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사진을 찍고 일기를 쓰고 비디오로 촬영해도 한 번 지나간 뒤의 일들은 더 이상 내 감각의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 이 삶에서 나는 지금 이 순간을 지금 이 순간에 경험하는 일을 배워야만 한다. 내 인생이 저마다 다른 나날들로 이뤄진 까닭은 바로 그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 김연수, 지지 않는다는 말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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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3월의 책탑 부터 올해 7월의 책탑까지.

9장 말고도 더 있지만, 손 가는대로 모아봤다.

책등으로나마 내가 읽은 책들을 이렇게 남겨놨구나 하는 생각에 새삼 보람차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쌓아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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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찾던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혼자 살기에 대한 이야기가 아기자기한 그림체로 풀린 건 둘째치고,

혼자 살고 있지 않아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많은 그런 책.

또 만화여서 그런지 읽는다는 느낌보다 본다는 느낌이 들어서,

MBC 나 혼자 산다의 무지개 라이브 코너에서

5,9년차 일본 여자의 자취생활을 보는 기분도 들고.

​그러나 무엇보다 내 마음에 든 건 이 구절이다.

처음 혼자 살기 시작했을 때는 '귀여운 방으로 꾸밀래~',

'멋진 생활을 하겠어~', '매일 즐겁게 보내야징~'등등

여러 가지 꿈과 소망이 있었지만 막상 시작해보니 역시 생활이 최우선이더라구요.

결국에는 '쓸데없는 데 돈 쓰면 못써!'라는 것이 원칙이 되어버렸어요. (혼자살기 5년차 p.4)

혼자 사는 것에 대한 내 로망을 충분히 채워주면서도 현실이란 이런 거다, 보여주는 책.

 돈과 나의 미묘한 관계라던가 감기 걸린 겨울날 밤, 어설픈 방범에 관한 그런 이야기들.

혼자 사는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생활이 최우선이라는 건

  혼자살기 5년차나 9년차나 다르지 않아서

2권을 읽는 동안 혼자 사는 것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된 건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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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꾸만 딴짓하고 싶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나는 자꾸만 딴짓 하고 싶다 - 중년의 물리학자가 고리타분한 일상을 스릴 넘치게 사는 비결
이기진 지음 / 웅진서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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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블로그를 운영 해오면서 파워 블로거에 욕심을 내보지 않았다면 분명 거짓말이다. 내가 부러워했던 파워 블로그들은 크게 두 블로그였는데, 책 블로그와 드라마 블로그였다. 파워 블로거의 내공도 부러웠지만, 내가 부러워했던 또 다른 것은 한 우물이었다. 어떻게 책 이야기만 할 수 있고, 드라마 이야기만 할 수 있지? 하루는 책 이야기를 하고 며칠은 드라마 이야기를 했다가 또 어느 날은 야구 이야기에 열을 올리고 부족하지만 직접 쓴 캘리그라피까지 포스팅 하는 나로서는 부러워는 해도 도무지 실천할 수 없는 길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일찌감치 파워 블로거의 꿈을 접었다. 나는 딴짓을 좋아해도 무척이나 좋아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 나의 딴짓에 비하면 넘사벽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자꾸만 딴짓하는 사람이 있다. 그가 말하길, 하나만 하고 살기엔 인생은 너무나 짧고 하나만 하다 죽기엔 인생은 너무나 길단다. 들어가는 말을 끝내고, 그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자주 오해를 받는 자신에 대한 진실을 고백하는 일이다.

 

직업이 물리학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철저하게 과학적 사고로 무장된 사람일 거라고 나는 자주 오해를 받곤 한다. 사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내 일상은 오히려 지극히 게으르고 비과학적이다. 실험실 문을 닫고 나오는 순간,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p.7)

 

그리고 이어지는 차례를 살피는데, 설탕 펜치와 연필깎이와 야채수프용 국자가 그의 고백이 진실이었음을 말해준다. 25년 전, 아르메니아에서 가져온 설탕 펜치, ‘에릭이라는 이름의 핑크빛 로봇, 범상치 않은 포르투갈 사나이설탕그릇, 세상을 여행하는 녹색 에마야주, 날렵한 야채수프용 국자 등 그의 연구실 혹은 집에 있을 소장품들은 모두 그가 한 딴짓의 결과물이다. 그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그의 딴짓은 깊이도, 범위도 남다르다 싶어서 절로 대단하다는 소리가 나온다. 딴짓의 고수를 만난 기분도 들고. 그래서인지 데뷔도 하기 전에 이미 만화가가 되었다는 이야기나 물리학자가 동화를 쓰게 된 사연은 놀랍지도 않았다.

 

한번 이런 열정에 사로잡히면 나는 앞뒤를 못 가리는 상태가 된다. 일종의 몰입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남들이 보기에 이런 상태의 나는 뭔가에 미친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지극히 정상적인 상태다. (p.41)

 

위 구절은, 처음엔 금속으로 만들었다가 경기도 이천에서 우리 장인이 만든 도자기를 유럽에 진출시키고 싶어서 소재를 도자기로 바꾸었다던 이야기를 할 때 그가 한 이야기인데 굳이 이렇다 말하지 않아도, 그의 이야기를 하나 하나 읽고 있으면 충분히 느껴진다. 맞다. ‘딴짓거리라는 건 남들이 봤을 때 그렇다는 것일뿐, 나는 진지한 삶을 살아왔다고 자부한다는 그의 말에 절대적으로 공감하기 때문이다.

