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자 선언 - 판사 문유석의 일상유감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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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학력고사 인문계 전국 수석, 서울대 법대, 현직 판사. 


나같이 평범한 사람에게는 괴리감이 큰 단어들이다. 나 자신을 물론 주변 사람들이 저 단어들 중 하나라도 가지는 있는 경우를 거의 본적이 없다. 저자는 저 단어들을 모두 가진 사람인데 이 책을 통해 철저하게 겸손한 태도를 유지한다. 이처럼 괴리감 넘치는 스펙을 가진 사람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고민, 상처, 분노를 가지고 있다고 역설한다. 그래서 많은 독자들이 호응한 것 같다. 우리는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인지 저런 이력을 가진 사람들은 우리와 애초에 다르다고 생각한다(LIKE 우병우). 99%의 일반 대중을 깔보고 기사 딸린 전용차로만 이동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저자의 글을 천천히 읽어 내려가면 그 인간적인 면모에 호감을 느낄 수 있다. 




한국사회에 필요한 것은 개인주의자라는 것이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이다. 남에게 피해보지 않는 선에서 자유롭게 하고 싶은 거 하고 다른 이와의 차이를 용인할 수 있는 태도를 가지는 것. 공감한다.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각종 규칙, 문화가 대부분 군대 문화에서 기인했다는 점에서 우리는 너무 단체주의, 공동체를 우선으로 한다. 조금만 개인주의적 성향을 드러내면 그것이 마치 이기주의인 것 마냥 매도하고 공동체를 버린 독고다이 라고 욕을 한다. 그래서 많은 개인주의자들이 꾹 참고 희생하며 어느정도 맞추어 살아간다. 저자도 죽어도 가기 싫은 술자리, 주말 체육대회를 사회생활을 위해, 원만한 관계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여 참여했다고 한다. 나 역시 저자처럼 어느정도 손해를 보며 사는 축에 속한다. 나만 잠시만 견디면 큰 문제 없이 넘어갈 수 있으면 그렇게 한다. 논쟁이나 싸우며 감정 소모를 하고 싶지 않기에 참는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해주고 배려해주면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텐데 그러기엔 사회가 아직 성숙하지 못한 것 같다. 


그 외에도 보수/진보 이념 문제, 세월호 유족에 대한 예의 문제, 우리가 배워야 할 나라들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들을 밝히며 공감을 이끌어낸다. 대다수 국민들이 원하는 대답을 쉽사리 하기 힘든 판사가 하니 큰 공감을 할 수 있었다. 



2.


반면에 공감이 가지 않는 부분도 더러 있었다. 예를 들면 SNS사용에 대한 생각. 저자는 국내 SNS문화의 허세와 도를 넘은 표현을 비판하며 인정투쟁의 소용돌이라고 하였다. 남에게 인정받으려 악을 쓰다가 결국 자신을 잃는다는 것이 요지. 그러면서 곧바로 자신의 SNS 사용에 대해 고찰하는데 자신은 결국 재미있어서 사용한다고 말한다. 나 자신의 생각을 관찰하는 데서 큰 재미를 느끼고 다른 이들의 반응이 더해지면 더 재미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다른 SNS하는 사람들은 재미는 하나도 없지만 단지 인정을 받기 위해서 전투적으로 SNS를 하고 자신은 인정은 바라지도 않고 단지 재미를 위해서 글을 쓴다는 것인데,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둘다 똑 같은 것이라고 보는데 내가 그 미묘한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것일수도 있다. 하긴 다른 사람과 100% 동의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SNS를 이용하는 그를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누구든 자유롭게 SNS를 이용할 수 있으니!




완전히 동의하지 않는 생각도 있지만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구나 라고 느낄 수 있어서 좋은 책이다. 사회의 빈부격차가 점점 벌어질수록, 양극화의 골이 깊어질수록 이렇게 가교 역할을 하는 책이 필요하다. 대다수 민중이 공감하는 바를 전문가 집단 역시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계속해서 말해줘야 사회가 좀 더 공감할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연결이다.



3. <인상깊은 구절>


p.13 – 사회에 나와 지금까지 겪어온 사람들의 모습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누구나 자기 몫의 아픔은 안고 살고 있더라는 거다. 어떤 때는 다른 것은 몰라도 고통만큼은 평등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부자도 권력자도 스타도 화려한 겉껍질 속에는 곪을 대로 곪은 상처가 가득했다.


p.116 – 빈곤 청년층은 알바하랴 구직 활동하랴 생존 자체가 급해서 투쟁할 여력이 없다. 반면 그럭저럭 일자리를 구한 청년들은 월급은 적고 미래에 대한 큰 꿈은 없지만, 적은 비용으로 누릴 수 있는 소소한 취미 생활에 만족하면서 저성장시대에 맞게 사는 법을 배우고 있다. 그럭저럭 즐거운데 왜 꼭 투쟁을 해야 하나?


p.297 – 한 개인으로 자기 삶을 행복하게 사는 것만도 전쟁같이 힘든 세상이다. 학교에서 살아남기 위해, 입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취업 관문에서 살아남기 위해, 결혼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일하며 아이를 키우는 고통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런 개인들이 서로를 보듬어주고 배려해주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또 그렇기에 얼마나 귀한 일인가.




출처

1.문유석 판사 사진

https://www.lawtimes.co.kr/Legal-News/Legal-News-View?serial=84682

2.가교 사진

https://unsplash.com/search/bridge?photo=nrLtvA05jk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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