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
시쿠 부아르키 지음, 루시드 폴 (Lucid Fall) 옮김 / 푸른숲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1944년에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세르주 부아르키 씨의 장남으로 태어난 시쿠 부아르키 데 올란다 (Francisco Buarque de Hollanda)는 어린 시절 리우데자네이루, 상파울로, 이탈리아의 로마 등지에서 성장해 60년대를 대표하는 브라질의 삼바, 보사노바 장르의 대중음악 가수, 기타리스트, 작곡가, 싱어송라이터 등으로 활약한다. 물론 지금 유튜브를 통해 들어보면 다분히 낡은 창법과 돋보이지 않는 가창력으로 실망을 할 수도 있겠지만 당대엔 많은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고 한다. 이이는 음악 속에 브라질의 사회, 문화, 정치적 이슈 등을 담아 노래해 권력을 잡고 있던 군부에 의하여 잠깐이나마 투옥되었던 경험도 있다. 물론 1970년대에 일종의 복권을 해 음악 활동을 계속했다.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어서는 시와 소설을 쓰고, 극작도 하는 등 활발한 문학 활동을 펼쳐 세 편의 장편소설을 출간했(다 하)고, 2019년엔 포르투갈 언어로 쓰인 가장 훌륭한 문학작품을 골라 주는 가장 권위있는 카모에Camöe 상을 받았다. 아직 살아있고, 돌싱이며, 슬하에 딸만 셋 두었다.

 

  주제가 참신하다. 대필작가. 화자 ‘나’, 주제 코스타의 직업이다. 코스타는 친구 아우바루 쿠냐와 동업으로 문화대행사를 차렸다. 아우바루가 물려받은 재력과 주로 정치 방면으로 괜찮은 연줄을 바탕으로 고객을 물어 오면, ‘나’가 곧바로 대필을 해주는 식이다. 물론 처음엔 부잣집 자재들의 대학 리포트부터 시작해서 진정서나 연판장, 심지어 애인에게 보내는 연애편지까지 가리지 않고 일을 맡았지만 이젠 ‘나’의 작품이 공업협회장, 연방 대법원장, 리우데자네이루 추기경이나 대주교 이름으로 주요 신문의 1면을 장식하는 일이 드물지 않을 만큼 ‘비밀리에’ 명성을 누리는 수준에 이르렀다.
  동업자이자 비즈니스 책임자인 아우바루는 이런 글들을 액자에 넣어 사무실에 전시하고는 했는데, 이건 ‘나’에게 내 글을 자랑하고 싶고 과시하고 싶은 욕구가 동반된 공허만을 줄 뿐이었다. 하지만 아우바루 입장에선 사무실을 방문할지도 모르는 고객들에게 광고효과를 주어야 했으니 뭐라 하지는 못했다. ‘나’의 글이 다음 날 아침 신문 1면에 실려 독자들이 열광하면 할수록 ‘나’는 더 깊은 허무의 골로 빠져들었다.
  ‘나’가 젊지는 않다. 공영방송국에서 앵커로 뉴스를 진행하는 ‘반다’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아내와 비만 증세가 있으며 다섯 살 먹도록 아직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는 아들이 있다. 반다는 뒤에 상파울루에서 방송하는 저녁 뉴스 프로그램의 앵커로 승진해 전성기를 맞는다. 그러나 아내는 남편이 쓴 글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가져다 바쳐도 읽어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 종류의 사람이다. 사실 이건 남편의 글이기 때문에 읽기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활자를 읽는 행위 자체가 지극히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의 경우라고 믿는데, 글 또는 책이 성공한 사람의 베스트셀러라면 조금 달라서 읽고 경탄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기도 하다.
  다시 대필업자로 돌아가면, ‘세계 대필작가 협의회’라는 것이 있어서 ‘나’는 멜버른 회의에 처음 참석을 했으며, 이듬해 이스탄불 회의도 참석했다. 이스탄불 회의를 마치고 돌아가는 중에 비행기는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할 예정이었으나 테러 위협을 받아 부다페스트에서 내려야 했다. 헝가리어. 지구에서 악마가 숭배하는 단 하나의 언어라고 한단다. 이것이 ‘나’, 주제 코스타가 처음 부다페스트를 방문한 경험.

 

  이후 부다페스트에 다시 방문해 플라자 호텔, 플라자plaza이면서도 언덕 위에 있는 플라자 호텔에 여장을 푼 ‘나’는 헝가리 언어에 관심이 생겨 한 번 배워볼까 싶은 마음으로 서점에 들러 기초 헝가리어를 뒤적거리다가, 인라인스케이트를 탄 여성이 “마자르 말은 책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야.”라고 초를 친다. 정신병원의 간호사 또는 조무사, 그것도 아니면 간병인으로 근무하는 퓔레뮐레 크리스티나, 라는 이름의 피부가 희디흰 여성. 헝가리에선 크리스티나를 애칭 ‘크리슈카’라고 부른단다. 크리슈카는 ‘나’ 주제 코스타에게 명함을 건넸고, 그리하여 월 3천 포린트의 수업료로 밤 8시부터 10시까지 두 시간 동안 개인 교습을 받기에 이른다. 그의 이름 주제 코스타 José Costa, 이것을 헝가리 식으로 발음하면 Zsoze Kósta, 조제 코슈터가 되어 크리슈카의 어린 아들 피슈티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그를 미스터 코슈터, 라고 부른다.  주제 코스타는 한 작품의 주인공답게 나중엔 헝가리어를 거의 모국어 수준으로 구사하는 수준에 이르게 된다. 물론 그래서 사고도 치게 되지만.
  아직 헝가리어에 별 조예가 없을 시절. 그러나 ‘나’가 브라질을 떠나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는, 직업 정신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시라. 공업협회장, 연방 대법원장, 리우데자네이루 추기경이나 대주교가 자신의 글이라고 발표한 것을, 시간이 얼마 흐르지도 않아서 어떤 인간이 등장해, 웃기지 마라, 그거 다 내가 돈 받고 써준 내 글이다, 라고 커밍아웃이라도 한다면 공업협회장 정도는 모르겠고, 한 나라의 대법원장이나 추기경, 대주교 입장이 어떻게 되겠는가.
  독일에서 온 카슈파르 크라베라는 문인이 있다. 쿠냐 앤드 코스타 문화대행사는 크라베에게 거액의 하청을 받는다.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소설을 써달라는 것.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열 개의 카세트테이프 양면에 꽉 채워 녹음하고 이 내용을 바탕으로 300매가량의 장편소설을 청탁한다. 물론 작품은 카슈파르 크라베의 이름으로 발표할 것이며, 쿠냐 앤드 코스타 문화대행사는 저작권을 비롯한 어떠한 권리도 행사하지 못한다는 조건이다. 동업자 아우바르는 이 일은 오직 코스타 만이 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그에게 일을 맡기지만, ‘나’ 코스타가 테이프 한 개를 들어보니 더 듣고 말고 할 것 없다고 결론을 내린다. 쉬운 말로 쓰레기 수준의 잡담에 불과했던 것. 그래 코스타는 자신이 평소에 생각하고 있던 자신만의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원고를 넘겼으며, 출판까지 했는데 공전의 히트를 쳤고, 카슈파르 크라베는 그 사이 잘 나가는 앵커가 된 ‘나’의 아내 반다에게 야릇한 헌사를 적어 책을 선물 했으며, 이걸 알게 된 진짜 작가 코스타의 뇌 속에선 될 수 있는 대로 망측한 상상으로 번져, 아내의 양팔을 붙잡고 벽에 밀어부쳐 꼼짝 못 하게 해놓고서는 이를 악물고, ‘그 책 내가 쓴 거야.’ 영업비밀을 누설해버리고 그 길로 브라질을 떠 다시 부다페스트에 도착한다.

