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앤드루 포터 지음, 김이선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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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봤을 땐 물리학 이론서인가 하고 지나칠수 있다. 그런데 분명 소설분야의 카테고리인데 이게 왜 검색되나 해서 다시 살펴보니 분명 소설이었다.
아니 무슨 소설 제목이 이래서야 누가 읽겠나 했는데
이 이론이 무엇을 뜻하는지 찾아보니 아 잘 따왔네 잘 따왔어, 이런 감각쯤은 있어야지 했다.




제목을 먼저 정하고 그에 맞는 작품을 구상했는지 아니면 그 반대로 작품을 써놓고 제목거리를 찾았는지 선후관계는 모르겠지만 제목 잘 지은 소설을 꼽으라 할 때 손에 꼽을만하지 않을까 싶었다. 국내작품 중에 상징성 있는 제목으로 신경숙의 부석사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이 소설은 김영하 작가가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낭독해지며 꽤나 유명해지기도 했다.
절판된 이후 중고책이 꽤나 고가로 거래 되기도 했는데 최근 문학동네에서 재발간 되었다.
읽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번역문장이 부자연스런 부분 눈에 띈다.
동일한 번역자 본이라서 문장이 크게 바뀐 건 없고 토씨 정도만 다듬은 걸 확인할 수 있다.
작가들이라면 읽어보겠다 싶은 단편들이고 문장 사이 사이에 콕콕 박히는 서늘한 문장들이 하나씩 있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문장들.

나이가 들수록, 하루 이틀 전에 경험한 일보다 수년 전에 있었던 일을 더 생생하게 기억하게 된다고 한다.
11p

나라면 안 할 것 같다. 할 수만 있다면 안 해.
40p, 136p

“행복한 거.” 그녀가 내 손을 잡으며 말한다. ˝그건 죄악이 아니야.˝
59p

그런 문장들이 환기시키는 삶의 불안 허무, 회의, 아련함..., 알 수 없음과 같은 정서들을 어렵지 않게 전달하는 것이 앤드루 포터의 특징인가 보다.
책날개에 준비 중이라는 장편소설이 2015년 발행된˝어떤 날들˝일듯싶어 리뷰들을 보자니 단편 만큼의 뭔가?는 부족한듯 싶어 안볼것 같다.

˝양자전기역학 : 빛과 물질에 관한 이상한 이론˝ 에서 리차드 파인만은

낮에 램프를 켜놓고 보면 빛이 유리창 표면에서 부분적으로 반사된다고 말한다. 실험에 따르면 100개의 빛입자 중 평균 네 개는 반사되어 돌아오고 96개는 유리를 통과한다는 것이다. 어느 누구도 빛입자가 자신의 경로를 선택하는 과정을 알지 못하며, 특정 입자의 경로를 예측할 수 없다.

옮긴이의 말에 설명된 이론을 읽어보면 왜 표지제목과 단편의 제목이 그것인지, 10편의 단편을 공통적으로 관통하는 하나의 이야기 역시 알지 못하고 예측할 수 없는 그 어떤것에 있는지 짐작한다.

남성 작가가 여성 화자의 입장에서 쓴 이 소설에서 여성 작가가 남편의 입장에서 쓴(아내의 방 - 은희경)작품이 오버랩 된다. 오래전 읽고 난 후 닥쳤던 어떤 불편함 같은 감정이 생각 났다. 공통점이라면 배우자의 바람 같은 것인데 지금은 그저 무덤덤할 뿐. 특별한 이유를 갖다붙일 수 없는데도 문득 떠올랐다. 이런 이야기의 소설이 어디 한두 편이던가. 많은 소설이 삼각 관계 아닌가.

우리는 흔히 나도 모르게 그만 ... 했다,는 말 곧잘 한다. 내가 하면서도 나도 모른다는 게 웃기지만 마음이란 게 그런 거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네 개의 빛 입자처럼. 왜 선택하는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다는 게 참. 그런 내 마음은 누구의 마음이며 내 것이 맞기나 한 건지.
나도 내 인생이 이렇게 흘러갈지 예측하지 못했다. 예측하고 예상한 대로 산 사람 얼마나 있을까...

물리법칙으로 이루어진 우주이고 인간도 그 우주의 한 요소라 본다면 인간에게 위 이론이 적용 되는 건 당연한 일. 예측불가능성이 인간 내부에 잠재되어 있으니 인간의 모든 일 역시 예측불가능성이 내포되어 있겠지. 그런 두 인간이 만나는 일이라면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예측불가능성이야 두 말하면 잔소리.

