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꾼
한스 팔라다 지음, 염정용 옮김 / 로그아웃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팔라다의 장편 <홀로 맞는 죽음>을 읽고 고른 팔라다의 다른 책. <홀로 맞는 죽음>에서 이미 작가 소개를 했으니 생략한다.

  술. 웬수 같은 술. 나도 알코올 의존 성향이 조금 있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술에 관한 한 지조가 없어서 술의 맑고 흐림을 가리지 않아 다른 술도 마셨지만 마시지 않았다고 치고, 오직 소주만 세서 일년에 350병에서 400병(까지 가지는 못한다)을 비우는 인간이니 알코올 의존증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어쩌나, 알코올 의존증을 떨치지 못하는 인간들이 가장 바라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술 좀 안 마실 수 있게 되는 일인 것을. 근데 그게 안 되는 안타까움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른다. 술은 중독성이 있는 담배와 같아서, 마약이나 기타 향정신성 물질은 경험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모든 중독성 물질과 같이 결코, 점점 섭취를 줄이는 방식으로는 절대 끊을 수 없다. 한 번에 딱, 자기 잘못임에도 불구하고 애먼 말의 모가지를 내리쳤던 김유신처럼 단칼에 끊는 수밖에 없다. 내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나를 비롯해 담배를 끊은 인간은 숱하게 많아도 술을 끊은 독한 사람은 딱 한 명 밖에 없다. 그만큼 술을 끊는 건 어려운 일. 담배는 의사가 “당신 담배 계속 피우면 1년 안에 죽어.”라고 말하면 열 명 가운데 한 명 빼고 다 끊는다. 내가 아는 사람 가운데 여보, 의사 선생, 그냥 피우다가 죽을 게, 라고 했고, 정말로 죽을 때까지 담배를 즐기다 간 사람은 <토지>의 작가 박경리 밖에 못봤다. 그러나 술은 더 독하다. “당신 술 계속 마시면 반 년 안에 죽어.” 해도, 영화 <바람난 가족>의 문소리 시아버지 김인문 씨 봐라, 잠깐 끊는 시늉하다가 다시 마신다. 그런데 신기하기도 하지. 실제로는 반 년 안에 죽은 사람 한 명도 못 봤으니. 의사가 알코올의 해악을 강조하기 위해 반 년 운운했던 거 같다.

  중증 알코올 의존을 그린 작품이 꽤 있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니컬러스 케이지가 1996년에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와 베네딕트 예로페예프가 쓴 소설책 <모스크바발 페투슈키 행 열차>. 다음이 요새 책방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작품 가운데 하나인 에밀 졸라의 작품 <목로주점>에서 악당 쿠포가 벽면에 쿠션 장치가 된 정신병원의 독실에서 발광 끝에 죽어가는 너무도 리얼한 장면과 쿠포까지는 아니나 유진 오닐의 희곡 <밤으로의 긴 여로>에서 어머니. 또 약하긴 하지만 서머싯 몸의 <면도날> 뒷부분에 나오는 해변가에서 만난 소피. 그러나 역시 알코올 의존 소설의 최고는 작가 스스로가 중증 알코올 의존증 환자였던 맬컴 라우리가 쓴 <화산 아래서>를 들어야겠다.


  “비극의 단어들이 자신을 관통한 총알처럼 방 안을 윙윙거리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대산세계문학총서 107, <화산 아래서> p.500 문학과지성사. 2011)


  자신을 관통한 총알마저 술에 취했는지 구심력에 이끌려 방 안에서 그냥 비척비척 술 취한 남자의 걸음 마냥 날아다니는데, 날아다니는 것처럼 감각을 하는데, 이 장면을 읽을 때 얼마나 슬펐는지, 그러면서 아름다웠는지, 읽다가 또 술 한 병 깠지 뭔가. 그런데 정말로 <화산 아래서>를 읽으실 분을 위해 한 마디만 보태자면, 함부로 시도하지는 마시라는 것. 당신이 알코올 의존증을 경험하지 못했으면 무지하게, 무지무지하게 지루해질 확률이 겁나게 높으니까.


  한스 팔라다는, 잉글랜드의 부잣집 도련님으로 태어나 케임브리지를 수석으로 졸업한 중증 알코올 의존증 환자 맬컴 라우리와는 달리, 어려서 마차를 끄는 말한테 얼굴을 걷어 채여 죽음의 기로에 설 만한 수술을 여러 차례 받으며 마약성분이 다량 함유된 진통제를 장기 복용하는 바람에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친구와 동반자살도 감행했고, 이후에 알코올, 마약, 약물에 탐닉하는 불행한 일생을 살다 간 인물이다. 그러면서도 끝내 나치 지배하의 독일에서 벗어나지 않고 버티면서 창작을 계속했던 독종이기도 하다. 그래서 알코올 의존증 환자이자 식료품 도매상 사장인 에르빈 좀머 씨가 몰락하는 소설인 <술꾼>을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라고들 하는 모양이지만 꼭 그렇게 여길 필요는 없다. 세상에 자신의 경험이 조금도 들어있지 않은 허구 이야기는 없으니까.


