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소년의 정신 - 하루키 읽는 법 세계문학공부
양자오 지음, 김택규 옮김 / 유유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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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전 잡썰


야 하루키가 노벨상 받을 일은 절대로 없을 걸...


자칭 (사이비)하루키 팬을 자처하는 지인과 어쩌다 하루키 이야기를 꺼낼때 곧잘 내가 하는 말이다 하지만 밥 딜런도 받는데 하루키 라고 못받을게 있겠냐 또한 내가 하는 말이다

트럼프도 윤 머시기도 대통령 되는게 세상인데 난들 알게 뭐야 여하튼 하루키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양쪽 모두 나름의 이유에 대해 할말은 많을 것이다 


야 아직도 하루키를 읽냐?

그렇다 나는 이제 하루키를 읽지 않는다,라고 선언 씩이나 할건 아니지만, 그런 말을 할만큼 하루키를 많이 읽었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양을 쫓는... 상실의... 노르웨이... 세계의 끝과... 해변의... 색채가 없는... 그리고 에세이 조금 읽었을 뿐이다


이 책의 원서가 출간된 해는 2010년이다 저자는 그때까지 타이완에서 번역 출간된 하루키의 책은 모두 읽었다고 하는데 그 가운데 해변의 카프카를 하루키 최고의 작품으로 꼽았다

내가 해변의... 를 읽었을 땐 어린 남자의 방황과 자살의 등장(맞나?) 등 하루키는 또 자기복제를 하고 있나 아 지겨워... 했던 기억만 남아 있는데 역시나 아는만큼 보는 법이라고 중화권 대표적 인문학자가 본 작품과는 천지차이였던 것이다 일단 가방끈은 길고 봐야...


저자는 들어가는 말에서 노르웨이 숲에 대해 '이렇게 슬픈 소설이 왜 슬픔을 회피하는 이 시대에 이토록 인기가 있는 걸까?' 하는 물음에 뒤이어 노르웨이 숲 초반의 문장을 가져온다 


우물은 초원이 끝나고 잡목 숲이 시작되는 바로 그 경계선에 있다. 땅 밑으로 빠끔히 열린, 지름 1미터 가량의 어두운 구멍을 풀들이 교묘하게 감추고 있다. 둘레에는 목책도, 높다란 돌담도 없다. 다만 그 구멍만이 입을 벌리고 있을 뿐이다.


참고로 위 문장은 내가 읽었던 '상실의 시대'(유유정 번역)에서 같은 문장을 옮긴 것이다

저자는 이 부분을 '진정한 발단이면서 소설 전체의 핵심적인 메타포' 라 한다 그러고보니 초원과 숲, 경계선, 목책도 돌담도 없어 빠지기 쉬운 우물 등의 이미지가 소설 전체를 나타내고 있구나 했다 역시 많이 배운 사람은 다르구나 그렇다고 지금 다시 상실의 시대를 집어들 마음은 일지 않는다 상실의 시대를 읽던 그 무방향 시절의 나는 어디에도 없으니까


저자는 우물과 나오코 레이코 그리고 등장인물들 간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예외적인 인물로 지목된 미도리가 가진 의미를 와타나베의 독백을 통해 나타낸다

그것을 저자는 '책임'이라고 주장하는데 이 책임을 '가장 직접적이면서도 명확하게' 주제로 한 작품이 해변의 카프카라는 것이다


양자오는 30년간 소설을 써온 하루키를 가리켜 '시종일관 소년과 성인의 경계에서 배회하면서 정식으로 성인의 영역에 발 디디기를 거부해 온 하루키는 용감하고 터프한 삶에 사로잡힌 영원한 소년'으로 정의하며 들어가는 말을 맺었다


인문학자 답게 또 그 깊은 조예에서 나올 수 있는 평이다 한편으로 나같은 소설의 '재미'를 좇는 얄팍한 독자 입장에서는 '영원한 소년'이 쓰는 영원한 소년이 매번 등장하는 변주만 되는 소설이 자기복제의 반복이라 느껴 '이제는 하루키를 읽지 않아요'라고 해버리는 것이다


저자가 극찬한 해변의 카프카 그 어떤 점이 훌륭한지 그리고 다른 주장들에 대해 나는 그것에 수긍할지 아닐지 이제 본문을 읽어볼 차례다 인문학자님의 '말빨'에 넘어가 하루키를 가볍다한 내 얄팍함이 부끄러울지 어떨지 흥미롭다


라떼는 말이야 라고 불리울 시절의 어떤 cf에는 당시 대세 여배우?였을 한 여성이 상실의 시대를 손에 들고 읽는 장면도 있었다

이제 그 시절 만큼의 하루키 파워는 아닌지 예전만큼 하루키를 읽지 않는것 같다 당장 이 책의 인스타 피드 량만봐도 에게? 겨우 이것밖에 안되네 싶을 정도다 거대 출판사가 보여준 하루키 신작 소설의 홍보같은게 있었더라면 또 어땠을까 (나 역시 출간된지 1년이 지난 지금에야 이 책을 알게 되었으니)

하루키 마니아라고 모두 이런 책에 관심이 있을까는 다른 문제긴 하다 내 짐작에 하루키를 못마땅해 하고 뭔가 까대야 속이 시원한 나같은 승질머리라면 환장?하고 볼 책이 아닐까 한다 (역시 아님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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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2-08-11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춘수씨의 팬은 아니지만
꾸역꾸역 새로운 책이 나오면
읽고 있답니다 그것 참 신기하
지요.

확실히 이제 춘수씨가 끗발날
리던 시절은 지나갔지요.
뭐 그래도 호기심 가는 작가긴
하니 또 읽게 됩니다.

얄븐독자 2022-08-11 15:41   좋아요 2 | URL
궁금하긴 할것 같습니다 ㅋ 스을쩍 들춰는 보다가 말겠지만요 꾸준히 써낸다는건 진짜 인정할 부분이구요 :)

scott 2022-08-11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이완에서 하루키 옹의 인기가 엄청납니다
무슨 무슨 독서 클럽에 단골 낭독 작가이고
북카페 마다 하루키옹 책으로 도배가 ㅎㅎㅎ

저는 개인적으로 하루키옹의 진짜 재능은
초기 중기 단편들
그리고 수 많은 번역서라고 생각 합니다
실제로 하루키옹이 번역한 작품들
일본의 영문학자들도
비판을 못할 정도 입니다 ^^

얄븐독자 2022-08-12 00:13   좋아요 1 | URL
한국에도 한번쯤은 왔을 법한데... 어마무시한 계약금도 안겨주기도 했거늘. 뭔가 부담스러웠을까요.
남은 여생을 창작보다 번역을 하려나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