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로버트 하일브로너 & 윌리엄 밀버그 지음, 홍기빈 옮김 / 미지북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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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

경영학과는 자본주의에 최적화된 분야이다. 주로 배우는 학문이 재무와 회계, 마케팅, 전략과 같이 자본주의를 수호하는 중요한 기둥들이다. 많은 이들이 여의도에서 직장을 잡기 바라고, 지나가는 외제차를 한없이 바라보며 나도 언젠가는 저 차를 타고 말 테다 라며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여의도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분야로 진출한 이들은 자본주의와 관계가 하등 없는 사람, 개념을 자본주의로 끌어들이는 윤활유와 같은 역할을 훌륭하게 해낸다. 자본주의가 있었기에 경영학도들이 존재하고, 경영학도들이 존재하기에 자본주의가 끊임없이 확장한다. 우리는 모두 자본주의의 미래를 선점하기 위해 이리저리 바쁘게 뛰어다닌다. 그래프로 예측하고, 표로 분석하고, 말로 설득한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역사나 흐름에 대해서 아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산업혁명, 대공황과 같은 굵직한 사건들에 대해서만 알지 자세한 건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 학교의 수업에서도 자본주의 역사는 1강 혹은 2강으로 압축되어 수업할 뿐, 현재에만 언제나 집중한다. 왜냐하면 그 역사를 알면 왠지 모르게 자본주의를 옹호하고 싶은 마음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부족, 노예, 도시, 길드, 산업혁명, 대공황, 뉴딜정책, 황금시대, 사회주의, 지구화, 정보화 시대 등등 자본주의가 발달과정을 보면 인간적이지 않다는 느낌을 받는다. 인간의 이기심을 공식적으로 축복한 애덤 스미스 이후 본격적으로 우리는 각자의 탐욕을 거침없이 드러내 왔고, 개인의 이윤추구가 모두의 이익이라는 애덤 스미스의 말은 부르주아들에게만 해당된 사실이었다. 산업혁명은 노동자들의 악화된 노동환경을 만들어냈고, 2008년 세계금융위기는 미국의 서민층에게 타격을 가했지만 정작 진원지인 월가의 은행들은 구제를 받았다. 과거에는 제한된 자원이 그래도 많기는 많았으니 전체 이익은 늘어난 측면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자원이 정말로 부족해졌기 때문에 나의 이윤 추구가 다른 사람의 이윤을 갉아먹는 형국이다. 그래서 이제는 개개인의 이윤추구가 아닌 전체를 생각하는 경제학이 필요하다. 최근의 새로운 경제학이라고 인정받고 있는 행동경제학은 인간이 공동선을 위해 소비하는 경향에 대해 강조한다. 지금과 같은 시대에 그런 소비가 가능하다라는 것은 놀라운 일이고, 더욱 격려해야 할 일이다.

2.

버니 샌더스의 약진. 이는 미국 자본주의의 새로운 흐름을 예견하는 일대 사건이다. 자본주의는 사실상 미국의 발전과 그 궤를 같이한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브래턴우즈 조약이 시작되면서 미국은 명실공히 세계 자본의 중심국가가 되었고, 미국의 발달이 전세계로 퍼져나가는 양상이 되었다. 미국의 경제가 침체되면 세계 역시 얼어붙었는데, 미국에서 터진 대공황은1930년대에 전세계의 자본주의에 타격을 가했고, 2008년이 되어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에도 진원지는 미국이었다. 그러니까 미국은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나라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나라에서 자신을 사회주의자라고 외치는 국회의원이 강력한 대선 후보로 힘을 받았다는 것은 변화가 코 앞에 다가왔음을 의미한다. 다음은 미국 대통령 민주당 경선 후보 버니 샌더스의 11가지 핵심 경제 공약이다.