 

  재미있는 책. 짧아서 부담이 없지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대필? 나도 직장 다니면서 한 20년 동안은 사장 연설문, 담화문, 편지글 같은 걸 대필해왔다. 가장 마지막 대필이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다. 대규모 희망퇴직을 하고 사장이 입 닦으려 하기에, 사장 이름으로 ‘굿바이 레터’라도 한 장 보내시지요? 해서 그걸 내가 썼다.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행운이 가득하시기를, 제가 믿는 하느님께 기도하겠습니다.”
  이렇게 끝맺는, 지금은 생각나지 않지만, 당시엔 눈물이 앞을 가리는 간지러운 글이었다.
  사장한테 가져갔더니, 누가 썼냐? 묻더라. 그래서 제가 썼습니다. 했더니 그 새끼 하는 말이, 니가? 웃기네. 구라치지 마라. 그러더니 책상 위로 픽 던지면서, 그대로 보내. 해서 보냈다. 사장 새끼가 가톨릭 신자였다. 나이롱도 신자라고 치면 그렇다. 그 새끼 아빠 돌아갔을 때 내가 관도 들었다. 사장 새끼도 그 후 얼마 못 가서 잘렸다. 내 그럴 줄 알았다. 어쨌든 난 아직 다닌다. 내가 이겼다.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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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8-20 08:5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어머? 옮긴이가 루시드 폴이네요??

Falstaff 2021-08-20 08:56   좋아요 3 | URL
넵! 그이가 공부도 잘 하잖아요.

잠자냥 2021-08-20 10:51   좋아요 2 | URL
저도 지금 그 생각. ㅎ

그레이스 2021-08-20 09:0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하는 글이예요.
웃어야 할지...
대필이라는 단어 자체가 부정적인 정서를 전달하는 데다, 대필작가는 서글프기도 하고 화도 나요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을 먹었다‘? ...저는 이제목이 항상 헷갈리는데...

그때 잠시 생각했어요.
대필작가도 작가인데 차라리 이름 올려주고 원고료도 똑같이 주면 안될까 하고...

그런데 역자 루시드 폴이 그 루시드 폴 맞나요?^^

그레이스 2021-08-20 09:08   좋아요 3 | URL
벌써 질문에 답을.^^
제게 루시드 폴이 직접 쓴 책 한권 있어요
노래는 잘 못하는데 작사 작곡은 잘 함. 책은 잘 모르겠고... 그런데 번역을?!
지금 찾아보니 번역을 꽤 많이 했네요 !

Falstaff 2021-08-20 09:10   좋아요 4 | URL
예. 역자가 그 루시드폴이 맞습니다.

대필 작가의 가장 큰 흠결은 딱 하나, 유명하지 않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예전엔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 대필작가를 ˝중원의 고수˝라 칭했는데, 이젠 작품을 쓰지 못하는 등단작가들이 작가 타이틀 가지고(돈 좀 더 달라는 의미) 대필을 하기도 하더군요.

앗, 1분 차이! ㅋㅋㅋ

그레이스 2021-08-20 09:10   좋아요 3 | URL
이 책은 품절이네요

coolcat329 2021-08-20 11: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머 폴스타프님 직장에서 대필작가로 활약하셨군요.

작가가 대중가수이면서 작가인 점이 역자 루시드 폴과도 겹쳐지네요.
브라질 소설은 한번도 읽어본적도 지금 생각나는것도 없네요. 대필작가가 주인공인점도 참 독창적이구요.

Falstaff 2021-08-20 11:34   좋아요 7 | URL
대필작가는 부수 업무였고요, 주 업무는 걍, 하루 종일 엑셀 파일 바라보고 수정하고, 보고하고, 승인받고 뭐 그땐 거였습니다. 한 마디로 엑셀로 벌어먹었습니다.

브라스꾸바스 사후 회고록? 창비세계문학전집에서 나온 건데 최초의 브라질 문학 어쩌구저쩌구 광고했던 것이 생각납니다. 말 그대로 이미 죽은 귀신이 씨나락 까먹는 이야기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도 오래 전에 읽어서리.... ㅋㅋㅋㅋ

새파랑 2021-08-20 16:3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직까지 직장에 다니시는 대필작가 폴스타프님 1승 이군요 ㅋ 역시 루시드폴도 폴스타프님 (다 폴씨임) 처럼 다재다능~!!

Falstaff 2021-08-20 16:44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 다재다능.
예전부터 내려오는 말 가운데, 재주 많은 놈은 빌어 먹는다는 게 있습지요.
즉, 진짜 잘하는 건 하나도 없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ㅋㅋㅋㅋ
첫 직장 면접볼 때 그 회사 사장이 그러더라고요. 그 양반 아직 살아 있는지 모르겠네요.
 