  에르빈 좀머 씨가 처음부터 알코올 의존 증세가 있는 건 아니었다. 작은 회사의 말단으로 근무하다가 직장에서 만난 아가씨 막다(‘마그다’라고 쓰는 게 더 좋을 거 같은데 이건 역자 마음이니까 뭐)와 사내연애를 거쳐 가난한 연인이 손가방 한 개씩만 들고 결혼해 궁핍했던 신혼시절을 헤쳐 나갔다. 이후 이들은 독립을 해 식료품 도매 회사를 차렸고, 막다가 워낙 적극적인 성격이고, 회사의 규모를 키우는데 열성이라 금방 성공을 해 이젠 막다-에르빈 좀머 가족은 품위를 유지하면서 살고 있다. 회사가 커지자 돈도 많이 생겨 좀머 씨는 교외에 땅을 구입하고 저택을 지어 고급 가구를 들여와 이제 막다는 저택관리와 텃밭을 가꾸면서, 닭과 오리 같은 가금을 키우는 일에 전념하며, 애초에 소극, 내성적인 성격으로 사업을 키우는 것보다는 현상유지에 관심이 많았던 에르빈이 회사의 사장으로 어깨에 힘을 주게 되었다. 14년 동안 한 번 유산을 하고 이후에 둘 사이에 아이가 생기지 않는 것을 빼고는 더없이 행복한 결혼생활을 영위했는데, 15년차에 들어서면서 불운의 손톱이 저택을 할퀴기 시작했으니, 에휴, 20세기 들어와서는 톨스토이가 틀렸다, 불행한 가정은 거의 다 비슷하게 경제적 곤란함에서부터 시작한다.

  이들 사업의 최고 아이템은 1천5백 명을 상시 수용하는 교도소에 식품을 납품하는 일이었다. 막다가 경영의 한 축을 맡을 당시엔 3년마다 입찰이 있기 바로 전에 교도소 구매 책임자와 담당자를 연달아 방문해 사업상 어려움과 교도소와의 거래가 자신들의 생존에 얼마나 간절한지를 구구절절 설명하곤 했는데, 세번 입찰을 성공해 9년 연속으로 거래를 하다 보니까, 에르빈 좀머 사장은 원래 성격이 소심하고 내성적이라 구태여 그들을 찾아가기도 뭐하고 그래서 그냥 서류로 입찰에 응했다가, 장렬하게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가장 크고 중요한 고객을 잃은 식료품점은 돌이키기 어려운 타격을 입었는데, 이 즈음에 사건은 벌어지고 만다.

  이때까지 좀머 씨는 술을 마시는 사람이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마셔야 할 때는 그저 맥주 한 잔. 그것도 몇 모금 깨작거리는 수준이었다. 이게 문제다. “어쩔 수 없이 마셔야 할 때” 이게 술을 끊고자 하는 사람들을 제일 절망시키는 일이며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하는 중요한 핑계거리다. 담배는 분명히 해악인데, 술에 대하여는 너무도 관대하다. 음주운전만 빼면. 오죽하면 내가 이란으로 이민을 갈까, 하고 고민을 다 하겠는가. 술 마시다 걸리면 돌 던져 죽여버리는 이란회교공화국. 꿈의 나라.

  하여간 이렇게 다른 사람들한테 공감과 존중을 받으며 근면하게 살아가던 좀머 씨에게 사업이 뜻대로 풀리지도 않고, 은행에서도 당연한 듯 처리해주던 어음교환도 거절당해 자존심에 크게 스크래치가 갔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가을비까지 무척 내리던 거였다. 저택이 도시 외곽에 있어서 포장이 되지 않아 신발이 진흙투성이가 되어 집에 도착하니, 글쎄 현관 앞에 신발 털이개가 깔려 있지 않은 거다. 현관을 열어 아내를 불러도, 막다, 막다, 어이 막다!, 아무런 대답도 없고 불도 꺼져 있어서 살금살금 뒤꿈치를 들고 들어와 의자에 앉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밝은 연두색의 비싼 카펫에 진흙이 묻고 말았으며, 신발을 벗다가 손에서 놓치는 바람에 커다락 얼룩이 지고 말았고, 때를 맞춰 지하 음식창고에서 올라온 막다에게 온갖 지질한 짜증을 부려, 결혼 15년차 들어 일용할 양식이 되어온 심한 언쟁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소강상태가 오고, 갑자기 안 하던 생각이 나서 지하실에 직접 내려간 좀머 씨가 벌써 몇 년 전에 선물 받아 아직 개봉하지 않은 레드 와인을 가져와서 부부간에 한 잔 씩 하니까 분위기도 풀리고, 기분도 좋아져, 회사 사정을 감안하면 턱도 없는 돈 백 마르크를 아내한테 건네면서 사고 싶은 거 마음대로 사라고 허풍까지 떨었다.

  이게 사달이 난다. 안 하던 짓 하면 일이 커진다. 한 번 술맛을 본 좀머씨는 회사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아내 막다를 다시 회사에 끌어들여야 한다는 걸 번히 알지만 그러면 사장이자 남편으로의 가오에 금이 가는 관계로 고민만 하다가, 시 외곽으로 산책하러 나간 길에 들른 카페에서 그만 화주, 옥수수 위스키를 몇 잔 마시면서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알코올의 송곳니에 물려 가장 처절한 몰락의 길로 급속하게 빨려들어간다.

  알코올 의존은 결국 몰락을 한다는 결론, 이건 책을 읽기도 전에 독자 누구나 알고 있지만, 한스 팔라다는, 나도 아직 약한 증상이긴 하지만 의존증이 있는 입장에서 읽을 때, 너무도 잔혹하게 막다른 골목까지 끌고 간다. 물론 가장 책임이 많은, 아니지, 모든 책임은 선했던 식료품 도매회사 사장 에르빈 좀머가 져야 하지만 얼마나 혹독하게 그를 궤멸의 골짜기로 몰아넣는지 등골이 다 시릴 정도다. 가차없는 문장과 묘사로, 세상에나 꼭 좀머 씨를 이렇게 만들어야 하는지. 아, 남의 일이 아니라서 무지하게 힘들었다. 차라리 나중에 비쩍 마르고 키만 멀끔하게 큰 노인, “좀머 씨”로 만들어 하루종일, 일년 열두달 쉬지 않고 지팡이 하나를 짚고 뚜벅뚜벅 빠른 걸음으로 여기저기 걷다가 나중엔 조용한 호수의 중심으로 걸어가게 만들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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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2-21 08: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술꾼에 더 공감하신듯 합니다. ㅎㅎ 건강검진 잘 하고 오시고 무탈하시길 ~