예측불가능한 일이 사라진 인간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모든 일이 다 예방 가능해지는 것이다. 헤더가 로버트를 따라가는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는다. 로버트가 별거할 일도 없다. 그것은 진정 유토피아일까 아닐까. 물론 그럴 일은 없어 보인다. 우주의 물리법칙이 무너지지 않는 한. 인간이 그 법칙을 조종 가능해진다면 우주의 종말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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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
박균호 지음 / 소명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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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4번은 왜 빵꾸가 났을까?

온라인 서점에서 검색해봐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우리가 잘 모르는 책 바깥의 책 이야기를 하고 있는 책이다


뭐 눈에 뭐만 보인다고 책쟁이 눈에 책에 관한 책이 딱 들어왔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책의 저자 역시 자칭 책 사냥꾼이라 칭하며

절판 책을 사냥하거나 놓칠 때의 기분 그리고

우리같은 독자들은 미처 접하지 못한 책에 관한 이야기들을 풀어놓고 있다


참고로 이 책은 책의 줄거리나 작품성에 관한 책이 아니라

책이 겪은 우여곡절이나 책이 살아오면서 겪은 기쁜 일과

슬픈 일에 관한 책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온라인 서점의 미리보기를 통해 이 책의 차례를 봤을 때

나는 빛의 속도로 결재 버튼을 눌렀다

차례에는 38가지의 책 이야기들이 소개되어 있는데

내가 소장하고 있는 책들에 대한 꼭지가 무엇보다 구매 욕구를 자극했고

책 좀 읽는 이라면 당연히 궁금해 할 것 같은 이야기들로 가득했다(나만 그래?)


하지만 누군가에겐 몰라도 그만일 시시콜콜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점은 알고 가자


처음부터 끝까지 궁금하지 않은 이야기들이 없지만 그 중에

내가 급 흥미를 느낀 꼭지를 먼저 소개해 본다


아는 사람만 안다는 희귀본, 후장 사실주의 제1

중고거래가 무려 70000원 책정


잠깐

뭔가 요상~한가?


후장니까 그 어떤 알 수 없는 뭔가를 상상할지 모르겠는데

뭔지 모를 그것과는 전~혀 상관 없고 특별한 뜻이 있는 건 아니고

로베르토 볼라뇨의 소설에 등장하는 문예사조 내장사실주의

패러디한 것일 뿐이라고 한다 괜한 상상은 와장창 깨시기 바란다


차례에 나열된 제목을 훑어 가던 중 이 소제목을 보고

살짝 놀랐달까 좀 뜬금없었다

왜냐하면 이 책은 제대로 출간된 단행본이 아니라

소설가 정지돈이나 박솔뫼 그리고 금정연 같은 서평가 등

8명의 문인들이 모여 만든 동인지다

동인지스럽게 자비 350만 원을 들여 초판 1000부 한정으로 출간되었다


2015101호가 나온 후 아직까지 2호에 대한 소식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소제목처럼 이 책은 진짜 극히 일부의 아는 사람만 아는

그런 책인데 이걸 저자가 언급했다는 것에서 놀랐고

그 다음으로 저자 역시 이런 책을 몰랐다가 주변의 부탁으로

이 책을 수소문 했지만 결국 사냥에 실패했다는 대목에서

나는 가지고 있지롱~’ 하는 마음에서 은근슬쩍 뭔가

뿌듯한 기분이 든 건 안비밀이긴 하다


이 동인지가 출간될 당시 나는 정지돈이나 박솔뫼 같은

작가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이 책에 대한 사전 정보를 들을 수가 있었던 것 같다

여기저기 책 관련된 곳에서는 참여한 작가들의 면면과

발간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물론 그 특이한 이름 때문에 화제가 되었다는 점은 부정할 순 없을 것이다


여하튼 창간호라는 것에는 대부분 어떤 의미가 부여되기 마련이기 때문에

나는 아 이건 하나 사둘만 하겠다는 직감적 직감으로

한 권 주문했고 지금까지 소장하고 있다

그동안 딱히 애장 도서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만 방출할까 하는 생각을 몇 번 하기도 했는데

저자의 이야기를 보고 검색을 해보니까 중고거래가가

진짜 무려 7만원으로 책정되어 있었다

물론 설마 그 가격으로 누가 살까 싶기는 한데

뭐 한 5만원에 올려 놓으면 사가려나 그런 생각도 해봤다


참고로

저자는 어찌어찌 헌책방에서 이 책을 발견하여 주문했다고 한다




다음으로 민음사 셰계문학전집 364번에 대한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잃어버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4번의 행방은?


