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학벌은 세습되는가? - 퓰리처상 수상 기자가 밝힌 입학사정관제의 추악한 진실
대니얼 골든 지음, 이기대 옮김 / 동아일보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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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


2017년 3월 8일에 교육부의 ‘경제·사회 양극화에 대응한 교육복지 정책의 방향과 과제’


교육부가 뜬금없이 발표를 했다고 한다. 앞으로의 교육 방향을 큰 틀에서 제시하는 것으로 공공형 사립유치원의 도입과 초등학생~고등학생 대상의 꿈 사다리 장학금 등 모든 교육 대상에 대한 지원을 망라한다. 이 발표를 두고 비난이 많다.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했다, 정부가 바뀌기 직전에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다 등등. 실제로 유력 대선 후보들이 교육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어서 불안한가 보다. 그래서 내놓은 그들의 정책을 보니 과연 폐지를 해도 괜찮겠구나 싶었다. 무언가 이 문제를 차근차근 해결해줄 정책을 기대했는데, 두루뭉실했다. 항상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교육제도에 대해서 한탄하는데 모두가 마음에 들어 하는 정책이 나온 적이 없다. 




완벽한 교육제도는 존재하는가, 가 이 책을 읽기 전에 가진 의문이었다. 우리나라의 객관식 시험, 일방향적 수업, 수능제도를 어떻게 해야 더 좋게 만들 수 있을까 싶었다. 그 중에서도 수능 제도. 우리나라의 모든 교육은 수능을 통한 대입에 맞춰 있다. 초, 중, 고 12년의 교육이 하루에 결정되어 대학에 들어가는데 대학에서의 교육은 어느 학교나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단지 대학 이름만 다를 뿐이다. 그래서 모두가 대입제도에 민감하고 조금만 바뀌어도 아우성이 터진다. 최근에 정착된 입학사정관제도 찬성하는 사람이 있듯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 이 책은 미국의 입학사정관제도를 추적하여 어떻게 학벌이 세습되는지, 입학사정관제도가 얼마나 악용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미국에서 학벌은 정말 세습된다. 하버드대의 성공한 동문들은 동문회 이사회 구성원이 되어 막대한 자금을 대학에 기부한다. 나라에서 받는 돈 없이 스스로 먹고 살아야 하는 대학들은 큰 손 동문들에게 관대해 질 수 밖에 없었고 이렇게 그들의 자녀들이 하버드대에 입학한다. 그들의 점수는 평균 입학 점수보다 낮지만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입학함으로써 원래 입학할 수 있었던 평범한 가정의 인재가 탈락하는 것이다. 이것이 입학사정관제도의 본질적인 문제로 개천에서 용이 날 확률을 낮추는 나쁜 제도라고 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대학들의 철저한 자성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칼텍과 쿠퍼 대학교가 모범적 사례라고 치켜세운다. 철저하게 점수 위주로 학생을 발탁하여 입학을 심사하는 교수의 자녀들도 탈락하는 것이 다반사이고 최고의 수준을 유지하여 동문이 아닌 사회 명사들의 기부를 많이 받는다. 동문에게 특혜를 주지 않으면 기부금이 줄어들 것이라고 겁을 먹는 아이비리그 대학들에게 귀감이 되는 사례로 학위 장사가 아닌 학문적 최고를 지향하면 기부금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2. 




