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 페이지터너스
마샤두 지 아시스 지음, 이광윤 옮김 / 빛소굴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제는 누가 멀쩡하고 누가 정신병자인지 알 수 없었다.
107

˝나는 과학과 아무 관련이 없소. 하지만 우리가 정상 적이라고 추정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미쳤다는 이유로 격리되고 감금된다면, 그 박사가 미친 사람이 아니라고 누가 말할 수 있겠습니까?˝
112

나는 정상인가
나는 이렇게 시작 하겠지 우선 정상의 정의와 범위를 정해야만 질문은 성립 된다고

정의와 범위에 관하자면 이렇게 간단히 끄적일 문제는 아니다 혼자만의 정의는 성립할 수 없다

쟤는 좀 비정상적이야
그렇게 다수의 합의는 정상을 전복 시킬수 있다

과학에 대한 종교적 맹신
결국 과학이라는 구세주를 향해 모두들 투신하겠지

나는 비정상과 정상 어디쯤에 놓여 있을까
내 정신은 정상의 경계 안일까 밖일까
당신들의 합의 또는 평가 따위보다 스스로 카자 베르지 병원에 수용된 바카마르치 박사처럼 스스로의 평가가 절대적이다

정신병원은 격리에서 시작 되었다
깊은 숲속의 정신병자는 격리가 필요 없다
그 숲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그 숲을 쪽방이라 부르기도 하고 외딴방이라 하기도 하며 의외로 들리겠지만 허허벌판이나 복잡한 러시아워 거리의 한복판이기도 하다

1인용 병실이자 1인용 감옥 또는 1인용 지옥에서 환자는 말하거나 침묵 한다
산 위의 정상에 이르러 보고 싶다고
여기는 정상인가
이게 겨우 정상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5도살장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0
커트 보니것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so it goes


하느님, 저에게 허락하소서.

내가 바꾸지 못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정심과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와

늘 그 둘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두 가지 번역본이 눈 앞에 있는 한 프로불편러는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읽다가 이 부분 다른 역자는 어떻게 번역 했나 하는 궁금증을 외면 할 수가 없다보니 자꾸만 흐름이 끊긴다 거기다 뭔가 한쪽 번역이 이상하다 싶으면 괜시리 짜증까지 덤으로(귀찮아져서 하다 말았다)

절판된 아이월드 박웅희(이하 박) 번역을 기본으로 하고 문동판은 확인 비교 수준으로 들춰봤다

정영목 번역을 탐탁치 않아 하는 이유는 번역자가 자기스타일을 자꾸 드러내려하거나 괜한 어거지스러움이 있다고 몇몇 번역서에서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동판은 참고로만 했고 필요해 보이는 주석도 인색하다

그렇다고 박의 번역이 매끄럽냐 그것 역시 오래되고 이상한 낱말들 때문에 거슬리긴 매한가지


박 : 날 뒤져봐 Search me 17p

정 : 난들 알겠어 21p


박 : 그렇게 가는 거지

정 : 뭐 그런 거지


기송관18p에 대해 주석 등등이 문동판 없음


그래도 빌리의 양 심장만은 빨갛게 달아오르는 탄 덩어리였다. 박 41

어쨌거나 빌리의 주름진 심장은 타오르는 석탄이었다. 정 44


그녀는 대공항기에 가족이 -> 대공'황'기

수소 이탈 -> 숙소 이탈

여섯개이나 -> 여섯개나


도살장 이라는 말의 살벌한 느낌이랄까 그런것에 괜히 주눅이 들었달까 그와 더불어 작품을 향한 찬사들 역시 오랫동안 방치한 이유 되겠다


일독을 마친 지금 공감 능력이 없어서인지 문해력이 딸려서인지 이게 그렇게 대단한 작품이 맞아?

우리 부모 세대의 전쟁 경험담이 크게 와닿지 않듯 작금의 "계엄"이란 것에 나는 어떤 공포감과 심각함에 치를 떨며 그 새벽을 보냈는데 젊은 세대가 느낀 계엄은 그런 심각함은 아닌듯 했다

경험이란 것은 그런 것이다


보니것이 제5도살장을 쓰게 된 경험과 당시의 세계적 분위기 속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읽었을 이 책의 느낌을 나는 알 수 없는 것이다


폭격과 화재로 인한 도시의 참상을 아무리 묘사한들 그것은 그저 문학적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외계인이나 시간 여행 등의 장치가 오히려 역효과 아닐지

한마디로 내 꽈가 아닌 작가라고 하면 그만인 일을...

