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 일기 세라 망구소 에세이 2부작
세라 망구소 지음, 양미래 옮김 / 필로우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기를 써도 소용없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쓰기를 그만둘 수는 없었다. 쓰지
않고는 시간 속에서 길을 잃지 않는 방법을 단 한가지도
떠올릴 수 없었다.
8

고등학생 시절에 쓴 일기장은 이미 갈가리 찢어버렸다.
다른 사람이 못 보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보지
못하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나는 모든
것을 기억하고 싶지는 않은 것 같다.

감당할 수 있을 만한 일만 기억하고, 그 일이 전부였다는
확신을 품고 싶다.
25

과거의 교훈을 기억하라. 미래의 가능성을 상상하라.
그리고 현재에, 기억을 동원하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시간인 현재에 몰두하라.
32

시간이 흐른다는 것의 가장 좋은 점은 시간을 다
써버리는 특권, 필멸의 파도가 나 그리고 내가 아는 모든
사람 위로 부서지는 광경을 지켜보는 특권을 누릴 수
있다는 데 있다. 더 이상의 시간도, 더 이상의 잠재력도
없다. 모든 것을 배제하는 특권. 끝내는 특권. 내가
끝났음을 아는 특권. 그리고 나 없이도 시간은 계속
이어질 것임을 아는 특권.
88

...5년 동안 내가 ‘안‘았던...
내가 ‘알‘았던
27


잊지 않기 위해 쓰기도 하고 씀으로써 잊기도 하고
독자를 배제한 글쓰기, 그걸 일기라고 할때
과연 그것을 상업적 출판물로 재생산 하는 것이 필요한 걸까
그런 생각과 별개로 꼭 ‘필요‘에 의해서만 돌아가는게 세상은
아니라서 필요보다 불필요 그 자체가 내 삶은 아닌가 하니
필요를 갖고 왈가왈부할건 없겠다

초중반부를 넘어가며 이어지는 출산과 육아에 관한 일기들이 읽기에 대한 기대치를 완전히 식혀버렸다
뒷쪽의 세계 각처 추천의 말은 주례사 추천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삭매냐 2023-05-01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헛 저랑 비슷한 경험이...

저는 고등학교 때 쓴 일기
장 모두 불태워 버렸답니다.

어쩌면 우린 모두 비슷한
시기를 통과하는 게 아닌가
싶네요.

얄븐독자 2023-05-01 20:34   좋아요 1 | URL
책장 어딘가에 태워버려야할 일기장이 있긴합니다 태우긴해야하는데 란 생각만 한 세월이... 동시대를 겪다보면 반응도 비슷한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