일단 까놓고 시작해보자면 364번은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봄눈이었다


20212월 현재 민음사 세계문학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태엽 감는 새 연대기” 1,2,3권이 각각 372~4번까지 나와 있다


문제의 번호 364번의 앞뒤인 363번과 365번은 각각

제인 오스틴의 노생거 사원과 미셸 투르니에의 마왕이다


대형 출판사의 문학전집은 어느 정도 출간 계획에 따라 진행이 될텐데

이렇게 중간에 펑크가 났다? 이건 어찌보면 출간 사고라고 봐도 된다고 본다

문학전집을 내는 출판사의 문학전집이라는 건

출판사의 간판이라고 봐도 될 것 같은데 거기에 펑크가 났다?

이건 두고두고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또 모르겠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스을쩍 364번을

달고 나올 수도 있지 않냐 하겠지만

사정을 들여다보면 그것도 여의치 않을 것 같다

왜 그런지는 민음사 내부 직원이 아닌 이상

정확한 팩트는 알 수가 없지만 저자가 유추한 바를 간략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20204월 어느날 새벽 2시경 어떤 독서커뮤니티에 한 장의 사진이 올라왔는데

그것은 인터넷서점 중고장터에서 발견된 201973일에 출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봄눈이었던 것이다

봄눈의 번역자가 쓴 작품해설의 날짜는 20197월로 되어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쯤에서 나는 그 실물이 궁금해 구글링을 통해 한 장의 이미지를 찾았다

독서커뮤니티에 올라왔다는 사진과는 몇 달이 지난 시간 차가 있는 것으로 보아 다른 사진으로 보인다

실물까지 확인했으니 궁금증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민음사는 왜 이런 펑크를 내버렸을까?


소설 봄눈이 인쇄된 20196월은 한국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될 즈음이었다는 것을 떠올려보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일본 극우주의자였던 미시마 유키오의 작품을 하필 이때

출간한다는 것은 분명 부담이 되었을 것이란 게 합리적 추론이다

그렇다해도 책으로 만들어진 실물이 중고 도서로 나왔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것에 대해 어떤 독자는 민음북클럽 서평 프로그램을 거론하며

이 행사를 통해 사전에 배포된 일부 소량 가운데 하나일 거라는 것이다

거의 정답이 아니겠냐는 게 저자의 이야기다


미시마 유키오는 생의 마지막 작품으로 4부작 풍요의 바다를 썼는데

4부작을 완역하면 거의 2000 쪽에 달하는 대작이고

그 출발 작품이 봄눈인 것이다

4부작을 세계문학전집에 넣기 위해서는 364~367번까지

비워두었어야 했는데 출판사 내부적 문제였는지 다른 작품이

이미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 같다


어쨌든 이 문제적 작품 봄눈202097일에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세계문학전집 시리즈가 아닌 풍요의 바다시리즈 1권으로 나왔는데

달리는 말” “새벽의 사원” “천인오쇠까지 발간 예정이라고 한다

봄눈은 번역이 유려하다고 하니까

작가의 정치적 성향과 상관없이 관심 있다면 4부작 완간을 기대해볼 만한 것 같다


영상에서 특히 이야기해보고 싶었던 두 가지 이외에도

흥미를 끌었던 꼭지들을 꼽아보자면


차례에서 가장 먼저 언급되고 있는


율리시스는 어떻게 전설적인 작품이 되었나?


소설 좀 읽는다고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통과의례 같은 작품 가운데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나 역시 일전에 책장 투어 벽돌책 편에서 이야기했듯이

이 저자 또한 율리시스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율리시스이 한 권으로 제임스 조이스를 아는 사람

즉 뇌가 섹시한 사람으로 신분 상승을 한다고 하거나

5쪽만 읽고 책을 덮었다고 해서 양심의 가책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하고

저 유명한 제임스 조이스 율리시스 17장 마지막 줄 파리똥 사건등의 이야기에서

뭔가 동병상련 같은 걸 느낄 수 있었다


다음으로,

편집자가 2년 동안 애타게 찾아다닌 책 죽음의 부정


이 책은 2008년 국내 초역으로 출간되었다가 절판된 책을 복간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일어난 편집자 관련 비하인드 스토리는 다소 드라마틱하지 않나 싶다