Falstaff 2022-02-21 11:55   좋아요 2 | URL
ㅎㅎㅎ 디녀왔습니다. 결과 나와 봐야지요 뭐. 고맙습니다. ^^

coolcat329 2022-02-21 09: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이 책 저도 슬픈데 골드문트님 읽으시면서 애주가로서 힘드셨군요. 어떤 몰락이길래 저도 읽고 싶어집니다.
제가 지금 목로주점 초반을 읽고 있는데 쿠포가 그렇게 되는군요! 역시 ㅠ
골드문트님 오늘 검사 잘 받으시고 결과도 좋길 바랍니다.☺

Falstaff 2022-02-21 12:08   좋아요 2 | URL
알코올은 국가에서 마약류로 규정을...했으면 좋겠는데, 적당히 마시는 인간들이 너무 많아서 말입죠. 쿠포 같은 인간은 원래부터 술 좀 했겠지만 급성 중독으로 빠진 대표적 사례인데, 이 책의 주인공 좀머씨도 마찬가집니다. 저야 40년 넘게 장복해서 이런 꼴은 안 볼 것 같지만 말입죠. ㅋㅋㅋㅋ

청아 2022-02-21 09: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목로주점>의 쿠포의 고통은 제르베즈에게 한 짓때문에 미웠던 마음을 다 상쇄시킬만큼 강력하더군요. 이 책 궁금하네요.
이란은 안가셨으면 좋겠어요ㅎㅎ

Falstaff 2022-02-21 12:09   좋아요 2 | URL
이란 잘못 갔다가 미군한테 폭격 맞아 죽을까봐.... ^^;;;

그레이스 2022-02-21 10: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신의 이야기가 들어있지 않은 픽션은 없죠^^ 그래서 공감하는 것 같아요.
총알묘사! 골드문트님 이야기로만 봐도 슬프고 아름답기만 하다는 느낌 뭔지 알것 같아요. 가난이 불행으로 몰고가는 한계치라는게 있는 것 같습니다. 톨스토이는 그걸 몰랐던것 같아요. 그가 농민계몽?을 시도하다가 실패한 이유인듯요.
그 임계점이 국가가 감당해야할 안전망인듯요.
이란! ㅋㅋㅋㅋ
그래도 마실 사람들은 마시는듯요^^
어쨌든 금주령과 밀주업자가 공존했던 시대의 이유를 알것 같습니다.

Falstaff 2022-02-21 12:11   좋아요 2 | URL
옙. 톨스토이는 애초에 부르주아 귀족이라서, 행 불행을 나누는 것도 기본적으로 돈이 있는 부르주아 귀족 집구석이 만일 행복하다면, 불행하다면, 이렇게 깔려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새파랑 2022-02-21 09:5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술이 왠수이지만 술은 정말 끊기 힘든거 같아요. 하루 이틀 안마시면 생각이 납니다 😅 왠지 찔릴거 같아서 이책은 함부러 못 읽어보겠네요 ㅎㅎ

공쟝쟝 2022-02-21 10:47   좋아요 4 | URL
보드카 조심!!

새파랑 2022-02-21 11:04   좋아요 3 | URL
앗 ㅋ 어제도 보드카에 탄산수 타서 마시면서 책읽었는데 ...😅

공쟝쟝 2022-02-21 11:22   좋아요 4 | URL
전 보드카 비싸서 소주…

Falstaff 2022-02-21 12:12   좋아요 3 | URL
아우, 날이 갈수록 쟝쟝 님 취향에 대한 존경이 더해갑니다!
저도 보드카 <<<<< 소주거든요. 보드카 마시느니 안동소주, 문배주, 미르 40! ㅋㅋ

청아 2022-02-21 12:20   좋아요 2 | URL
새파랑님은 러시아 좋아하셔서 보드카도 즐기실듯합니다ㅋㅋㅋㅋ

페넬로페 2022-02-21 10:1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그 어떤 협박에도
누군가는 한번은 시도하지만 그것조차 하지 않고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봤습니다.
바로 저의 남편분이십니다 ㅎㅎ
그래도 술은 마시지 않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까요?
평생 담배 근처에도 안 간 분이 폐암선고를 받는 것을 보고 인생이란 게 참~~
이렇게 생각하기도 합니다.
음주는 매일 하는게 좋지 않다고 합니다.
간을 쉬어가며 조금 양을 줄이시는게 어떠신지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의 장면이 생각납니다~~
이 책도 읽고 싶고요.
건강검진 잘 다녀오세요^^

Falstaff 2022-02-21 12:14   좋아요 3 | URL
저는 담배.... 드러워서 끊었습니다.
담배 피운다고 얼마나 지랄들을 해대는지, 아우슈비츠에서 독일군이 담배연기 뿜어 유대인들 죽인 걸로 아는 거 같더라고요.
오늘 검진하는데 젊은 의사가 다 좋고, 술 좀 줄이라는데, 저도 한 마디 했습지요.
그게 쉽게 줄여지는 거면 아직도 이렇게 마시겠습니까. 라.고.요. ㅋㅋㅋ

공쟝쟝 2022-02-21 10:5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 술먹고 싶어지잖아여...................... (마신지 이틀밖에 안됐는데....) 그나저나 이웃님들 페이퍼 읽다가 아는 거, 특히 최근에 읽다가 어디에서 본거 나오면 정말 신나는데, 제가 엊그제 읽은 책에서 <화산 아래서>의 잘쓴리뷰라고 소개된 걸 봤거든요. 이렇게 처음 등장한 책이 가까운 시일 내로 두번 세번 제 눈에 나타나는 거 읽으라는 계시인 것이겠죠?
책 읽을 때 책이 제일 많이 읽고 싶은 것 같아요.