1. 학교,도로,다리,공항에 투자 등 큰 정부 지향

2. 화석 연료에서 재생가능 에너지로 이동

3. 직장인들의 쉬운 노조 가입 보장

4, 최저 임금 인상

5. 남녀, LGBT에게 평등한 임금

6. 노동의 아웃소싱을 막기 위한 정책 변경

7. 대학교 학비를 낼 수 있는 수준으로 인하

8. 거대 은행들을 분해, 특히 월가

9. 전국민이 이용 가능한 의료보험의 시행

10. 사회보장, 메디케이드, 푸드 스탬프 제도 확대

11. 조세 개혁및 조세 포탈 방지책 강구

      개인의 탐욕 보다는 사회의 균형을 위한 공약들이 눈에 띄는데, 앞서 말한 행동경제학의 새로운 조류를 보여주는 것인지 흥미롭다. 현재의 대선 결과를 보면 민주당의 대선 후보는 힐러리 클린턴으로 보여진다. 전통적 미국적 가치를 대변하는 그녀는 월가에서 어마어마한 정치 지원금을 받은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전통적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사람이다. 경선이 시작되기 이전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힐러리 클린턴의 당연한 승리를 생각했었는데 지금의 모습은 미국 사회에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경제의 흐름이 바뀌어 간다는 것에 대해 우리도 대비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한 때 서울시의 주도로 사회적 경제에 무게가 실렸던 적이 있었다. 사회적 경제도 새로운 경제 흐름에 있어 하나의 해답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불꽃이 살아나기도 전에 창조경제라는 새로운 경제의 흐름이 나타나 무게중심이 이동했다. 아쉽다. 사회적 경제를 잘 살렸다면 자원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더 큰 가치를 실현시킬 수 있었는데 말이다. 지금으로서는 그때 당시 사회에 뿌려진 몇몇 사회적 기업들이 그 씨앗을 잘 키워 큰 성공의 열매를 일궈내 사회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길 기대하는 수 밖에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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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정글만리 1~3 세트 - 전3권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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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품절


1.

       꽌시. 있는 자는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없는 자는 어떻게든 얻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바로 그 관계. 중국에서의 꽌시를 바라보고 있자니 우리나라 내에서의 학연, 지연, 혈연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적어도 명목상으로는 그러한 ‘-들을 타파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학연을 이용해 자신의 자식을 취직시켜 주려던 국회의원은 명예를 실추했고, 고위 공무원을 뽑을 때 혹시라도 대통령과 같은 지역 출신인 사람이 지명되면 온 나라가 들끓는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오히려 꽌시를 대놓고 옹호하는 분위기이다. 그것이 혈연이 되었든, 학연이 되었든, 돈이라도 바쳤든지 간에 꽌시가 맺어지면 그것을 이용해 한몫 단단히 챙기고, 더 넓은 꽌시를 맺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한다.

꽌시와 혈연, 지연, 학연의 차이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한나라에서는 하나의 관례로 인정받고 다른 나라에서는 지탄의 대상이다. 이런 차이는 사회의 발전에 따른 차이인 것 같다. 역사적으로 꽌시나 혈연, 지연은 권력 집중을 위한 당연한 방법이었다. 부족 사회에서도 족장은 자신의 아들에게 지위를 물려주고, 제국주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친인척들 역시 배신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권력을 나누어 주기도 했다. 장사를 하더라도 자식들에게 가업을 물려주었다. 자신의 근처에서 일을 배웠기 때문에 가장 일을 잘하는 것이 당연 했기에 모두가 그의 실력을 인정해 주었다. 그러다가 자본주의가 등장하고, 모든 것이 효율성으로 결정되기 시작하자 그런 권력 승계의 양상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아는 사람보다 일을 더 잘하는 사람을 등용시키는 것이 더 높은 효율성을 보이자 사회는 혈연, 지연, 학연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전문경영인이라는 개념이 생겨나고, 투표를 통해 뽑는 국회의원들도 가장 일을 잘하는 사람이 당선되기 시작하였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정착이 될수록 꽌시나 ‘-이 없어지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모습은 아직도 과도기적이다. 자본주의의 시각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후진적 사회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자본주의에 열광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그 속을 조금만 뜯어보면 얼마나 자본주의에 반하는 행태들이 팽배 한지 혀를 끌끌 찰 정도이다. 10대 재벌의 실력도 없는 아들, 딸들은 회사에서 요직을 맡고 있다. 자녀에 대한 재산 상속 비율은 세계 최고의 수준이다. 대부분의 국내 재벌기업들은 일제시대에 가업을 시작했다. 일제시대에 우리나라는 강제적으로 자본주의를 주입 받았고, 광복 후에도 자본주의를 선택하여 눈부신 성장을 이룩하였다. 이렇게 자본주의의 시작을 함께한 기업들이 제국주의적 모습을 고수하고 있는 나라를 정말 온전한 자본주의 국가라고 할 수 있을까?

2.