이런게 궁금하다면 당장 지르시라 말씀 드린다

이 책을 복간하기 위해 2년의 발품 끝에 정가의 4배 가격을 주고 구입했다는

편집자의 이야기뿐 아니라 책이 가지는 의미나

작품성 등 미처 몰랐던 이야기가 풍부하다

나 역시 작년 여름이었을까 이 책의 복간 소식과 원본에 대한 찬사를 듣고

구입해 읽기 시작했던 것 같다 읽다가 멈춘 상태이긴하지만

저자 역시 이 책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 반가웠다


이밖에도 학창시절 지옥 같았던 영어 시간 생각을 떠올리게 하는

성문영어의 저자 송성문 선생에 대한 이야기나

성문종합영어의 저자, 송성문 선생의 노블리스 오블리제


누군가는 한국의 율리시스 라고 하지만 막상 읽어보면

그런 소설은 아니었던 박상륭 선생의 죽음의 한 연구에 관한 꼭지

영안실 청소부, 책방을 차리다 죽음의 한 연구


인상적으로 읽었던 우엘백의 소립자가운데 그 번역투를 지적하고 있는

미셀 우엘백이 쏘아올린 번역의 문제 소립자


그리고

국민시, 국민노래 <세월이 가면>은 어떻게 탄생했나

유령출판사에서 낸 신경림의 첫 시집 농무

책을 너무 많이 사는 사람이 만나게 되는 문제

등등 모든 내용들을 소개해보고 싶은 책이었다


이 책의 제목은

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이다


책에 대해 부정적이면서 긍정적인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각자의 입장에 따라 어느 한쪽에 마음이 기울 것 같다

굳이 하나의 입장을 택하라면 나는

그래봤자 책편이다


누군가는 책으로 인생이 뒤바뀌었다거나 책에 대해 과한 몰입을 하더라마는

책은 책일 뿐이다 그 책을 만든 건 먼저 인간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간만에 책에 관한 책으로 아주아주 흡족하고

그야말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한 책 안에서 여러 책들을 만났다

이 정도면 한번 읽어볼만 하지 않나?

자칭 책덕후라면 말이지

ㅋ ㅋ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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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균호 2021-02-10 23: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얄븐독자님!!! 너무 웃기고 재미나요 ㅎㅎㅎㅎㅎㅎㅎㅎ 정말 감사합니다 !!!!!! 댓글로 주소와 연락처 좀 남겨주세요 ...저 유튜브 영상은 제 페북에 공유해 가겠습니다 ㅎㅎㅎㅎ

얄븐독자 2021-02-11 09:37   좋아요 1 | URL
왓! 저자분께서 친히 말씀 남겨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대~박
아재 개그 코드라 행여 누가 되지는 않았을지 모르겠지만 좋게 봐주셔서 다행입니다 ^^; 공유 감사드리고 찾아주신 것만으로도 넘치는 선물 같습니다 :)
 
초급 한국어 오늘의 젊은 작가 30
문지혁 지음 / 민음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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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서점의 새로 나온 소설책 목록을 보다가 초급 한국어? 라는 제목을 발견했다

소설 제목 치고는 이게 뭔가 싶어 내용을 대충 살펴보고 바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줄거리를 한 줄 요약하자면

뉴욕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강사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게 다 였다면 이렇게 이야기 하지도 않을 것이다

 

한국어를 모국어로 쓰고 있는 우리에게야 한국어가 가장 쉬운 언어일 테지만

우리가 다른 언어를 배울 때 느끼는 어려움처럼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이 느끼는 한국어에 대한 어려움과 그걸 가르치는 강사는 또 어떤 어려움이 있을까 하는게 궁금했는데

그런 소설이라고 하니 안읽을 수가 없었다

나는 언어나 말에 관한 소설에 관심 있는 편이다

무엇보다 번역가이자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하는 점이 더욱 읽고 싶게 만들었다


소설 뒤편의 작가의 말을 통하면 이 소설은

2019년 6월부터 8월까지 독서실에서 썼다고 한다

6월에 구상을 하고 주로 8월에 썼고 하루에 여섯 시간씩

전체 11일 출석해서 500매짜리 초고를 완성했다고 한다

 

차례를 보면 12개의 소제목들이 나열되어 있고

전체 소설은 98개의 짧은 챕터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런 형식이 소설을 더욱 빨리 읽히게 하는 것 같다

 

참고로 띠지에 인쇄된 QR코드를 통해 작가가 직접 낭독한

오디오북 형태로 들을 수도 있는데

오디오북을 런칭한 뒤 책으로 출간되는 탈고과정에서

조금 수정이 있었다고 하니 비교해 볼 수도 있겠다.

