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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 -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미래에 도착한 남자, 일론 머스크가 제시하는 미래의 프레임
애슐리 반스 지음, 안기순 옮김 / 김영사 / 2015년 5월
평점 :
- 일론 머스크에 대하여
화신이다. 지식에 대한 엄청난 흡수력, 이해력, 다른 사람을 다그치는 능력, 사람의 직위, 명예가 아닌 실력으로 평가하는 힘, 눈 깜짝 안하고 사람을 자르는 힘, 남들에게 안 되는 일을 강요하지 않고 안 된다고 하는 일을 직접 실행하는 힘, 돈이 없어도 해내는 힘. 그 누구도 생각하기 어려운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해내는 힘. 인생 자체가 하나의 영화와 같았고 실제로 아이언 맨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원 모델인 하워드 휴즈에 대한 영감을 일론 머스크로부터 얻었다고 하니, 진정으로 성공의 화신, 열정의 화신같다는 말 밖에 해줄게 없다. 허풍도 잘치고 여자도 밝히지만 어마어마한 그의 능력 앞에 모두 순해진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 두 회사의 발전을 따라가기도 바빴다. 일론 머스크는 성격도 위치도 전혀 다른 두 회사를 자가용 비행기로 왕래하며 두 가지 회사에서 폭발적인 개발을 해낸다. 하나에 목숨을 걸어도 될까 말까한 세상에서 두가 지에 목숨을 걸었고, 멋지게 쟁취한 그는 성공의 자격이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미래에 도착한 남자라는 표지의 설명이 전혀 허황이 아니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에는 끝이 없다는 걸 항상 까먹으며 분수에 맞게 살아야지라고 약해지는 시기에 만난 아주 뜨거운 책이다.
- 야근에 대하여
야근은 정말 싫다. 인턴을 하면서 사실 야근은 1번만 해봤다. 그래 봤자 원래 6시 반 퇴근에서 한 시간 반 느려진 8시에 퇴근한 것이었는데, 진도 빠지고 속도도 확실히 더뎠었다. 회사가 전반적으로 출퇴근은 자유로워 인턴인 나도 꼬박꼬박 퇴근시간을 잘 챙겨나갔는데, 국내 기업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내가 확실히 퇴근이 빠르구나라고 느꼈다. 대기업 계열의 재단에서 일하는 친구는 평일에는 제대로 퇴근한 적이 없으며 주말에 행사가 있으면 여지없이 나간다고 한다. 인턴이 이 정도이고 주위에서 들려오는 국내 대기업의 일상은 더하다. 12시간 근무는 기본이고 일요일에 쉴 수만 있다면 좋은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일을 많이 하나 싶다. 항상 뉴스에서는 OECD 국가 중에 노동시간이 세계 1,2,위를 다툰다고 다루고, 출퇴근을 위해 묘책을 생각해 낸 회사는 신문에 특종으로 실리고는 한다. 다른 나라의 일류 기업들은 우리처럼 일하지 않고 여유를 부리면서도 세계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생각하여 부러운 생각이 들곤 했다.
일론 머스크는 한창 때 하루에 20시간을 일했다고 한다. 자고 일어나면 코드를 짜거나 이동 중에도 일을 했다는 말인데, 회사를 2개나 운영하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아래 직원들도 거의 그 정도 일을 했다고 한다. 스페이스x와 테슬라에서 일하는 기술자들은 머스크의 엄청난 압박 아래 거의 머스크만큼이나 연구를 해나갔고, 머스크의 기준을 통과하기 위해 집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일례로 스페이스x가 로켓을 발사하기 위해 한 섬의 발사장을 빌렸고 다수의 개발자들이 섬에서 머물며 발사를 준비했는데, 발사가 3차 시도까지 실패하면서 기술자들이 그곳에서 몇 달 동안이나 머물렀다. 그런데 한 기술자는 그때가 가장 좋은 경험이라고 말하며 섬에서의 취약한 생활에 대한 어떠한 불만도 하지 않았다. 물론 책이니까 긍정적으로 말한 것 일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사실 같았다.
