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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 보급판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12월
평점 :
1.
대부분의 우주에 대한 이야기는 영화를 통해서… 얻는다. 인터스텔라, 마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에얼리언, 히든 피겨스 등등, 우주에 대한 제대로 된 지식은 하나도 없고 화려한 판타지들로만 우주를 생각해 왔다. 학교에서 배운 수금지화목토천해명, 토성은 아름다운 고리를 가지고 있구나가 내가 가진 우주에 대한 지식이다. 광활한 우주를 신경쓰기에는 내 앞의 자잘한 일들이 많았고 이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도 너무 많았다. 닿을 수 없는 우주보다 내 눈 앞의 일들에 신경쓰기 마련이다. 밤하늘의 별을 천천히 올려다 본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너무 밝은 도시에 사느라 더 밝은 별들을 보지 못했다. 그렇게 우주와 가까워질 기회가 적었다.. 사실 우주에 대한 관심이 없어도 사는 것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당장 내 집을 구하기 데에 있어 우주는 아무런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이 필독서라는 것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우주에 대한 무관심과 그 무지막지한 두꺼움에 외면해왔다.
그리고 마침내 마음먹고 책을 읽으니… 시각이 달라진다. 과연 시대를 관통하는 추천도서다. 나 같은 문돌이들도 감탄하며 읽을 수 있다. 우리가 속한 우주가 얼마나 광활한지, 우리 인간처럼 교신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생명체가 있는 행성이 온 우주에 적어도 10개를 있다는 계산들 하며, 읽는 내내 SF 영화와는 다른 학구적인 재미를 선사한다. 끝없이 광활한 우주를 말하며 가장 작은 입자인 쿼크를 말하고, 우주인과의 대화를 말하며 지구상에 있는 다른 동물과의 대화를 우선적으로 말한다. 우주를 말하지만 결국은 우리 인간을 말한다. 광활한 우주에서 우리 인간의 역할과 앞으로의 미래를 논한다. 우주 시민으로서의 준비를 말한다. 그 동안 주소를 쓸 때 제일 길게 쓸 수 있는 방법이 한국, 서울, 00동, 00아파트, 00동, 00호 으로 제일 앞에 나라를 붙이는 것이었는데 나중에 다른 행성과의 교류가 시작되면 제일 앞에 ‘지구’를 붙이게 되는 것이다. 우주시민은 영화에서만 봐 왔었는데 그게 앞으로 우리의 미래라는 것이다. 지구에서의 인간에서 우주에서의 인간으로 관점을 바꿔주기에 두고두고 읽기에 좋은 책이다.
2.
‘사피엔스(유발 하라리 저)’를 읽을 당시만 해도 인류의 긴 역사에서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하찮게 느껴지는 지 느꼈다. 우리 인간이 이 지구에서 그렇게 막 아웅다웅 하면서 살지 않아도 되겠다는 여유도 어느 정도 생겼다. ‘코스모스’를 읽고 나서는 그 인류조차도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지를 깨닫는다. 지구만 벗어나면 수 천 억 개의 은하가 온 우주에 퍼져 있다. 우리가 경이롭게 바라보는 태양도 우주에서는 명함조차 내밀지 못한다. 우리라는 존재는 정말 한 점 먼지에 불과하다. 대통령이든 부자든 학생이든 내일은 걱정하는 청년이든 우린 우주에서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다만 우리 모두가 쓸모 없다는 것은 아니다. 지구라는 작은 행성에서는 모두 중요한 일을 하며 사랑을 하고,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다만 서로가 서로를 깎아내리고 질투하고 공격하기 전에 우주의 광활함과 인간의 하찮음을 잠시만 생각한다면 충분하다.
3.