생사를 넘나드는 극적인 드라마는 아니다. 전대광 부장이 중심이 되어 철강 판매를 두고 벌이는 영업 전쟁, 그의 조카와 그 여자친구를 통해 바라본 중국 대학생들의 인식과 중국과 한국의 관계, 전 부장이 중국으로 영입해온 서대원 의사의 기러기 아빠 생활, 또 그의 역할로 본 중국에서의 성형 열풍, 전대광의 꽌시인 샹신원이라는 관리의 부정 축재와 도피, 그리고 영업 부장으로서의 직장을 버리고 공장 운영이라는 업을 찾는 전대광 부장 그 자신의 이야기는 극적이지 않아서 더욱 현실감이 넘친다. 정말로 일어날 것만 같은 일들의 연속으로 기승전결의 이야기 형식이라기보다는 각각의 다른 이야기들이 한데 맞물리는 이야기 같았다.

각각의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전체를 같이 보면 중국이라는 나라가 전세계에서 어떻게 거대하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급격히 상승하는 생활수준과 더 이상 아류 국가가 아니라 당당한 G2의 나라라는 그들의 인식. 몇몇 대도시를 제외하면 잠옷을 입고 거리를 돌아다닌다 던가, 상의를 탈의하는 등 여전히 국민의식이 낮음을 보여주지만 그만큼 대도시에서의 많은 인구는 이제 선진국들의 문화를 누리며 지구촌 시대에 합류한지 오래이다.

그에 반해 우리는 아직도 중국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중국은 아직 우리나라에 비해 조금은 미개하다 라는 생각. 해외로 여행을 가면 예의 없게 와글와글 떠드는 그들의 모습에, 중국에서 가짜 계란이 유통되었다는 충격적 소식에 중국은 아직 멀었구나 라고 안도한다. 샤오미가 의외로 잘 만든 상품에 대해 대륙의 실수라고 부르는 것에 이 모든 인식이 담겨 있다. ‘너희는 원래 잘 만드는 것이 없는데, 이번에 실수로 우연히 잘 만들었구나라고. 신문을 조금이라도 읽고, 중국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중국의 하루가 다르게 달라져 가는 모습에 긴장을 느끼겠지만, 대다수 국민들에게 중국은 아직 중앙정부의 계획경제로 허덕이는 나라로 보인다. ‘대륙의 실수라며 사들인 보조 배터리부터 시작해서, 공기청정기, 핸드폰, 이어폰 등등 우리는 대륙의 실수들을 사고 있다. 실수가 여러 번이면 실력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으면서도 그렇게 부르는 이유는 우리의 소원이 담겨있는 것은 아닐까. 샤오미에 더해 드론, 전자결제, 유통 등 이미 최신산업에서는 중국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데, 앞으로는 최신 산업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 우리를 더 긴장하게 만든다. 영화, 예술, 음식, 옷 등등 세계 최대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의 문화는 세계로 뻗어나갈 것이고 바로 옆에 붙어있는 우리나라는 정면으로 그 바람을 맞이할 것이다.

전세계에서 일본을 무서워하지 않고, 중국을 무시하는 유일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는 말이 있다. 어쩌면 우리는 이런 자만심에 가까운 자신감을 통해 이 두 최강대국 사이에서도 꼿꼿하게 세계적 위치를 유지해 왔을 것이다. 우리는 일본을 철저하게 따라하는 방법을 통해 그들을 넘었다. 일제 시대를 통해 어쩔 수 없이 그들과 너무 닮아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가능했었다. 그렇다면 과연 중국의 성장을 우리가 따라할 수 있을까? 중국이라는 새로운 정글을 헤쳐나가야 한다. 그러기위해서는 중국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벗어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중국은 이미 거인이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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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의 대담한 경제 - 대한민국 네티즌이 열광한 KBS 화제의 칼럼!
박종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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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우리나라에서 부동산 등 비금융 자산이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5%(미국은 32%, 일본은  41%, 1989년 일본의 부동산 버블 붕괴 직전 70% 보다도 심각한 수준)

- 2014년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에서 조제 제도와 정부 지출로 빈부 격차가 개선되는 효과를 측정한 결과 한국은 9%(OECD 평균은  35%, 독일은 42%, 미국은 25%)

- 2015년 맥킨지가 우리나라를 세계 7대 가계 부채 위험국으로 지목

- 일본의 버블 붕괴는 1986년 재정경제부 장관이 경제 불황을 타개한다는 목적으로 법인세를 대폭 인하하고 부유층에 대한 소득세를 크게 낮춤, 현재 우리나라도 똑같이 진행중.

