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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학벌은 세습되는가? - 퓰리처상 수상 기자가 밝힌 입학사정관제의 추악한 진실
대니얼 골든 지음, 이기대 옮김 / 동아일보사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1.
2017년 3월 8일에 교육부의 ‘경제·사회 양극화에 대응한 교육복지 정책의 방향과 과제’
교육부가 뜬금없이 발표를 했다고 한다. 앞으로의 교육 방향을 큰 틀에서 제시하는 것으로 공공형 사립유치원의 도입과 초등학생~고등학생 대상의 꿈 사다리 장학금 등 모든 교육 대상에 대한 지원을 망라한다. 이 발표를 두고 비난이 많다.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했다, 정부가 바뀌기 직전에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다 등등. 실제로 유력 대선 후보들이 교육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어서 불안한가 보다. 그래서 내놓은 그들의 정책을 보니 과연 폐지를 해도 괜찮겠구나 싶었다. 무언가 이 문제를 차근차근 해결해줄 정책을 기대했는데, 두루뭉실했다. 항상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교육제도에 대해서 한탄하는데 모두가 마음에 들어 하는 정책이 나온 적이 없다.
완벽한 교육제도는 존재하는가, 가 이 책을 읽기 전에 가진 의문이었다. 우리나라의 객관식 시험, 일방향적 수업, 수능제도를 어떻게 해야 더 좋게 만들 수 있을까 싶었다. 그 중에서도 수능 제도. 우리나라의 모든 교육은 수능을 통한 대입에 맞춰 있다. 초, 중, 고 12년의 교육이 하루에 결정되어 대학에 들어가는데 대학에서의 교육은 어느 학교나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단지 대학 이름만 다를 뿐이다. 그래서 모두가 대입제도에 민감하고 조금만 바뀌어도 아우성이 터진다. 최근에 정착된 입학사정관제도 찬성하는 사람이 있듯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 이 책은 미국의 입학사정관제도를 추적하여 어떻게 학벌이 세습되는지, 입학사정관제도가 얼마나 악용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미국에서 학벌은 정말 세습된다. 하버드대의 성공한 동문들은 동문회 이사회 구성원이 되어 막대한 자금을 대학에 기부한다. 나라에서 받는 돈 없이 스스로 먹고 살아야 하는 대학들은 큰 손 동문들에게 관대해 질 수 밖에 없었고 이렇게 그들의 자녀들이 하버드대에 입학한다. 그들의 점수는 평균 입학 점수보다 낮지만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입학함으로써 원래 입학할 수 있었던 평범한 가정의 인재가 탈락하는 것이다. 이것이 입학사정관제도의 본질적인 문제로 개천에서 용이 날 확률을 낮추는 나쁜 제도라고 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대학들의 철저한 자성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칼텍과 쿠퍼 대학교가 모범적 사례라고 치켜세운다. 철저하게 점수 위주로 학생을 발탁하여 입학을 심사하는 교수의 자녀들도 탈락하는 것이 다반사이고 최고의 수준을 유지하여 동문이 아닌 사회 명사들의 기부를 많이 받는다. 동문에게 특혜를 주지 않으면 기부금이 줄어들 것이라고 겁을 먹는 아이비리그 대학들에게 귀감이 되는 사례로 학위 장사가 아닌 학문적 최고를 지향하면 기부금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2.
우리들의 헤르미온느인 엠마 왓슨은 브라운대 출신이다. 그녀가 명문 브라운대에 합격하자 전세계 언론이 집중했고, 한국의 흔한 남자인 나도 곁눈질로 기사를 보며 ‘오 브라운대가 명문인가 보군, 헤르미온느가 합격했다고 이렇게 국제 면에 나올 정도니!’ 라 생각했다. 옛날에도 어떤 할리우드 스타가 브라운대에 들어갔다고 본 적이 있어서 브라운대가 뭔가 초상위권은 아니지만 아이비리그 중에 하나인가 싶었다. 근데 이게 사실 브라운대의 치밀한 마케팅 전략이다. 브라운대는 짧은 역사로 동문 파워가 부족해서 연예인들을 적극적으로 포섭한다. 그들의 무기는 커리큘럼이다. 여타 명문대학보다 필수과목도 적고 수학, 과학 관련 과목을 아예 안 들어도 상관이 없다. 게다가 모든 과목이 A,B,C가 아닌 Credit / no Credit 으로 성적이 게재되어 우리나라의 Pass / Fail 과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수학과 과학에 약한 연예계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몰려든다. 입학을 하면 미디어가 취재한다. 돈 한푼 안들이고 국제 광고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구 반대편 한국의 평범한 대학생에게 브라운대 = 명문대 라는 공식이 인식이 된다. 앞서 말한 동문 특혜가 아니더라도 대학은 자신의 명성을 높이기 위해 일부 입학 자리를 사회적 명사들에게 파는 것이다. 미국의 자본주의는 대학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 특혜를 폐지하기 위한 움직임도 있었으나 이미 국회의 대다수가 동문 특혜를 누리고 있고 심지어 대법원의 구성원들도 특혜를 경험했기에 바뀌지 않았다. SAT와 고등학교 성적 위주로 뽑던 시대에서 입학사정관제로 바뀌자 자본주의가 상아탑을 물들였다.