미들섹스 1
제프리 유제니디스 지음, 이화연.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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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작가 제프리 켄트 유제니디스(Jeffery Kent Eugenides)는 1960년 3월에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시에서 그리스 이민 2세 아버지와 아일랜드 혈통의 어머니가 낳은 세 아들 가운데 막내로 태어났다. 사립학교를 거쳐 명문 브라운대를 졸업하고, 인도 콜카타에서 테레사 수녀와 함께 자원봉사에 뛰어든다. 십대 시절에 제임스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을 읽고 문학에 큰 뜻을 두어 <베오울프>에서부터 시작하는 전통적인 영문학을 공부하고자 마음을 먹는다. 애초 유제니디스가 브라운대에 진학한 건 미국의 포스트모던 소설가 존 호크스를 사사하기 위해서였고, 이후 스탠퍼드대에서 소설 창작 석사 학위를 받는다.
  그러니까 척 봐도, 미국에서 사립 중등학교에 다녔고, 브라운대학을 졸업하고는 취직 대신 인도로 가 자원봉사를 몇 년 하다,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명문이긴 하지만 학비가 비싸기로 악명이 높은 스탠퍼드대에 또 다닌 것으로 보아 중산층 이상의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듯하다. 1993년 첫 번째 소설 <처녀들, 자살하다>를 발표해 단박에 베스트셀러 자리에 오르고 내 눈에도 띄게 된다. 동시에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딸이자 영화배우, 감독인 소피아 코폴라에 의하여 영화로도 만들어진다. 유제니디스는 9년 터울로 작품을 발표하니, 2002년에 내놓은 두 번째 장편소설이 바로 <미들섹스>다. 이 작품으로 작가는 이제 명실상부한 미국 최고의 반열로 오를 수 있는 퓰리처상을 받고, 기타 중요한 경쟁의 최종후보short list에도 오른다. 다시 9년 후에는 <결혼이라는 소설>을 발표해 또 몇 가지 상을 받지만, 아직까지 <결혼…>이 그의 마지막 장편소설이 된다. 이외에도 여러 단편을 발표한 바 있고, 우리나라에는 《불평꾼들》 딱 한 권의 단편집만 번역 출판되었다.
  이이의 가족관계를 보면 아들만 하나 있는 것으로 보아 한 번 이상 이혼을 한 돌싱 아닐까 싶다. 2018년 현재 피터 B. 루이스 센터의 예술과정 교수로 재직 중이란다.

 

  1960년 1월 디트로이트에서 칼리오페 헬렌 스테퍼니데스라는 여자아이가 태어난다. 이 아이는 14년 후 미시간주 피터스키 근교에서 뒤를 돌아보며 전속력으로 달리다가 앞에서 돌진해오는 트랙터를 보지 못하고 그대로 부딪혀 날아가는 사고를 당한 후에 남자아이로 바뀌어버려, 이후 칼 스테퍼니데스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누구나 얼핏 그리스 신화의 티레시아스를 떠올리겠지만, 칼리 또는 칼은 결코 교미하고 있는 뱀을 회초리로 때려죽인 적이 없다. 태어날 당시 미성숙한 남성의 생식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지 못한 늙은 의사 때문에 여자아이로 키워진 것일 뿐.
  내가 아들만 둘을 키워서 그런지 이런 방면으로는 조금 안다. 책에선 임신 초기 생식기의 발달과정부터 상세하게 나와 있으나 간단하게 이야기해보자. 칼리오페 스테퍼니데스는 날 때부터 사내아이였다. 남자아이의 고환 두 개는 원래부터 몸 밖에 위치해 있는 것이 아니라 복강에 있다가 점점 아랫배의 사타구니 근방(서혜부)을 탈출해 출산하기 전에 고환 주머니(음낭)에 자리해야 한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사내아이가 하나 혹은 두 개의 고환 모두를 그냥 서혜부에 둔 채 출산을 하고, 이런 고환을 정류고환이라 칭한다. 이때 고환주머니는 유난히 주름이 많을 뿐 (여성의) 대음순과 매우 유사하게 보여 얼핏 여자아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한편 될 수 있는 대로 낮은 온도를 유지해야 하는 고환을 몸 안에 넣고 있으면 고환이 정상발육이 되지 않아 나중에 악성종양의 씨가 될 수도 있다고 하며, 이보다 훨씬 많은 경우엔 저절로 없어져 버리기도 한다. 정관수술을 한 후에도 계속 만들어진 정자가 몸 안에서 저절로 없어져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 이유로.
  더 잘 봐야 할 것은 요도하열(尿道下裂). 정상 남자아이의 요도는 아래쪽 귀두부에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귀두부이기는 하지만 요도가 있어야 할 정상적인 홈sulcus보다 더 아래쪽에 있거나, 음경의 중간 부분에 있거나, 음낭에 있거나, 아예 회음부에 위치할 수도 있다. 실물은 보지 못해서 모르겠지만 음경이 아주 작은 경우도 있어서 아이를 유난히 발달한 음핵을 가진 여자애로 오해하기도 한다. 게다가 요도가 음경 중간 아래에, 그리고 더 밑에 있을 경우엔 소변을 볼 때 여성처럼 앉은 자세를 취해야 한다. 만일 부모가 딸을 원했더라면 정류고환과 심한 요도하열을 동시에 갖고 태어난 사내아이를 딸로 인식하고 키울 수도 있다. 검색하면 아주 작은 음경을 가진 심각한 수준의 요도하열을 보실 수 있다. 그러나 매우 슬픈 장면이니 가벼운 호기심으로 구경삼아 검색해 보는 우를 범하지는 마시기 바란다.
  예전에는 약 3백에서 5백 명 가운데 하나 꼴로 태어나는 이런 아이들을 남녀 생식기를 다 가지고 태어난 사방지 또는 어지자지라 불렀고 평생을 불행하게 살아야 했으나, 이제는 아동 비뇨기과에서 수술로 정상 또는 정상에 가깝게 치료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조금이라도 빨리 발견해야지 이 책의 주인공 칼리처럼 너무 늦게 발견하게 되면 곤란한 일이 생기기도 한다. <미들섹스>의 주인공 칼리오페는 고환 두 개 모두 몸을 탈출하지 못한 정류고환이며, 동시에 심각한 수준의 요도하열을 겸하는데 이 아이의 경우는 ‘5알파환원요소결핍증후군’에서 비롯한다고 되어 있다.

 