-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50%, 가산세를 합치면 최고 65%로 명목상 세율은 높아 보임, 하지만 기업을 상속할 때는 최고 500억 원까지 공제, 거기에 다른 공제 제도까지 더하면 실효세율은 매우 낮은 편(2014년 이재용씨가 이건희씨로부터 받은 삼성SDS와 제일모직 주식을 상장하면서 9조 원에 이르는 주식 부자가 되었지만 증여세는 겨우 16억 원)

- 2014년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는 55/100, OECD 34개국 중 27.(노르웨이는 90, 이탈리아나 그리스는 40점대)

- 금융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07년 이후 5년 동안 우리나라 실질 노동생산성은 9.8% 상승, 그러나 실질임금은 반대로 2.3% 감소.

- 2012년 한국의 아동 복지 투자는 GDP 0.8% 수준. OECD 34개국 중 32.

- 우리나라 43천개 어린이집 가운데 국,공립 어린이집은 겨우 5.3%에 불과

 

 

 

 

2.

      저자가 2015 10월에 낸 이 책은 그의 연재 칼럼을 모아놓은 책이다. , 위의 있는 사실들은 최근 것도 있고, 2012년 같은 4년전의 '사실'도 담고 있다. 그런데, 최근이라고 해서 개선되었다고 생각되는 분야는 단 한군데도 없다. 위에서 언급되지 않은 분야(예를 들면 노인 빈곤율, 자살률, 성차별, 장애인 차별, 교육 차별 등등)가 많다는 사실은 정말 이 사회가 옳은 사회인지 라는 탄식마저 나온다. 알면 알수록,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왼손이 모르는 선행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횡포, 절망, 좌절이 가득 찬 통계만 쏟아져 나온다. 당장 나에게 현실이 청년들의 문제는 책에서 언급한 것보다도 심하다. 2016 2월의 청년실업률은 12.9%로 사상 최고치라고 한다. 한국의 구조적 문제는 남,, 청년, 노인, 서민, 중산층 할 것 없이 모두에게 문제가 되고 있다.

3.

그렇다면, 만약 저자가 기획재정부 장관이 된다면, 대통령이 된다면 저런 문제들이 모두 사라질까? 우리가 탄복할 정도로 정부의 경제 정책들을 비난하고, 서민들, 청년들 위주의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외치고 있는데, 우리가 그를 그 자리에 앉히면 문제가 해결 될 수 있을까? 저자는 우리나라의 구조적 장기 불황의 원인으로 1. 인구 구조의 악화, 2.  경제 혁신의 정체, 3. 거듭된 부양책이 불러온 빚더미 (피터 드러커는 인구 통계의 변화가 정확한 미래 예측의 유일한 수단, 빌 그로스는 무인도에 갇혀 단 한가지 정보만 얻을 수 있다면 인구 변화 정보를 택할 것이라고 말함) 라고 생각하는데, 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까? 아니라고 본다. 이것은 저자가 이야기했듯이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고 구조의 문제이다. 물론 전대통령과 현대통령의 어처구니없는 정책 남발이 문제라는 사람도 많다. 어느 정도는 (많이) 맞는 말이지만 대통령을 확 바꾼다고, 경제 수장을 확 바꾼다고 구조가 바뀌지는 않는다. 전체적인 구조 자체가 엉망이라서 대통령이 있어도 없어도 문제는 계속 터져 나왔을 것이다. 재벌 기업들은 불법 상속을 하고 골목 상권들을 당연하게 죽이고 있고, 정치인들은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자기들끼리 파벌 싸움이나 하고 앉아있고, 교육은 여전히 강남이나, 자사고&특목고 친화적인 정책만 나오고, 군인들의 비리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고... 대중을 선도하는 미디어조차 기득권과 한패인 것은 당연지사다. 우리나라의 2개 경제지중 하나인 한국경제에서는 영국도 법인세 인하를 했다며,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법인세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국은 세수부족을 조세 회피 기업을 찾아내어 몰수한 금액과 설탕에 세금을 매겨서 걷는다고 한다. 설탕이 국민건강에 부적절한 영향을 준다고 해서 말이다. 우리나라가 담뱃세를 인상한 것과 어쩜 그렇게 닮았는지, 전세계 기득권에 위치한 정책입안자들은 다같이 모여 한 달에 한 번씩 회의를 하나 보다.

