이었다. 그간 하도 당한 일들이 많아 주변 공간이 넓고 침입자들을 방어하기 쉬운 지형이면 좋겠다고 한다. 이것 말고도 이해하기 쉽지 않은 요구사항이 몇 개 있다. 집 뒤쪽에 절벽이 있어야 하고, 집과 절벽 사이에 터널을 뚫어달라는 것. 그리고 이사하기 전에 반드시 창문을 모두 폐쇄해달라 하는 것으로 보아 빛에 민감한 알레르기 증상이 있는 것으로 여길 수밖에.
  돈 엘로이가 나바로에게 일을 부탁하는 건 나바로의 아내 아순시온이 부동산 중개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어서이기도 하단다. 나바로와 아순시온 사이에는 모든 운동에 특별한 재능을 보이던 활기찬 아들이 열두 살에 바다에 빠져 죽은 일로 금이 갈 뻔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열 살이 된 딸 마그달레나와 행복한 가정을 이루어 살고 있다. 아순시온은 완벽하게 아름다운 몸매를 갖고 있고(푸엔테스의 여자들은 거의 예쁜 얼굴과 완벽한 몸매를 갖고 있긴 하지만), 자식이 죽고 난 다음 자주 발생하는 극심한 부부갈등을 해소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각별한 속궁합을 들 수 있었다. 아순시온은 어둠이 깔리기만 하면 침대 위의 불도마뱀으로 변신한다고 한다. 그것참. 침대 위의 불도마뱀? 또 있다. 타오르는 얼음 덩어리. 크, 좋을 거 같지? 불도마뱀도 타오르는 얼음덩어리도 하루 이틀이지, 하고한 날 침대 위에 불도마뱀이 몸부림치고, 얼음덩어리가 불타오르면 그걸 어떻게 견디는지, 나바로가 불쌍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뭐 그렇긴 하다.
  고산지대에 자리 잡은 멕시코시티에 절벽 아래의 저택을 고를 수 있어서 드디어 계약을 하고 절벽까지 터널을 뚫는 공사도 마치고, 창문도 다 막은 다음, 돈 엘로이의 소르본 동창 블라디미르(약칭 블라드) 라두 백작이 첼리니가 조각한 페르세우스의 얼굴을 한 곱사등이 하인 보르고와 열 살짜리 딸 미네아와 함께 입주를 했다. 권리 소유 등기서류에 서명을 받기 위해 나바로가 저택을 방문해 라두 백작과 저녁 식사를 한다. 메뉴는 동물의 내장. 콩팥과 간, 허파, 염통, 소장, 대장을 갖은 향신료를 첨가해 야채와 함께 요리한 것. 창문처럼 투명하고 기다란 유리 같은 손톱과 짙은 검정색 선글라스를 낀 백작은 변호사의 아내 아순시온이 집을 얻어준 것에 고마움을 표시하더니, 이렇게 말한다.

 

  “아순시온에게 전해주시오. 그녀의 향수 냄새가 아직 이곳에 남아 있다고. 이 집의 공기중에 떠돌고 있다고.”

 

  백작은 적갈색 가발을 하고, 감정표현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가짜 콧수염을 달았으며 성형수술을 여러 번 받은 듯한 얼굴과 상처가 많아 작아진 귀를 가지고 있다. 귀족보다는 집시나 배우, 예술가에 가까운 옷차림을 한 백작과 즐겁지 않은 식사와 유쾌하지 않은 대화는 나바로에게 선뜻한 느낌이 들게 만든다. 기분이 좋지 않았던 나바로는 얼른 식사를 끝내고 서류에 서명을 받자마자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여느 때보다 훨씬 뜨거운 밤. 아순시온은 전보다 훨씬 더 뜨거운 침대 위의 불도마뱀으로 변신해버린다. 이윽고 도래한 진한 현타. 나바로는 침대 밑으로 손을 뻗어 밤에 신는 실내화를 찾아보았지만 소용없었다. 침대 밑으로 손을 뻗었다가 깜작 놀라 곧장 거두었다. 침대 밑에 놓인 다른 손을 건드렸던 것이다. 길고 매끄럽고 유리 같은 손톱이 달린 차가운 손. 그 차가운 손이 발목을 힘껏 잡아채 유리 손톱을 발바닥에 쑤셔박으며 걸걸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것을 느꼈다.

 

  “자거라. 자거라. 아직 이른 시간이다. 서두를 것 없다. 자거라, 자거라.”

 

  그리고 나바로는 누군가가 방을 떠나는 기척을 느꼈다.

 

  올 여름, 얼마나 더울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 책으로 하루는 서늘하게 보낼 수 있을 터. 다만 절판이라 헌책방을 뒤져야 한다는 것이 아쉬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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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06-07 09: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수요일에 32도 예보가 있습니다.

Falstaff 2021-06-07 09:52   좋아요 2 | URL
ㅎㅎㅎ 읽다가 섬찟 하더군요. 오소소....

유부만두 2021-06-07 10:09   좋아요 1 | URL
납량특집의 계절이 ‘아니, 벌써!’ 왔습니다.

새파랑 2021-06-07 11: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리뷰 읽고난 후 ‘절판‘ 이라는 단어를 보고 희비가 교차하는군요 ㅎㅎ

Falstaff 2021-06-07 11:16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이 양반 책이 다 좋은데 품절, 절판이 좀 많아서 탈이더라고요.

새파랑 2021-06-07 12:25   좋아요 3 | URL
우주점에서 중고 발견하여 구매했습니다 ㅋ (무료배송을 위해 2만원어치 책 고르는게 일이네요. 동일 매장에서 책 찾기 힘들어요ㅡㅡ)

Falstaff 2021-06-07 12:28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맞아요. 우주점 한 곳에서 몇 권 고르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재미나게 읽으셔요!!