우리들의 헤르미온느인 엠마 왓슨은 브라운대 출신이다. 그녀가 명문 브라운대에 합격하자 전세계 언론이 집중했고, 한국의 흔한 남자인 나도 곁눈질로 기사를 보며 ‘오 브라운대가 명문인가 보군, 헤르미온느가 합격했다고 이렇게 국제 면에 나올 정도니!’ 라 생각했다. 옛날에도 어떤 할리우드 스타가 브라운대에 들어갔다고 본 적이 있어서 브라운대가 뭔가 초상위권은 아니지만 아이비리그 중에 하나인가 싶었다. 근데 이게 사실 브라운대의 치밀한 마케팅 전략이다. 브라운대는 짧은 역사로 동문 파워가 부족해서 연예인들을 적극적으로 포섭한다. 그들의 무기는 커리큘럼이다. 여타 명문대학보다 필수과목도 적고 수학, 과학 관련 과목을 아예 안 들어도 상관이 없다. 게다가 모든 과목이 A,B,C가 아닌 Credit / no Credit 으로 성적이 게재되어 우리나라의 Pass / Fail 과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수학과 과학에 약한 연예계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몰려든다. 입학을 하면 미디어가 취재한다. 돈 한푼 안들이고 국제 광고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구 반대편 한국의 평범한 대학생에게 브라운대 = 명문대 라는 공식이 인식이 된다. 앞서 말한 동문 특혜가 아니더라도 대학은 자신의 명성을 높이기 위해 일부 입학 자리를 사회적 명사들에게 파는 것이다. 미국의 자본주의는 대학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 특혜를 폐지하기 위한 움직임도 있었으나 이미 국회의 대다수가 동문 특혜를 누리고 있고 심지어 대법원의 구성원들도 특혜를 경험했기에 바뀌지 않았다. SAT와 고등학교 성적 위주로 뽑던 시대에서 입학사정관제로 바뀌자 자본주의가 상아탑을 물들였다. 



3.

그 와중에 아시아인들은 불리한 싸움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대학들은 아시아인 학생들은 다른 인종의 학생들보다 점수가 더 높아야 같은 수준으로 본다고 한다. 이미 아시아인들의 점수가 너무 높고 고등학교 활동들도 너무나 다들 비슷해서 압도적인 점수가 아니라면 점수가 더 낮은 다른 인종의 학생들보다 불리하다는 것이 통계적 진실이고 대학 입학사정관의 말이다. 씁쓸하면서도 대단함을 느낀다. 천편일률적인 대외활동과 수학, 과학에만 두각을 나타내는 편향성에서 씁쓸하지만 그 와중에 한국인들이 그 정도 위치라는 것이 대단하다. 아시아인에 대해 다루는 파트에서 한국인의 사례가 가장 많이 등장한다. 그 다음이 중국이고 일본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우리는 인구도 정말 적고, 경제적으로도 밀리는데 학문적 욕구는 가히 대단하다는 말 밖에 안 나온다. 이렇게 불리함을 가지고 입시 전쟁에 뛰어드는데도 많은 우수한 대학들에 들어간다. 우리나라에서 다들 이렇게 좋은 두뇌를 가지고 싸우는 데 세계로 나가면 진짜 우리가 우수한 걸 깨닫지 않을까. 단지 언어가 안되기에 더 떨어진다는 인식, 영어가 안되니 일단 깔고 들어가는 자신감 부족이 우리를 우물 안 똑똑한 개구리들로 만들었다. 진짜 우리는 똑똑하니 세계에서 놀아보자. 일단 나부터 나가야겠다. 



4.

우리는 이제 한창 입학사정관제가 자리잡고 있다. 그에 따라 다양한 편법들이 등장하고 입시 전형을 아는 사람이 승리자가 된다. 책을 읽어도 고등학교 활동으로 인정해 준다고 하니 책을 요약해주고 특강에 참석만 해도 책을 읽은 것으로 간주해 준다는 모임이 스멀스멀 생긴다. 우리나라는 이제 어떤 제도를 만들어도 그에 대한 학원과 과외가 생긴다고 한다. 옛날 5공 시절 강력한 사교육 제재가 아닌 이상 이것이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사교육 제재는 거의 독재적으로 막은 것이라 옳지 못한 처사였다. 그렇다고 정시만 무작정 올려도 문제란다. 정시 비중으로만 따져도 자사고, 특목고 학생들이 강세라고 한다. 내신이 어렵기에 일찌감치 정시 태세로 준비해서 다른 지역의 정시와 내신, 수시를 챙기는 학생들에 비해 유리하다고 한다. 그럼 대체 어떻게 짜야 공정한 입시로 될 수 있을까


내 생각에는 공교육을 더더욱 강화 시켜야 한다. 일단 교사가 되는 방법으로의 임용교시를 폐지하고 대학원 체제로 바꾸어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 충분한 실습시간, 교과 연구로 시험 통과자보다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싶다. 또한 사교육 시장의 우수한 강사들을 채용하여 방과 후 심화나 보충 수업으로 통합시켜도 좋을 것이다. 이것도 사실 두루뭉술한 말 뿐이어서 조금 더 생각해보고 조금 더 책을 읽어봐야 할 것이다. 