  작중 뉴욕의 대학병원 내분비내과 전문의 루스 박사는 이 ‘5알파환원요소결핍증후군’과 비슷한 케이스가 대단히 희귀한 유전학적 병례로, 이런 “돌연변이”들이 많이 나오는 곳으로 도미니카 공화국, 파푸아뉴기니, 터키 남동부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칼리오페 스테퍼니데스의 조부모가 태어나 자란 곳이 문제의 터키 남동부에서 한 5백 킬로미터 떨어진 산골 비티니오스였던 것. 게다가 가장 강력한 열성유전자의 전이 방법이 근친 간 결혼이었는데, 작은 마을 비티니오스에서 그리스인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사촌, 육촌, 팔촌 간 결혼이 흔했던 건 뭐 그렇다고 치고, 칼리오페의 조부모는 서로 육촌 간이었으면서 동시에 친남매이기도 했던 바, 데스데모나 스테퍼니데스와 이이의 남동생 엘레우테리오스 스태퍼니데스는 자신들도 모르는 채 애초에 5번 염색체의 열성인자를 신세계에 퍼뜨릴 요인을 갖고 이민선에 올라, 선장의 주례로 선상 결혼을 했으며, 구명정에 덮개를 치고 첫날밤을 맞았던 거였다.
  현재의 나, 칼 스테퍼니데스는 마흔한 살. 그러니까 2001년 연말이다. 소아시아에 살던 그리스인의 후예로 미국 땅에서 태어나 지금은 베를린 쇤베르크 지역에서 살고 있다. 미국 국무성의 해외 근무 직원으로 지금은 베를린 미국문화원에서 앤디 워홀의 매릴린 먼로와 마오쩌둥 그림을 전시 중이다. 일본계 여성 줄리 키쿠치와 연애를 하며 줄리에게 커밍아웃을 할 것인가, 다른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이 정도에서 관계를 정리할 것인가를 저울질하고 있다. 칼이 비록 자웅양성도 아니고 정상적인 남자의 2차 성징을 보유했고, 사회적으로 남자로 기능함은 물론이요 남자 소변기를 사용하며,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 합성 능력이 없어 평생 대머리가 되는 것이 불가능한, 큰 키에 맵시 있는 옷차림을 하고 다니지만 아이는 낳을 수 없다. 작품에서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없다. 그러나 매우 작은 음경을 가진 경우라서, 사춘기 이후에 호르몬 투여를 많이 했겠지만 성교 불능 수준이거나, 심리적으로 여성에게 자신을 노출시키지 않겠다는 강박의 경우를 상상하지 않을 수 없다. 분명한 건 아직 고환이 서혜부에 정류한 상태 그대로라는 것. 그러면 성교는 가능하더라도 씨톨의 생산이 어려운 경우일 수도 있다.
  1980년, 할머니 데스데모나 스테퍼니데스가 작고한 후, 할머니와의 약속에 따라 자신의 5번 유전자에 관한 비밀, 구체적으로 조부모의 친족간 결혼에 관한 이야기를 이야기할 수 있는 승낙을 얻어 이제 자기 가문의 저 먼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하여 시간적 무대는 갑자기 1922년, 지금은 터키의 영토가 된 옛 오스만 제국의 수도이자 소아시아 고원의 실크 무역 중심지였던 부르사의 펼쳐진 모습이 내려다보이는 산골 비티니오스가 등장한다. 데스데모나는 1901년생. 어려서부터 어머니 에우프로쉬네 스테퍼니데스로부터 누에 치는 법을 배우며, 좋은 비단을 얻으려면 무엇보다 우선 순결해야 해서, 남자 하나에 얼룩 하나가 생기는 법이라는 걸 각골명심, 근동에서 가장 훌륭한 누에치기가 된다. 그런데 엄마가 병환 중에 한 살 나이를 덜 먹은 동생 에레우테리오스 (레프티) 스테퍼니데스를 잘 보살펴 주라는 당부를 남기고 그만 마지막 숨을 들이마시고는 그만이었다.
  이제 둘이 남은 스테퍼니데스 가족 앞에 1922년, 터키는 그리스한테 잃었던 땅 아피온을 탈환하기 위해 부르사로 쳐들어오고, 남매는 누에알을 담은 상자만 들고 스미르나 항구의 대화재와 터키군에 의하여 저질러진 살육 속을 정면으로 뚫고 간신히 이민선에 오른다. 미국에 도착해서도 이들을 기다리는 것은 삶이라는 새로운 정글. 이 속에서 태어난, 함부로 불행하다는 형용사를 사용하지 않겠다, 5번 염색체 이상을 가지고 태어난 칼리오페 스테퍼니데스의 삶과 숱한 우여곡절. 대공황, 2차 세계대전, 번영과 히피, 68 혁명세대와 냉전, 칼리 개인에게 닥친 성장과 사춘기의 갈등, 5번 염색체 이상에 관한 슬픈 내력 등이 펼쳐진다.

 

  그러나 이 속에서 작품을 더 빛내는 것은 제프리 유제니디스의 놀라운 유머 감각이다. 유제니디스는 알고 있다. 어차피 이 모든 것이 삶이라는 걸. 삶은 참을 수 없이 기쁘기만 한 것이 아니듯 못 견디게 힘들기만 한 것도 아니다. 얼마나 무거운 주제인가 말이지. 남매간 결혼과 전쟁, 살육, 이민선, 생존, 범죄, 불황, 또다시 큰 전쟁, 히피, 반전, 그리고 모든 것보다 더욱 가슴에 못을 박는 자녀의 성 정체성 혼돈과 방황, 죽음. 이것들 사이사이에 제프리 유제니디스는 적절하게 촌철의 유머를 삽입해 과도한 감정의 누출을 미연에 방지해버린다. 근데 그게 보통의 솜씨가 아니다. 무척이나 심각하고 비탄어린 장면에서조차 독자로 하여금 미소를 짓거나 실소를 하게끔 만들어 결국은 슬픔을 극복하게 만드는 장치. 그건 직접 읽어봐야 알리라.
  책을 읽자마자 이이의 세 번째 작품 <결혼이라는 소설>의 구매 버튼을 클릭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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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1-08-19 08:4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 이 책 처음 나왔을 때 샀다가 읽다 포기한 후 몇 년 뒤 팔아버렸는데 이렇게 다시 저에게 돌아왔네요.
아...너무 막막하네요. xy염색체를 가지고 있지만 외형은 아니고 여자로 살다가 남자로 살아야하는 사람의 마음이 저는 상상이 안갑니다.ㅜ

Falstaff 2021-08-19 09:01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 다시 사시든지 도서관에서 빌리시든지, 하여튼 읽으셔요.
지금은 꽤 재미나게 읽으실 수 있다는 데 마넌 겁니다!!

coolcat329 2021-08-19 11:52   좋아요 2 | URL
네 저도 그 때 보다는 상태가 쬐금 나아져서 다시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근데 내용이 참 슬픕니다.ㅠ

Falstaff 2021-08-19 12:15   좋아요 2 | URL
근데요, 이런 상태로 태어나 주인공처럼 평생 여자인줄 알고 살았는데, 어느 날 하루는 갑자기 배가 아프단 말입니다. 독신으로 한 평생 살아 이제 천국의 즐거움만 기다리는 이 성스러운 여사님이 그래서 소화기 내과에 가봤더니, 의사 선생이 비뇨기과로 가라는 거예요. 여자가 비뇨기과 가기가 쉽지 않잖습니까. 그래 창피함을 무릅쓰고 비뇨기과에 갔더니 전문의가 MRI를 함 찍어보자는 거 아니겠어요? 그래 찍기는 찍었는데, 수녀원에만 가지 않았을 뿐 거의 그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한 평생 정숙하게 산 이 독신녀한테 비뇨기과 전문의가 뭐라냐 하면, 고환암이라는 거예요.
(정류고환이 암으로 변이될 확률이 높다니까....)

책 읽다가 이런 생각나서, 잠깐 뒤집어졌다가, 혹시 나 이거, 이거, 혹시 변태 아냐, 이런 생각도 하고 막 그랬습니다. ㅠㅠ

coolcat329 2021-08-19 13:27   좋아요 2 | URL
아 ㅠㅠ ㅋㅋ
근데 그쪽으로 의학지식이 되시니 이런 소설도 쓰실 수 있네요. 오늘 그쪽으로 많이 알았습니다.

