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로버트 하일브로너 & 윌리엄 밀버그 지음, 홍기빈 옮김 / 미지북스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1.

경영학과는 자본주의에 최적화된 분야이다. 주로 배우는 학문이 재무와 회계, 마케팅, 전략과 같이 자본주의를 수호하는 중요한 기둥들이다. 많은 이들이 여의도에서 직장을 잡기 바라고, 지나가는 외제차를 한없이 바라보며 나도 언젠가는 저 차를 타고 말 테다 라며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여의도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분야로 진출한 이들은 자본주의와 관계가 하등 없는 사람, 개념을 자본주의로 끌어들이는 윤활유와 같은 역할을 훌륭하게 해낸다. 자본주의가 있었기에 경영학도들이 존재하고, 경영학도들이 존재하기에 자본주의가 끊임없이 확장한다. 우리는 모두 자본주의의 미래를 선점하기 위해 이리저리 바쁘게 뛰어다닌다. 그래프로 예측하고, 표로 분석하고, 말로 설득한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역사나 흐름에 대해서 아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산업혁명, 대공황과 같은 굵직한 사건들에 대해서만 알지 자세한 건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 학교의 수업에서도 자본주의 역사는 1강 혹은 2강으로 압축되어 수업할 뿐, 현재에만 언제나 집중한다. 왜냐하면 그 역사를 알면 왠지 모르게 자본주의를 옹호하고 싶은 마음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부족, 노예, 도시, 길드, 산업혁명, 대공황, 뉴딜정책, 황금시대, 사회주의, 지구화, 정보화 시대 등등 자본주의가 발달과정을 보면 인간적이지 않다는 느낌을 받는다. 인간의 이기심을 공식적으로 축복한 애덤 스미스 이후 본격적으로 우리는 각자의 탐욕을 거침없이 드러내 왔고, 개인의 이윤추구가 모두의 이익이라는 애덤 스미스의 말은 부르주아들에게만 해당된 사실이었다. 산업혁명은 노동자들의 악화된 노동환경을 만들어냈고, 2008년 세계금융위기는 미국의 서민층에게 타격을 가했지만 정작 진원지인 월가의 은행들은 구제를 받았다. 과거에는 제한된 자원이 그래도 많기는 많았으니 전체 이익은 늘어난 측면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자원이 정말로 부족해졌기 때문에 나의 이윤 추구가 다른 사람의 이윤을 갉아먹는 형국이다. 그래서 이제는 개개인의 이윤추구가 아닌 전체를 생각하는 경제학이 필요하다. 최근의 새로운 경제학이라고 인정받고 있는 행동경제학은 인간이 공동선을 위해 소비하는 경향에 대해 강조한다. 지금과 같은 시대에 그런 소비가 가능하다라는 것은 놀라운 일이고, 더욱 격려해야 할 일이다.

2.

버니 샌더스의 약진. 이는 미국 자본주의의 새로운 흐름을 예견하는 일대 사건이다. 자본주의는 사실상 미국의 발전과 그 궤를 같이한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브래턴우즈 조약이 시작되면서 미국은 명실공히 세계 자본의 중심국가가 되었고, 미국의 발달이 전세계로 퍼져나가는 양상이 되었다. 미국의 경제가 침체되면 세계 역시 얼어붙었는데, 미국에서 터진 대공황은1930년대에 전세계의 자본주의에 타격을 가했고, 2008년이 되어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에도 진원지는 미국이었다. 그러니까 미국은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나라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나라에서 자신을 사회주의자라고 외치는 국회의원이 강력한 대선 후보로 힘을 받았다는 것은 변화가 코 앞에 다가왔음을 의미한다. 다음은 미국 대통령 민주당 경선 후보 버니 샌더스의 11가지 핵심 경제 공약이다.

1. 학교,도로,다리,공항에 투자 등 큰 정부 지향

2. 화석 연료에서 재생가능 에너지로 이동

3. 직장인들의 쉬운 노조 가입 보장

4, 최저 임금 인상

5. 남녀, LGBT에게 평등한 임금

6. 노동의 아웃소싱을 막기 위한 정책 변경

7. 대학교 학비를 낼 수 있는 수준으로 인하

8. 거대 은행들을 분해, 특히 월가

9. 전국민이 이용 가능한 의료보험의 시행

10. 사회보장, 메디케이드, 푸드 스탬프 제도 확대

11. 조세 개혁및 조세 포탈 방지책 강구

      개인의 탐욕 보다는 사회의 균형을 위한 공약들이 눈에 띄는데, 앞서 말한 행동경제학의 새로운 조류를 보여주는 것인지 흥미롭다. 현재의 대선 결과를 보면 민주당의 대선 후보는 힐러리 클린턴으로 보여진다. 전통적 미국적 가치를 대변하는 그녀는 월가에서 어마어마한 정치 지원금을 받은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전통적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사람이다. 경선이 시작되기 이전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힐러리 클린턴의 당연한 승리를 생각했었는데 지금의 모습은 미국 사회에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경제의 흐름이 바뀌어 간다는 것에 대해 우리도 대비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한 때 서울시의 주도로 사회적 경제에 무게가 실렸던 적이 있었다. 사회적 경제도 새로운 경제 흐름에 있어 하나의 해답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불꽃이 살아나기도 전에 창조경제라는 새로운 경제의 흐름이 나타나 무게중심이 이동했다. 아쉽다. 사회적 경제를 잘 살렸다면 자원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더 큰 가치를 실현시킬 수 있었는데 말이다. 지금으로서는 그때 당시 사회에 뿌려진 몇몇 사회적 기업들이 그 씨앗을 잘 키워 큰 성공의 열매를 일궈내 사회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길 기대하는 수 밖에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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