오늘도 수많은 초등학생들이 학원 뺑뺑이를 하면서 패스트푸드로 배를 채우고 있다. 하루 빨리 건강하고 올바른 교육 문화가 생성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출처

1. 공부하는 학생들

http://www.news2day.co.kr/n_news/news/view.html?no=84354

2.하버드 대학교

https://storify.com/harvard

3.엠마왓슨

http://tw.gigacircle.com/2494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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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마케팅 - 고객 참여와 성과를 끌어내는 마케팅 로드맵
리사 아더 지음, 이흥섭 옮김 / 더난출판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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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빅데이터, 빅데이터. 빅데이터.


온 세상이 빅데이터를 외친다. 4차 산업혁명을 말할 때도 빅데이터, 코딩을 말할 때도 빅데이터, 인문학을 말할 때도 빅데이터다. 전형적인 문과로 컴퓨터와 거리가 먼 나로서는 빅데이터가 그냥 많은 정보를 뜻하는 줄 알았다. 이 고객이 며칠에 이걸 샀다, 이 고객은 몇 살이다, 저 고객의 이메일 주소는 000다, 이 정도로 이해했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빅데이터 기술이 심상치 않게 우리 삶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낀다. AI의 근간 기술이라고 일컬어지고 어떻게 활용하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불러 올 수 있다는 것이다. 기술에 무관심한 나조차 이 정도이니 세계에서는 얼마나 진보된 기술이 나와 있을 것인가. 




이미 컴퓨터 시대, 코딩 시대를 놓쳤는데 빅데이터 시대는 놓치고 싶지 않아서 읽었다. 사실 빅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코딩 기술, 컴퓨터 활용능력이 중요할 텐데, 빅데이터는 혹시나 다를까 싶었다. 그런데 이 책은 뭐 다들 그렇듯이 ‘빅데이터는 중요하다’ 를 설명하는 개괄적인 책으로 만족해야 했다. 마케팅 전문가로 기술을 적절히 활용하는 저자가 전통적인 마케터들에게 이제 기술을 접목해야만 하는 시기가 왔다고 외치는 책이다. 마케팅 부서와 IT부서가 함께 움직이는 것이 세계적인 트렌드이며 기발한 아이디어, 번뜩이는 영감보다 IT를 포용하는 능력을 먼저 기르라는 이야기. 


기술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단계를 밟아야 하고, 활용 예시를 기대한다면 김이 빠질 것이다. 그래도 작은 사업을 하면서 많은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다. 지금 우리도 나름대로 많은 고객의 정보를 가지고 있다. 어느 요일, 어느 시간대에 방문이 가장 많은 지, 방문객의 나이별 비율, 페이지별 머무르는 시간, 검색량 추이 등등, 1차 정보들은 많은데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나온 것이 없다. 이 정보들을 조금만 분석해서 몇 시에 누구에게 광고를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것인가 라는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다면 좋겠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지금 빅데이터 관련 사업의 대부분은 B2B 분야이므로 작은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빅데이터 솔루션 사업이 유망할 것 같다.




2. <인상깊은 구절>


p.83 – 빅데이터를 정의할 때, 정보의 용량을 구성하는 비정형 데이터와 다중정형 데이터의 조합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비정형 데이터는 전통적인 데이터베이스 또는 데이터 모델에 의해 조직화되거나 쉽게 해석되지 않는 정보로부터 나온다. 전형적으로 텍스트 중심으로 되어 있다. 메터데이터, 트위터 트윗, 소셜 미디어 포스트 등이 비정형 데이터의 좋은 예이다. 다중정형 데이터는 다양한 형태와 유형을 나타내는 데이터로 사람과 웹 애플리케이션 또는 사람과 소셜 네트워크 같은 장치들 의 상호작용으로부터 발생한다. 가장 좋은 예는 웹 로그 데이터인데 서식이나 거래 정보 같은 정형 데이터와 함께, 텍스트 및 비주얼 이미지가 조합된 데이터가 포함된다. 