다만 시간의 흐름이 무의미한 외계인들도 막을수 없는건 막을수 없다는 설정을 작가가 했다는 점


'그렇게 가는 거지' '뭐 그런 거지' 어떤 번역이든 그냥 몇 번이나 썼는지 한번 헤아려보고 싶었다

104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터내셔널의 밤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박솔뫼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가가 써가는 소설 속의 도시 거리를 따라 걸으며 그 도시 하면 자연히 떠오르는 추억 때문에 자꾸만 문장에서 이탈 한다
나도 거기를 갔었는데 나도 그 골목 아는데

소설을 다 읽고 십수년 그 이상만에 다시 그 도시를 가보면 기분은 어떨까 소설가가 묵은 호텔에서 일박 정도 해보는건 또 어떨까 하는 생각에 잠시 들뜨다가 금방 풀이 죽는다

오랜 세월이라곤 못하겠지만 그래도 오래라면 오래라고 하는게 맞겠지 다시 만날순 없지만 그 도시 사람과 우연히 라도 만난다면 진짜 오랜만이네 라는 말이 그간의 시간에 어울리겠지 서로 알아볼 수나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가상의 공간을 끌어오는 게 아니라 소설이 뚜렷한 현실 공간을 이야기 한다면 누군가에겐 남다르게 읽힐건 뻔하다 소설의 내용과 상관 없이 다른 생각에 빠져서

그런 경우 소설 자체 때문이 아니라 읽는 이의 추억 때문에 오래 기억될 소설로 남아버린다 좋든 싫든
그런 소설이나 시를 품고 있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미련이든 아련이든

잊고 싶어도 계속 기억나는 읽음으로

오랜만에 박솔뫼의 소설을 읽었다
판형이 작고 얇게 기획된 소설 시리즈 같은 것에 좀 부정적인데 딱 그런 사이즈에 걸맞는 소설이었다

데뷔작 ˝을˝의 박솔뫼 표 소설에 반해 몇 권의 소설을 나오는 족족 사두거나 읽기도 했지만 그후론 놓아버렸다 가장 최신의 작품은 여전히 여전한지 모르겠으나 지금까지의 만족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만 알 수 없는 것 이라고 여지를 남겨 본다


책들은 만나고 헤어지고 사라지고 지나간다. 어떤 함께하던 책들은 시간이 지나면 헤어지게 되는데 그걸 슬퍼할 이유는 없는 것 같다. 어떤 것들은 이미 몸으로 변해버려 흔적이 없어졌을 수도 있다. 그래도 헤어짐은 있다. 한솔은 열여섯 열일곱에 읽던 책들을 지나가며 아 이미 헤어졌군 우리는 헤어지고 다시 만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만나지 않게 된 사람들도 가끔 생각하지만 이제는 그것이 자연스러운 일 이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89

알라딘 균일가 매입 90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렌지주를 증류하는 사람들 대산세계문학총서 169
오라시오 키로가 지음, 임도울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토록 죽음에 천착할 수 있나 싶지만 작가의 생애를 간략히 살펴보면 그럴만도 했다
총기 오발 사고나 자살로 부모 배우자 친구 심지어 자식들까지 잃어버린 작가는 자신의 암 발병을 진단받고 병원에서 음독 자살로 생을 마감 한다

볼라뇨가 단편 작가로 키로가를 언급해서 아마 이 책을 구입했던 것 같다

아르헨티나 미시오네스 지방을 주 배경으로 각 등장인물들의 개별 이야기가 하나의 단편을 이루기도 한다
남미 특유의 작렬하는 날씨와 밀림이라는 자연적 환경 속에서 서구 문명사회를 생각할 수 없는 어쩌면 방치되고 고립된 인간들에게 죽음은 마치 시계추처럼 기계적으로 다가 온다
슬픔이나 애도의 감정이 자리 잡을 곳 없이 작가는 선명하게 죽음을 써 나간다
독특하다면 독특한 작가이자 작품들이 아닐까 싶었다

참고로 문학동네 판 키로가의 작품집에 공통적이지 않은 작품을 더 접할 수도 있다


죽음. 세월이 흘러가면서 사람들은 몇 년에 걸쳐, 혹은 몇 달, 몇 주, 며칠에 걸친 준비 끝에 어느 날엔가 우리 차례가 와 죽음의 문턱 앞에 서게 되는 것을 수없이 생각하곤 한다. 그것은 숙명적인 법칙이며 받아들여야만 하는 예정된 법칙이다. 우리는 얼마나 많이 그 순간을 즐거운 마음으로 상상하곤 하는가. 모든 순간 중에서도 최고의 순간을, 최후의 숨을 내쉬는 그 순간을.
현실의 삶을 사는 순간부터 마지막 날숨을 내쉴 순간 사이에, 우리는 우리 인생에 대해, 우리 인생의 꿈과 혼란, 희망과 드라마의 그 무엇을 자부할 수 있겠는가! 인간이라는 무대의 종료를 앞에 두고, 여전히 활기로 가득 찬 이 존재가 그 무엇을 간직할 수 있을까! 이것이 죽음에 관한 생각이 주는 위로이자 기쁨이며, 우리가 삶에서 옆길로 새어 죽음에 관한 생각에 빠지는 이유이다. 죽음은 너무나 머니까! 그리고 여전히 살아 가야만 하는 우리 삶은 너무나 예측 불가능하니까.
273

