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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다른 이야기 하자 아침달 시집 10
조해주 지음 / 아침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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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는 것은 설레임일 수도 있고 두려움 또는 걱정스러움일 수도 있다

그런 첫,이 지나고 난 후에는

안도 만족 아니면, 난감 실망 일 것이다

 

오늘 소개할 시집은 아침달 출판사에서 10번째 펴낸 조해주 시인의 데뷔 시집

우리 다른 이야기 하자 이다

하지만 우리는 다른 이야기 하면 안되고 이 시집 이야기를 한번 해보자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출판사의 시집이지만 큐레이터를 맡고 있는 김소연 김언 유계영 시인을 보자면 믿고 볼 수 있는 출판사라 생각한다

 

처음 보는 낯선 시인의 데뷔 첫 시집을 읽는다는 일은 늘

설레는 일이다

최소한 첫 시집을 읽고 난 다음 난감하거나 실망하기란 어려운 일에 속한다

왜냐하면 어떤 기대감 없이 만나는 일이기 때문이며

경제적 시간적 측면에서 따져봐도

만원 안팎의 비용과 며칠의 시간으로 만끽하는 이만한 일도 흔치 않기 때문이다.

 

1993년 출생의 젊은 시인의 시를 읽는다

시인 조해주의 첫 데뷔 시집을 읽어 봤다

어떤 기대 이상으로 흡족한 시집 읽기였다. 섣부른 판단일 수 있겠지만

다음 시집도 기꺼이 읽어봐야겠다 생각한다.

 

반짝반짝 빛나는 문장들, 젊음만이 누리고 맡을 수 있는 장면장면을

곳곳에서 만나는 일이 즐겁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시 한 편을 소개해 본다

 

환생

 

그가 의자에서 일어나고

내가 그 자리에 앉는다

 

방금 전의 그는 반듯한 이마를 가지고 있고

나도 반듯한 이마를 가지고 있다

 

그와 나는 이 식당의 손님이다

나와 그는 아슬아슬하게 스쳐간다

 

어깨를 부딪치고

눈을 마주치지 않고

사과를 나누기도 한다

 

오늘은 무엇으로 할까

나는 식사를 주문한다

어떤 확률

그가 먹던 음식을 먹는다

 

접시의 고기를 잘게 썬다

고기는 금세 여러 개가 된다

흥건한 핏물 위로 턱받이 한 얼굴이 비친다

 

고기를 써느라고

테이블 위의 물 한 잔이 흔들린다

물 한 잔에게도 영혼이 있다면

영혼이 빠져나가기 직전의 순간이다

 

_부분

 

이 시가 인상적으로 읽혔던 이유를 내 식대로 설명해보자면 이렇다

제목에 따라오는 첫 문장 때문이다.

 

제목을 가리고 첫 문장을 보면 평범해 보일 수 있는데

제목 다음에 오는 이 첫 문장으로 인해 제목과 첫 문장 모두가

효과적으로 감응하고 있다. 그리고 이어지는 다음 연들도

환생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보면 적절한 연출이 되고 있다.

 

첫 문장 그러니까 1연이 무슨 말이냐 하면,

그가 자리에서 일어난 빈 자리에 내가 그 자리에 들어가 앉는다는 장면은 환생을 떠올리기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요란한 비유 없이 친근한 일상의 한 장면으로 나타내는 것

이런 게 시인들의 특성이 아닐까 싶다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는 미덕

 

환생이나 전생 인연 같은 특정 종교의 관념을 믿고 안믿고를 떠나

이 시 전체적으로 그려지는 장면들이 일상의 순간을 무심하게 지나치지 않고

그 찰나를 포착하고 끌어온 시인 특유의 감각이 잘 살아 있는 시다

 

우리가 흔히 하는 말로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하듯이

시를 읽는 사람의 마음에 이미 환생과 관련된 관념이나 오랜 생각들이 들어앉아 있어서

이 시가 유난히 마음에 들어왔을수도 있다

 

그래서 사람마다 좋아하는 시나 시인, 시풍이 다른 것이기도 할 것이다

좀 과격하게 말해서 누군가에겐 쓰레기 취급받는 시가 내겐 애정하는 시가 되기도 하고

그 반대의 사례도 비일비재 하니까

 

다시 환생이라는 시로 돌아와 좀 더 이야기를 해보자면

첫 문장 1연 뿐만 아니라

다른 연의 곳곳에서 어찌보면 너무나 뻔한게 아니냐 할 수도 있는 정황들이

조금만 한 발 물러나 들여다보면 착착 들어맞는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다른 많은 시 가운데 이렇게 소개하고 싶은 것이다

물론 이것은 내 눈에 안경일 뿐이므로 와닿지 않으면 패스하면 그만이다

 

 

오지랖에서 나오는 말이겠지만

여기에 소개 한다고 이 시집에서 최고의 시겠거니 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더 나은 시는 얼마든지 숨어 있는 법이다 당신이 시집을 읽는다면 말이다

어디까지나 취향의 영역일 뿐이다.

 

한 편의 시집 리뷰에 되도록 많은 시를 다루는게 좋은 것 같지는 않다

어차피 시집이든 책이든 적극적인 독서의욕이 있는 사람이라면 보게 되어 있으니까.

땡기면 보시라 아님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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