4.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방아쇠만 있으면 된다. 책에서 저자는 임계점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한다. 경제 불황이 일어나게 되는 임계점, 인구구조가 망가지게 되는 임계점 등등. 지금 우리나라 위기 상황을 보면 임계점에는 다 도달했다고 생각된다. 어느 한 부분 건강하지 않기에, 무슨 사건이 일어나면 들불처럼 모두가 일어날 것이다. 우리는 지금 숨이 턱턱 막힌 상태다. 당장 눈앞에 있는 것들이 너무 많기에 그 누구도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정확하게 알고 있고, 우리는 박정희 시대의 전태일 열사나, 419혁명 당시의 김주열 열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경제학에서 하나의 줄기로 인정받는, 인간 심리를 바탕으로 한 행동경제학에서 인간은 철저하게 자신의 이익만을 따지는 이기적인 존재가 아니라 공정함을 함께 추구하는 존재로 본다는 것이 우리는 공동선을 추구한다는 것을 뒷받침 한다. 단지 방아쇠만 필요할 뿐이다. 방아쇠는 나도 되고 싶다. 그들이 꽁지 빠지게 도망가게 만드는 방아쇠가 되고 싶다.

 

5.

- 국민의 90%가 국기를 가지고 있는 나라

- 세계 빈곤 국가 중 하나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인 된 나라

- 기름범벅인 된 바다를 위해 100만명의 자원봉사자가 달려가는 나라

- 반세기만에 GDP750배 성장시킨 나라

- 700만이 광장에 모여도 단 한 번의 사고도 없던 나라

- 당신이 살고 있는 이 나라는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을 해낸 유일한 나라, 대한민국입니다.

- ONLY ONE KOREA

CGV영화관에 영화를 보러 가는 이는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문구들이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항상 나오는 이 광고는 우리들에게 우리는 대단해’, ‘우린 하나야’, 라는 듣기 좋은 소리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광고의 단 하나의 긍정적인 점은 관객들에게 우리 국민은 잘 뭉치는구나라는 메시지를 전달해 준다는 것이다. 419혁명, 광주민주화운동, 월드컵,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 사건, 미국 쇠고기 촛불 시위, 최근의 위안부 할머니 수요집회의 활성화까지. 우리는 모일 수 있다. 우리는 정말 하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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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5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박찬기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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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베르테르 효과에 대한 순전한 호기심 때문에 읽게 된 책. 괴테가 얼마나 글을 잘 썼으면 사람들이 주인공 베르테르에 동조해서 자살을 잇따라 저지르는지 신기했기에, 과연 나 같은 감정이 풍부하지 않은 사람도 그런 감정에 동조할 수 있을까라고 궁금해하면서 읽어봤다.

과연 시대가 달라졌는지, 동조하기가 쉽지 않았다. 현대에 이르러 이 책을 읽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뉴스는 들어본 적이 없다. 환경이 다르고, 생각이 달라졌다. 이제는 편지를 주고받는 시대가 아니고 24시간 언제든지 연결될 수 있는 시대이고, 귀족의 명예를 따지는 시대이기 보다는 실리를 더 따지는 시대이다.

2.

그럼에도 사랑이라는 가치는 시대가 지나도 불변했다. 베르테르는 로테의 사랑을 얻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진 사람이었다. ‘소중한 사람이라는 베르테르의 의미와는 반하게 그는 로테를 위해 자기 자신이 소중한 사람이 되지 않아도 상관이 없었다. 로테가 이미 약혼한 몸이어도, 귀족들의 연회에서 수모를 당해도 그는 개의치 않아했다. 한 여자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사람. 첫눈에 반하는 것도 그 눈을 돌리지 않는 것도 보면, 어쩌면 베르테르라는 사람은 사랑이라는 것을 가장 구체적으로 표현한 사람이지 않을까. 사랑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없앤다는 것. 내가 존재해야 사랑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자신이 없어져야 사랑이라는 가치가 더 커질 수도 있다는 것을 그는 보여주었다. 이 소설은 이후 자살에 대한 긍정을 내포하고 있다는 이유로 금서로 지정했지만 이는 사랑의 극적인 의미로 자살까지 할 수 밖에 없었던 베르테르의 순수한 동기를 무시한 처사였다. 이를 금서를 지정하기 위해서는 사랑을 제대로 정의했어야 했을텐데, 지금도 누구도 사랑을 정의하지 못한다. 인간의 의식, 심리에 대해 가장 많이 파헤쳤다고 인정하는 프로이트 마저 사랑을 해석하기는 어려웠다고 그의 책에서 토로한다. 인간은 사랑을 자기 자신의 존재보다 더 우선적으로 고려한다고 하는데 이는 프로이트의 이론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했다. 그만큼 사랑은 신비롭고, 아름다운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진정한 사랑이 필요하다.