 

 


 

앞서 이야기했듯 이 소설은 뉴욕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강사의 이야기다

자연스럽게 외국인들이 배우는 한국어에 대한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본문 43페이지에서는 은/이에요/예요 의 쓰임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내가 기대했던 것도 이런 점이었다

하지만 소설을 읽어가면서 뉴욕에서의 생활과 번갈아 나오는

주인공 자신의 이야기나 가족과의 이야기를 통해

때론 피식피식 웃게 하다가 또 한편에서는 짜안한 감정을 불러오게 하는 면에서

이 소설은 초급에 관한 것이 아니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주인공이 초급 강사이고 한국어 수업에 참가하는 학생들 또한 초급 수준이다

이야기를 조금 더 확장해서 해석해본다면 우리의 인생은 단 한 번이기 때문에

반복되는 순간은 단 일 초도 없다 그러니까 매 순간 순간이 처음이기 때문에

우리는 언제나 초급의 수준으로 살아갈 뿐이다

인생에 있어서 베테랑은 없다는 것이다

서른이 되면 서른이 처음이고 마흔이 되고 쉰이 된다해도 그 인생은 처음이다

부모가 된다는 것도 처음 해보는 일이고 자식이 된다는 것도 처음 해보는 일이다

매 순간이 처음이니까 날마다 처음이 아닌 날이 없다고 하겠다

 

읽고 나서 이렇게 돌아보니 98개 짧은 챕터의 연속적 나열 형식이

처음이라는 것의 연속 같기만 해서 나름 의미 있는게 아닌가 한다.

작가가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해석의 여지를 주고 있으니

어쨌든 유의미하다고 보여진다

 

애초에 생각하고 기대했던 소설의 방향과는 달랐지만

오히려 기대보다 더 나은 소설 읽기가 아니었나 한다

짧다면 짧은 한 편의 소설이 이만하면 충분히 그 할 일은 했다고 본다

 

여담으로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작가는 이 소설은 모두 허구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 이건 진짜 같은데 하는 장면들을 읽을 때면

어떻게 확인해 볼 방법이 없을까 싶기도 했다.

이를테면 진짜로 오래 사귄 그 여인과 헤어졌나 같은 거 말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너무 순진해서 작가에게 속는 건가 아니면

작가에 대한 믿음이 큰 건가읽어온 소설책이 한두 권도 아니면서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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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앨리스 하고 부르면
우다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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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소설 읽기의 지독한 오독의 한 예일 수 있음을 참고 하시라


우다영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 앨리스 앨리스 하고 부르면의 리뷰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우다영 소설의 느낌

2 소설의 다층성은 독일까 약일까

3 개별 작품의 느낌적 리뷰 및 총평


1

우다영의 소설을 읽어나가며 막연히 든 생각은 아마 이 소설집이 처음이자 마지막 우다영 읽기가 아니겠나 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소설이 재미 있다 없다의 문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지극히 취향의 문제다


소설에도 속도란 게 있다 치자

나는 느릿느릿 한발 한발 걸으며 보이는 주변 풍경이나 그 풍경에 대한 주인공의 감정 같은것들, 그리고 사건과 인물들에 관한 촘촘한 소설을 원하는 독자란 걸 우다영의 소설을 읽으며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그 말은 곧 우다영 식의 소설을 읽고 따라가기에 내 보폭은 너무 느려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다영 소설의 속도를 말하자면 못해도 ktx 급은 되는 것 같다 고속열차를 타고 보는 창밖의 풍경 같다고 해두자 인물들은 느닷없이 나타나고 사라지고 죽는다 단편 소설을 많이 읽은 건 아니지만 단편 소설 안에서 이렇게 인물들이 곧잘 죽어나가는 경우도 흔치 않은 것 같고 심지어 한 인물의 한 인생이 곧잘 담겨지기도 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념이 자리할 시간은 없고 오로지 다음과 다음을 위한 전진과 전진밖에 없어서 숨 가쁘게 읽었다는 느낌이다 거기에는 소설의 시점과 문장의 스타일도 한 몫 했다

 

이런 스타일이 단점이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는 스피디한 스타일을 좋아할 수 있다