p.180 – “내가 할 수 있는 최상의 조언은 작게 시작하라는 것이다. 작업을 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거나 데이터를 많이 필요로 하지 않는 상대적으로 단순한 분석들부터 시작하라. 예를 들어 온라인 소매상들은 고객들이 어떤 상품을 검색했는지 확인해 보고, 검색 후 구매하지 않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후속 제안을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몇 가지 직관적인 사례들을 통해 기업들은 데이터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게 된다. 


p.258 – 가장 중요한 것은, 마케팅 팀은 기업에서 고객으로 향하는 일방향적 소통으로 특징되는 전통적인 푸시 마케팅 모델에서 벗어나, 콘텐츠와 상품 제안에 있어 구매자가 참여하는 풀 마케팅으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점이다. 마케팅 팀은 풀 마케팅으로 이동해야 소비자가 구매를 결정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이해했다. 



출처

1.빅데이터이미지

https://www.youtube.com/watch?v=X4hMFym0-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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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사회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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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피로하다! 번아웃!


하루의 대부분이 피로하다! 아침에 눈 뜨기는 너무나 힘들고 사무실 나가면 무조건 커피로 정신을 차려야 한다! 정신 좀 차리고 일 좀 하려고 하면 점심시간. 점심 먹은 뒤 식곤증에 결국은 엎드려 잔다. 엎드려 자서 피곤한 상태로 밤까지 일하고 집에 오면 피곤하다. 하루 중 피로가 없는 시간대가 점심시간 직전 뿐이고 그 외의 시간은 항상 피로하다! 




그런데 이런 피로는 나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주변의 내 친구들도 아침 커피는 필수라고 하고 늦잠에 허덕이는 이들도 많다. 주말엔 정오가 넘도록 자는 경우도 부지기수라 한다. 체력적으로 가장 좋을 20대들도 이러한데 다른 사람들은 오죽할까. 특히 10대 학생들은 살인적인 학업시간 때문에 피로가 너무 과다하여 에너지 드링크, 총명탕 같은 건강을 해치는 것들이 인기라고 한다. 어린아이들부터 어른까지 전국민이 피로하다. 과거 그 어느 시기보다 물질적으로 편안 시기에 사는 우리들인데 대체 왜 이런 것일까. 세탁기, 청소기, 컴퓨터, 인터넷의 발달은 별다른 효과가 없는 것인가.



2. 


저자는 그것을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설명한다. 근대까지 우리를 지배해온 것은 규율사회 였다. ‘~해서는 안 된다’가 지배하는 사회로 금지, 규율, 규칙, 법이 중점적이 사회이다. 여기서 개개인은 규칙을 가진 목적이 있었고 그 목적을 달성하면 해방될 수 있었다. 빵 1,000개 생산으로 규칙으로 한 사회가 있다고 치면 1,000개 생산을 달성하는 순간 더 생산해도 되지만 목적을 달성했기에 쉬어도 되는 시기였다. 여기서 도태되는 이들은 광인과 범죄자로 추락한다.



그러다가 현대에 이르러 성과사회가 도래했다. ‘~이든 할 수 있다’는 모토로 각종 규제가 없다. 누구든지 열심히만 하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고 더 성공할 수 있다. 여기서 피 말리는 자기 채찍이 시작된다.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모두가 앞만 보고 전력질주를 한다. 인간은 사회적 무의식 속에는 생산을 최대화하고자 하는 열망이 숨어 있다고 한다. 그 열망의 한계를 없애 버리자 모두가 열성적으로 달려드는 것이다. 성과사회에서는 누구도 성과의 목표를 고정하지 않는다. 항상 더 많이, 더 크게, 더 좋은이다. 경쟁지표가 없다. 옛날에는 경쟁자가 타인이었기에 어느정도 비교라도 가능했는데 성과사회에서의 경쟁자는 ‘어제의 나’ 다. 자기 자신을 뛰어 넘기 위해 자신을 소비한다. 자신을 뛰어넘지 못했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낙오자로 여겨 우울증 환자로 도태되고, 낙오되지 않기 위해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고 링거를 맞으며 일을 한다. 일이 잘못되면 그것은 개인의 잘못이다. 사회는 모든 자유를 주었는데 개인이 그것을 활용을 못한 게 된다. 다들 숨이 턱턱 막히지만 낙오되지 않기 위해 외국어를 공부하고, 인맥을 만든다.