페넬로페 2021-06-07 11: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무서운거를 잘 못봐요~~
그 영상이 며칠씩 가더라고요^^
근데 이상하게 책으로 읽으면 숨을 죽이며 계속 보게 되더군요~~
납량특집, 좋습니다^^

Falstaff 2021-06-07 12:12   좋아요 2 | URL
저도 영상으로는 무서운 거, 잔인한 거, 과하게 폭력적인 거는 못 봅니다. 으....
이 책, 인용한 거 가운데 침대 밑에서 손 나오는 장면 있잖아요, 진짜 오소소... 합니다. ㅋㅋㅋㅋ 근데 절판이라는 거, 그래서 오소소한 장면도 인용했습니다만. ㅋㅋㅋ

mini74 2021-06-07 13: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무서운거 잔인한거 과하게 폭력적인거 잘 봅니다. 과하게 로맨틱한건 잘 못 봅니다 ㅎㅎ 절판이라니 도전정신을 일깨웁니다 ~

Falstaff 2021-06-07 13:57   좋아요 1 | URL
윽! 과하게 무섭지는 않습니다. 지가 무서워봐야 활자밖에 더 되겠습니까.
기대하시면 실망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ㅋㅋㅋ

coolcat329 2021-06-07 13: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저도 중고 알아봐야겠어요~~표지도 내용도 너무 맘에 드네요

Falstaff 2021-06-07 13:58   좋아요 1 | URL
흠...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하고 비슷한 강도입니다. ^^
 
아름다움의 선
앨런 홀링허스트 지음, 전승희 옮김 / 창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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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앨런 홀링허스트. 처음 읽는 작가. 역자 전승희의 발문에서 보면, 1954년 영국 글로스터셔의 스트라우드라는 소도시 중산층 가정에서 외아들로 태어난, 자신의 동성애 취향을 부모에게 알리지 않은 동성애자라고 한다. 은행 지점장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고전음악과 건축에 관한 조예가 있으며, 도싯의 사립 기숙학교에 이은 옥스퍼드 영문학과를 다니며 1975년에 학사, 79년에 석사 학위를 받았다고 하는데, <아름다움의 선>의 주인공 닉과 비교해볼 때 차이점은, 닉은 ① 아버지의 직업이 고가구와 시계를 주로 다루는 골동품상이고, ② 음악, 건축과 더불어 고가구, 미술품 등 예술작품에 조예가 있으며, ③ 작가와 달리 1983년에 학사를 마치고 UCL(University College London)에서 대학원 과정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홀링허스트는 시간적 공간을 1983년에서 이후 4년으로 잡았는데, 이는 마거릿 대처 수상의 두 번째 집권 시기와 일치한다. 그리하여 작가는 작품을 구상할 때부터 대처 시대의 영국을 회화적繪畵的으로 묘사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닉이 대학원에서 전공으로 선택한 것이 헨리 제임스의 문체. 독자는 닉의 전공을 일찌감치 알게 되는데, 처음에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일 듯하다. 내 경우엔, 1부에서 벌써 홀링허스트의 문장과 플롯을 읽는 대신, 헨리 제임스를 통해 익숙한, 즉 제임스를 변주한 문단들의 집합인 챕터들을 읽는 것 같은 기시감이 느낄 수 있었다. 주인공 닉은 사실 지방 소도시 출신의 별 볼 일 없는 청춘이다. 단지 사립 기숙학교와 옥스퍼드를 졸업했으며, 하원의원 아버지와 거대 은행을 소유한 케슬러 경의 상속자인 토바이어스, 애칭 토비 페든과 동기동창이란 이유 하나로 켄징턴파크 가든스라는 저택에 상징적인 집세만 내는, 쉽게 얘기해서 얹혀사는 인물. 그러면서 닉은 영국의 최상류 계층의 온갖 사교모임에 전부 참석하는 기회를 잡고 심지어 만인이 보는 앞에서 마거릿 대처 수상과 춤을 추는 영광을 누리기도 한다. 2부에서는 역시 옥스퍼드 동기동창인 앙뚜안, 애칭 ‘와니’의 부, 정확하게는 와니의 부모가 채소를 팔아 이룬 부에 힘입어 최고급 생활을 영유한다. 이거 어디서 봤다. 남들보다 조금 더 예쁜 외모 덕택에 이모네 집에 얹혀살면서 천성적으로 사교적인 성격을 겸비해 귀여움을 받다가 천문학적인 금액의 현금을 상속받는 <한 여인의 초상> 주인공 이사벨 아처.

  여기에 더해 며칠 전에 읽은 <대사들>의 문체까지. 헨리 제임스의 문체와 비슷하다는 건, 책을 읽기 위해 남다른 집중을 요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홀링허스트는 사람의 심리상태를 그대로 묘사하지 않는다. 특정인을 바라보는 눈빛, 목소리의 높낮이, 유럽식으로 부탁하는 말씨 등등. 게다가 1980년대를 관통하는 환상의 영미 파트너, 대처와 레이건 경제를 통과하며 점점 더 큰 부자가 되어가는 과정의 부르주아들을 세밀하게 그려낸 것도 저절로 헨리 제임스가 떠오르게 만드는 요인이다. 번역소설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할 정도였으니 원서로 제임스와 비교해가며 읽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1983년 여름에 켄징턴파크 가든스의 페든 씨 가족이 딸 케서린만 남고 모두 프랑스 별장으로 여름휴가를 지내러 떠나게 됐을 때, 마침 대학원 진학을 앞에 두고 런던에 숙소를 마련해야 하는 닉더러 페든 가의 장남이자 닉의 옥스퍼드 동창생인 토비가 차라리 우리 집에 와서 동생을 돌보며 여름 한 철을 보내라는 호의를 보여, 시내에 방을 얻기까지만 임시로 이 저택에 머물려다가 무려 4년이 넘어, 이때 역시 타의에 의해, 저택을 떠나야 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1부부터, 주인공 닉은 책에서는 한 번도 이렇게 표현하지 않았지만, 기회주의적이고, 소심하고, 소극적이고, 의타적이고, 자존감이 없고, 이런 사람들이 흔히 그렇듯, 비겁하다. 성격 급한 독자는 답답해 짜증을 낼 수도 있다.

