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5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박찬기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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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베르테르 효과에 대한 순전한 호기심 때문에 읽게 된 책. 괴테가 얼마나 글을 잘 썼으면 사람들이 주인공 베르테르에 동조해서 자살을 잇따라 저지르는지 신기했기에, 과연 나 같은 감정이 풍부하지 않은 사람도 그런 감정에 동조할 수 있을까라고 궁금해하면서 읽어봤다.

과연 시대가 달라졌는지, 동조하기가 쉽지 않았다. 현대에 이르러 이 책을 읽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뉴스는 들어본 적이 없다. 환경이 다르고, 생각이 달라졌다. 이제는 편지를 주고받는 시대가 아니고 24시간 언제든지 연결될 수 있는 시대이고, 귀족의 명예를 따지는 시대이기 보다는 실리를 더 따지는 시대이다.

2.

그럼에도 사랑이라는 가치는 시대가 지나도 불변했다. 베르테르는 로테의 사랑을 얻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진 사람이었다. ‘소중한 사람이라는 베르테르의 의미와는 반하게 그는 로테를 위해 자기 자신이 소중한 사람이 되지 않아도 상관이 없었다. 로테가 이미 약혼한 몸이어도, 귀족들의 연회에서 수모를 당해도 그는 개의치 않아했다. 한 여자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사람. 첫눈에 반하는 것도 그 눈을 돌리지 않는 것도 보면, 어쩌면 베르테르라는 사람은 사랑이라는 것을 가장 구체적으로 표현한 사람이지 않을까. 사랑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없앤다는 것. 내가 존재해야 사랑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자신이 없어져야 사랑이라는 가치가 더 커질 수도 있다는 것을 그는 보여주었다. 이 소설은 이후 자살에 대한 긍정을 내포하고 있다는 이유로 금서로 지정했지만 이는 사랑의 극적인 의미로 자살까지 할 수 밖에 없었던 베르테르의 순수한 동기를 무시한 처사였다. 이를 금서를 지정하기 위해서는 사랑을 제대로 정의했어야 했을텐데, 지금도 누구도 사랑을 정의하지 못한다. 인간의 의식, 심리에 대해 가장 많이 파헤쳤다고 인정하는 프로이트 마저 사랑을 해석하기는 어려웠다고 그의 책에서 토로한다. 인간은 사랑을 자기 자신의 존재보다 더 우선적으로 고려한다고 하는데 이는 프로이트의 이론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했다. 그만큼 사랑은 신비롭고, 아름다운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진정한 사랑이 필요하다.

3.

자기보다 모든 면에서 나은 사람을 본다면 어떤 느낌일까. 베르테르는 로테의 약혼자를 보자 절망에 빠진다. 직업, 태도, 성격을 포함한 모든 면에서 그는 자신보다 훌륭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는 로테와 그의 사랑을 위해 자신을 없애버리는 선택을 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한 가지를 고려하지 못했다. 바로 로테에 대한 사랑이다. 로테에 대한 사랑은 약혼자는 물론이고 그 누구보다도 자신이 나았을텐데, 그는 그것을 보지 못했다. 결국 모든 면에서 자신보다 나은 사람은 없다는 것이 아닐까. 사람은 누구나 각자의 우주를 가지고 태어난 것인데,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모한 짓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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