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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트 쿠튀르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539
이지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4월
평점 :
시인의 말
가끔 뇌가 허물어지곤 하였다.
발작과 증명처럼
날이 빛나고
_부분
이 시집이 어떤 시집인가는 뒤쪽에 실린 해설의 초반을 참조하면 되겠다
시집에 무언가 군말을 덧붙이기가 어려운 것은 이 때문이다. 해석과 예측의 불가능성, 그러니까 이 구절, 저 대목, 이 문장들은 어떠한 맥락 속에서 상호 작용을 하고 또...
_204p
해석이 불가능하고 맥락 없이 이 구절 저 구절들이 시집을 온통 차지하고 있다 그런 읽을 거리를 찾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이지아의 시집은 좋은 선택지가 되겠다 최근 출간된 두번째 시집 이렇게나 뽀송해 역시 기대가 된다
이렇게 비유를 해보면 어거지스러우려나
이 시집은 사진집 같다고나 할까
투명한 유리창 너머 보이는 장면을 무의식적으로 팡팡 찍은 그런 사진
서정시가 주관이 가득한 그림이라면 이 시집에 대한 느낌이 사진집을 한 페이지씩 넘기는 듯했다는 거다
물론 이것도 정확한 비유는 아닐 것이기에 자칫 선입견을 불러올까 조심스럽다
빛은 사람을 알까. 그래서 붉어집니까
76p
앞뒤 문장이 무슨 상관일까 싶지만 그럼에도 설명은 못하겠지만 이런 문장이 갖는 매력은 부정할수 없겠다
하지만 시집이 온통 이렇게만 채워지지는 않고 아래와 같은 표현도 있으니 참고 하시라
먼 풍경을 보면
내 등이 혼자 울고 있는 것 같아
80p
의자야 일어나
거기서 일어나
1. 불완전한 연구
어제
내가 먹던 요깃거리를 돌려줬으면 좋겠어.
필요하거든.
……
허무가 나를 몽롱하게 만든다면
몽롱을 내가 허무하게 만들어버린다면
이 성질은 무엇인가.
이 물질은 무엇인가.
그 사이에 테이블을 두고
밟고 올라가
높은 곳을 본다.
얼룩소는 어둠의 조끼를 찢어 간혹 허무와 몽롱을 멀어지게 할지어니, 모과의 아둔한 머리를 물어 가죽을 만든다면 생굴이 안 되고, 돌멩이를 깨무는 개미들의 행진에 대한 이슈는 아, 촌스럽다. 촌스러워 꽹과리를 치네. 비유들이 길어서 줄다리기를 하네. 영차영차. 나의 일은 무엇인가. 뭇별의 할 일은 뭔가.
면연력.
슬픔이 나를 휘저어, 담백한 나를 마시네.
_부분
앞에서 사진 어쩌구 했지만 그림이든 사진이든 그것에서 받는 느낌을 찾아 헤매는 일이 시집(책) 고르기 아니겠나
그런 느낌에 대해 공유한다는게 과연 가능한 것일까에 대해 나는 회의적이다 이런 시집을 수백권 읽는다고 이런 시를 쓸 수 없듯 아무리 떠들어도 무엇이 전달될수 있을까 굳이 전달할 필요도 없지 않나
그러니 시집 가운데 시 한두 편만을 올려두는게 가장 좋은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 역시 불필요한 오해가 될 수도 있는 일
어쨌건 읽을 놈은 알아서 찾아 읽을 일이니 뭐
나는 위로를 모르는 인간이거든. 그런데 말이지.
위로라는 그 천박한 길목에서 나는 무슨 버스를 타고 떠나버려야 하나,
4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