  닉이 토비의 집에 들어간 스물한 살 때까지 동정이었다. 닉은 애초에 여자한테 관심이 없었고, 남자는 늘 그리웠지만, 그리움을 넘어 성적 충동이 말로 다 할 바가 아니어서 대학 시절 학교 대표 조정 선수이기도 했던 토비를 짝사랑하기도 했었는데, 이제 더는 참을 수 없어서 블라인드 데이트, 잡지에 난 동성의 애인 구함, 이란 광고를 보고 서른한 살 정도 되는 서인도제도 출신 작은 체구의 흑인 리오에게 편지로 자기소개를 보내, 무려 몇십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데이트를 하기에 이른다. 닉은 리오를 본 순간 반해버리고, 리오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아 이들은 만난 첫날 관계에 이르기로 합의한다. 그러나 문제가 있으니, 리오는 엄마, 여동생과 한 집에 살고, 닉 역시 범절을 어길 수 없는 명문 토리당 하원의원 페든 씨의 서생으로 머물고 있어 이들만의 공간이 없다는 것. 그리하여 이들은 페든 가 저택 켄징턴파크 가든스 주민들의 공동정원 안 으슥한 풀밭에서 드디어 닉의 딱지를 떼게 된다.

  뭐 가난한 연인들이 사랑은 하고 싶고, 돈은 없어 숙박업소에 갈 처지가 아니라면 한 번 정도는 그럴 수 있다고 친다. 오히려 눈물 나는 가난의 참경이라고 동정이 가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가 문제다. 닉은 소도시 출신이라 하더라도 사립 기숙학교에 옥스퍼드 출신의 중산층 자제. 페든 가로 들어온 것도 다른 곳에 방을 얻을 때까지 잠시만이라는 전제였음에도 리오와의 사랑은 야외나 공중화장실 같은 장소에서 이루어진다. 닉이 페든 집안의 안락한 생활과 상류사회, 미식취향, 금준미주를 물리칠 수 없었던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고 사랑을 쟁취할 수는 없다는 진리를 닉은 너무도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조금이나마 짐작한다.

  생각해보자. 닉의 고향을 선거구로 하는 집권 토리당의 하원의원 집안에다가 모계 쪽으로는 귀족의 핏줄에다 거대 은행의 소유주인데, 한갓 시골 중산층의 자제를 ‘동등한’ 사람으로 여기겠는가. 이들은 귀족, 부르주아, 집권층의 평균 모습대로 친절하고 온화하고 비교적 거의 ‘동등한’ 복지의 제공에도 불구하고, 격이 떨어지는 객식구 닉은 언제나 제공할 수 있는 가장 나쁜 방과 가구에 만족해야 하며, 은근한 부탁을 언제나 들어주어야 하고, 사소한 심부름 역시 무조건 승낙하지 않을 수 없는 일종의 준 하인, 그러나 주장하기를 항상 가족과 준하는 대우를 받아야 할 뿐이었다. 그래도 닉은 자존감 손상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리오와의 공중화장실 안에서의 섹스를 지속하는 게, 이게 말이나 되느냐고.

  닉의 이런 기생寄生 생활은 페든 가에 국한하지도 않는다. 2부로 넘어가면 옥스퍼드 동기생 가운데 가장 부자이며 가장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는 와니의 애인으로 지내는데, 대가로 와니로부터 1986년 화폐 가치로 5천 파운드의 돈을 받는다. 그러면서 <오지Ogee>라는 제목의 잡지를 창간한다는 핑계로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을 전전하며 환락과 마약과 술의 세상을 경험한다. 다분히 개인차이겠지만 당신이라면 그렇게 하겠는가. 난 죽어도 못한다.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닉과 다르기 때문이다. 다르다고 그를 비난하면 바람직하지 않겠으나, 나의 복지를 위해 애인과 공중화장실 안에서 섹스를 하고 싶은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다. 또다른 애인에게 심부름해주고, 성적인 봉사를 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고 싶지도 않다. 닉은 나와 다르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 찌질해 싫다. 부당한가?


  기본적으로 이 작품은 시골 향사의 런던 무협지다. 이런 측면에서 닉이 전공으로 연구하고 있는 헨리 제임스의 작품 속에 숱하게 나오는 유럽 속의 미국인들과 매우 유사하다. 닉은 훗날 자신의 생에 크게 보탬이 될 수도 있었던 상류사회와의 막강한 연줄을 맺는 데 성공 가까이 갈 수 있었고, 동창생 하나 잘 만나 그의 애인이 되다가 다른 곳도 아닌 세계에서 가장 비싼 땅값을 자랑하는 런던의 고층빌딩을 유증받아, 책에서 말한 그대로 평생 일하지 않고 놀고 먹을 수도 있었다가 만다. 21세기 작품답게 해피 엔드로 마감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비극도 아닐 수 있었던 것은 현대 매스미디어의 즉물성을 감안할 때 그렇다. 이 책은 분명하게 헨리 제임스의 저 먼 후손이지만 결코 복제가 아니다. 하이 소사이어티를 관찰한 젊은 지식인을 통해 본 현대 유럽이며, 제 삼의 젠더가 세상을 향해 토해내는 사랑의 노래이기도 하다.