다락방 2021-08-19 09:02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처음 나오자마자 너무 읽고 싶어져서 사서 읽고 [처녀들 자살하다]를 이보다 나중에 읽었어요. 리뷰 읽으면서 오래전에 읽었던 책의 장면장면들이 스쳐가네요. 제가 재미있게 읽었었는지는 기억도 잘 안나지만 자신이 여자인줄 알고 지내면서 단짝 여자친구와 함께 자던 장면, 나중에 남성의 성기를 가진 걸 알고 큰 수조 안에 들어가 돈을 벌던 일 같은 장면들이요. 처녀들 자살하다고 생각이 전혀 안나는 걸 보니, 저 역시 [결혼이라는 소설]을 읽어봐야겠다 싶어요.
폴스타프 님 리뷰는 일단 작가의 약력 먼저 소개해주셔서 너무 좋아요. 책 읽을 때 맨 먼저 책 날개의 작가소개 읽는 기분이에요. 그리고 줄거리 정리해주셔서 또 좋고요. 이건 제가 못하는 거라서 ㅋㅋㅋ너무 부러운 능력입니다. 덕분에 리뷰 읽으니 모르는 책은 알게 되어서 좋고 읽었던 책은 다시 정리돼서 좋아요. 결혼이라는 소설 사러 가야겠어요. 이만 총총.

Falstaff 2021-08-19 09:13   좋아요 4 | URL
옙. 이 책 검색하면 다락방님 페이퍼가 두 개 뜹니다. 헉! 했었습지요. 이 책을 명작이라고 하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한 세대 정도 이어질 충분한 이유는 있지 않을까 싶더군요. 매우 슬픈 이야기지만 그걸 뾰족한 유머로 다시 조탁하는 솜씨가 와, 놀랍더군요.
ㅎㅎㅎㅎ 제 독후감을 칭찬해주시니 아이고, 좀 겸연쩍기도 하고, 으쓱하기도 한데, 으쓱하는 마음이 더 크네요.
사람들이 각기 잘하는 것이 있어서 더 재미난 거 아니겠습니까. 전 절대 다락방님같이 쓰지 못하니까요. 아이고, 흉내 내기도 힘들어요. 그만큼 독특하신 분이잖아요!!!

새파랑 2021-08-19 09:1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책보다는 폴스타프님의 의학적 지식에 눈이 더 가네요😅 전 울프님의 올랜도 생각도 나네요 ㅋ 왠지 웃기면서도 슬픈 작품일거 같아요 ㅡㅡ

Falstaff 2021-08-19 09:29   좋아요 6 | URL
의학 지식은요 뭘. ㅎㅎㅎ
울프의 올랜도는 16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무려 3백 여 년을 산 불사신 아닙니까. 아니, 아직도 살아 있을지 누가 알겠어요? 아마 20세기에 낳은 아들이 벌써 늙어 자연사했을 겁니다만.
전 올랜도가 이 책의 주인공 칼보다 더 슬퍼요. 3백살이 넘어도 죽지 못하는 팔자가, 이거, 이거 어디 쉽겠습니까. 못 죽는 게 더 지독한 저주 같아서 말입죠.

붕붕툐툐 2021-08-20 00: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내용 상으로는 너무 안 읽고 싶은데ㅋ 그걸 유머로 그려낸다니 읽고 싶어요.. 하.. 결국 보관함으로 쏘옥 들어갑니다~!ㅎㅎ

Falstaff 2021-08-20 08:08   좋아요 1 | URL
오, 이거 재미난 책이예요.
한 가족의 일대기, 조부모, 부모, 나, 이게 하나도 빼지 않고 다 재미납니다.
별 다섯 개라니까요!!!! ㅋㅋㅋ

유부만두 2021-08-22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쩐지 살만 루슈디 분위기도 풍기는데요? (모르는 작가는 아는 작가 작품에다 빗대버리기)

Falstaff 2021-08-22 14:08   좋아요 0 | URL
앗, 그렇군요. 이야기를 신화, 우화적으로 풀어나갔더라면 루슈디일 뻔했습니다.
ㅎㅎㅎㅎ 만두 님의 착상에 경탄합니다! ^^
 
다락방 - 사카테 요지 희곡집
사카테 요지 지음, 기무라 노리꼬 옮김 / 연극과인간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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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2년 3월에 일본 오카야마에서 태어난 사카테 요지는 게이오 대학에서 일본 문학을 전공한다. 게이오에서 사회의 동시대적 문제를 제기하는 방법으로의 극장을 설파하던 비주류 극작가 야마자키 테츠를 사사하고, 후에 야마자키의 극단 “전위 21 Transposition 21”에 합류한다. 아울러 놀랍게도 1983년, 21세 약관의 나이로 자신의 극단 “인광극장 燐光群”을 차린다. 현재 사카테는 일본 극작가협회 회장, 일본 연출가 협회와 국제 극장 기구 일본 센터의 회장으로 재임 중이란다.
  사카테의 대표작은 오늘 소개하는 <다락방>(2002)과 레즈비언 공동체를 그린 <컴아웃>(1987), <도쿄 재판>(1988), <고래를 위한 묘비명>(1993)을 든다고 한다.

 

  《다락방》은 사카테가 21세기에 쓴 세 편의 희곡을 싣고 있다. 차례로 표제작과 <오뚝이 아저씨 자빠졌다>(2004), <공연되지 않은 “세 자매”>(2005). 세 작품 다 국내외의 사회, 정치적 현상을 묘사하고 있어, 이것이 사카테 요지 작품의 특징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일본 문학은 소위 ‘사소설’이 대표적일 것이다. 세계대전 이후 일정기간이 지나기까지 지속한, 지독할 정도로 개인의 감정이나 사유의 골짜기를 파내려가는 까마득한 미학. 이런 천착을 통해 채굴하는 경이적으로 아름다운 문장들. 그러나 정작 다 읽고 나면 별로 남는 게 없는 특유의 장르, 라고 느껴 별로 정이 가지 않았다. 물론 고바야시 다키지 같은 사회운동에 복무하는 작가도 분명히 있었지만 우리에게 그리 크게 어필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판이 이런데 극작으로 사카테의 작품을 읽어본 건 나름대로 색다른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の 작가가 사회비판적이라니.
  <다락방>은 은둔형 외톨이, 히키코모리 또는 도지코모리에 관한 보고서다. 그런데 외톨이를 표현하기 위하여 등장하는 인물이 무려 쉰네 명. 요즘에 대형 극장 말고는 쉰네 명의 배우들이 다 등장해서 서 있을 수 있는 무대도 별로 없을 것이다. 하물며 우리나라도 그런데 땅값 비싼 도쿄에서는 말할 필요도 없을 듯. 이의 해결을 위해 사카테는 일인다역을 주문한다. 하여튼 일인다역을 하더라도 많은 등장인물이 필요하다면 둘 가운데 하나다. 극이 대단히 복잡한 이야기를 가져 적어도 서너 시간 이상 공연을 해야 끝낼 수 있거나, 회화의 점묘법처럼 간단한 이야기들이 연속해 등장하며 주제를 심화시키는 이른바 옴니버스 형식이거나. <다락방>은 두 번째 경우다. 두 번째로 실린 희곡 <오뚝이 아저씨 자빠졌다>는 놀랍게도 일본의 이라크 파병을 직접 타격하되, 같거나 더 중요한 문제로 전 세계에 위협이 되고 있는 지뢰 문제를 겨냥하고 있다. 이것 역시 <다락방>과 마찬가지로 옴니버스가 이어지면서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공연되지 않은 “세 자매”>는 2002년에 모스크바의 뮤지컬 극장을 점거한 체첸 공화국의 정치그룹이란 실화를 모티브로 해서, 정말로 그랬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원래 공연하기로 예정되어 있던 체홉의 <세 자매>를 중단시키고 벌였던 인질극을, 다분히 체첸과 인질의 입장에서 보여주고 있는데, 이건 옴니버스가 아니라 시간적 배열에 따랐다.