3.
그 와중에 아시아인들은 불리한 싸움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대학들은 아시아인 학생들은 다른 인종의 학생들보다 점수가 더 높아야 같은 수준으로 본다고 한다. 이미 아시아인들의 점수가 너무 높고 고등학교 활동들도 너무나 다들 비슷해서 압도적인 점수가 아니라면 점수가 더 낮은 다른 인종의 학생들보다 불리하다는 것이 통계적 진실이고 대학 입학사정관의 말이다. 씁쓸하면서도 대단함을 느낀다. 천편일률적인 대외활동과 수학, 과학에만 두각을 나타내는 편향성에서 씁쓸하지만 그 와중에 한국인들이 그 정도 위치라는 것이 대단하다. 아시아인에 대해 다루는 파트에서 한국인의 사례가 가장 많이 등장한다. 그 다음이 중국이고 일본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우리는 인구도 정말 적고, 경제적으로도 밀리는데 학문적 욕구는 가히 대단하다는 말 밖에 안 나온다. 이렇게 불리함을 가지고 입시 전쟁에 뛰어드는데도 많은 우수한 대학들에 들어간다. 우리나라에서 다들 이렇게 좋은 두뇌를 가지고 싸우는 데 세계로 나가면 진짜 우리가 우수한 걸 깨닫지 않을까. 단지 언어가 안되기에 더 떨어진다는 인식, 영어가 안되니 일단 깔고 들어가는 자신감 부족이 우리를 우물 안 똑똑한 개구리들로 만들었다. 진짜 우리는 똑똑하니 세계에서 놀아보자. 일단 나부터 나가야겠다.
4.
우리는 이제 한창 입학사정관제가 자리잡고 있다. 그에 따라 다양한 편법들이 등장하고 입시 전형을 아는 사람이 승리자가 된다. 책을 읽어도 고등학교 활동으로 인정해 준다고 하니 책을 요약해주고 특강에 참석만 해도 책을 읽은 것으로 간주해 준다는 모임이 스멀스멀 생긴다. 우리나라는 이제 어떤 제도를 만들어도 그에 대한 학원과 과외가 생긴다고 한다. 옛날 5공 시절 강력한 사교육 제재가 아닌 이상 이것이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사교육 제재는 거의 독재적으로 막은 것이라 옳지 못한 처사였다. 그렇다고 정시만 무작정 올려도 문제란다. 정시 비중으로만 따져도 자사고, 특목고 학생들이 강세라고 한다. 내신이 어렵기에 일찌감치 정시 태세로 준비해서 다른 지역의 정시와 내신, 수시를 챙기는 학생들에 비해 유리하다고 한다. 그럼 대체 어떻게 짜야 공정한 입시로 될 수 있을까
내 생각에는 공교육을 더더욱 강화 시켜야 한다. 일단 교사가 되는 방법으로의 임용교시를 폐지하고 대학원 체제로 바꾸어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 충분한 실습시간, 교과 연구로 시험 통과자보다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싶다. 또한 사교육 시장의 우수한 강사들을 채용하여 방과 후 심화나 보충 수업으로 통합시켜도 좋을 것이다. 이것도 사실 두루뭉술한 말 뿐이어서 조금 더 생각해보고 조금 더 책을 읽어봐야 할 것이다.
오늘도 수많은 초등학생들이 학원 뺑뺑이를 하면서 패스트푸드로 배를 채우고 있다. 하루 빨리 건강하고 올바른 교육 문화가 생성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출처
1. 공부하는 학생들
http://www.news2day.co.kr/n_news/news/view.html?no=84354
2.하버드 대학교
https://storify.com/harvard
3.엠마왓슨
http://tw.gigacircle.com/24943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