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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무선본)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ㅣ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 김영사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1.
믿고 공유하는 인류
나는 믿는다. 나는 우리가 앞으로 더 잘 될 것이라고 믿는다. 나는 우리나라 돈을 환전해서 다른 나라로 가면 맛있는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종교는 없지만 신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을 이해한다. 본적은 없지만 우리 모두에게 모두 기회가 온다고 믿는다.
무언가를 믿는 능력. 우리 호모 사피엔스가 이 지구를 정복할 수 있었던 제일 큰 이유라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 지금 당장 존재하지 않는 것을 믿으며 공유한다. 우리는 돈을 믿는다. 돈은 종이 쪼가리에 불과한데 5살 꼬마부터 80살 노인까지 그 종이를 사용한다. 세계의 통화인 달러를 가지고 다니면 정말 나와는 아주 다른 사람도 달러를 주저없이 받는다. 종교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지는 모두 말하기도 힘들다. 종교에서 처단하라고 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원정을 떠나고 누군가를 박해했다. 한편, 삼성이라는 회사는 사실 실체가 없는데 우리 모두 삼성이 있다고 믿는다. CEO가 삼성이 아니고, 삼성 핸드폰이 삼성이 아니고, 대주주 5인이 삼성도 아닌데, 모두 삼성을 손에 잡힐 듯이 이야기한다. 이런 허구를 믿는 능력이 우리 호모 사피엔스를 뭉치게 만들고 강하게 만들었다. 호모 사피엔스는 사실 다른 호모 종에 비해 육체적으로 작아서 불리 했는데 허구를 믿어서 그들을 이기고 지배할 수 있었다. 맨 처음 정착을 할 때에도 아직 수확하지 않은 곡물을 상상하며 그렇게 시작했다. 상상력, 이게 지금 내가 안전한 방안에서 전기로 켜지는 노트북 키보드를 두들기게 만드는 근본적인 기원이다.
상상력은 참 신기하다. 우리나라를 이야기하면 세계에서 5번째로 큰 제2롯데월드는 결코 혼자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상상하고 공유하고 힘을 합쳐서 이루어 낸 것이다. 조선소의 컨테이너선도 그렇고 우리는 이 작은 손으로 엄청난 것을 만들어냈다. 혼자서는 절대 이룰 수 없는 것을 상상하고 그것을 퍼트려 결국 현실로 만들어 내는 그 원리가 참 신기하다. 그리고 우리의 허구를 믿는 능력은 갈수록 진화하는 것이 느껴진다. 호모 사피엔스가 막 정착생활을 시작할 때 밤하늘을 바라보며 언젠가 저 달에 가야지 라고 생각이나 했었을까. 그런데 현대에 이르러 그런 상상을 하게 되었고 이루어 냈다. 지구에서만 머물렀던 상상력이 이제는 우주로 나아가는, 다른 차원의 상상력을 우리는 매일 그린다.
그러나 상상력이 항상 좋은 결과를 낸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정착생활의 시작이다. 농업혁명으로 인류는 막대한 잉여물을 낼 수 있었고 폭발적으로 인구를 증가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평균적인 건강상태를 본다면 채집생활을 할 때보다 상당히 질 떨어지는 생활을 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농업 혁명은 인류의 엄청난 발전을 이룩했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는데 상당히 놀라운 의견이었다. 농경생활을 하면서 한곳에 머물게 되면서 면역력이 극도로 낮아지고 채집생활을 할 때보다 더 많은 인구가 죽었다. 또한 채집생활 때에는 부족이 작게 운영되면서 모두가 공평한 생활을 했다고 한다. 150명 아래의 부족수로 모두가 생활을 공유하고 친밀했다. 하지만 정착생활로 일부만 부유함을 누리고 통치를 하기 시작했다. 대다수의 피지배층에게는 악몽이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계속 발전하여 기술이 발전할수록 불평등도 심화되었다. 이제는 걷잡을 수가 없다. 인종적 불평등, 성적 불평등, 경제적 불평등, 기술적 불평등 등등 하나의 불평등을 해결 하지도 못했는데 새로운 불평등이 계속 나타난다.
그리고 마지막에 저자가 말하는 슈퍼 인간은 이 불평등의 정점이다. 기술의 힘으로 한 단계 발전한 인류가 탄생할 수 있다고 보는 그의 말에서 종의 불평등이 엿보인다. 육체적으로 지능적으로 차이가 확 나는 종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현재 대책없이 그 불평등의 정점으로 쏠려가고
있다. 호모 사피엔스의 시대가 곧 종말을 맞이할 줄도 모른다.
2.
긴 역사위의 점
호모 사피엔스의 시대가 곧 종말을 맞이할 줄도 모른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이걸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다만 각자의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다. 내일 각자 할 일이 있고 다음 달에 가야할 결혼식이 있고, 내년에 가야할 여행지가 있지만 1000년 뒤의 인류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당장 경제가 어렵고, 미세먼지가 자욱한데 인류의 미래를 신경
써야 한단 말인가? 그런 고리타분한 주제는 수업시간에만 배웠지 사회에 나오면 마주칠 기회가 없다. 거대한 것을 생각하기에는 우리가 마주친 작은 현실이 너무 커 보이는 것이 문제이다.
이 거대한 것을 꼭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인류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어떻게 변해갈 것인지 몰라도 우리 세대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세대내에서 인류의 발전은 너무나 미미하니까. 하지만 이 흐름을 이해하려고 한다면 한층 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다. 4차 산업혁명과 인류의 미래, 로봇의 등장과 인류의 생존, 세계에서 시시각각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을 큰 흐름에서 볼 수 있다. 이렇게
큰 흐름을 볼 수 있다면 내 앞의 작은 일들에 대해 조금은 여유롭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일을 하다 보면 아주 가끔씩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나는 어떤
흔적을 남기는가 라는 멍때리는 생각이 든다. 난 크게 되고 싶은데 왜 이럴까, 난 언제쯤 큰 성공을 할까 이런 생각이 든다. 그럴 때 이런 인류의 역사를 다룬 책을 읽으면 내가 정말 얼마나 하찮은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다. 인류의 긴긴 역사에 인간 개개인의 일생은 점으로 표현하기에도 크다. 사람의 일생을 하루로 본다면 20대는 아직 아침이라고 한다. 인류를 하루라고 본다면 20대는….1초의 반의 반의 반의 반의 반의… 계산조차 하기 어려운 수다. 축구에서 메시가 아무리 이름을 날리고
있다 한들,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누가 된다 한들, 인류의 긴 흐름 앞에서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며 겸손해진다. 개개인의 일생은 한없이 크면서도 한편으로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인류라는 1명의 역사에서 내가 차지하는 점. 인간은 한 명 한 명이 하나의 우주를 가지고 태어난다고 하는데, 인류가 품은 수없이 많은 우주 중에 하나라는 겸손한 생각을 가지며 살아야겠다.
-출처
1.달러 사진: https://www.slideshare.net/113iiminternship/aquatred-case
2.제2롯데월드: http://www.huffingtonpost.kr/2015/10/15/story_n_8300096.html
3.슈퍼휴먼: http://trueviralnews.com/superhuman-tech-most-americans-fear-the-worst/
4.점 사진: http://www.bobmankoff.com/blog/connecting-the-do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