Falstaff 2022-02-21 12:16   좋아요 2 | URL
<화산 아래서>의 우리말 번역은 번역에 관해 조금 논란이 있습니다만, 뭐 번역서 읽는 입장에선 완전 복불복이니까 걍 넘어가면, 전 정말 공감해가면서 읽었습니다. 팔라다의 <술꾼>보다 더 절절하게 다가오더라고요.
팔라다의 책은 읽기가 아주 힘들었습니다. 아주, 아주, 아주 힘들더군요. 눈에 훤히 보여서리....

그레이스 2022-02-21 13: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
작은 글씨로 봐서 그런가?
작가 이름이 한스 콸라라로 읽혔어요. ㅋㅋ
페이지 이동하니 팔라다 ㅎㅎ

Falstaff 2022-02-21 16:21   좋아요 0 | URL
ㅋㅋㅋ 한스 꽐라라. 아휴, 졌습니다. ㅋㅋㅋㅋ

Forgettable. 2022-02-21 13: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재미있는 책이죠.. 오래 묵혀둔 술에 곰팡이가 옮겨가듯 주인공이 순식간에 술독에 빠지게되는 도입부가 정말 대단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술 마시면서 읽어서 뒷부분은 기억이 잘 안나네요. 주인공과 함께 웃고 울며 어깨동무 한 채로 끌어안고 본 것 같아요.

Falstaff 2022-02-21 16:23   좋아요 0 | URL
흑흑... 마치 제 얘기인 것처럼 끔찍하게 한 페이지씩 넘겼는데 잼나셨다니 그저 부러울 뿐입니다. 전 정말 제 이야기인 것 같았어요. 으....
쐬주나 한 잔 하고 잊어야겠습니다. ㅋㅋㅋㅋ
 
흰옷을 입은 여인 1 현대문화센터 세계명작시리즈 45
윌리엄 윌키 콜린스 지음, 이주현 옮김 / 현대문화센터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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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에 겐자부로 작품 속에 인용하는 작가라서 일부러 검색해 사서 읽음. 빅토리아 시대의 ˝나름대로 미스테리˝ 소설. 1849~1850년을 무대로 펼쳐지는 뻔한 미스테리일지언정, 이게 고전이라 읽는 재미가 여간하지 않음. 훌륭한 B급 소설. 디킨스의 귀싸대기를 날림! 얼른 마저 2권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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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2-02-20 15: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헙! 디킨스를!!

Falstaff 2022-02-20 21:08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2권은 더 대단합니다!

coolcat329 2022-02-20 18: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머! 저 이 책 한 권짜리 다른 출판사 책으로 읽었어요. 하도 옛날에 읽어서 기억이 잘 안나지만 흰옷 여인이 나오는 장면이 환상적이면서 미스터리한게 몹시도! 궁금하게 만들더라구요.

Falstaff 2022-02-20 21:09   좋아요 1 | URL
오, 두 권에 8백쪽이 넘어갑니다. 아마 축약본으로 읽으신 듯. 편집도 아래로 26행, 한 줄에도 글자 빽빽합니다.
그렇다고 다시 읽으시란 얘기까지는 절대, 절대 아니고요. ^^;;

coolcat329 2022-02-20 21:25   좋아요 1 | URL
찾아보니 제가 읽은 책은 2008년 브리즈 출판사에서 나온 건데 776쪽입니다. 현재 품절이네요. 축약은 아닌거 같지 않나요? ㅎ

아이고 아래 댓글보니 고생 중이시군요. ㅠ
검사잘받으셔요.

Falstaff 2022-02-21 05:32   좋아요 1 | URL
아, 이 책이 최초 완역이 아니군요. 여태 그런 줄 알았습니다.
새벽에 2차 와당탕퉁탕! 시작합니다. ㅋㅋㅋㅋ

독서괭 2022-02-20 20: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골디님 백자평이 엄청나네요..!

Falstaff 2022-02-20 21:09   좋아요 0 | URL
예상외로 좋은 건 별점에서도 득을 보는 거 아니겠습니까. ㅋㅋㅋ

그레이스 2022-02-20 21: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림, 100자평 다 👍

Falstaff 2022-02-20 21:16   좋아요 3 | URL
아이고 흑흑흑, 내일 아침에 건강검진, 위 아래 다 내시경 받는다고 지금 물똥 찍찍, 쏴아아아와와와....인데 자꾸 댓글 주시면 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도 옴지락옴지락 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레이스 2022-02-20 22:00   좋아요 2 | URL
^^;;;
 
주군의 여인 1 창비세계문학 60
알베르 코엔 지음, 윤진 옮김 / 창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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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거 너무했다. 정말 기막힌 작품인데 왜 이리 팔리지 않는 건가. 난 그저 일개 독자, 그것도 내돈내산이면서 창비를 (영숙아, 너 때문이야!)미워하는 인간인데, 이 책을 읽는 독자가 별로 없다는 것이 아쉽다. 많이 사서 읽어야 4부작 나머지도 번역해 나올 텐데.... 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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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2-02-18 20:4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 이게 다 번역이 안 된 거예요? 예전에 다락방님이 재밌다 하셔서 담아두긴 했는데..

Falstaff 2022-02-18 21:16   좋아요 2 | URL
글쎄 4부작 가운데 <주군의 여인> 딱 하나만 번역해 나왔다니까요! 진짜 아쉽습니다.