  다시 강조할 것은, 헨리 제임스의 후손이란 건, 읽는 데 집중을 요구한다는 의미이고 진도 빼는 데 여간한 애를 써야 한다는 뜻이라는 점. 전철에서 읽기 위해서라면 광폭의 마스크나 차라리 두건 또는 복면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것도 참고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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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6-05 20: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이 작품 좀 진도가 안 나가긴 하죠. 저도 좀 애먹었어요. ‘시골 향사의 런던 무협지’라는 표현 재미납니다. 그런 것도 같군요. 제 생각에 아마도 ‘닉’ 캐릭터는 다분히 작가의 분신스러운 면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암튼 전 이 작가 신간 <수영장 도서관> 사놨습니다요.

Falstaff 2021-06-05 21:07   좋아요 3 | URL
어쨌든 21세기 작품으로는 특색있었습니다. 요즘 작가들은 거의 선택하지 않을 문법으로, 작법이라고 해야 맞겠지만 하여간 색다른 목소리로 글을 짓는게 호기심을 바짝 일으켰습지요. 아직도 이렇게 글을 써도 괜찮구나.... ㅋㅋㅋㅋ 무슨 평론가나 된 듯한 생각도 들더라곱쇼.
저도 <수영장 도서관> 샀습니다. 8월 늦게 읽을 거 같아요. 잠자냥 님 리뷰 기대하겠습니다!
 
끌림 세라 워터스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세라 워터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워터스의 빅토리아 삼부작. 많은 분들이 세라 워터스의 삼부작은 대개 <핑거 스미스>와 <벨벳 애무하기> 또는 <티핑 더 벨벳>을 먼저 읽고 <끌림> 마저 해치워, 말아? 망설이는 듯싶다. 당연히 나도 이 순서로 읽었다. 단 먼저 읽은 두 작품이 하도 재미있어서 망설이지 않고 선뜻 읽기 시작했을 뿐.
  그런데, <핑거 스미스>와 <티핑 더 벨벳>을 읽으신 분들이라면 한 일 년 있다가 읽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절판된 구판을 기준으로 얘기하면 딱 5백 쪽에 이르는 장편소설이다. 이 가운데 450 쪽까지는 말 그대로 귀신 씨 나락 까먹는 얘기로 꽉 채워져 있다. 우리나라 무당은 무꾸리라고 하고, 서양 무당은 주로 하는 일이 귀신을 불러내 산 사람의 건강이나 그리움 같은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거라서 좀 고급지게 영매라고 한다. 이들은 부르주아의 살롱에 작은 팀을 조직해서 조명을 어둑신하게 만들고 서로 돌려가며 손을 잡고 영매의 기운을 순환하면서 지금 영혼이 들어온 걸 느끼세요? 쇼를 한다. 보다 극적인 쇼를 하기 위해 가끔 대표 영매가 의식이 끝나면 까무러친 척을 하기도 하고, 팀 가운데 신분을 숨기고 스며든 바람잡이 영매는 적절하게 분위기를 고조시켜 바닥에 놓인 테이블이 진짜로 공중부양하게 만들기도 한다. 세라 워터스의 작품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대서양 건너 남반부, 라틴 아메리카의 글 좋은 소설가 이사벨 아옌데의 <영혼의 집>에서도 이런 장면이 등장한다.

 