 

  <다락방>이 인상 깊었다. 다락방이란 방과 지붕 사이의 공간을 비워두기 아까워 도배를 하고 창을 내 만든 방이다. 이 책에서는 아래 그림과 같이 누군가가 만들어 판매한 좁은 공간이다. 작품의 지문을 보자.

 

  “한 평이 채 안 되는 작은 공간.
  사람이 서 있을 수 없을 만큼 천장이 낮다.
  천장은 맞배지붕 꼴인데 좌우 비대칭으로 기울어 있다.
  객석 쪽 벽은 생략되어 보이지 않는다.“

 

  대학 기숙사에 이런 공간이 있었는데 등장인물 ‘형’의 친동생이 이곳에서 히키코모리로 지내다가 자살을 해버렸다. 피가 많이 흘렀다고 하니 정맥을 끊은 것 같다. 흔히들 동맥을 끊는다고 하는데 말이 쉽지 동맥이 어디 쉽게 끊어지나. 그래서 시간이 흐른 후에 형은 동생이 지내던 다락방이라 불리는 공간에 들러보러 온 것.
  이어지는 장면은 형의 방문 당시 그를 안내해 다락방을 보여주던 기숙사 관리자 하세가와가 구매자가 있음에도 젊은 여자에게 다락방을 무료로 넘긴다. 이 다음에는 같은 다락방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다락방에서 소년이 역시 히키코모리 상태로 지내고 있는데 소녀가 방문을 한다. 소년은 소녀에게 몸의 결합을 요구하지만 소녀가 거절하자 보는 앞에서 혼자 처리해버린다. 다음 장면은 두 명의 형사가 길거리에 다락방을 설치해놓고 안에서 잠복근무에 들어간다.
  이런 식으로 다락방을 매개로 해서 갖가지 상황이 잠깐잠깐 쉬지 않고 나열된다. 다락방이라고 하는 혼자 틀어박힐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은둔형 외톨이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더 근본적인 이유로 히키코모리들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정도로 많아진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극을 통해 문제제기를 할 필요가 있을까? 당연히 필요가 있지. 결국 은둔형 외톨이들도 자기만의 방, 다락방에서 길을 잃어버린 사람들이니까. 그리고 문제가 있다면 그것이 해소될 때까지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할 책임이 있는 법이라서.
  엉뚱하지는 않지만 일본인이 왕궁에도 2차 세계대전 당시에 묻어두었던 지뢰가 여전히 매립되어 있다는 등, 물론 이것이 사실이라는 것보다 세상의 누구도 지뢰의 위협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걸 말하는 것이겠으나 이라크 파병이나 체첸 공화국의 대 러시아 테러 같은 세계적 이슈보다는 <다락방>이 더 와 닿은 것은 물론이다. 이건 아직 내가 세계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오뚝이 아저씨 자빠졌다>나 <공연되지 않은 “세 자매”>를 적극적으로 실감할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연극, 희곡 수준이 대단하다는 걸 실감할 수 있는 계기였다.
  우리나라 희곡도 더 찾아 읽어봐야겠다.

 

 

 


* 번역한 기무라 노리코는 1997년 이후 한국에 거주하면서 한국과 일본의 연극 교류를 위해 힘쓰고 있는 이다. 이 책 출간 당시인 2009년에 사카테 요지를 한국에 초치하여 <다락방>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로 제목을 바꾼 <오뚝이 아저씨 자빠졌다> 공연을 주선하기도 했다. ‘오뚝이 아저씨 자빠졌다’는 실제로 우리나라 아이들의 놀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거의 같은 놀이라서 바꾼 제목이 오히려 더 설득력이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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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8-17 09:2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폴스타프님이 일본작품에 별 네개면 엄청 높은거 아닌가요? ㅎㅎ 가지고 있는 희곡이 별로 안남았는데 이책 찾아봐야 할거 같아요^^

Falstaff 2021-08-17 09:28   좋아요 6 | URL
ㅋㅋㅋㅋ ˝일본의 희곡 수준이 대단하다.˝라고까지 했습지요.
기무라 노리코가 이야기하기를, 일본의 노能와 가부키는 백제에서 온 것이지만 근현대 연극은 일본에서 한국으로 왔다고 합니다. 한국과 일본은 하여튼 문화적 교류가 활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군요.
그건 동의하는데, 제가 싫어하는 건, 본문에서 조금 이야기한 바와 같이, 지독한 사소설적 경향입니다. 다르기만 하면 얼마든지 좋아할 수 있습니다. ㅋㅋㅋ 제가 오에 겐자부로 팬 아닙니까!!!

다락방 2021-08-17 11:20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자꾸 다락방 다락방 나오니까 제가 자꾸 흠칫흠칫 했습니다..

Falstaff 2021-08-17 11:22   좋아요 5 | URL
ㅋㅋㅋ 저도 책 고를 때 흠칫, 했답니다.

잠자냥 2021-08-17 11:52   좋아요 3 | URL
저도 이 포스팅 보고 흠칫 ㅋㅋㅋㅋㅋ다부장님 이 책 표지 서재 프로필 사진으로 ㅋ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1-08-17 12:13   좋아요 3 | URL
아이쿠... 저자하고 역자 순서를 바꿀 걸 그랬나봅니다!!
 
시월의 저택 폴라 데이 앤 나이트 Polar Day & Night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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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씨 451> 단 한 권을 읽고 브래드버리는 읽지 않으려 했었다. 그러나 SF 쪽으로 워낙 유명한 이라서 한 권만 더 읽어보자 싶어, 현대문학단편선 《레이 브래드버리》와 이 책, 둘을 놓고 싼 것으로 선택했다. 딱 한 권만, 이게 마지막이다, 이런 마음으로.