다락방 2022-02-18 21:51   좋아요 3 | URL
이게 막 하권(2권) 에서 사람 미치게 해요. 읽고나서 한동안 넘나 허우적거렸어요 ㅠㅠ

mini74 2022-02-18 20:5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무슨 책일까 궁금해서 방금 골드문트님 예전 쓰신 리뷰봤어요. 발췌문 글들이 정말 좋은데요 ~ 근데 골드문트님 이름만 바꾸지 마시고 사진도 좀 바꾸심 안되나요. 골드문트가 저리 되었다 생각하니 ㅠㅠㅠ ㅎㅎㅎㅎ

공쟝쟝 2022-02-18 21:01   좋아요 6 | URL
나중에 골드문트 저렇게 되던데요? ㅋㅋㅋㅋㅋㅋ 전 퐐드문트님 프사 좋아요 ㅋㅋㅋㅋ

mini74 2022-02-18 21:04   좋아요 4 | URL
너무 과하지 않나요 ㅎㅎㅎ 폴스타프님 프사니 새 이름은 새 그림에 ㅎㅎㅎ 사실 저도 정겹고 좋긴 합니다 ㅋㅋ 그리고 골드문트님 사진에 일해라 절해라 하는 듯해서 급죄송스런 맘이 ㅋㅋㅋ 저 소심하거든요 ㅎㅎ

Falstaff 2022-02-18 21:18   좋아요 4 | URL
아이구.... 10대 골드문트가 나이들면 외모가 딱 폴스타프라니까요!
하는 짓도 금순이, 골드문트하고 폴스타프 꽐라하고 비슷해요. ㅋㅋㅋ

쟝쟝님 암만해도 짱이셔!!!

그레이스 2022-02-18 21: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검색했는데 좋네요^^
영숙이는 누구신지...?!^^

Falstaff 2022-02-18 21:30   좋아요 4 | URL
윽.... 이름이 영숙이는 아닌데요, 우리말 문법에 그런 거 있잖아요.
초성자음 부끄럼 탈락.
˝문자적 유사성˝의 구현인지 글 도둑질의 실현인지를 한 자칭 작가라는 인간, 아시잖아요? <엄마를 당부해>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출품했고요, 저로 하여금 <외진 방> <풍금이 놓인 자리> <기차는 미쳤다고 여덟시에 떠났네> <깊었던 슬픔> <어디선가 너를 찾는 핸드폰이 울리고> 등을 책꽂이에서 꺼내 쓰레기통에 쑤셔박게 만들었던 이입니다.

그레이스 2022-02-19 10:37   좋아요 1 | URL
아아 그 영숙!
전에도 봤어요
그때는 알아들었는데,,, ㅋㅋ
제가 이런 센스가 떨어지나봐요^^
아는 지인으로 좁혀 생각했죠 ㅋ

Forgettable. 2022-02-18 22: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읽은 사람만이 공감할 수 있는 백자평이네요. 하지만 저는 1권에서 쏠랄의 장광설에 사랑에 빠진 히말라야의 여인 부분이 너무나도 이해가 안갔고..

Falstaff 2022-02-19 08:01   좋아요 1 | URL
히말라야, 중앙아시아 등등의 지역은 다분히 상징으로 쓰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ㅋㅋㅋ 이이의 장광설하고 합이 맞기만 하면 정말 대박이잖아요!

coolcat329 2022-02-19 07: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이 4부작이었군요. 찜해둔 책이긴 한데 잊고 있었어요. 이참에 찾으러 가봐야겠네요. 골드문트님 글을 창비가 보고 번역해주면 좋겠습니다.

Falstaff 2022-02-19 08:02   좋아요 2 | URL
아이고, 정말 나머지도 번역해서 나오기만 하면 더이상 창비 미워하지 않을 겁니다. ㅋㅋㅋ 알렉산드리아 4중주와 어깨를 견줄 만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지옥변 세계문학의 숲 13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지음, 양윤옥 옮김 / 시공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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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공사에서 냈던 “세계문학의 숲” 시리즈 가운데 아직 읽지 않은 책이라면 적어도 한 번은 왜 여태 안 읽었는지 생각을 해봐야 마땅했을 터. 그저 시리즈 목록 가운데 읽지 않은 아쿠타가와의 책이 있어 덥석 집어든 것이 패착. 책의 제목이 아직 읽어보지 않았다고 단정한 중·단편인것으로 알았는데 저런, <지옥변>은 민음사 세계문학 시리즈로 나온 저자의 단편집 《라쇼몬》에 포함되어 있었다. 《지옥변》에는 단편이자 아쿠타가와의 대표작인 <라쇼몬>이 첫 번째 작품으로 실려 있으니,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게 발생하는데, 그럴 때마다 쉬운 말로, 꼭지 돈다. 게다가 아쿠타가와의 작품들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다. 틀림없이 눈에 백태가 낀 거다. 생각 좀 하고 살아야겠다.

  그래도 《라쇼몬》은 아주 조금 기억할 만한 것이, 이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서 알라딘 서재에 그저 보관을 했을 뿐이건만 그게 덜컥, 이달의 독자 리뷰(여러 편 중의 하나)로 선정이 되어 2만원의 적립금을 받았다는 것. 독후감 써서 알라딘에서 적립금 받긴 처음이었다. 아, 이런 것이 있었구나! 깜짝 놀라, 아 참, 이거 비밀이긴 하지만, 이후 나의 독후감에서 적나라한 표현은 은근히 사라지고 만다. 암만해도 입에 걸레 물고 화끈하게 말해버리면 ‘이달의 독자 리뷰’ 선정하는 분의 마우스 클릭하는 손가락에 힘이 덜 갈 것 같아서. 뭐 사는 게 다 그렇지. 일본말 <라쇼몬>을 한문으로 쓰면 나생문(羅生門)이고, 전형적인 일본식 그로테스크를 보여주고 있어서, 나는 ‘라쇼몬’보다 우리나라 14세기 말 조선시대 한양에 지은 시구문(屍口門)이 이름부터 훨씬 달콤 살벌하지 않느냐, 라고 썼던 적이 있다. 민음사 《라쇼몬》에 실린 모든 중·단편 가운데 딱 이것만 생각난다. 그러니 단행본으로 나온 《지옥변》을 읽어봤는지도 몰랐다고 적어도 변명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하여 《지옥변》을 읽기는 읽는데, 읽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민음사 《라쇼몬》에 실린 작품은 건너뛰고, 실리지 않는 것들만 읽기로 결정을 했다. 어차피 일년 지나면 전혀 기억하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 팍팍 났고, 지금 다 읽은 다음에 다시 생각해봐도 마찬가지라서, 결심 한 번 참 잘했다고 스스로 칭찬하고 있는 중이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원래부터 아쿠타가와 성씨를 쓴 건 아니다. 우리나라에 이이의 팬들이 많아 많은 독자들은 벌써 알고 계시겠지만, 아기 류노스케가 8개월 때, 아이의 엄마가 정신질환으로 발작을 일으켜 도무지 키우기 힘들게 되자 외갓집, 예술에 큰 관심을 두고 있으며 스스로도 아마추어 예술가 또는 딜레탕트이기도 한 외삼촌 아쿠타가와 도쇼 부부가 키우게 된다. 외갓집이 일본의 다른 곳도 아니고 도쿄 부근에서 방귀 깨나 뀌는 집안이어서 전통적인 에도식 문화분위기에서 자랐고, 후에 외삼촌 아쿠타가와 씨의 양자로 입적을 하게 된다.