  근데 무대가 잉글랜드, 세계 고딕 소설의 본영이랄 수 있는 런던에 인접한 첼시라면 조금 더 심각해진다. 워터스가 영국인이니까, <끌림>에서 대단한 신기(神氣: 접신을 할 수 있는 기운 또는 능력)를 지닌 영매이자 주인공 가운데 한 명인 셀리나 도스 양이 불러내는 영혼, 흔히 쓰는 말로 해서 ‘귀신’은 정확하게 사람의 형체를 갖고 있고 사람을 만질 수도, 사람이 만질 수도, 영매만 옆에 있으면 대화도 가능하며, 심지어 담배도 피우고, 꼬집기도 하고, 농담 따먹기도 하고, 영매한테 돈 만 더 주면 전신 마사지도 해줄 태세다.
  첫 장면부터 능력이 하도 출중해 대단한 부자 브링크 부인이 자신의 집에 도스 양을 기숙시키고, 미국에서 온 심약하지만 영매가 될 신기가 좀 있다고 생각하는 매들린 실베스터 양을 비롯해 특별 과외공부를 겸하는 어둠의 모임을 진행한다. 아니, 진행했다. 이 와중에 도스 양은 자신을 지배하는 영혼, 구레나룻이 시커먼 피터 퀵을 불러낸다. 지배하는 영혼? 그렇다. 있지 않은가. 장군신, 할매신, 칠성신, 동자신 뭐 이런 거. 이 피터 퀵이란 영혼이 영매 셀리나 도스 양을 지배하는 영혼인데 생명을 가지고 있을 때부터 그랬는지, 아니면 무거운 몸을 버린 연후에 그리 됐는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도스 양이 섬기기 시작할 때부터 좀 과격했다. 피터가 어둠의 모임에 등장하자마자 심약한 매들린이 비명을 지르면서 자빠진 채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고, 내버려두면 모임을 망칠 거 같아서 도스 양이 매들린의 입을 막았는데, 입술이 터졌는지 코피가 났는지 하여튼 피가 나기 시작했고, 경련을 하기 시작하자, 세상에나, 우리나라 귀신은 다리가 없어 하늘을 둥둥 떠다니는 반면, 서양귀신 피터는 매들린에게 후다닥 다가가서 귀싸대기를 오지게 후려쳤고, 매들린은 그대로 혼절해버렸다. 소음에 놀란 집주인 브링크 부인이 헐레벌떡 어둠의 모임을 하고 있는 방에 뛰어 들어오니 피터가 서 있었으며 (갑자기 귀신을 봤으니 기겁을 하지 않고 배겨?) 미국출신의 어마어마한 백만장자의 무남독녀 따님이 얼굴에 피칠갑을 한 채 뻣뻣하게 자빠져 있는 걸 보고는 그만 기가 넘어가 매들린 양 옆에서 합동으로 혼절해버렸다. 그리고는 평소에 앓던 심장에 문제가 생겨 그 길로 스스로 영혼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런던의 부르주아가 죽고, 미국에서 온 백만장자의 딸이 피투성이가 됐으니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할 일. 도스 양 입장에선 영혼인 피터 퀵의 존재를 주장할 수밖에 없는데, 이게 통할까 어딜. 사망사고가 난 때가 1873년 8월 3일. 소위 과학의 시대라고 불리는 19세기 중후반에 말씀이지. 그리하여 피터 퀵이란 유령은 당연히 체포되지 않고, 기소도 할 수 없었을 뿐이니, 이제 모든 일이 전적으로 영매 셀리나 도스 양의 범죄로 여겨질 수밖에. 범죄의 목적? 당연히 총애했던 무자식 상팔자의 브링크 부인이 죽으면 거액을 상속받을 수 있을 거라는 법정의 일방적인 판단 때문이다. 판결은 여성 형무소 5년 형. 이후 1년여가 지나고 셀리나 도스는 템스 강변에 너무도 굳건하게 서 있는 고풍스런 건물인 밀뱅크 감옥 독방에서 성星급, 그니깐 형무소에서도 장군감 중범죄의 자격으로 친절한 도스 씨 생활을 하고 있던 것.

 

  이제 또 다른 주인공이 등장한다. 마거릿 프라이어.
  얘한테는 애인이 있었다. 지금은 없다. 이름이 헬런인 엑스 애인은 마거릿을 버리고 대신 하나밖에 없는 마거릿의 남동생이자 재산신탁대리 변호사인 스티븐의 아내로 들어왔다. 그러니까 왕년의 애인이 현재의 올케. 이걸 아는 또는 나중에 아 알고 있었구나, 라고 눈치를 채는 사람이 무뚝뚝한 자기 엄마. 헬런이 학자인 아버지의 수업을 들었고, 여기서 마거릿과 친해져 연인이 되었다가 자연스레 집에 들락날락 하는 과정에 스티븐하고 또 눈이 맞았으니 이건 팔자다, 팔자. 거기다가 하나 더. 자신을 그리도 아꼈던 학자 아버지가 이탈리아로 연구방문을 떠나려 계획할 때, 마거릿과 헬런이 함께 가기로 결정해놓고, 막 출발하려 할 때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병사로 뜻을 이루지 못했으니, 마거릿이 당한 스트레스에 번호를 붙여보자면, ① 아버지의 죽음, ② 헬런이 자기 곁을 떠나 남동생과 결혼해 아들까지 하나 쑥 뽑아놓은 일, ③ 이탈리아 가기로 해놓고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철없는 여동생 프리실라가 이탈리아에 신혼여행 가겠다고 노처녀인 마거릿에게 조잘대는 것 등등이다. 이미 ②에 이어 ①의 단계를 지났을 때 마거릿은 이딴 세상 살아서 뭐하냐 싶어 천국에 이르는 약물인 모르핀을 벌컥벌컥 들이켜 천국의 아름다움을 만나기 일보직전에 지옥을 경험하는 것 같은 위세척을 한 바 있는 신경증 환자로, 이의 치료를 위해 아버지의 오랜 친구이자 밀뱅크 감옥의 주요 간부로 있는 실리토 씨의 권유로 여자 감옥을 방문해 수감자들의 교화를 위해 면담을 하는 자원봉사 활동을 하기로 한다.
  그러니 마거릿의 봉사 도중에 자연스럽게 영매 셀리나 도스 양을 만날 수밖에.
  독자는 처음부터 박사학위까지 가지고 있는 세라 워터스가 19세기 심령학에 한 표를 던지지 않을 것임을 분명하게 알고 있지만, 사실은 애초에 심령학은 구라일 거라고 단정할 만큼 까진 독자들이라도, 셀리나와 마거릿이 무려 450 쪽에 달하도록 계속 그런 방향으로 이야기를 엮어나가니 두 가지 생각이 들 수밖에.
  하나는, 이러다가 정말 귀신 씨나락 까먹는 얘기가 되는 거 아냐?
  또 하나는, 결국 심령학이니 영매니, 영혼의 등장이니 다 구라일 텐데, 그렇다면 이거 전개 과정이 너무 지루한 거 아냐?

