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를 써도 소용없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는있었지만, 그렇다고 쓰기를 그만둘 수는 없었다. 쓰지않고는 시간 속에서 길을 잃지 않는 방법을 단 한가지도떠올릴 수 없었다.8고등학생 시절에 쓴 일기장은 이미 갈가리 찢어버렸다.다른 사람이 못 보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보지못하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나는 모든것을 기억하고 싶지는 않은 것 같다.감당할 수 있을 만한 일만 기억하고, 그 일이 전부였다는확신을 품고 싶다.25과거의 교훈을 기억하라. 미래의 가능성을 상상하라.그리고 현재에, 기억을 동원하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시간인 현재에 몰두하라.32시간이 흐른다는 것의 가장 좋은 점은 시간을 다써버리는 특권, 필멸의 파도가 나 그리고 내가 아는 모든사람 위로 부서지는 광경을 지켜보는 특권을 누릴 수있다는 데 있다. 더 이상의 시간도, 더 이상의 잠재력도없다. 모든 것을 배제하는 특권. 끝내는 특권. 내가끝났음을 아는 특권. 그리고 나 없이도 시간은 계속이어질 것임을 아는 특권.88...5년 동안 내가 ‘안‘았던...내가 ‘알‘았던27ㆍㆍ잊지 않기 위해 쓰기도 하고 씀으로써 잊기도 하고독자를 배제한 글쓰기, 그걸 일기라고 할때과연 그것을 상업적 출판물로 재생산 하는 것이 필요한 걸까그런 생각과 별개로 꼭 ‘필요‘에 의해서만 돌아가는게 세상은아니라서 필요보다 불필요 그 자체가 내 삶은 아닌가 하니필요를 갖고 왈가왈부할건 없겠다초중반부를 넘어가며 이어지는 출산과 육아에 관한 일기들이 읽기에 대한 기대치를 완전히 식혀버렸다뒷쪽의 세계 각처 추천의 말은 주례사 추천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