책에서는 야근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냥 일이었다. 야근은 우리가 만들어낸 새로운 근무의 개념이다. 밤에 하는 근무라는 새로운 근무라는 인식을 준다. 야근이라는 단어에서부터 일을 분리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의 회사들에서는 야근이라는 개념이 없다. 거의 모두가 될 때까지 한다. 신생기업 특유의 몰입과 열정으로 해내지 못할 일도 해내었다. 사실 정말 좋아하는 일이라면 될 때까지 하는 것이 정상이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하다가 2시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갑자기 관두거나 하지는 않는다. 사랑하기에 될 때까지 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해내면 오히려 힘이 더 난다. 안 풀리던 수학문제를 2시간 동안 머리 싸매다가 풀면 지치지 않고 오히려 힘이 나는 것과 같다. 하지만 대부분의 우리들은 50개의 기업에 지원하고 정말 운좋게 걸린 하나의 기업을 다니니 힘이 날 리가 만무하다. 그래서 야근은 많이 하는지, 월급은 많이 주는지 다른 기업들과의 비교를 통해서 위안을 삼는다. 그래서 우리는 야근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일이 아니라 벌, 쓸데없는 짓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을 사랑하는 사람은 이런 발상을 하지 않는다. 스티스 잡스는 스탠포드 대학교 졸업 축사에서 do what you love라고 하였다. 앞으로 일이 우리의 인생의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기에 꼭 너가 사랑하는 일을 하라고, 아직 모르겠다면 계속해서 찾아나가라고. 야근을 야근이라 생각하지 않는 회사를 만들거나 잘 찾아야겠다.
- 경영에서의 운에 대하여
팬택이라는 브랜드를 참 좋아한다. 세습형 국내 대기업이 아닌 기업으로 휴대폰으로 세계 수위권의 제조 기업으로 거듭난 기업이다. 계열 수직화를 통해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글로벌 대기업들 틈에서도 그 존재감으로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평을 받기도 했던 기업이다. 그랬던 기업이 파산을 신청하고 결국은 중견기업에게 팔리어 인도네시아 저가폰 시장으로 옮기게 되는 비운을 맞이하였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휴대폰 국내 2,3위와 세계 선두권의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 샐러리맨 출신의 박병엽 회장이 얼마큼 노력했는지는 가늠할 수가 없다. 팬택이 휘청거릴 때에도 피나는 노력으로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투자를 유치하는 등, 잠 잘 시간조차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결국은 그 영광을 오래 가져가지 못하였다. 노력으로 치면 세계 그 어떤 CEO보다도 더 했을 텐데 왜 팬택은 결국 날지 못했을까.
일론 머스크의 2개의 기업, 스페이스 x와 테슬라는 중대한 위기를 연이어 맞았다. 스페이스 x의 로켓 발사는 3번 연속 실패하고, 테슬라의 전기차는 출시하기로 한 날로부터 몇 년이 지나도록 시장에 제대로 내놓지 못한 상황이었다. 자신의 막대한 부를 투자했던 머스크도 투자여력이 점점 줄어가고, 2008년 즈음의 경제는 금융파동으로 투자가 위축되던 시기였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며 직원들에게 줄 월급이 없어 자신의 차를 팔고, 친구의 집을 저당 잡아 돈을 빌렸던 머스크는 파산 상태 몇 시간 직전에 기적처럼 투자 유치에 성공해서 숨통을 트일 수 있었다고 한다. 망하기 일보 직전에 재기에 성공한 머스크의 기업들은 이후 승승장구를 넘어서서 세계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누가 봐도 회생하기 어려워 보이는 상황에서 왜 스페이스x와 테슬라는 반등에 성공했을까.
보통 성공한 기업가들은 ‘운이 좋았다.’, ‘시기가 좋았을 뿐이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성공을 겸손하게 말하고는 한다. 그런데 정말 그게 운이었을지 않을까. 머스크가 파산 직전에 투자를 받은 것이 운이 배제된 상태에서 온전한 그의 능력으로 이루어 낸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위의 팬택이 노력을 안했을리는 만무한데도 재기에 실패한 이유는 노력으로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면야 할 말이 없지만 그 어느 CEO라도 위기의 순간에 목숨 걸고 노력을 할 것이다. 모든 기업가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기업을 이끌어나가는데 누군가는 올라서고 누군가는 떨어진다. 이 원리를 알 수 있다면야 그 누구라도 성공할 수 있을 터인데, 아무도 그 진리를 알지 못하기에 우리는 그것을 운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성공한 사업가들은 이 점을 알기에, 자신들의 성공이 결코 원리적으로 설명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행운과 같다고 여기는 것 같다. 세계의 내로라하는 컨설팅업체에서 기업의 성공비결을 분석하고, 학교에서도 한 기업의 성공 스토리를 가지고 분석에 분석을 거듭한다. 그럼에도 똑 같은 방식으로 올라선 기업은 없고, 저마다의 길로, 저마다의 행운으로 올라선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쓰다 보니 결국 성공은 운빨이다라는 이상한 결론에 도달하는데, 그게 맞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능력, 타이밍, 의지, 신념, 노력에 더하는 운 한 방울이 중요하다고. 그러니까 사업이 실패했다하여 자신의 능력 부족이라고 좌절할 필요가 적어졌다. 단지 운이 조금 부족했었을 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