 

  이리하여 나는 이 책을 읽어보실 분께서 만일 <핑거 스미스>와 <티핑 더 벨벳> 또는 <벨벳 애무하기>를 읽으셨다면 한 일 년 정도 묵혔다가 첫 장을 열어보시기 권한다. 만일 나처럼 두 작품을 읽고 곧바로 덤비면, 바로 위에 이야기한 두 가지 가운데 한 가지 생각은 확실하게 들 것이며, 그렇다면 그게 어떤 생각이라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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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6-03 1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하 명심하겠습니다. ^^

Falstaff 2021-06-03 11:16   좋아요 1 | URL
걍 건너 뛰셔도 좋습니다. ㅋㅋㅋㅋ

잠자냥 2021-06-03 1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목은 끌림이지만 별로 안 끌려요. ㅋㅋ

Falstaff 2021-06-03 11:17   좋아요 2 | URL
옙. 이거 헌책 사서 망정이지 새책 샀으면 뎡말 후회할 뻔했습니다.
헌책이라도 만원이니 속은 좀 쓰리고요, 안 읽으셔도 전혀 관계 없어요! 에휴....

새파랑 2021-06-03 11: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3개주셔서 일단 보관 안하는걸로 ㅎㅎ 감사합니다~!!

Falstaff 2021-06-03 11:40   좋아요 1 | URL
ㅋㅋㅋ 잘 하셨습니다!

coolcat329 2021-06-03 13: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헌 책인데 만 원주셨다구요? ㅠㅠ
속이 좀 쓰리셔도 빅토리아 삼부작 완독이시니 위안삼으시길요~
이렇게 가끔 걸러지는 책이 나오면 묘하게 기분이 좋아집니다.

Falstaff 2021-06-03 14:02   좋아요 3 | URL
흑흑.... 좋으시겠습니다. 흑흑흑....
예. 2월 12일에 알라딘 서울대역 점에 상품상태 ˝상˝을 주문해서 만원 주고 샀습니다. 이거 잠자냥 님 표현대로 진짜 번트 치고 아웃된 기분입니다. ㅋㅋㅋㅋ

coolcat329 2021-06-03 14:04   좋아요 2 | URL
아...만 원! 중고치곤 진짜 넘 바가지네요 ㅠㅠ 신간 최상도 만. 원 조금 넘는데요...
근데 내용도 귀신 씨나락 까먹는...

잠자냥 2021-06-04 11: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폴스타프 님 이번 주말은 고메중화짬뽕(7봉지 사셨다면서요!)에 소주 마시면서 <티핑 더 벨벳>보시는 겁니까? ㅋㅋㅋㅋ 극락이 따로 없군요.

Falstaff 2021-06-04 11:36   좋아요 1 | URL
짬뽕에 쐬주는 맞는데요, 벨벳은 아이가 와야 다운을....
ㅎㅎㅎ 유선 pay tv에서도 없고, 네이버에서 다운로드도 안 되고 다른 통로를 거쳐야할 거 같아요. 알라딘은 dvd도 품절. ㅜㅜ
 
자두나무 정류장 창비시선 338
박성우 지음 / 창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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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우가 2002년에 낸 《거미》를 올 1월에야 읽고 그의 이름을 기억했다가 고른 시집. 요즘 계속 암호와 파편과 괴멸의 골짜기를 이루는 우리 현대시를 읽다가 박성우 차례가 오니 참 개운하다. 시를 읽는 즉시 시인이 하는 이야기를 즉각 이해할 수 있고, 그의 마음에 공감하거나, 나는 생각이 좀 다르다고 이견을 제시할 수 있는 시. 아니면 언어를 통해 그린 화폭이 큰 수채 풍경화 같은 작품들이 몇 달째 연이어 단어의 기호화와 전위의 기치를 올린 시를 읽느라 쌓인 피로를 말끔하게 씻어준다. 확실하다, 그동안의 피곤은 기호와 전위 때문이었다.
  평론가 하상일이 책 뒤편에 쓴 해설 “‘별 말 없이’도 따뜻하고 아름다운”에서 첫 마디가 나를 더욱 즐겁게 해주었다.

 

  “요즘 들어 시를 읽는 일이 여간 괴롭고 힘든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지난한 독서의 과정을 거쳐 한 편의 평문이라도 써야 할 때면, 너무도 낯설고 기괴한 시의 언어와 구조 앞에서 속수무책일 때가 많다.” (109쪽)

 

  아, 현대문학에 대해서 특별한 교육을 받은 전문가인 평론가도 요즘 시를 읽는 일이 나처럼 괴롭고 힘든 일이었다는 걸 아는 거 하나만 가지고도 위안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니 나 같은 무지렁이 독자가 요즘 시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린 것은 당연한 일이겠다. 이런 사소한 것에조차 기대 위안으로 삼고 싶어 한다면 이게 시인의 문제인가, 독자의 문제인가.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도시를 벗어난다. 많은 시가 시골, 염소를 먹이는 부안 감다리의 살구나무집이기도 하고, 정읍에 있는 닭 놔먹이는 집과 담 없이 이웃한 작은 집이기도 한데 시인의 늙은 모친이 지팡이 대신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곳, 그러니까 시인이 생명을 시작해 아홉 달 반 동안 입 대신 입노릇을 했던 배꼽과 소통하던 어머니, 궁극의 고향인 셈이다.
  나는 이 시가 제일 좋았다.

 


  옛일

 


  한때 나는, 내가 살던 강마을 언덕에
  별정우체국을 내고 싶은 마음 간절했으나

 

  개살구 익는 강가의 아침 안개와
  미루나무가 쓸어내린 초저녁 풋별 냄새와
  싸락눈이 싸락싸락 치는 차고 긴 밤,

 

  넣은 봉투를 구할 재간이 없어 그만둔 적이 있다 (전문)

 


  한때 살던 강마을 언덕, 이걸 그대로 읽을 수도 있고 그저 시인의 옛 시절로 생각해도 좋겠다. 그때 별정우체국을 내고 싶었단다. 김만옥이란 소설가가 쓴 책 《내 사촌 별정우체국장》이 순간 떠올랐다. 김만옥은 읽은지 하도 오래라 무슨 내용이었는지 가물가물한다. 아, 가까운 곳에 책이 있다. 지금은 절판이니 구경이나 하시라.