3.

자기보다 모든 면에서 나은 사람을 본다면 어떤 느낌일까. 베르테르는 로테의 약혼자를 보자 절망에 빠진다. 직업, 태도, 성격을 포함한 모든 면에서 그는 자신보다 훌륭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는 로테와 그의 사랑을 위해 자신을 없애버리는 선택을 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한 가지를 고려하지 못했다. 바로 로테에 대한 사랑이다. 로테에 대한 사랑은 약혼자는 물론이고 그 누구보다도 자신이 나았을텐데, 그는 그것을 보지 못했다. 결국 모든 면에서 자신보다 나은 사람은 없다는 것이 아닐까. 사람은 누구나 각자의 우주를 가지고 태어난 것인데,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모한 짓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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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 오스카 와일드 펭귄클래식 7
오스카 와일드 지음, 김진석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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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춘예찬

 

     ‘정말 슬픈 일이에요! 나는 늙고 끔찍하고 흉해지는데 이 초상화는 영원히 젊은 모습으로 남아 있겠지요. 그 반대면 얼마나 좋을까요! 내가 늘 젊은 상태로 남아 있고, 초상화가 대신 늙어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걸 위해서라면 정말 그걸 위해서라면 난 무엇이든 다 줄 수 있어요! 그래요, 이 세상에 내가 주지 못할 게 없어요! 그걸 위해서라면 내 영혼을 내줄 거에요!’

     ‘! 청춘을 지니고 있을 때 그 청춘을 실현시키도록 하세요. 지루한 얘기에 귀 기울이지 말고, 희망도 없는 실패를 개선하려고 애쓰지도 말고, 무지하고 진부하고 저속한 자들에게 당신의 인생을 내주려고 하면서 당신의 황금시절을 낭비해 버리지 마세요. 이런 것들은 우리 시대의 병든 목적이고 거짓 이상입니다. 제대로 살도록 해요! 당신에게 내재된 경이로운 삶을 살아야 해요! 늘 새로운 감각을 추구하도록 해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말고새로운 쾌락주의, 그것이야말로 우리 시대가 원하는 것이에요. 당신은 그것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어요. 당신의 성품으로 못 해낼 것이 없어요. 세상은 한동안은 당신 것이에요.

    지금 청춘이기 때문에 위의 말들이 극명하게 와닿지는 않는다. 10년 뒤에 이 글을 읽으면 땅을 치고 후회를 할 것인가. 아니면 후회없이 살았다고 자축할 것인지 궁금하다. 아마 전자가 더 가까울 것 같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 세상을 내 밑이 아니라 위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내 안에 내재된 경이로운 삶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내 앞에 놓여진 것들이 너무나도 많고, 해야할 것도, 생각할 것도 너무나 많은데 청춘을 실현시킬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앞선다. 청춘을 건너뛰어 버리고 바로 나이 든 어른이 되기를 바라는 것만 같은 행동들 만을 보여주고 있다. 영혼을 내줄 정도로 소중한 청춘에 지금 속해 있는 기분. 청춘이라고 미친듯이 뭐라도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처럼 어른처럼 행동하는 건 또 너무 아깝다. 세상이 한동안 나의 것이라니 왕처럼 행동해 봐야겠다.

      그리고 읽다 보니 왜 화가들이 초상화를 많이 그리는지 알 것만 같아서 그 내용을 기록한다.

      ‘감정을 담아 그린 초상화는 모델의 초상화가 아니라 모두 예술가 자신의 초상화야. 모델은 그저 우연한 사건이거나 계기일 뿐이고. 화가에 의해 나타나는 건 모델이 아니야. 채색된 화폭 위에 나타나는 건 오히려 화가 자신이란 말이지. 이 그림을 전시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내가 그림에 내 영혼의 비밀을 너무 많이 드러낸 것 같아서 그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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