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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 오스카 와일드 ㅣ 펭귄클래식 7
오스카 와일드 지음, 김진석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8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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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예찬
‘정말 슬픈 일이에요! 나는
늙고 끔찍하고 흉해지는데 이 초상화는 영원히 젊은 모습으로 남아 있겠지요. 그 반대면 얼마나 좋을까요! 내가 늘 젊은 상태로 남아 있고, 초상화가 대신 늙어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걸 위해서라면 – 정말 그걸 위해서라면 – 난 무엇이든 다 줄 수 있어요! 그래요, 이 세상에 내가 주지 못할 게 없어요! 그걸 위해서라면 내 영혼을
내줄 거에요!’
‘아! 청춘을 지니고 있을
때 그 청춘을 실현시키도록 하세요. 지루한 얘기에 귀 기울이지 말고,
희망도 없는 실패를 개선하려고 애쓰지도 말고, 무지하고 진부하고 저속한 자들에게 당신의
인생을 내주려고 하면서 당신의 황금시절을 낭비해 버리지 마세요. 이런 것들은 우리 시대의 병든 목적이고
거짓 이상입니다. 제대로 살도록 해요! 당신에게 내재된 경이로운
삶을 살아야 해요! 늘 새로운 감각을 추구하도록 해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말고… 새로운 쾌락주의, 그것이야말로 우리 시대가
원하는 것이에요. 당신은 그것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어요. 당신의
성품으로 못 해낼 것이 없어요. 세상은 한동안은 당신 것이에요.
지금 청춘이기 때문에 위의 말들이 극명하게 와닿지는 않는다. 10년
뒤에 이 글을 읽으면 땅을 치고 후회를 할 것인가. 아니면 후회없이 살았다고 자축할 것인지 궁금하다. 아마 전자가 더 가까울 것 같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 세상을 내
밑이 아니라 위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내 안에 내재된 경이로운 삶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내 앞에 놓여진 것들이 너무나도 많고, 해야할 것도, 생각할 것도 너무나 많은데 청춘을 실현시킬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앞선다. 청춘을
건너뛰어 버리고 바로 나이 든 어른이 되기를 바라는 것만 같은 행동들 만을 보여주고 있다. 영혼을 내줄
정도로 소중한 청춘에 지금 속해 있는 기분. 청춘이라고 미친듯이 뭐라도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처럼 어른처럼 행동하는 건 또 너무 아깝다. 세상이 한동안 나의 것이라니 왕처럼 행동해 봐야겠다.
그리고 읽다 보니 왜 화가들이 초상화를 많이 그리는지 알 것만 같아서 그 내용을 기록한다.
‘감정을 담아 그린 초상화는 모델의 초상화가 아니라 모두 예술가 자신의
초상화야. 모델은 그저 우연한 사건이거나 계기일 뿐이고. 화가에
의해 나타나는 건 모델이 아니야. 채색된 화폭 위에 나타나는 건 오히려 화가 자신이란 말이지. 이 그림을 전시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내가 그림에 내 영혼의 비밀을 너무 많이 드러낸 것 같아서 그런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