  그런데, 읽으면서 처음 느낌은, 브래드버리가 이런 작가였어? 하는 거. 이건 놀랍게도 <화씨 451>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는 감각적이고 섬세한 문장이었다. 왜 전에는 글 속의 이런 결을 알아채지 못했을까. 책 뒤에 쓰인 작가의 말 속에, <시월의 저택>은 1945년에 처음 집필을 시작해서 2000년에 간신히 작업을 끝낸 데 반해, <화씨 451>은 월요일에 착상을 얻고 9일 만에 단편의 형태가 완성됐다고 한다. 그만큼 오랜 세월 공을 들여서 그랬을까? 아니면 번역자의 우리말 실력 때문일까?

  정말 그랬다. 이 책을 요약하면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다. 하지만 하룻밤을 재미나게 보낼 수 있었던 건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름 끼치는 여름밤의 스릴 때문이 아니라 작가의 유려한 문장을 감상하는 즐거움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런 문장들은 작품의 뒤편에 더 조밀하게 나온다. 하긴 문장 말고도 브래드버리의 귀신 이야기가 우리가 통상 알던 귀신을 다 망라하면서도 무지하게 색다른 면모를 보여, 거 참 별 귀신들이 다 있네, 하면서 저절로 읽게 되리라.

  지난주 밤에 읽었다. 아내는 몇 년 만에 친정 가서 일찌감치 전자레인지에 햇반 2분 돌려, 더우니까 얼음물에 말아 참기름 똑 떨어뜨린 명란젓 반찬으로 훌훌 들이마시고(백신 맞아 술도 못 마시고), 후딱 샤워 한탕 한 다음, 제일 작은 방에 틀어박혀 에어컨 틀었다. 그놈의 전기료 무서워서. 침대 옆에 펴놓은 상 위에 독서대 올려놓고 방바닥에 앉아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상위가 너무 어지러워 도무지 거긴 앉지도 못하겠다. 아이가 쓰던 작은 방이다. 조명도 딱 책 볼 만큼만. 과격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귀신 이야기책에 몰두하는 모습. 짐작하실 수 있을 듯. 그러다가 갑자기 방 밖 어디서 무언가가 쓰러지는 따다닥, 소리. 어 이거 뭐야. 분명히 집 안에서 들리는 건데! 이미 내일이 시작된 시간, 에어컨 바람 때문이라고 주장하지 못할 소름이 팔뚝에 오소소. 나가볼까? 말까? 아, 가부장적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남자여. 명색이 가장이라 빈집이라도 확인을 해봐야 한다는 의무감. 불 꺼진 거실과 침실, 책방, 주방, 큰아이 쓰던 방, 앞 베란다, 뒷베란다, 화장실들. 아무도 없다. 그래도 여전히 오소소, 머리카락이 곤두선 느낌. 엣다 모르겠다. 확인하자마자 얼른 방으로 (도망치듯) 돌아와 다시 읽기 시작했다. 아무리 소프트해도 귀신 이야기는 귀신 이야기더라.


  일리노이주 북쪽. 태초엔 풀이 무성한 초원 한가운데 꼭대기에 뒤틀린 거대한 나무 한 그루가 선 언덕이 있었다. 이곳에 저택이 왔다. ‘저택이 있었다.’가 아니라 저택이 왔다. 마치 중국식 황제의 묘지 같은 곳에 런던식 거대한 전면을 가졌고, 아흔아홉 개인가 백 개의 굴뚝이 솟은 저택. 수많은 전설과 미신과 주정뱅이의 헛소리에 의하면 단 하룻밤 만에 완성되었다고 전해지기도 하는 크고 큰 집. 그러나 이 저택은 미래의 자식들을 불러들이는 데 실패하고 마는 운명이기도 했다.

  백 개에 달하는 방의 모든 침대에는 거의 인간과 흡사한 존재들, 마당에는 미친개, 지붕엔 살아있는 가고일 등이 있었다. 어떤 존재가 살았을까. 혹은 깃들었을까.

  가장 나이든 존재는 청나일과 백나일 전체를 다스렸던 4천4백 년 전 파라오의 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이자 모든 걸 기억하는 이이며, 사자의 서에 기록된 역사를 완벽하게 들려줄 수 있는 영혼이며 위대한 파라오 네페르티티의 어머니인 네프. 온몸을 상형문자가 새겨진 파피루스 붕대로 감싸고 눈을 꿰매 아무것도 못 보지만 모든 것을 보는 천 번 고조할머니. 살아있는 것은 아니지만 영원히 죽은 것도 아닌 상태로 그저, 그렇게 사천 년 동안 다락방에서 살포시 잠들어 있었다. 오랜 세월 사하라의 모래와 먼지 속 거대한 무덤 안에서 평안을 누리다가 유럽 백인의 손에 의하여 꺼내 알렉산드리아로 보내지고 여기서 도중에 빼내어져 난데없이 미합중국으로 항해를 해 이젠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일리노이주 북부의 언덕 저택에 터를 잡은 존재.

  제일 중요한 세시. 가족 중 가장 예쁘고 특별한 딸로 지혜의 여신과 다름없다. 이 지혜를 위하여 가족 모두는 깨지기 쉬운 도자기처럼 소중하게 다루어 원하는 만큼 자도록 배려하려 힘을 기울이는 존재. 거처는 다락방, 저택이 생긴 이후 연속해서 쌓이고 쌓인 먼지, 이 가운데서도 세월의 지혜와 감식안과 지난 세월의 경험을 함께했던 먼지들만 고인 속에서 잠을 자는 존재이면서 실체가 없다. 오직 영혼만이 남아 자유롭게 온 세상을 날아다니며 아프리카코끼리, 수염고래 등의 거대 포유류부터 짚신벌레나 아메바 같은 단세포 생물의 속으로도 깃들어 이들의 눈으로 보고, 입으로 말을 하고, 심지어 생각도 만들어낼 수 있는 특별한 존재. 당연히 가족 가운데 가장 큰 역할을 한다.

  티모시. 저택의 개구멍받이. 어느 날 밤에 셰익스피어로 발을 싸고, 포의 어셔가를 베개 삼아 바구니 안에 든 채로 저택 앞에 버려진 아이. 저택의 키가 훌쩍 큰 아내와 그보다 더 훌쩍 크고 마른 남편, 그리고 리어왕이 젊었던 시절에 이미 늙은 모습이었을 법한, 식탁에 올리면 안 되는 수프만 끓일 것 같은 수염 난 노파에 의하여 받아들여지지만, 거울을 가져다 대보니 모습이 비치는 것이 아닌가. 그리하여 남편이 자신들과 다른 존재라는 분명한 이유로 접수 거부 의사를 밝혔건만, 세상에 아내 이기는 남편은 없는 법이라서 키 큰 여주인이 거두어 아들로 삼은 천생 역사가, 기록자. 그리고 유일한 인간의 아들.

