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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받을 용기 (반양장) -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아들러의 가르침 ㅣ 미움받을 용기 1
기시미 이치로 외 지음, 전경아 옮김, 김정운 감수 / 인플루엔셜(주)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 부모와의 관계에 대하여
요즘 불효법이라고 해서, 부모의 유산을 받았는데도 부모를 공경하지 않는 자를 처벌하는 법이 상정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식들을 아무리 사랑하더라도 매를 때리는 것이 금지되는 법도 역시 조만간 실시될 예정이다. 전자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너무 멀어서 그런 것이고, 후자는 너무 가까워서 생겨난 법이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예전만큼 명확하지 않고, 서로를 어떤 존재로 대해야 하는지 혼란이 오기 때문에 이런 문제와 법들이 생겨나고 있다.
부모라는 존재는 무겁다. 항상 내 자신에 대해 생각을 먼저해야 하지만 부모님에 대한 생각이 언제나 연관된다. 유교문화를 심각하게 배우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가 유교적 사회이다 보니 ‘효’라는 것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을 가지고 살아왔고, 성공을 하겠다는 목표의 한 축은 항상 부모님을 위한 보은의 의미였다. 그러다보니 나의 미래를 위한 목표자체도 부모님의 시선을 스스로 상정하여 좋고 안전한 길을 어느정도 추구해왔었다.
그런 나의 생각이 이 책을 통해 어느 정도 깨졌다. 부모님도 각각의 존재로 독립적으로 구성되는 것이지 나와 끊을 수 없는 줄로 연결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된 것이다. 인간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기에 다른 존재 역시 완전 독립적으로 생각해야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남을 의식하게 되고 남에게 미움받을 용기를 얻지 못한다는 것이 아들러 심리학의 주장이다. 우리가 미움받을 용기가 없는 이유는 미움을 주는 사람이 우리와 깊게 연결되어 있다고 ‘착각’을 하기 때문인 것이다. 물론 부모와의 관계를 다른 일반적인 사람들과의 관계보다는 더 깊게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나도 깊게 생각하는, 의무라고 생각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을 책을 통해 얻었다. 이 책을 통해서 다른 어떤 사람도 아닌 나의 부모로부터 미움받을 용기를 얻었다.
- 공동체적 감각, 헌신에 대하여
나를 위한 시간이 부족하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는 불만이다. 공부에 치여, 회사일에 치여, 사람에 치여, 나를 위한 시간이 부족해지고, 그런 결과로 혼자서 하는 취미들이 급부상하고 있다. 어릴 적 유치원에서 다같이 모여 열심히 했었던 색칠놀이는 퇴근한 직장인들의 셀프 힐링 요법이 되었고, 나노 블록은 혼자만의 시간으로 빠져들게 하는 매력을 가진 취미활동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사람간의 관계가 최고의 무기라고 칭송 받는 시대에 너무나도 많은 관계, 소속 때문에 사람들이 염증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혼자 있고 싶어하고, 남들과 같이 하던 활동들도 혼자서 하는 것에 편안함을 느낀다고 한다. 나 역시 여럿이서 하는 활동보다 혼자서 하는 것을 선호한다. 소속이 없으면 자유를 얻는 것 같고, 책임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가 과연 어딘가에 소속이 안되어 있던 적이 있을까? 태어나면서부터 가족, 그 뒤로 학교, 학원, 동아리, 회사, 동네 모임 등등 우리는 일생 동안 소속되어 있지 않은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동체, 우리, 헌신. 이 책은 미움받을 용기를 말하며 얼핏 보면 나만을 위한, 나 혼자만을 위한 철학을 이야기하는 듯 하지만 사실은 개개인이 소속되어 있는 공동체, 더 크게 보아 우주까지 포섭하는 우리를 향하는 철학이 큰 주제였다. 책의 앞부분에서는 나를 바로 세우는 철학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결국에는 그것이 공동체를 위한 것이라는 말에서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가 왜 혼자놀기에 빠져드는지, 왜 인간관계에 피곤함을 느끼고 있는지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공동체 감각이나 공동체에 대한 헌신을 위해서는 나를 우선적으로 바로 세워야 하지만 지금 우리들은 스스로도 바로 세우지 못한 채, 공동체에 희생을 당하고 있다. 바로 이 때문에 우리 모두 공동체라는, 나 자신을 희생해야 돌아가는 조직에 대해 실증을 느끼게 된 것이다. 사실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이 우리에게는 없었다. 초등학교에서부터의 학원 교육, 지식을 받아들이는 것만 급급했고 그것을 생각으로 만들지는 못하여, 고등학교 수학, 국어 점수는 전세계 최상위 권이지만 대학교에 들어가자마자 깊이가 없어지는 교육들. 성인 1인당 독서량이 세계 최하위권. 우리는 항상 더 좋은 곳에 소속되기 위한 투쟁의 삶을 살아왔다. 일류 대학이라는, 일류 회사라는 공동체의 소속이 된다면 그것으로 내가 정의되는 사회를 살아왔다. 그 공동체에 들어가기까지의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적이요, 장애물이었다. 이렇게 우리는 스스로를 생각할 시간을 얻지 못하며 살아왔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우리나라 베스트셀러가 된 점은 고무적이다. 점점 감정적으로 메말라가는 사회, 집단 이기주의를 넘어서는 자신만을 위한 이기주의 때문에 가족에게도 등을 돌리는 시대에 공동체적 감각이 우리가 사는 이유고, 헌신이 행복의 이유라고 말하는 이 책이 인기를 끈다는 것은 모두가 그렇게 이기적이지만은 않다는 것, 어쩌면 그 방법을 몰랐을 뿐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책 안 읽는 나라 한국에서 베스트셀러에 들었다고 단번에 우리 사회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조그만 변화들이 자꾸 모여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고 왜 공동체를 위해 살아야 하는지 스스로의 답을 낼 수 있다면 메마른 우리 사회가 촉촉한 사회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