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시대 - 뉴스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것
알랭 드 보통 지음, 최민우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신문을 매일 읽는다. 경제 관련 기사를 좋아하는데 재미있기도 하고 뭔가 지식이 늘어가는 기분에 만족스럽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중요한 정보를 아는 것 같다. 앨런 미국 FED의장이 금리 인상에 대해 시사했다 더라 라는 기사를 이해하면서 괜히 스스로에게 우쭐해진다. 



그래서 신문을 거의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다. 물론 조중동은 너무 친기업적, 친정부적이고 경향,한겨레는 반기업적,공격적 신문라는 많은 말을 들었다.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중립 언론은 없다기에 무조건 하나의 신문 내용을 믿지는 않지만 물가가 이렇더라, 인도에서 폭동이 일어났더라 라는 사실은 그냥 지식으로 흡수하고자 한다. 그런데 신문과 달리 뉴스는 또 안 좋아한다. 티비 뉴스는 내가 기사를 골라볼 수 없고 그냥 하염없이 보기만 하지만 신문은 내가 읽고 싶은 기사를 골라서 읽을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영상보다 활자가 최고라는 아날로그적 취향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니, 내가 신문 기사를 선택하여 읽고 있다는 착각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를 깨닫는다. 신문의 모든 내용은 이미 그들의 입맛대로 선택되어 나열된 기사일 뿐이다. 정치는 물론이거니와 국제, 생활 전반 뉴스 모두 선택되었다. 전세계에서 매초 마다 수많은 사건들이 일어난다. 가나에서의 정치 스캔들이 중앙일보의 국제면을 장식하는 것은 그것이 남아공의 경제문제보다 국내 독자들에게 중요할 것이라는 신문사의 판단 때문이다. 청년의 취업난 관련 기사가 르포로 구성되어 신문 2면을 차지하는 것은 그것이 저출산율의 원인 분석보다 중요할 것이라는 신문사의 판단 때문이다. 모든 것은 이미 재단되었다. 그 속에서 우리가 입맛대로 기사를 골라 읽는다? 이미 짜장면으로 메뉴를 통일 시켜놓고 간짜장, 쟁반짜장, 일반짜장 고르라는 것과 다름 없다. 짬뽕이나 볶음밥을 먹고 싶은 사람도 분명 있다.


물론 언론사들은 모든 독자를 고려해서 기사를 만들 수 없다. 가장 일반적인 대중을 위해 제한된 지면과 제한된 뉴스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채워야 한다. 그럼에도 가끔은 왜 다른 소식이 아닌 이 소식을 우리가 들어야 하는 내용들이 많다. 우리는 왜 헐리우드 배우의 이혼을 국제면에서 읽어야 하는 것일까. 작가 알랭 드 보통의 나라 영국에서도 연예 기사가 타국의 독재 관련 기사보다 조회수에서 천 배 넘게 차이가 나는 것을 보면 뉴스는 그저 우리의 관심을 끌고, 생각없이 받아들이기 위해 짜여진 각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저자는 뉴스를 포기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뉴스가 더 이상 우리에게 독창적이거나 중요한 어떤 것을 전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혼자만의 생각 시간을 가져야 함을 역설한다.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정보들에 노출되어 잠자는 시간을 빼고 항상 수많은 정보에 노출되어 있다. 매초 마다 업데이트 되는 인터넷 기사들, 커뮤니티 글에 우리는 생각할 시간 없이 그저 받아들이 데에도 버거워 한다. 그래서 가끔은 전자기기를 끄고 잠시 사색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신문읽기에 집착하지 않으려 한다. 그 시간에 명상을 하던가 뭐 잡스러운 글이라도 쓰자고 마음 먹었다. 단순히 정보를 많이 아는 암기왕이 되기보다는 세상 돌아가는 일 조금은 몰라도 생각 깊은 사람이 좋다. 대학교 시절 가장 감명 깊게 들었던 예술 수업에서 교수님이 영화 ‘희생’을 보여주시며 우리는 죽은 나무에 물을 주는 주인공처럼 가끔은 쓸모 없는 일을 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 때도 쓸데없는 일을 하자고 마음 먹었는데 여전히 하지 못한다. 쓸데없는 일을 하자고 마음먹는 것도 우습다. 



<인상깊은 구절>

p.205 – ‘셀레브리티 문화’를 콕 집어 부도덕한 젊은이들 탓이라며 비난하는 사람은 핵심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셀러브리티 문화의 진짜 원인은 자기도취적인 얄팍함이 아니다. 진짜 이유는 친절함의 부족이다. 현대 세계가 셀러브리티에 목을 매는 한, 우리는 부박하기보다는 불친철한 세계에서 살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우리나라에 대한 단상인 줄 알았다. 친절의 부재. 그것이 우리가 이렇게 연예계에 열광하는지를 설명해 주다니 놀랍다.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지 못하기에 명성으로 배려를 받고자 하는 우리들. 동방예의지국은 어쩌다 이렇게까지 되었나. 너무나 경쟁적이다. 어떻게 해야 다시금 친절한 나라로 돌아갈 수 있는지 연구해 봐야겠다. 어린 나이에 시작되는 학교에서의 경쟁이 제일 먼저 바뀌어야 하지 않나 싶다. 군대문화에서 따온 줄 세우기 문화, 정량적 평가. 꼭 바꿔야 한다.


p.258 – 우리는 그저 물건을 소유하고 싶은 게 아니다. 그 물건을 소유함으로써 변화하길 바라는 것이다. 우리 시대를 다른 시대와 뚜렷이 구분되도록 만드는 것은, 바로 물질적 상품의 획득을 통해 각종 복잡한 심리적 목표를 성취하고자 노력하는 우리의 야망이다.

-> ‘몽블랑’이라는 브랜드를 좋아한다. 성공한 비즈니스맨이 될 것만 같다. 몽블랑 가방에서 몽블랑 만년필을 꺼내 사인하는 모습. 그렇게 변화하길 바란다. 평소에 사치품을 싫어한다고 말하고 다녔는데, 이렇게 보니 그 누구보다 사치품을 좋아하는 마음은 강렬하다…아직도 더 큰 사람이 되기에는 멀었다



출처

1.뉴스보는사진

https://unsplash.com/search/newspaper?photo=rFUFqjEKzfY

2.바닷가사진

https://unsplash.com/search/meditation?photo=dDCf0-c4RTU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캐모마일 2017-02-23 07: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주변에 책에 대한 호불호가 갈려서 책에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 서평을 읽고 아...일상의 철학자란 저자의 별명이 떠오르네요. 아무것도 하지 않음의 중요성도 한번 직접 깨달아보고 싶어집니다.

윙헤드 2017-02-23 16:11   좋아요 0 | URL
말씀대로 알랭 드 보통이 우리의 일상에서 생각할 거리를 많이 말해주는것 같아요:) 저도 아무것도 하지않음의 중요성을 깨닫고 싶은데 한편으로는 뭐라도 생산적인것을 해야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쉽게 쓸데없는짓을 하지 못하네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