  나라도 그랬겠지만 아쿠타가와는 혹시 어머니한테 정신병력을 물려받지나 않았는지 평생, 평생이래봐야 서른다섯 해의 짧은 생이지만, 비관 또는 허무주의에 빠져 살다가, 이런 사람들이 흔히 그렇듯, 확실한 건 아니지만 날로 우울증을 심화 발전시켜 1927년, 그동안 틈틈이 모아놓은 수면제를 한꺼번에 삼켜 잠을 자며 고요히 숨을 거두었다. 요즘 수면제는 독성이 거의 없어 따라 해봤자 아무 소용없다. 괜히 병원가서 위세척 당하는 쪽팔림만 겪을 뿐이니 당신은 꿈도 꾸지 마시라.


  그리하여 골라, 골라 읽어보니 하나 같이 멘탈 에브노멀, 그리고 역자 양윤옥이 해설에서 말한대로 페시미즘과 니힐리즘이 적절한 비율로 섞어찌개를 만들었다. 진짜다, 읽어보시라. 따로국밥은 없다. 오직 섞어찌개, itself! 내가 보기에 책의 제목을 《지옥변》으로 한 것은 표제작이 실린 작품들 가운데 제일 분량이 길어서 그런 것 같은데, 그건 이미 민음사 책을 통해 읽어봤으니 다음으로 긴 작품인 <갓파>를 소개해보자. 아휴, 이것도 민음사 책에 실린 거다. 그러면 대산 <톱니바퀴> 얘기를 좀 해보자.

  아쿠타가와가 수면제 수십 알을 삼키고 천국의 즐거움을 맛보러 간 1927년, 이이의 매부가 선수를 쳤다. 추운 날이었다니까 아마 연초쯤 될 듯하다. 도쿄에서 멀지 않은 시골에서 계절과는 인연이 없는 레인코트를 걸친 채 차에 깔려 죽은 것. 작가의 연표를 보면 매부는 사업에 실패해 거액의 빚을 남기자 자기 집을 시장가격의 두 배에 달하는 보험금을 탈 수 있게 부보(部保)하고 그냥 신이 나서 자기 집에다 불을 싸질러버린다. 그리하여 우울증에 의한 것이 아니라 파산을 하고, 이제 그것도 모자라 형사입건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그러다가 이판사판 하는 심정으로 자살을 해버린 것이겠지. 보험사기를 위해 방화 범죄를 저질렀고, 이미 위증죄로 집행유예 기간 중이어서 빼도 박도 못했던 상태였단다. 당연히 아내의 남동생인 아쿠타가와 역시 이 일 때문에 검·경의 조사를 피할 수 없었읕 것이니, 이래저래 1927년은 작가의 집안엔 짙은 먹구름이 도무지 갤 생각이 없었던 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쿠타가와는 원고 마감 시간에 쫓기는 작가라서, 이런 와중에 집에서 조용히 창작에 전념하기가 힘들어 작지만 조용한 호텔방을 빌어 그곳에서 단편소설 <톱니바퀴>를 집필한다. <톱니바퀴> 자체가 자신이 이 작품을 쓰기까지의 상태를 적은 글이다. 작가는 아는 사람의 결혼 피로연에 자리를 빛내주기 위해 길을 가던 중, 도카이도 본선의 정거장에서 알고 지내던 이발사 주인을 만나 XX씨네 집에 한낮에도 출몰하는 유령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시작한다. 하여간 이발사의 말에 의하면 주로 비 오는 날에 자주 출몰하고, 레인코트를 입은 유령이라는 것. 만일 이 대화를 읽을 때, 아쿠타가와의 연표를 본 상태였다면, 그게 바로 매형의 유령임을 알아차릴 수 있을 텐데, 독자에게, 심지어 일본의 독자들 가운데서도 이걸 눈치챈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래 난데없이 왜 레인코트를 입은 유령이 작중 화자 ‘나’를 졸졸 따라다니며 도쿄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도, 글을 쓰기 위해 임시로 빈 호텔의 로비에서도, 심지어 ‘나’가 들은 방의 욕실에서도 레인코트의 사내가 기척을 하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작품은 이렇게 내내 불안하고,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에서 진행하다가 그냥 그대로 끝나버린다. 잠든 아내를 바라보며 죽은 게 아닌가 싶은 공포에 휩쓸리면서.