  이들이 시월을 맞는다. 핼러윈 전야. 세상 각처에 깃들다가 몇 년 만에 친척들이 다 모여 떠들썩한 잔치를 베푸는 시월의 저택. 이들 다 유령.


  유령은 어떤 존재인가. 유령 세시는 이렇게 말한다.


  “살아있는 존재들은 장님일 뿐이지. 하지만 세월에 몸을 적시고 대지의 자식으로 다시 태어나 영원을 상속하게 된 우리는, 모래의 강과 어둠의 냇물에 부드럽게 떠다니는 우리는, 수백만 년이 걸려 도착해 대지에 쏟아져 내리는 별빛을 알고, 겹겹이 쌓인 지층과 사암층 위에 음각으로 새겨진 날개 달린 파충류의, 백만 년만큼 넓고 단 한 번의 숨결처럼 얇은 날개를 가진 짐승의 골격 아래 영원에 감싸인 채 씨앗처럼 묻힌 영혼들을 찾아낼 수 있단다. 우리는 시간의 파수꾼이니까. 지상을 걷는 이는 오직 한 순간밖에, 다음으로 숨을 내쉴 때면 사라져버리는 그 시간밖에는 모르지. 움직이며 살아가기 때문에 지킬 수 없는 거란다. 우리는 어둠 속 기억의 낱알들이란다. 우리의 장례용 단지는 우리가 품고 있던 빛이나 박동을 멈춘 심장만을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의 우물을, 네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깊은 비밀의 공간을 감추고 있단다. 시간 속에 사라진 모든 죽음을, 인간이 새로운 육신이 살 거처를 마련하고 돌을 쌓아 계속 위로 올라갈수록, 우리는 계속 아래로 내려간단다. 황혼에 물들고, 밤의 어둠에 감싸인 채로. 우리는 계속 쌓아 나가며, 작별할 때는 항상 분별한단다. 4백억 생명의 죽음은 엄청난 지혜라고 생각하지 않니? 그리고 대지 아래 차곡차곡 보관된 그 4백억 개의 죽음이, 지금 살아 있는 이들이 삶을 누리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선물이라고 생각하지 않니?”


  


● 책 속에서 미네르바 할리데이 양이 유령이 등장하는 작품으로 꼽은 것들

   : <햄릿>, <크리스마스 캐럴>, <폭풍의 언덕>, <나사의 회전>, <레베카>, <원숭이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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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1-08-16 09: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별 네 개 반은 없었다.

잠자냥 2021-08-16 10: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시월에 읽으려고 사두고 계속 미뤄지기만 …. ㅋㅋㅋㅋ 올해 시월에는 읽겠습니다. 그나저나 오늘 설마 출근?!

Falstaff 2021-08-16 10:35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 출근이라니요. 하우스 코너, 집구석입니다. 이를 빼야 하는데 치과도 놀더라고요. 심심해서 하나 올렸습지요.
근데 브래드버리, 이 양반 글이 좋더라고요. 대개 이쪽 작가들은 스토리로 승부하는 거 같은데, 오호, 그래서 단편집 하나 더 읽기로 결정했습니다. ㅎㅎㅎ

잠자냥 2021-08-16 12:24   좋아요 4 | URL
약간 낭만적이죠. 그래서 저도 좋아해요. ㅎㅎ

Falstaff 2021-08-16 12:58   좋아요 2 | URL
ㅎㅎㅎ 기대하고 있습니다!

coolcat329 2021-08-16 11:4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화씨451 읽고 실망을 했는데...
레이 브래드버리는 단편에서 더 돋보인다고 들었어요. 이 책 재밌을거 같아요.
현대문학도 읽으실거죠? ㅋ


Falstaff 2021-08-16 12:06   좋아요 3 | URL
예. 현대문학에서 나온 단편집 읽을 겁니다! ㅎㅎㅎ

청아 2021-08-16 12: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저 분명 읽다가 멘붕이 와서(저에겐 잃.시.찾보다 난해했음)다시 펼치지 못했는데 폴스타프님 리뷰 읽고보니 재도전 하고 싶어지네요ㅋㅋ아무래도 캄캄한 밤 읽어봐야겠습니다.😊 (최근 공포영화 보다가 도시락통이 떨어져서 기겁했던 1인)

Falstaff 2021-08-16 12:56   좋아요 3 | URL
오, 그때 미미 님 컨디션이 별로였을 거라는 데 마넌 겁니다.
별로 어렵지 않고요, 심지어 글도 재미나게 잘 써요.
ㅎㅎㅎㅎ 그리고 무섭지도 않답니다.

초란공 2021-08-16 13: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영화 <화씨 451>을 먼저 봐서 원작은 더 재미있겠지라고 기대했는데 그건 아닌가봅니다. ^^

Falstaff 2021-08-16 13:30   좋아요 3 | URL
오... 영화를 못 봐서 뭐라 하기는 힘든데요, 책....은 뭐 그리 권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습니다. ㅎㅎ

mini74 2021-08-16 2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표지부터 제 취향인데요. 저 낫도 맘에 들고 ㅎㅎ

Falstaff 2021-08-16 20:16   좋아요 1 | URL
낫이 마음에 드세요? ㅋㅋㅋㅋ 엽기 미니님. 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1-08-17 02: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잉 귀신 유령 다 싫은데.... 어떡하죠? ㅠ.ㅠ

Falstaff 2021-08-17 08:5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간단합니다. 안 읽으시면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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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좋은 걸! 뜨겁게 마셔도 좋고 얼음 넣어도 좋군. 좋아, 좋아, 스탬프도 열 개 생기고, 아, 난 언제나 스탬프 부자. 어떻게 좋냐고? 에이, 맛에 관해서는 아무나 말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기껏 생각해낸다는 게, 글쎄, 까끌까글한 맛? 하여튼 그래,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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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8-14 11: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금 이거 마시고 있습니다. 따뜻하게 먹다가 식혀서 얼음 넣고 동동.

Falstaff 2021-08-15 07:52   좋아요 2 | URL
향이 괜찮습니다. 여태까지보다 커피도 잘 부풀어 내라는 기분도 좋고요.
ㅋㅋㅋ 오늘 아침에도 잔뜩 내려놨습니다. 하루 종일 얼음 동동 띄워 마실 거예요.
근데, 오늘 커피는 실패. 종이 필터 냄새가 많이 나네요. ㅠㅠ

바람돌이 2021-08-15 02: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까끌까글한 맛? 표현이 끝내주는데 어떤 맛인지 감이 잘 안와서.... ^^
아 저도 커피 스탬프 부자입니다. ^^

Falstaff 2021-08-15 07:53   좋아요 1 | URL
사실 커피 맛이 다 까끌까끌 하잖아요? ㅋㅋㅋ 곱지 않게 넘어가는 거.
그게 어떤 맛이라고 정확하게 쓸 수 있으면 저도 관광공사 사장 하게요?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