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휴가 나왔다. 밥이나 한끼 사먹일려고 했더니, 점심은 고참 만나러 간다고 하고는 가서 먹고 와버렸고, 저녁은 고모 만나서 셋이서 먹었다.
고모랑 고모 친구분이랑 친구분 딸이랑 나랑 동생이랑 갈비집에서 고기를 먹는데 5살 먹은 그 꼬맹이가 자꾸 나한테 엉겨붙었다. 애들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것도 아닌 나한테 엉겨붙는 애는 사촌동생들을 제외하고 얘가 첨이다. 신기했다. 작고 이쁘장하게 생긴 꼬마애가 자꾸자꾸 나한테 안기려고 하는게. 하는 짓이 너무 이뻐서 나도 꼭 껴안아 줬다. 말도 몇마디 하는데 대부분은 잘 알아먹겠는데, 이름이 뭐냐고 하는데, 웅얼웅얼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서 포기했다.
잘난척 대마왕 내 동생은 '오빠, 잘 생겼지?'하다가 꼬맹이가 눈 감아버리고 내손으로 지 얼굴 숨기고, 뒤로 도망가 숨고 하는 통에 한방 먹었달까?
살 좀 찌면 이쁘겠다면서, 왜 그렇게 생겼냐고 고모한테 구박받고, 옛적 이야기들도 하고, 간만에 고기도 많이 먹었다.
그렇게 만나서 두시간만에 고모랑 헤어지고, 동생은 전역한 고참 만나러 간다고 혼자 가버렸다.(내 MP3를 빼앗아 들고.) 고모가 주신 용돈은 내가 가지고 있다가, 내일 내려갈때 주기로 했고, 나도 (등록금을 내고나니) 궁핍해서 용돈을 얼마 못주는데, 자기 돈 좀 달라고 해서 용돈조로 얼마만 간신히 쥐어줬다.
내일은 용산에서 집에 내려가는 동생 마중하고는 교보에 좀 들려야 겠다. 이제 상병이 되니 공부 좀 해야겠다며, 영어 기초 책 좀 사서 보내달라는 동생에게 줄 책도 골라보고 노트 몇권이랑 잃어버린 펜을 좀 사야겠다. 그리고 들어와선 공부나 좀 할까.. 아니면, 책을 읽을까?
아, 날씨가 갑자기 너무 추워졌다. 이제 좀 풀리나 했더니. 하긴, 꽃샘 추위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