  읽는 내내 피곤하다. 정신질환의 가능성에 대한 공포와 허무주의, 그리고 비관적 세계관의 난장판. 그러면 미시마 유키오 같은 감각적인 문장이라도 있어야할 텐데 그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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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2-18 08: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읽는 내내 피곤하다는 느낌이 어떨지 궁금하긴 하네요. 저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책은 한권만 읽었는데 저도 으스스한 기분이 들더라구요 😅

Falstaff 2022-02-18 09:12   좋아요 3 | URL
그걸 경험해보시라고 추천하기는 좀 그렇군요. ㅋㅋㅋ

그레이스 2022-02-18 10: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ㅜㅜ
죽음에 사로잡힌 작가의 글을 읽으려면 마음을 다잡아야할까요?
안타깝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한 느낌을 받습니다.
그런데 페시미즘과 니힐리즘의 섞어찌개라고 말씀하시고, 읽어보시라 하시는 역설은 재미있네요 ^^

Falstaff 2022-02-18 10:28   좋아요 2 | URL
ㅋㅋㅋ
심술이죠 뭐. 혼자 페시미즘과 니힐리즘을 겪기 뭔가 억울하니까, 슬쩍, 아, 읽어보시면 알아, 하는 식으로요.
마음 다잡을 필요가 어디 있겠습니까. 기껏 소설책 한 권 읽는 걸요. ^^;;;

페넬로페 2022-02-18 11: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지금 민음사판 라쇼문 읽고 있는데 류노스케가 소세키의 문하생이라고 알고 있는데 내용은 완전 달라 조금 당황하고 있어요~~
지옥변을 읽기 전에 마음의 준비 단단히 하고 읽어야겠어요^^

Falstaff 2022-02-18 11:40   좋아요 4 | URL
나쓰메 소세키의 문하생....이라 할 수 있겠네요.
1915년에 그의 자택에서 열렸던 ‘목요회‘에 회원 자격으로 참석을 했었답니다. 둘 다 당대의 고수들이라 스타일이 달라도 서로 인정을 한 것, 정도로 생각하는데, 뭐 제가 알아얍지요. ^^;;;
하여간 1915년의 인연으로 다음 해 발표한 <코>를 나쓰메 소세키가 극찬했다고 연표에 나오는군요.

케이 2025-02-05 13: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아침 출근하면서 딱 <지옥변>까지 읽었어요.
근데 나쓰메 소세키 선생이 대체 왜 <코>를 극찬했을까요????
저는 정말 별로였는데... 뭐 대가가 칭찬했으니 이유야 있겠지마는...
고골의 <코>를 읽었을 때에 고골 이 사람이 좀 제정신은 아니다. 생각하면서도 팔스타프 님이 말씀하신 병적인 우울함 같은 건 안 느껴졌는데 아쿠타카와는 좀 다르네요.
저는 대학 시절 <귤> 을 좋게 읽어서 사서 읽었는데요. 흠....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일단 시작한 것이니 끝까지 읽고 또 평을 남길게요.
엄청 춥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감기 조심하세요!

Falstaff 2025-02-05 20:00   좋아요 1 | URL
아이쿠.... 이 책 감명깊지 않아서 내용은 다 잊었답니다. 단편집은 이게 문제예요. 순식간에 다 잊어버리는 거. <귤>도 저는 서정인의 단편만 떠오르고 이이의 <귤>은 생각도 나지 않네요. 흑흑흑....
고골의 <코>는 당시 시각은 물론이고 지금 읽어도 포스트 모던하지 않나요? 쇼스타코비치가 <코>를 오페라로 만들었는데 오페라에선 정말로 큰 코, 사람만한 큰 코들이 등장해 무대를 왔다갔다 하기도 합니다. 무슨 뜻이냐는 다음으로 하고, 은유 자체가 엽기면서도 독특해 아주 인상 깊게 읽은 작품입니다. 사실 저도 <코>에서 고골이 무엇을 주장했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씀이지요. ㅎㅎ 이렇게 사는 거죠 뭐. ^^

케이 2025-02-06 10:44   좋아요 1 | URL
저도 고골이 뭘 주장하는지는 모릅니다. ㅋㅋㅋ 그래도 술술 재밌게 읽혔던 기억은 나요. <외투>는 배꼽잡고 웃기도 했고요.
저는 가끔 틀 음악이 없으면 KBS 클래식 FM 을 틀어놓는데요. 듣다가 아니 대체 음악이 왜이래?? 하고 찾아보면 쇼스타코비치, 말러, 부르크너 이 셋 중 하나더라고요 ㅋㅋㅋ제가 소양이 부족해서 그런지도 모르지만요.
쇼스타코비치는 음악만큼이나 오페라도 난해하군요
언제나 독후감 잘 읽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쭉 독후감 써주세요!
 
그리운 나무 창비시선 368
정희성 지음 / 창비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저문 강에 삽을 씻고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전문,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창작과비평사, 1978)

 


  대학에 입학하고, 앞 뒤 잘라 말해, 이 시 한 수에 나가 떨어졌다. 이런 것들도 시가 되는구나. 물론 정희성 한 명도 아니었고, <저문 강에 삽을 씻고> 노래 하나 때문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이야기하자. 이전에 배운 교과서는 여전히 최남선, 서정주 같은 부일 시인과, 변영로의 <논개>처럼 애국심 고취의 목적시, 아니면 “술 익는 마을에 타는 저녁놀” 완전히 순수시만 배웠다가, 강변에 나가 샛강 바닥 썩은 물에 삽을 씻으며 슬픔도 퍼다 버린다는 노래를 들으니 눈이 번쩍 뜨일 수밖에. 물론 이전에 신경림, 황명걸, 조태일 등도 있긴 했다.

