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기자 아손, 100년전 한국을 걷다 - 을사조약 전야 대한제국 여행기
아손 그렙스트 지음, 김상열 옮김 / 책과함께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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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제강점기 시기의 한국에 대한 외국인의 시선이다. 스웨덴 사람 아손은 무작정, 대한제국으로 향한다. 역사는 언제나 승자의 편이고, 진실이란 사실과는 다른 법이다. 승자는 일본이었고, 패자는 조선이었다. 패자인 조선에게 자신들을 대변할 목소리는 존재할 수 없었고, 그런 그들을 지켜본 외부의 시선들이 그것을 서부열강에 전달했다. 조선인의 입에서, 조선인의 목소리로 세상에 자신들의, 패자의 진실을 알리지 못했고, 그래서 바깥에서 바라보는 조선은 유구한 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미개한 나라였고, 이다. 스웨덴 기자 아손, 그는 조선인에 대해서 우호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월감에 차있는 시선을 배제할 수는 없었다. 그에게 조선은 미지의 나라이며, 미개한 나라이다. 잘 읽어보면 글 곳곳에서 그런 그의 관점을 읽을 수가 있다.

그가 눈으로 보고 객관적으로 (혹은, 약간의 주관이 섞인 시선으로) 서술한 내용들을 보면, 그가 이 나라 민족들을 얼마나 불쌍하게 생각했는지 느낄수가 있다. 그가 풍문으로 듣고 서술한 내용들은 사실일수도 있고, 거짓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그 풍문들을 들은 것은 대부분 자신과 같은 외국인의 입에서이다. 거기에는 미지의 나라에 대한 그네들의 과장도 들어가있을 수 있으며, 잘못된 정보가 들어가 있을 수도 있다. 뒤죽박죽 섞여있는 진실도 있고, 읽다보면 화가 날 정도로 황당한 말들도 있다. 하지만, 조선인이 아닌 스웨덴 사람으로서의 아손은 눈으로 본 자신의 진실을 서술했다.

조선의 외부에서 그네들이 조선민족을 불쌍히 여기고 업신여김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순박하고 무지한 우리 조상들의 모습이 많은 작용을 했으리라. 비교적 따스한 눈길로 바라보는 아손조차도 '빨리 이 나라가 발전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그들의 문화에 대한 우월감에서 나온 생각일지라도, 그들에게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일단은 그는 조선인이 아니었기 때문이리라.

말이 제대로 통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 조선어라곤 알지 못하고, 불완전한 사전을 하나들고 조선에 도착했지만, 아손은 씩씩하게 이 나라를 여행한다. 짧은 여정. 그럼에도 그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즐겼다. 이제 막 개통한 경부선의 첫 손님도 되고, 깜깜한 밤에 조선의 시골길을 걷기도 하고, 화려한 황태자비의 장례식도 보고, 황제와 황태자도 만나고, 몰래 장지에도 따라가서 그 화려한 마지막도 보고, 친일파와의 싸움도 보고, 감옥에 찾아가 잔인한 조선인의 처형식(?)도 구경한다.

솔직하게 말해서, 그의 눈으로 본 조선은 좋은 나라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아주 낙후된 미개한 나라이다. (그리고 당시의 조선은 정말 그러했다. 삽입된 사진을 보아도 조금은 드러난다.) 나는 조선의 후예인지라 그런지 책 읽는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그를 이해한다. 당시의 조선은 풍전등화였고, 교육받지 못한 천민들과 우월감과 부패에 썩어가던 양반이 존재하던 시절이었다. 친일파도 있었고, 독립열사도 있었다. 일본의 횡포에 살려달라 울부짓기만 해야 했던 약자들이 있었다. 나라는 이미 일본의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일본인이나 당시를 살던 조선인의 시선이 아니라, 바깥의 눈으로 바라본 당시의 조선이 흥미로웠다. 그것이 비록 잘못된 정보들로 채워져있고, 우월감에 찬 시선으로 내려다 본것이라고 해도.

P.S 불만 한가지를 말하자면, 제대로 교정을 하지 않은 탓에 오자가 눈에 (많이는 아니어도) 띄었다는 것이다. 출판사가 제발, 제발 교정을 제대로 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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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초의시종 2005-02-02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언제 한번 읽으려고 한 책인데, 그래도 나름대로 잘 만든 책인 듯 싶군요. 물론 서양인의 우월감에 찬 시선은 못마땅하지만, 그래도 그 시대에 대한 이 정도의 균형잡히고 풍부한 서술은 분명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작은 위로님의 좋은 리뷰에 동감을 표하면서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