호불호의 영역이기 때문에 굳이 불호에 가까운 작가의 작품을 계속 읽을 필요는 없다

소설은 넘쳐나고 주어진 시간은 유한하다


스타일 뿐만 아니라 자기 복제까지는 아니지만 반복되어 보이는 설명조와 인물들은 앞서 읽은 작품의 문장 또는 정황 아닌가 싶은 기분을 느끼게 하는 지점이 있었다

왜냐하면 고속열차 안에서 사진을 찍어보면 풍경이 수평방향으로 늘어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와 같은 경우라고 본다 그런 사진은 어딜 찍어도 비슷하게 보이기 마련이다


어쨌든 이런 특징들도 작가만의 개성일 것이고 선택은 독자들의 몫이다

다만 내 취향과 맞지 않다보니 이렇게 궁시렁거리고 있는 것이다


책 뿐만 아니라 세상에 인간이 10명 있다면 5명은 무관심 하고 3명은 싫어하며 2명은 그나마 호감일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듯 내 입맛에 맞는 작가가 흔치 않은 게 자연스런 일일 것이다 독서만은 아니겠지만 독서 또한 어쩌면 싫은 것들을 가려내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2

여기서 다층적이란 건 이를테면 세 번째 수록작 해변 미로를 예로 들 수 있겠다


아라, 아성, 아해 세 자매가 등장하는 해변 미로는 크게 여섯 개의 이야기로 나누어져 있는데 첫 번째 이야기에서 아성은 어떤 사고로 인해 사망한다. 그런데 두 번째 이야기 첫 문장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아성에게는 아홉 달 먼저 태어난 언니가 있었지만 그녀가 열 살이 되던 해 여름에 부모와 함께 교통사고로 죽었다. _92~93p


방금전 아성이 죽었다고 읽은 독자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런식으로 이 작품은 하나의 시간이 일직선상으로 흐르지도 않고 이야기의 기본적 대전제를 뒤집어 버린다


작가는 이 소설의 제목 해변 미로처럼 독자를 미로에 넣어버리는데 만족하지 않고 이 소설집 전체를 미로처럼 만들어 놓았다 무슨 말이냐 하면 하나의 단편 속 어떤 장치가 또다른 단편 속에 등장한다거나 연결고리처럼 보이게 해놓았다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 추천사나 해설을 쓴 양반들이 미로 운운하며 소설을 그럴듯하게 평가했지만 단순 일반독자 입장에서 느끼는 건 그냥 소설이 뒤죽박죽 이다

한 권의 소설집을 묶기 위해 작가가 사전에 큰 그림을 그려두고 각 단편들을 썼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계획이야 어찌되었건 독자 입장에서 그 큰그림의 의도까지 간파하기 위해 재미도 없는 소설 해설을 눈여겨 읽어봐야 하나 싶어 짜증이 슬슬 일어날 뿐이었다 그렇다고 그 해설이 신통방통하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이런 느낌은 마지막으로 실려 있는 작품 메조와 근사를 읽는데도 느껴졌다

눈 밝고 총명한 독자는 작가의 의도나 작품의 가치를 알아채 즐거운 마음으로 읽겠지만 아둔하고 게으른 나는 도무지 소설을 읽는 재미도 즐거움도 만끽할 수 없었다


이런 류의 소설 읽기에 훈련이 안되었기 때문이라면 그런 훈련은 정중히 사절하겠다



3


메조와 근사

이 작품만이 아니라 우다영 소설을 읽으며 나는 지금까지 너무 순하고 친절한 소설만 읽어왔나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그 일은 지나갔고 나는 괜찮아졌다.

 

그 일에 대해 구체적 언급은 없다 후반부에 가서야 갑자기 그 일을 표현하면서 또 누군가는 가차없이 자살로 표현 된다

자살이든 사고사든 어떤 죽음이 됐든 이렇게 죽음을 쉽게 가져다 쓰는 작가를 계속 읽어볼 마음은 없다 이게 무슨 장르 소설도 아니고

그리고 메조와 근사, 제목으로 쓰인 단어는 누구나 아는 것이기 때문에 주석 하나도 없는 것인가? 읽어보면 다 알아먹을 거라서 그렇다는 것인가

메조는 mezzo고 근사는 근삿값 근사치의 근사인가 아니면 근사하다의 근사일까

 