나 역시 이런 성과사회의 주체이다. 나는 일년 중 어느 시점이 되면 올해 나는 뭐를 했나, 무엇을 성취했나 돌아본다. 작년의 나의 비해 무엇이 발전했나 따져보는데 항상 자책으로 끝난다. 이거 밖에 못했나, 뭐 별로 한 게 없구나 라고 하면서 말이다. 다행히 그렇게 자책하고 나면 빠르게 까먹고 일상으로 돌아와 다시 자책할 행동들만 해서 우울증으로 심화되지는 않지만 나와 같은 자책들이 매일 지속되면 아마 우울증에 걸리지 않을까 싶다. 끝없는 자유가 우리를 이렇게 옥죄고 있는 줄은 몰랐는데 새삼 놀랍다. 읽으면서 숨이 턱턱 막힌다. ‘어제의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 좋다고만 생각했는데 이 생각 자체가 틀려버린 것이다. ‘어제의 나’도 이미 ‘완벽한 나’라고 생각하면 됐었는데 굳이 뛰어넘으려고 했던 것이 잘못되었다. 어느 쪽으로 더 나아져야 한다는 것인가. 그동안 뭔지도 모를 성과를 위해 달려온 나의 과거들이 아쉽다. 고생했다. 



3.


성과사회에서의 해결책으로 저자는 심심함을 역설한다. 너무나 많은 것들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모든 것을 가만히 내려놓고 심심함을 느끼는 것. 거기서 인간관계가 태어나고 창의성이 발휘된다. 거기서 인간성이 회복된다. 그동안 전력질주 해온 우리의 몸과 마음에게 잠시 쉴 틈을 주자고 한다. 그러면 우리는 좀 더 개방적이게 되고 다른 이들의 피로를 볼 수 있고 우애의 분위기를 띨 수 있다고 말한다. 그동안 갉아먹은 자신을 무료함을 느끼며 회복할 수 있다니. 흥미로우면서도 놀랍다. 요즘 읽은 책들 역시 쓸모 없는 시간, 심심함에 대해 강조하고 있는데 저자 역시 그 점을 꿰뚫고 있다. 현대 사회가 진짜 과잉시대이기는 한가보다. 



4. <인상깊은 구절>


p.32 – 문화는 깊이 주의할 수 있는 환경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이러한 깊은 주의는 과잉 주의에 자리를 내주며 사라져가고 있다. 다양한 과업, 정보 원천과 처리 과정 사이에서 빠르게 초점을 이동하는 것이 이러한 산만한 주의의 특징이다. 그것은 심심한 것에 대해 거의 참을성이 없는 까닭에 창조적 과정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는 저 깊은 심심함도 허용하지 못한다. 발터 벤야민은 깊은 심심함을 ‘경험의 알을 품고 있는 꿈의 새’라고 부는 바 있다. 


p.66 – 성과사회의 피로는 사람들을 개별화하고 고립시키는 고독한 피로다. 그것은 그러니까 우리의 피로가 아니었고, 이쪽에는 나의 피로가, 저쪽에는 너의 피로가 있는 꼴이었다. 이런 분열적인 피로는 인간을 볼 수 없고 말할 수 없는 상태로 몰아넣는다. 


p.72 – 영감을 주는 피로는 부정적 힘의 피로, 즉 무위의 피로다. 그것은 막간의 시간이다. 신은 창조를 마친 뒤 일곱째 날을 신성한 날로 선포했다. 그러니까 신성한 것은 목적 지향적 행위의 날이 아니라 무위의 날, 쓸모없는 것의 쓸모가 생겨나는 날인 것이다. 


p.121 – 오늘의 주체는 오히려 무한한 자유의 무게에 짓눌려 소진되고 있는 것이다. 피로는 성과주체의 만성질환이다. 





출처

1.도시의 엎드린 여성분

https://unsplash.com/search/sleep?photo=kEFrAFKY6Sk

2.혼자 공부하는 여성분

https://unsplash.com/search/study?photo=ckrUhWyTd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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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자 선언 - 판사 문유석의 일상유감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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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학력고사 인문계 전국 수석, 서울대 법대, 현직 판사. 