우리가 모두 별의 자식들이라는 저자의 말이 와 닿는다. 빅뱅 이후 별들이 생기고 별들에서 생명체가 탄생했으니 우리와 별의 구성요소는 같다. 그래서 우리는 별을 보기 좋아하는 것 같다. 어린 아이들은 밤하늘을 수놓는 별을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며 꿈을 키우고, 아름다운 연인은 별을 보며 사랑을 말한다. 어두 컴컴한 밤 하늘에서 반짝 빛나는 별은 우리를 묘하게 끌어당긴다.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편해진다. 몇 광년이나 떨어져 있지만 마치 손으로 잡힐 듯 한다. 그런데 지상에서의 일이 너무 많아 우리는 하늘을 쳐다보기가 너무 힘들다. 스마트폰이나 거리의 화려한 불빛은 별빛보다 더 밝아 보일 수는 있지만 우리와 맞닿아 있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가끔씩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다시금 꿈을 키우고 사랑을 말해야 한다.
<인상깊은 구절들>
p.267 – 지루한 지구에서부터 한참 높이 올라가서 지구를 내려다보면 대자연이 과연 한 점 먼지에 불과한 이 지구에 자신의 아름다움과 온갖 가치를 다 퍼부어 놓았는지 가늠할 수 있지 않겠는가? … 그러므로 이 지구만큼이나 사람들이 잘 살고 있고, 잘 꾸며진 세계가 한둘이 아니라 여럿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세상 사람들이 위대하다 일컫는 것들에 찬미를 보내지 아니하게 되고, 또 일반 사람들이 정성을 쏟아 추구하는 자질구레한 것들을 오히려 하찮게 여기게 될 것이다. – 크리스티안 하위헌스, 천상계의 발견
p.403 – ‘그대는 빛의 속도로나 빛의 속도보다 빨리 움직여서는 아니 되느니라’. 이론적으로 우리는 빛의 속도에 원하는 만큼 가까이 접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빛의 속도의 99.9퍼센트로도 움직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빛의 속도의 100퍼센트로는 절대로 움직일 수가 없다.
p.438 – 양성자 내부에 더 근본적인 입자가 숨어 있는 것 같다. 물리학자들은 양성자와 중성자 같은 소립자들을 구성하는 더 근본적인 알갱이를 쿼크 라고 부른다. 쿼크야말로 궁극의 기본 입자인지, 아니면 쿼크도 더 근본적인 입자들로 구성돼 있는지는 아직 모른다.
p.458 – 우리의 DNA를 이루는 질소, 치아를 구성하는 칼슘, 혈액의 주요 성분인 철, 애플파이에 들어 있는 탄소 등의 원자 알갱이 하나하나가 모조리 별의 내부에서 합성됐다. 그러므로 우리는 별의 자녀들이다.
P.542 – 하나의 종으로서 우리 인류는 외계의 지적 생물과의 교신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와 같이 지구에 살고 있는 다른 지적 생물과의 교신부터 먼저 진지하게 시도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일이 아닐까? 문화와 언어와 전통이 다른 민족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조화롭게 사는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다. 침팬지, 돌고래 그리고 저 깊은 바다의 지적 지배자인 위대한 고래들과의 교신 또한 외계와의 교신에 우선돼야 할 인류의 과제인 것이다.
P.560 – 책을 1주일엔 한 권씩 뗄 수 있다면 한 사람이 평생동안 읽을 수 있는 책의 총수는 대략 수천 권에 이른다. 그렇지만 이것은 현대 도서관이 소장한 장서의 기껏해야 1,000분의 1에 불과한 작은 양이다. 정말 중요한 문제는 몇 권을 읽는가 보다 어떤 책을 읽는가에 달려 있다.
P. 656 – 신경심리학자 제임스 프레스콧이 산업화 이전 단계에 있는 400여 개의 사회를 조사한 결과, 유아기에 피부 접촉을 통한 애정 표현이 발달된 문화일수록 폭력을 싫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피부 접촉 문화가 발달하지 않는 사회에서 자란 어린이들이라고 하더라도, 성생활이 크게 제약 받지 않는 사회에서는 이들 역시 성인이 됐을 때 폭력을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1.밤하늘과 사람
https://unsplash.com/search/universe?photo=oMpAz-DN-9I
2.망원경
http://www.activekids.com/parenting-and-family/articles/stargazing-with-your-ki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