掌篇 2
- 김종삼
조선총독부가 있을 때
청계천변 10전 균일상 밥집 문턱엔
거지소녀가 거지장님 어버이를
이끌고 와 서 있었다
주인 영감이 소리를 질렀으나
태연하였다
어린 소녀는 어버이의 생일이라고
10전짜리 두 개를 보였다
+.+
오늘이 내 생일이다. 징크스 같은 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남들이 모두 행복한 날, 예를 들어 성탄절 같은 날이면 거의 항상 우울했다. 멀쩡하게 잘 지내던 애인과도 그날이면 싸웠고, 애인과 싸우지 않으면 집에서 뭔가 일이 터졌다. 결혼기념일엔 야근을 하거나 편집회의를 해야 했고, 회사에서도 남들 생일은 꼬박꼬박 챙기다가도 내 생일만 모르고 지날 때가 많았다.
불운을 탓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태어났다는 걸 기억하고 싶지 않을 때는 돌아오는 생일이 죽기보다 싫었던 적이 있었다. 이제는 그저 담담한 편이다. 생일이라고 떼쓰고 싶은 사람도 있는 마흔 살이 아닌가. 그만하면 되었다. 내게도 10전짜리 두 개로 생일상을 차려주고 싶은 사람이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