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 일기 ㅣ 세라 망구소 에세이 2부작
세라 망구소 지음, 양미래 옮김 / 필로우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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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를 써도 소용없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쓰기를 그만둘 수는 없었다. 쓰지
않고는 시간 속에서 길을 잃지 않는 방법을 단 한가지도
떠올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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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시절에 쓴 일기장은 이미 갈가리 찢어버렸다.
다른 사람이 못 보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보지
못하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나는 모든
것을 기억하고 싶지는 않은 것 같다.

감당할 수 있을 만한 일만 기억하고, 그 일이 전부였다는
확신을 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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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교훈을 기억하라. 미래의 가능성을 상상하라.
그리고 현재에, 기억을 동원하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시간인 현재에 몰두하라.
32

시간이 흐른다는 것의 가장 좋은 점은 시간을 다
써버리는 특권, 필멸의 파도가 나 그리고 내가 아는 모든
사람 위로 부서지는 광경을 지켜보는 특권을 누릴 수
있다는 데 있다. 더 이상의 시간도, 더 이상의 잠재력도
없다. 모든 것을 배제하는 특권. 끝내는 특권. 내가
끝났음을 아는 특권. 그리고 나 없이도 시간은 계속
이어질 것임을 아는 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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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동안 내가 ‘안‘았던...
내가 ‘알‘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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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기 위해 쓰기도 하고 씀으로써 잊기도 하고
독자를 배제한 글쓰기, 그걸 일기라고 할때
과연 그것을 상업적 출판물로 재생산 하는 것이 필요한 걸까
그런 생각과 별개로 꼭 ‘필요‘에 의해서만 돌아가는게 세상은
아니라서 필요보다 불필요 그 자체가 내 삶은 아닌가 하니
필요를 갖고 왈가왈부할건 없겠다

초중반부를 넘어가며 이어지는 출산과 육아에 관한 일기들이 읽기에 대한 기대치를 완전히 식혀버렸다
뒷쪽의 세계 각처 추천의 말은 주례사 추천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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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05-01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헛 저랑 비슷한 경험이...

저는 고등학교 때 쓴 일기
장 모두 불태워 버렸답니다.

어쩌면 우린 모두 비슷한
시기를 통과하는 게 아닌가
싶네요.

얄븐독자 2023-05-01 20:34   좋아요 1 | URL
책장 어딘가에 태워버려야할 일기장이 있긴합니다 태우긴해야하는데 란 생각만 한 세월이... 동시대를 겪다보면 반응도 비슷한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