이러쿵저러쿵 처음 읽는 작가에 대해 말도 안되는 어거지를 리뷰랍시고 했다

책이란 게 특히나 소설이란게 그렇다 너무나 주관적인 취향을 많이 타는 것이기 때문에 감상은 감상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느낀 감상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의견을 누군가는 가지고 있을 것이고

그런 리뷰나 영상을 보고 설득되고 싶기도 하다

궁금하다면 일단 읽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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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연인들
정영수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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小說이란 하찮은 이야기, 보잘 것 없는 이야기다

정영수 작가의 소설 이야기를 하기 위해 소설이란 무엇이냐같은 이야길 짧게 해보자면


일단 이 小說이라는 한자를 봐서 알겠지만 소설이란 말 자체가

우리말이 아닌 중국에서 기원한 말이고 근대 이후 우리가 생각하고 읽고 있는

서양의 novel을 소설이라는 말로 번역한 것은 일본의 소설가다

고대 중국에서의 소설이란 하잘 것 없는 이야기, 민간의 사소한 사건이나 풍속, 뜬소문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정영수 작가는 지금까지 두 권의 소설집을 출간했다

그 두 권을 모두 읽어본 느낌이 딱 그렇다는 말이다

정영수 작가의 소설에서는 진짜 하찮은 이야기, 보잘 것 없는 이야기가

그럴듯하게 잘 쓰여졌다는 거다

바로 그런 점이 정영수 작가를 관심 작가로 정해놓고

그의 소설들을 찾아 읽게 된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거기에는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이나 화자의 말하기 방식이 주는

작가만의 스타일도 중요한 요소라는건 분명한 사실이다


내가 생각하는 나만의 기준으로 잘 쓴 소설이란 아주 하찮고 별 볼일 없는 걸

그럴듯하게 뭔가가 숨겨져 있구나 싶게 쓴 소설이다

그 반대로 뭔가 있는 것처럼 포장은 해놓았지만 정작 작품을 다 읽고나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모를 소설은 못 쓴 소설이 되는 것이다





물론 정영수 작가의 소설이 지금까지 모두 잘 쓴 소설인지는

작정하고 살펴봐야겠지만 소설을 읽는 일반적 독자의 기준으로는 정영수만의 색깔이 잘 녹아 있는 잘 쓴 소설이라는 것이다


이 모든게 결국 취향에 맞기 때문인 것이겠지만

서론은 이쯤 하고 최근 출간된 두 번째 소설집 이야기를 해보자


표제작 내일의 연인들을 포함해 모두 8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이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딱 한 편을 꼽으라고 한다면

무사하고 안녕한 현대에서의 삶이다


소설을 시작하는 첫문장은 다음과 같다


나는 일어나서는 안 되는 불운한 일들에 대해 자주 생각하곤 했다. _105p


단편 치고도 분량이 일곱 장밖에 안되는 짧은 이야기인데 갑자기 일어난 어떤 사건과 그 사건에 대해 생각을 거듭하게 되는 주인공의 변화와 이 소설을 통해 드러내려는 의미를 잘 쓰지 않았나 한다 물론 앞쪽에 실린 세 편도 좋았지만 짧은 분량 안에 집약적으로 소설을 형상화 했다는 면에서 젊은 사람들 표현을 빌리자면 우와 개 쩐다그런 생각을 할 만큼 만족감이 높은 작품이었다. 그야말로 단편 소설의 매력이 듬뿍 녹아든 작품이 아닐까 하여 내가 편집자나 작가라면 이 작품을 제일 앞쪽에 배치했을 것 같다.

 

정영수 소설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소설 속의 화자나 주변 인물들이 작가 자신과 지인들이겠구나 짐작하게 하는 것인데 특히나 이 작품에서 읽을 수 있는 주인공의 성격같은 것들이 정영수 작가 자신과 흡사한 것같아 작품에 대한 흡입력이 더 높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작가가 출연한 북토크 영상이나 인터뷰 등을 통해 나름대로 유추해본 나만의 짐작에서 나온 결과일 뿐이다


일반적으로 단편소설집일 경우 발표 순으로 배치하기도 하지만

수상작이나 독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은 작품이 앞쪽에 실리기도 한다

이 소설집을 편집한 담당 편집자와 작가의 말을 빌려보자면 정영수 작가가 원하는 작품의 배치는 조금 달랐지만 편집자의 의견에 따라 최종 배치를 했다고 한다