나같이 평범한 사람에게는 괴리감이 큰 단어들이다. 나 자신을 물론 주변 사람들이 저 단어들 중 하나라도 가지는 있는 경우를 거의 본적이 없다. 저자는 저 단어들을 모두 가진 사람인데 이 책을 통해 철저하게 겸손한 태도를 유지한다. 이처럼 괴리감 넘치는 스펙을 가진 사람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고민, 상처, 분노를 가지고 있다고 역설한다. 그래서 많은 독자들이 호응한 것 같다. 우리는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인지 저런 이력을 가진 사람들은 우리와 애초에 다르다고 생각한다(LIKE 우병우). 99%의 일반 대중을 깔보고 기사 딸린 전용차로만 이동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저자의 글을 천천히 읽어 내려가면 그 인간적인 면모에 호감을 느낄 수 있다. 




한국사회에 필요한 것은 개인주의자라는 것이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이다. 남에게 피해보지 않는 선에서 자유롭게 하고 싶은 거 하고 다른 이와의 차이를 용인할 수 있는 태도를 가지는 것. 공감한다.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각종 규칙, 문화가 대부분 군대 문화에서 기인했다는 점에서 우리는 너무 단체주의, 공동체를 우선으로 한다. 조금만 개인주의적 성향을 드러내면 그것이 마치 이기주의인 것 마냥 매도하고 공동체를 버린 독고다이 라고 욕을 한다. 그래서 많은 개인주의자들이 꾹 참고 희생하며 어느정도 맞추어 살아간다. 저자도 죽어도 가기 싫은 술자리, 주말 체육대회를 사회생활을 위해, 원만한 관계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여 참여했다고 한다. 나 역시 저자처럼 어느정도 손해를 보며 사는 축에 속한다. 나만 잠시만 견디면 큰 문제 없이 넘어갈 수 있으면 그렇게 한다. 논쟁이나 싸우며 감정 소모를 하고 싶지 않기에 참는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해주고 배려해주면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텐데 그러기엔 사회가 아직 성숙하지 못한 것 같다. 


그 외에도 보수/진보 이념 문제, 세월호 유족에 대한 예의 문제, 우리가 배워야 할 나라들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들을 밝히며 공감을 이끌어낸다. 대다수 국민들이 원하는 대답을 쉽사리 하기 힘든 판사가 하니 큰 공감을 할 수 있었다. 



2.


반면에 공감이 가지 않는 부분도 더러 있었다. 예를 들면 SNS사용에 대한 생각. 저자는 국내 SNS문화의 허세와 도를 넘은 표현을 비판하며 인정투쟁의 소용돌이라고 하였다. 남에게 인정받으려 악을 쓰다가 결국 자신을 잃는다는 것이 요지. 그러면서 곧바로 자신의 SNS 사용에 대해 고찰하는데 자신은 결국 재미있어서 사용한다고 말한다. 나 자신의 생각을 관찰하는 데서 큰 재미를 느끼고 다른 이들의 반응이 더해지면 더 재미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다른 SNS하는 사람들은 재미는 하나도 없지만 단지 인정을 받기 위해서 전투적으로 SNS를 하고 자신은 인정은 바라지도 않고 단지 재미를 위해서 글을 쓴다는 것인데,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둘다 똑 같은 것이라고 보는데 내가 그 미묘한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것일수도 있다. 하긴 다른 사람과 100% 동의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SNS를 이용하는 그를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누구든 자유롭게 SNS를 이용할 수 있으니!




완전히 동의하지 않는 생각도 있지만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구나 라고 느낄 수 있어서 좋은 책이다. 사회의 빈부격차가 점점 벌어질수록, 양극화의 골이 깊어질수록 이렇게 가교 역할을 하는 책이 필요하다. 대다수 민중이 공감하는 바를 전문가 집단 역시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계속해서 말해줘야 사회가 좀 더 공감할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연결이다.