 

  정희성은 해방둥이로 경남 창원에서 낳고, 전국 각지를 돌며 성장한다. 용산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1970년, 제대하자마자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변신>이 당선하면서 데뷔한다. 이후 서울 소재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오래 근무하는데, 아마 숭문고등학교였지, 라는 오래된 기억이 틀리지 않아서 나도 깜짝 놀랐다. 《저문 강에 삽을 씻고》의 발문을 쓴 김종철 전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의 말에 의하면 정희성은 학문을 계속하기 위하여 대학원을 수료하고도 논문을 쓰지 않기로 결심을 해, 교수라는 높은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여건 대신 고교 국어교사로 남겠다는 각오가 저와 같은 뭇 속물들에게 매우 충격을 주었다고 한다.
  정희성은 첫번째 시집 《답청》이지만 중요한 시는 《저문 강에 삽을 씻고》에 다시 실린 것으로 보아 첫 시집은 시인에게 그리 중요한 흔적을 낸 것 같지는 않다. 두번째 시집인 《저문 강에 삽을 씻고》에서 정희성은 본격적인 사회비판적 참여시를 쓰기 시작해 2013년 이이의 다섯 번째 시집 《그리운 나무》까지 일관된 모습을 보인다. 민족문학작가회의의 이사장을 역임했다.
  사람은 당연히 늙는다. 정희성도 늙었다. 시인이 늙으면, 물론 여전히 팔팔하고 알통이 울뚝불뚝한 문정희 같은 이는 별개로 하고, 이제 나이든 시인의 주변을 둘러보며 자잘한 살림살이를 간단하게 메모하는 것처럼 보이는 ‘살림시’ 같은 걸 볼 수 있다. 정희성도 마찬가지다. 시가 극도로 짧아졌다. 그러면서 수십년 동안 시를 써온 시인답게 한 장면이 함의하고 있는 그림을 간결한 말로 보여준다. 예컨데,

 


  불 꺼진 여자

 

  환자복 입은 여자가 병원 벤치에 앉아
  연거푸 담배를 피워대고 있다
  무슨 속 태울 일이 있었을까
  타다 만 장작마냥 연기가 피어올랐다  (전문)

 

  말 그대로 병원 건물 밖 벤치에 앉은 환자가 담배 피우는 걸 보고, 썼다기보다 장면을 단어로 “그렸다.” 물론 《저문 강에 삽을 씻고》와 《그리운 나무》 사이의 세월동안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경제 발전과 문화 한류에 힘입어, 우리나라 문학이 이런 것들에 비교해 상당히 느리게 발전을 한 결과, 다른 장르와 비교해 아직까지 변두리이기는 하지만 세계의 보편문학으로 편입하는 기로를 맞이한다. 그래 이제 투쟁할 대상도 옛 시절의 파시스트들이나 정치군인들에 비교해 전혀 막강하지 않으며, 또한 절대악까지로도 보이지 않아서 그럴 수 있겠으나, 시인의 억양은 훨씬 부드러워졌다. 만일 45년쯤 전이라면 곤충 매미는 노동하지 않고 평생을 즐기는 부르주아 계급을 은유할 수 있었겠지만 이제는 슬픔과 울음으로 바뀌었다.

 


  매미


  매미도 나무를 붙들고
  울고 싶었을 것이다
  몸 가눌 길 없는 슬픔으로
  매미도 기대 울고 싶은
  나무가 있었을 것이다
  오랜 세월 땅속에서 몸부림치다
  한여름 며칠쯤은 하늘을 바라
  허물을 벗어놓고 울고 싶었을 것이다 (전문)

 


  이런 정희성은 조금은 낯설다. 그래도 반갑다. 늙으면 이런 시인들, 정희성, 오탁번 같이 이제 세상을 어여쁘게 보고 그림도 완상하며 조금이나마 여유를 갖는 모습이 보기 좋다. 물론 정희성의 늙은 피도 간혹 뜨겁게 끓기도 한다. 18대 대통령 선거 개표방송에서 박근혜 후보가 1위를 질주하는 것을 보다가 중간에 관두고 보들레르의 시집 《파리의 우울》을 읽기도 하고 (<독서일기>), 여순사건이 있은지 60년이 지나도 기념비가 점 여섯 개 찍은 백비로 남은 것을 영탄하기도 하고 (<백비>), 이명박 정부 시기였던 신묘년 2011년에는 “지축이 흔들리고 바다가 솟구쳐 / 하늘에 울음소리 가득하고 / 땅에는 핏물이 흥건”하여 “짐승도 살아남기 힘든 시대”에 “망나니는 귀를 막고 칼춤을 추고 / 산허리에 걸린 붉은 달을 보며 / 뭇 개들이 미친 듯이 짖어”대는 참요 현상을 노래하기도 한다 (<참요>). 2010년 연평도 포격사건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강경대응 발언을 비난하는 시로 읽히는데, 포격 당한 주민 입장을 헤아려야 하는 정부 관계자가 읽었다면 좀 야속한 생각이 들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나이 든 모습이 보기 좋다. 참요와 별무대책인 평화를 이야기하기는 해도 이 시집을 내던 69세 시인의 자잘한 시선, 응시가 좋다. 하지만 늙어도 시인은 시인. 자신이 원하는 시인은 어떤 모습일까.

 


  시인

 

  그대에게 가닿고 싶네
  그리움 없이는 시도 없느니
  시인아, 더는 말고 한평생
  그리움에게나 가 살아라 (전문)

 


  만 68년을 살아보니까 시인이 궁극적으로 가야할 곳이, 세상에나, 그리움이었다는 말. 그럴 듯 한가? 사람이 이렇게 바뀌어도 괜찮은 거야? 이렇게 바뀌는 게 정상일 지도 모른다. 모든 사물과 생명, 그리고 상처까지 결국엔 곰삭아야 좋으니까. 그렇지?

 


  곰삭은 젓갈 같은

 

  아리고 쓰린 상처
  소금에 절여두고
  슬픔 몰래
  곰삭은 젓갈 같은
  시나 한수 지었으면
  짭짤하고 쌉싸름한
  황석어나 멸치 젓갈
  노여움 몰래
  가시도 삭아내린
  시나 한수 지었으면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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