그렇게 봤을 때 앞쪽에 배치된 우리들’, ‘내일의 연인들’, ‘더 인간적인 말이 세 편이 가장 좋은 평을 받은 작품으로 보인다


정영수 작가를 일컬어 연애소설을 잘 쓴다거나 그런 방면에 특화된 작가가 아니냐 한다는데 작가는 그것보다 자신의 소설을 연인생활소설로 생각한다고 한다

우리는 여기에서 연애소설과 연인생활소설은 확실히 다르다는 걸 눈치채야 한다


연애소설, 연인소설은 비슷하게 들릴 수 있지만 연인생활소설이라고 하면 이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생활이라고 하는 단어가 들어가는 순간 거기에는 연인과의 핑크빛 가득한 연애가 아니라 냄새나는 구정물이나 토사물과 같은 우리가 살을 부비며 맡게 되는 너무나 인간적인 냄새들이 진동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남녀가 만나 연애하는 과정에서 볼 수 있는 알콩달콩한 장면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소한 문제에서 비롯된 갈등 양상과 끝나버린 관계에 대한 지리멸렬한 상념과 회한과 그런 것들이다

소설집의 제목인 내일의 연인들이라는 말을 한번 곱씹어 보자


오늘은 연인이고 연인일 수 있지만 내일도 연인이란 보장은 1도 없다

연인들의 헤어짐은 언제나 내일일어나는 일이다


더 인간적인 말에서 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함께한 아내에게 든 감정을 다음과 같이 토로하고 있다


나는 조금씩 그녀가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라고 느꼈다

_81


어제와 오늘까지는 말이 통하는 상대방이었는데 내일로 갈수록 서서히 말이 통하지 않게 되는 일은 너무나 흔한 경우다

단편 내일의 연인들에서 어제의 연인으로 상징되는 주인공 부모의 불화와

오늘의 연인으로 상징되는 선애 누나의 이혼 그리고 내일의 연인이라 볼 수 있는

주인공과 지원의 이야기가 절묘하게 그려지고 있다 살짝 호들갑을 떨어보자면

잘 쓴 소설이란 바로 이런 것이지 하고 나는 흥분하고 흡족했다

소설을 읽는 맛을 알게 해주는 것이다


해설을 쓴 평론가 신형철은 앞쪽 세 편을 인생독본 삼부작이라고 평가했는데 충분히 그럴만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해설의 내용에는 동감하기가 어려웠다


소설을 다 읽고 소설집 내일의 연인들의 전체를 조망해보면

공통적이라 할 수 있는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 간의 관계도를 발견할 수 있다.

그 관계의 다양한 변주를 8편의 소설을 통해 어떻게 소설로 구현했는지 확인해보는 것도 읽는 재미일 것이다.


이를테면 이런 형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간단하게 설명해 본다




주인공인 가 있고 나의 과거나 현재의 연인이 있다

그리고 마치 짝을 이루는 듯한 친구나 지인 또는 부모 커플이 있고 주인공인 나는 그 커플들을 거울을 보듯 바라보며 자신을 반추하게 된다

좀 거칠게 큰 틀에서 설명하면 이렇다는 말이다

이 기본적 틀 안에서 변주되는 각각의 이야기들이 읽는 독자에 따라서는 좀 단순하게 읽힐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세상 많은 소설들은 결국 삼각 관계의 불륜소설로 싸잡아 묶을 수도 있다

세상 모든 소설 한 편 한 편은 모두 제 각각의 색깔을 띠고 있다

인간의 시각이 구분할 수 있는 자연의 색깔이 한계가 있듯 비슷해 보이는 소설은 있을지라도 같은 소설은 있을 수 없다고 본다

70억 인간이 있다면 70억 개의 인생과 삶이 있는 것과 같다. 어쨌든 소설은 인간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8편의 소설을 낱낱이 다 까발려 보는 건 어려운 일이고

이런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이야기하는 것도 좀 무책임할 수 있겠지만

어차피 사서 보든 빌려 읽든 볼 사람은 뜯어 말려도 본다는 걸 알기 때문에

영상에서는 슬쩍 변죽만 울려도 상관 없다고 본다


그리고 첨언을 하자면 정영수 작가가 장편을 쓴다면 어떻게 쓸까 궁금해할 독자들이 나를 포함 많을 것 같은데 언제가 될지 장담은 할 수 없지만 장편을 쓸 것이고 쓰고 있다고 한다


연인들의 적나라한 생활상은 어떨까 현실적 연인들의 소설은 없을까 찾는다면 이 소설집을 강력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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