3. <인상깊은 구절>


p.13 – 사회에 나와 지금까지 겪어온 사람들의 모습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누구나 자기 몫의 아픔은 안고 살고 있더라는 거다. 어떤 때는 다른 것은 몰라도 고통만큼은 평등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부자도 권력자도 스타도 화려한 겉껍질 속에는 곪을 대로 곪은 상처가 가득했다.


p.116 – 빈곤 청년층은 알바하랴 구직 활동하랴 생존 자체가 급해서 투쟁할 여력이 없다. 반면 그럭저럭 일자리를 구한 청년들은 월급은 적고 미래에 대한 큰 꿈은 없지만, 적은 비용으로 누릴 수 있는 소소한 취미 생활에 만족하면서 저성장시대에 맞게 사는 법을 배우고 있다. 그럭저럭 즐거운데 왜 꼭 투쟁을 해야 하나?


p.297 – 한 개인으로 자기 삶을 행복하게 사는 것만도 전쟁같이 힘든 세상이다. 학교에서 살아남기 위해, 입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취업 관문에서 살아남기 위해, 결혼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일하며 아이를 키우는 고통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런 개인들이 서로를 보듬어주고 배려해주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또 그렇기에 얼마나 귀한 일인가.




출처

1.문유석 판사 사진

https://www.lawtimes.co.kr/Legal-News/Legal-News-View?serial=84682

2.가교 사진

https://unsplash.com/search/bridge?photo=nrLtvA05jk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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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시대 - 뉴스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것
알랭 드 보통 지음, 최민우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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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을 매일 읽는다. 경제 관련 기사를 좋아하는데 재미있기도 하고 뭔가 지식이 늘어가는 기분에 만족스럽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중요한 정보를 아는 것 같다. 앨런 미국 FED의장이 금리 인상에 대해 시사했다 더라 라는 기사를 이해하면서 괜히 스스로에게 우쭐해진다. 



그래서 신문을 거의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다. 물론 조중동은 너무 친기업적, 친정부적이고 경향,한겨레는 반기업적,공격적 신문라는 많은 말을 들었다.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중립 언론은 없다기에 무조건 하나의 신문 내용을 믿지는 않지만 물가가 이렇더라, 인도에서 폭동이 일어났더라 라는 사실은 그냥 지식으로 흡수하고자 한다. 그런데 신문과 달리 뉴스는 또 안 좋아한다. 티비 뉴스는 내가 기사를 골라볼 수 없고 그냥 하염없이 보기만 하지만 신문은 내가 읽고 싶은 기사를 골라서 읽을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영상보다 활자가 최고라는 아날로그적 취향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니, 내가 신문 기사를 선택하여 읽고 있다는 착각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를 깨닫는다. 신문의 모든 내용은 이미 그들의 입맛대로 선택되어 나열된 기사일 뿐이다. 정치는 물론이거니와 국제, 생활 전반 뉴스 모두 선택되었다. 전세계에서 매초 마다 수많은 사건들이 일어난다. 가나에서의 정치 스캔들이 중앙일보의 국제면을 장식하는 것은 그것이 남아공의 경제문제보다 국내 독자들에게 중요할 것이라는 신문사의 판단 때문이다. 청년의 취업난 관련 기사가 르포로 구성되어 신문 2면을 차지하는 것은 그것이 저출산율의 원인 분석보다 중요할 것이라는 신문사의 판단 때문이다. 모든 것은 이미 재단되었다. 그 속에서 우리가 입맛대로 기사를 골라 읽는다? 이미 짜장면으로 메뉴를 통일 시켜놓고 간짜장, 쟁반짜장, 일반짜장 고르라는 것과 다름 없다. 짬뽕이나 볶음밥을 먹고 싶은 사람도 분명 있다.