 

  


  별정우체국. 스카르메타가 쓴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풍경을 떠올리면 딱이다. 요즘에야 현대판 음서니 뭐니 말이 많지만, 민간인이 시골에 작은 점방을 내고 우편업무를 했던 곳이다. 시인이 우체국을 내볼 생각이 간절했다고 하는데, 진짜 우체국 대신 사람들 사이 의사소통과 체온의 전달을 이야기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종지가 강가의 아침 안개, 초저녁 풋별 냄새, 싸락눈 치는 밤을 담을 수 없었다는, 시인으로서 크기가 작음을 수줍은 은유로 말한 것이리라.
  지난 시집 《거미》에선 어머니가 미화원으로 일하는 대학의 대학원생이었다가, 이젠 사회인이 된 박성우. 그새 장가들어 서울 금천구 시흥동에 살았던 모양이다. 근데 가끔 시골에서 어머니가 다니러 오시곤 했던 모양이지? 손등이 두꺼비 등처럼 울퉁불퉁했던 아버진 저번 시집에서 돌아가시고 이제 홀로 서울길을 들렀던 어머니가 집에 가시는 길에 아들이 건 전화 한 통을 받는다.
 

 

  어떤 통화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정읍행 고속버스에 몸을 싣는다 버스에 오르고 보니 어딘지 모르게 닮은 노인들 몇만 듬성듬성 앉아 있다 안전벨트 안허면 출발 안헐 팅게 알아서들 허쇼잉, 으름장 놓던 버스기사가 운전대 잡는다

 

  차가 출발하기 무섭게 휴대전화 소리 들려온다 어 닛째냐 에미여 선풍기 밑에 오마넌 너놨응게 아술 때 쓰거라잉, 뭔 소가지를 내고 그냐, 나사 돈 쓸 데 있간디

 

  버스는 시큰시큰 정읍으로 가고, 나는 겨울에도 선풍기 하나 치울 곳 없는 좁디좁은 단칸방으로 슬몃슬몃 들어가 본다  (전문)

 


  참 어미 자식 간에 고단하게 산다. 그래도 그잖여? 보기 좋잖여? 박성우의 시들이 이래서 좋고 마음에 든다. 요즘 어느 시인이 있어 아직도 시를 이렇게 구닥다리로 쓴댜. 진짜로 ‘요즘 시’들 계속 읽다가 박성우의 시집을 여니까, 요즘 시들의 우울하고 도착적이고 낯설고 기괴하지만 세련된 시어들에 그새 익숙해졌는지, 이 어수룩하지만 정감 넘치는 시들이 글쎄 촌스럽게 읽히는 거 있잖은가. 아하, 이래서 시인들이 줄창 기괴한 기호학을 선호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래도 아직은 박성우 같은 시인이, 아직이 뭐야, 아직이. 박성우 같은 시인은 앞으로도 비록 수가 적을지언정 반드시 존재할 것이고 존재해야 한다.
  장가들어 아이 낳고 사는 시인. 그러나 자본은 시인의 가족들에게도 호의적이 아니라서 백일도 안된 어린 딸을 밥알처럼 떼어 처가로 보내고, “아내는 서울 금천구 은행나무골목에서 밥벌이를” 하고 가장인 시인은 “전라도 전주 경기전 뒷길에서 밥벌이”를 해 “한 주일 두 주일 만에 만나 뜨겁고 진 밥알처럼 엉겨붙어” 자는 세월을 지내야 한다. (<유량>) 그러니 가장이라 해도 집안 살림이 어떤 용도로 쓰이는지 알 턱이 없다. 그래서 이런 시가 나왔겠지.

 


  맛있는 밥

 


  밥벌이한답시고 달포 넘게 비운 집에 든다

 

  아내는 딴소리 없이 아이한테 젖을 물린다
  허기진 나는 양푼 가득 밥을 비벼 곱절의 밥을 비운다
  젖을 다 먹인 아내가 아이를 안고 몸져눕듯 웃는다
  우리 아가 똥기저귀통에 비벼먹으니까 더 맛있지?

 

  아기도 소갈머리 없는 나도 잘 먹었다고 끄으으, 트림을 한다  (전문)

 


  그래봤자 자기 딸 똥기저귀 담았던 그릇인데 거기다가 밥을 좀 비벼 먹은들 그게 뭐 대수랴. 알고 그런 것도 아닌데. 나 같아도 그냥 껄껄 웃고 말겠다. 시를 다 읽자마자 그림이 탁, 그려지잖은가. 젊은 부부의 저녁상과 이어질 느긋한 밤 시간이.
  이번 시집에선 저 앞에 말했듯이 ‘언어를 통해 그린 화폭이 큰 수채 풍경화’가 좋았다. 마지막으로 그런 시 한 편 읽고 독후감을 마감하자.