알라딘 균일가 매입 130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 글자로 불리는 사람
파스칼 키냐르 지음, 송의경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독자와 글읽기에 대한 철학적 에세이라고 하지만 그것과 더불어 서양 고전을 기반으로한 다양한 관련 이야기들이다
비유 가득한 문장들을 읽어나가는 건 때론 고역 그 고역 안에서 빛을 발하는 문장을 만나는 건 그만큼의 기쁨이기도 하다만 어쩌면 겉핥기에 그칠 수밖에 없나 싶다

로마인들이 도둑을 에둘러 표현할때 fur 라고 했다는데 책 읽는 행위를 훔치는 것으로 비유한 것은 타당하게 읽힌다

이 책은 대략 15~16권으로 예상되는 ‘마지막 왕국‘ 시리즈의 11번째 저작물이다 적지 않은 키냐르의 나이를 생각하면 그 시리즈가 다 씌어질 지도 미지수 라는 번역자의 말도 맞고 그리고 국내 완역은 더더욱 미지수로 보인다

제1장
지상 낙원으로의 여행

나는 책을 좋아한다. 책의 세계가 좋다. 어느 책에서나 형성되어 떠오르며 퍼지는 구름 속에 있는 게 좋다. 계속 책을 읽는 게 좋다. 책의 가벼운 무게와 부피가 손바닥에 느껴지면 흥분된다. 책의 침묵 속에서, 시선 아래 펼쳐지는 긴 문장 속에서 늙어가는 게 좋다. 책이란 세상에서 동떨어졌으나 세상에 면한, 그럼에도 전혀 개입할 수 없는 놀라운 기슭이다. 오직 책을 읽는 사람에게만 들리는 고독한 노래이다. 책 외적인 것의 부재, 떠들썩한 소리며 탄식이나 함성의 전적인 부재, 인간의 모음 발성 및 군상에서 최대한의 격리, 그리하여 책은 세상이 출현하기도 전에 이미 시작된 심오한 음악을 허락하여 불러들인다.
9p

내게 바다에 대해 말하지 말라, 뛰어들라.
내게 산에 대해 말하지 말라, 올라가라.
내게 이 책에 대해 말하지 말라, 읽어라, 고개를 심연으로 더 멀리 내밀어 영혼이 사라지게 하라.
24p

나는 혼자 어둡고 고요한 집에 들어갔지. 지금 혼자 죽어가듯이, 책을 읽느라 평생 혼자였던 것 같네.
33

오직 ‘비非독자‘의 눈에만 글자가 살아 있는 생명으로 보이지 않는다
59

문학은 와해된, 가로막힌, 뒤죽박죽인, 침해당한, 신음하는 삶을 그러모아 이야기하는 진짜 삶이다.
59

기이한 무위 속에서 문인은 무한한 무언가에 몰입한다
100

손가락들을 그러모아 움켜 쥔 만년필이라는 조용하고 기이한 배꼽
검은 베이클라이트 재질의 작은 관은 사라진 무엇에서 그것이 부재하는 글자로 옮겨간다
그런 것이 사라진 대상과의 접촉이다
사랑, 침묵, 글은 현실세계에서 접촉을 필요로 한다
102

심지어 죽음으로 몸을 던지는 자 안에도 돌진하는 도약이 있다
123

어느 날 출생으로 침몰하여 다시 지상에 귀속되기
152

밤마다 나는 침묵 속에서 꿈을 꾼다.
새벽마다 나는 침묵 속에서 몽상에 잠긴다.
이것이 나의 위험한 삶이다.
157

자기 ‘dans(안)‘에서 취하기가 생각하기다. 생각은 내포하기다. 내포는 수태하기다. 수태는 존재를 시작하기다. 존재의 시작은 출생하기다. 출생은 시작을 이어가기다. 글쓰기는 시작의 시작을 거듭하기다.
170

한평생을 완전히 책 읽는 데 바치면 위험한 결과가 초래 된다.
유배. 침묵. 은둔. 사직. 이혼. 자살. 끊임없이 새로워지는 외로움. 모든 낮뿐만 아니라 밤도, 모든 꿈도, 심지어 글 쓰는 자의 성생활도, 그의 죽음마저도 연루된다.
189

이 세상에 유령 하나를 남기기는 죽기이다
205

알라딘 최상 330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