물론 언론사들은 모든 독자를 고려해서 기사를 만들 수 없다. 가장 일반적인 대중을 위해 제한된 지면과 제한된 뉴스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채워야 한다. 그럼에도 가끔은 왜 다른 소식이 아닌 이 소식을 우리가 들어야 하는 내용들이 많다. 우리는 왜 헐리우드 배우의 이혼을 국제면에서 읽어야 하는 것일까. 작가 알랭 드 보통의 나라 영국에서도 연예 기사가 타국의 독재 관련 기사보다 조회수에서 천 배 넘게 차이가 나는 것을 보면 뉴스는 그저 우리의 관심을 끌고, 생각없이 받아들이기 위해 짜여진 각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저자는 뉴스를 포기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뉴스가 더 이상 우리에게 독창적이거나 중요한 어떤 것을 전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혼자만의 생각 시간을 가져야 함을 역설한다.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정보들에 노출되어 잠자는 시간을 빼고 항상 수많은 정보에 노출되어 있다. 매초 마다 업데이트 되는 인터넷 기사들, 커뮤니티 글에 우리는 생각할 시간 없이 그저 받아들이 데에도 버거워 한다. 그래서 가끔은 전자기기를 끄고 잠시 사색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신문읽기에 집착하지 않으려 한다. 그 시간에 명상을 하던가 뭐 잡스러운 글이라도 쓰자고 마음 먹었다. 단순히 정보를 많이 아는 암기왕이 되기보다는 세상 돌아가는 일 조금은 몰라도 생각 깊은 사람이 좋다. 대학교 시절 가장 감명 깊게 들었던 예술 수업에서 교수님이 영화 ‘희생’을 보여주시며 우리는 죽은 나무에 물을 주는 주인공처럼 가끔은 쓸모 없는 일을 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 때도 쓸데없는 일을 하자고 마음 먹었는데 여전히 하지 못한다. 쓸데없는 일을 하자고 마음먹는 것도 우습다. 



<인상깊은 구절>

p.205 – ‘셀레브리티 문화’를 콕 집어 부도덕한 젊은이들 탓이라며 비난하는 사람은 핵심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셀러브리티 문화의 진짜 원인은 자기도취적인 얄팍함이 아니다. 진짜 이유는 친절함의 부족이다. 현대 세계가 셀러브리티에 목을 매는 한, 우리는 부박하기보다는 불친철한 세계에서 살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우리나라에 대한 단상인 줄 알았다. 친절의 부재. 그것이 우리가 이렇게 연예계에 열광하는지를 설명해 주다니 놀랍다.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지 못하기에 명성으로 배려를 받고자 하는 우리들. 동방예의지국은 어쩌다 이렇게까지 되었나. 너무나 경쟁적이다. 어떻게 해야 다시금 친절한 나라로 돌아갈 수 있는지 연구해 봐야겠다. 어린 나이에 시작되는 학교에서의 경쟁이 제일 먼저 바뀌어야 하지 않나 싶다. 군대문화에서 따온 줄 세우기 문화, 정량적 평가. 꼭 바꿔야 한다.


p.258 – 우리는 그저 물건을 소유하고 싶은 게 아니다. 그 물건을 소유함으로써 변화하길 바라는 것이다. 우리 시대를 다른 시대와 뚜렷이 구분되도록 만드는 것은, 바로 물질적 상품의 획득을 통해 각종 복잡한 심리적 목표를 성취하고자 노력하는 우리의 야망이다.

-> ‘몽블랑’이라는 브랜드를 좋아한다. 성공한 비즈니스맨이 될 것만 같다. 몽블랑 가방에서 몽블랑 만년필을 꺼내 사인하는 모습. 그렇게 변화하길 바란다. 평소에 사치품을 싫어한다고 말하고 다녔는데, 이렇게 보니 그 누구보다 사치품을 좋아하는 마음은 강렬하다…아직도 더 큰 사람이 되기에는 멀었다



출처

1.뉴스보는사진

https://unsplash.com/search/newspaper?photo=rFUFqjEKzfY

2.바닷가사진

https://unsplash.com/search/meditation?photo=dDCf0-c4RT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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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모마일 2017-02-23 07: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주변에 책에 대한 호불호가 갈려서 책에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 서평을 읽고 아...일상의 철학자란 저자의 별명이 떠오르네요. 아무것도 하지 않음의 중요성도 한번 직접 깨달아보고 싶어집니다.

윙헤드 2017-02-23 16:11   좋아요 0 | URL
말씀대로 알랭 드 보통이 우리의 일상에서 생각할 거리를 많이 말해주는것 같아요:) 저도 아무것도 하지않음의 중요성을 깨닫고 싶은데 한편으로는 뭐라도 생산적인것을 해야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쉽게 쓸데없는짓을 하지 못하네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