 


  산사(山寺)

 


  배롱나무 그늘 늘어진 절간
  요사 마루엔 노스님이 낮잠에 빠져 있다

 

  흙벽에 삐딱하게 기댄 호미와 괭이는
  흙범벅이 된 몸을 건성건성 말리고 있다

 

  코빼기도 없는 고무신이 삐죽
  흙 묻은 코빼기를 내미는 절간,

 

  연잎에 엎드린 청개구리만
  목탁을 두 개나 들고 예불을 드리고 있다

 

  노스님 몫까지 하느라고
  울음주머니 목탁을 불퉁불퉁 두드리고 있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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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6-01 10:2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폴스타프님 시 풀이 너무 재미집니다ㅋㅋㅋ(댓글에 방언을 쓰고싶은 리뷰ㅋㅋ)
질문:어떤 통화에 어머니가 말씀하신 ‘소가지‘는 뭘까요?
사전 찾아도 알쏭달쏭하네요🤔🙄

Falstaff 2021-06-01 10:37   좋아요 5 | URL
ㅋㅋㅋ 재미있게 읽어주신 거 같아서 고맙습니다.

‘소가지‘는 전남지역에선 소가지, 전북과 충남 남부에선 흔히 ˝쏘가지˝라고 발음하고요, 성질부리는 걸 말합니다.
엄마가 5만원 두고 왔다는 걸 들은 아들새끼가, 아 엄니는 돈도 없음서 뭐하러 그런 걸 두고 가, 하는데 속으론 좋은지 어쩐지 모르겠지만 일단 이렇게 유감의 마음을 표현하는 게 일반적이잖아요. 그걸 엄마가 야는 뭘 그렇게 승질이냐, 승질이, 라는 뜻으로 소가지. ㅋㅋㅋㅋ

페넬로페 2021-06-01 10: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암호와 파편과 괴멸의 골짜기가 싫어 시를 점점 가까이하지 않는것 같아요~~
올려주신 박성우시인의 시도 좋고
그것을 풀어주신 폴스타프님의 해석이 맛깔납니다^^
엄마한테 소가지 부렸지만 금방 그 돈으로
웃었을 아들이 연상돼요 ㅎㅎ

Falstaff 2021-06-01 11:14   좋아요 3 | URL
그리고 암호, 파편, 기호.... 같은 시들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가, 죽도록 우울하다는 거라서 읽기가 더욱 불편해요. ㅠㅠ

ㅎㅎㅎ 재미나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새파랑 2021-06-01 11: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번에 <거미>도 좋던데 이 작품의 시들도 좋네요. 정말 뭔가 오래된 느낌이 나서 더 인상적이네요~~ 너무 어려운 시는 정말 의미를 모르겠더라구요 ㅜㅜ

Falstaff 2021-06-01 11:34   좋아요 3 | URL
그것보세요. 많은 독자들이 이렇게 편하고 잔잔한 시들을 좋아하는데, 시인들은 갈수록 혼돈의 안개로만 빠져드니 말입니다.

.....근데 그게 옳은 방향이라고 하더라고요. 많은 전문가들 말씀이 그렇대요. 씨...

행복한책읽기 2021-06-01 11: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넘 재밌게 읽었어요. 박성수 시인 시들은 참 편안하고 구수하구요, 폴스타프님 시풀이 넋두리는 찰떡처럼 쫀득쫀득합니다. 투덜이 스머프가 떠올랐어요. 아주 찰진 ‘소가지‘에요. ^^

Falstaff 2021-06-01 12:31   좋아요 3 | URL
오호호호.... 오늘 제 글을 재미나게 읽으신 분들이 많으셔서 기분이 아주~ 째집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글쎄 시적 성찰이나 완성 같은 고귀한 말씀이 진리인지 잡소리인지 모르겠지만 그딴 거 보다 박성우 처럼 옆에 있는 듯한 시들이 훨 친근하고 좋습니닷!!!

noomy 2021-06-01 12: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너어무~ 좋습니다! 시란 역시 읽는 순간 눈앞에 그려져야 한다니까요~ ㅎㅎ

Falstaff 2021-06-01 12:27   좋아요 3 | URL
그죠, 그죠. ㅋㅋㅋㅋ
6월 첫 날부터 기분 좋습니다. 어제 밤엔 소갈비 궈 먹었지, 오늘 회사 점심 땐 우거지 해장국 나왔지, 서재 들어오니까 다 즐거워 하시지.
좋다!
이제 마지막 하나, 로또만 남았다!!!!!

그레이스 2021-06-01 14: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산사
시 너무 좋아요
건성건성 말리고 있다.

와~!

Falstaff 2021-06-01 14:09   좋아요 2 | URL
ㅎㅎㅎ 딱 그림이 그려지잖습니까.
참 근사한 풍경화입니다. ^^

그레이스 2021-06-01 14:37   좋아요 1 | URL
맞아요~

mini74 2021-06-01 17: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진짜 미소가 ㅎㅎ 예전 생각도 나고요. 어무이 맘이 가슴에 팍! 하고 와닿습니다. 재미있게 그리고 조금은 뭉클하며 잘 읽었습니다.

Falstaff 2021-06-01 20:05   좋아요 2 | URL
음, 그러십니까. ㅎㅎㅎㅎ
좋은 모습입니다. 마음에 드셨다니 좋군요!!!

붕붕툐툐 2021-06-01 2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시 너무 재밌고 좋아요!! 진짜 하나하나 머리 속에 다 그려지네요~ 완전 찜, 찜!!

Falstaff 2021-06-01 20:58   좋아요 1 | URL
시집 한 권 읽고 대충 마음에 드는 시 한 편 있으면 본전, 두 편이면 횡재, 세 편 이상이면 대박이거든요.
‘요금 시‘가 든 시집의 경우엔 한 편이 대박인데 그것도 찾기 힘들더라고요.
한 권 사 두시면 두고 두고 읽으실 만할 겁니다.
저 전라도 강진 시인 김영랑도 한 번 생각해보시고요.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