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이들은 흔히 두종류이다. 한 부류는 다이어트 족이고... 나머지 한 부류는 바로 살찌우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나는 두번째에 속한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말이 있다면 그건 바로 '살 좀 쪄라.'와 그 아류들이다. 예를 들면, '내 살 좀 가져가라'. '밥 먹은게 다 어디로 가느냐.' '밥은 먹고 댕기는 거냐.' '그래서 어디 시집이나 가겠느냐.' '애도 못낳겠다.' 등등의 말들이다.
솔직히 말해서 '남이사 무슨 상관이에요.' 라고 소리치고 싶지만 이렇게 나에게 말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나와 친하거나 관계가 있는 사람들 뿐이니.. 예의없게 소리칠 수도 없고.
내 딴에는 나도 살 있어요. 라고 하지만 듣는 이들은 코방귀만 꿔댈 뿐이니 할말이 없긴 하다. 그래도 안찌는 살을 어쩌란 말이냐!(염장 지르는게 아니다.)
생각해 보면 난 안먹는게 많기도 하다. 나열하자면, 라면(면류중 유일하게 안 먹는것), 곱창, 마요네즈, 케찹, 치즈(피자에 토핑이나 치즈오븐스파게티같은 것은 먹는다.), 오뎅, 어묵(생선은 잘 먹는다.), 개고기, 바나나(유일하게 안먹는 과일), 흰 우유, 튀김, 만두, 군만두(작은 물만두라면 먹는다.) 등등이다. 나열하려고 하니 생각이 잘 안난다.
내가 이런 것들을 안 먹으면 사람들은 '그러니 살이 안찌지' 라고 말한다. 하지만 '밥이 보약이다'라는 신조를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굳이 몸에서 안받겠다고 난리치는 저것들을 먹어야 하는가라는 생각을 지니고 있다. 하긴, 난 스트레스가 만땅으로 받아서 몸으로 나타날 지경이 되면 잘 먹지를 못하기는 한다.
어쨌든, 어느 정도 표준 체중인 여자들도 다이어트를 해야한다며 입에 달고 사는 요즘에 살쪄야 한다고 난리치는 나 같은 부류는 돌 맞아 죽을 지도 모르지만. 나같은 사람들도 의외로 고충이 크다. 맞는 옷이 없어서 사는 족족 줄이는 것은 기본이고 보는 이들마다 '살 좀 쪄라' 그러는 스트레스도 장난이 아니다. 웃긴게 살이 좀 찐 사람들에게 '살 좀 빼라'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는데 꼭 유난히도 마른 사람들에게는 처음 보는 사람들도 '살 좀 찌시죠.' 라고 한다.(어제도 오래 간만에 만난 고등학교 후배들에게 그런 말을 들었다. '선배님, 살 좀 찌세요.') 마른 사람들은 상처받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걸까?
나도 놀란게 의외로 마른 사람들도 많다는 것이다. 다음카페에 '살찌려고 모인 뼈다귀들'이란 카페가 있다. 의외로 많은 회원수와 그들의 하소연을 들으면 당신들은 놀랄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이야 너무나 많지만 다 해봐야 거기서 거기인 하소연일테니 그만두고 제발 내가 원하는 것은 아직도 얼굴보면 듣는 그말 '넌 아직도 그대로냐, 살 좀 쪄라. 밥은 먹고 댕기냐.'라는 그 말 좀 더이상 안들었으면 한다. 아니, 그것보다는 '너 불쌍해보여.'라는 말 기분나쁘니 하지 말아주었으면 한다.
살 안찐, 마른 사람들도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는 법이다. 제발 '살 좀 빼라'는 말을 조심하듯이 '살 좀 쪄라'는 말도 조심히 해주었으면 좋겠다. 은근히, 아니 솔직히 상당히 스트레스다.
P.S 어제 쓰다 날린 글. 안쓰려다가 그래도 다시 쓴다. 하지만 귀찮아서 본문 내용을 팍 줄인.... 어쩔수없다. 그냥 이대로 나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