 

그가 풀어낸 이야기 끝에, 궁금했던 그의 연구실 사진이 펼쳐진다. 사진을 위해 따로 손댄 흔적 없이 자연스러운 연구실을 보고 있으면, 연구실도 이런데 집은 오죽할까 싶어진다. 책의 앞날개에 담긴 말마따나 몇 평 안 되는 교수실에 가득한 온갖 보물. 그의 보물들이 더 빛나보이는 건, 연구실에 앉아서 찍은 그의 모습이 담긴 사진 아래에 덧붙은 그의 말 덕분이다. “무모하게 살아도, 어떠한 삶도, 삶이 된다.”는 말. 그의 딴짓이 삶이 되었듯, 나의 여전한 딴짓도 삶이 될 것이라 나는 자꾸만 믿어 보련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취미 생활은 연애와 같다. 애정과 관심에 따라 취미의 깊이가 달라진다. 조금 눈길을 멀리하면 토라져 버리고, 만남이 뜸해지면 헤어짐의 아픔을 당하기도 한다. 물질적으로 투자를 하면 둘 사이는 럭셔리해지고 급격하게 친밀해지기도 한다. 가끔 삼각관계에 휘말리기도 한다. 둘 중 한 사람을 버려야 하는 불편한 상황처럼, 애지중지하던 취미를 멀리하고 새로운 관심사로 갈아타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헤어진 애인의 편지와 선물을 처리하듯, 취미 생활에서 구입한 물건들이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폐기물처럼 방치되기도 한다.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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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의 여행]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헤세의 여행 - 헤세와 함께 하는 스위스.남독일.이탈리아.아시아 여행
헤르만 헤세 지음, 홍성광 옮김 / 연암서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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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 되어야 하니까.

- 헤세의 여행p.7 머리말 중(번역 홍성광)

 

이 구절에 대해 공감할 수 있었던 건 챙겨봤던 tvN 예능 <꽃보다 청춘> 덕분이었다. 유희열, 이적, 윤상 이 세 사람이 모여 함께 떠난 페루 여행. 세 사람 중 가장 새로운 눈을 갖게 된 사람은 윤상이었다. 27년 동안이나 술에 의지해왔다고 고백하면서 이번 여행을 통해 술을 끊고, 우울증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는 윤상. 그런 윤상에게 이번 여행은 단지 좋아하는 뮤지션들과의 동행이 아닌 장기간 의지했던 술을 벗어나 온전히 자기 힘으로 견뎌내는 시작점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윤상은 새로운 풍경들 앞에서 자주 망설였고, 여행을 함께한 동생들 덕분에 새로운 것을 경험해보면서 새로운 눈을 갖게 된 그는 여행을 갈무리하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여행을 통해 용기를 얻었다며, “청춘이란 용기라고 말한다.

 

24세부터 50세까지 헤세가 쓴, 여행과 소풍에 대한 에세이와 여러 여행 기록을 엮었다는 이 책 헤세의 여행에서 헤세가 말하는 여행 역시 이런 여행이다. 그 중 내가 인상 깊어했던 구절은 이 구절이다.

 

여행의 시학은 일상적인 단조로움, 일과 분노로부터 휴식을 취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우연히 함께 하고, 다른 광경을 관찰하는 데에 있다. (p.36)

 

나 역시 일상을 도피하고, 바닥나버린 감성을 채우기 위해 여행을 떠났지만 헤세의 말처럼 다른 사람들과 우연히 함께 하고, 다른 광경을 관찰하면서 여행의 맛을 알게 되었다. 그 날, 그 시각에 그 곳에 모인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공연을 보고, 한 방을 쓰는 '다른 일상'을 보내면서 비로소 여행을 하고 있구나 실감했던 것이다.

 

낯선 풍경과 도시에서 단지 유명한 것이나 가장 눈에 띄는 것만 추구하지 않고, 본래적이고 더 심오한 것을 이해하고 사랑의 마음으로 파악하려고 갈망하는 자의 기억 속에는 대체로 우연적이고 사소한 것이 특별한 광채를 지닐 것이다. (p.38)

 

이 구절도 지난 남원 여행에서 경험한 바 있다. 전 날에는 전주에서 경기전이니 향교니 오목대니, 전주에 가면 꼭 보아야 할 것을 보았다면 다음 날 남원으로 넘어와서는 전혀 새로운 여행을 하기로 감행한 것이다. 친구와 나의 여행에 빠지지 않았던 코드 뚜벅이를 버리고, 우리는 게스트 하우스에서 빌려주는 자전거를 타고 종일 여행했다. 물론 자전거를 타고 남원의 랜드마크라 할 만한 곳을 돌아다니긴 했지만, 자전거 덕분에 위 구절에서 헤세가 말한 우연적이고 사소한 것이 특별한 광채를 지닌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서울에 롯데월드가 있다면, 남원에는 남원랜드가 있다며 경험해보라던 게스트 하우스 사장님의 말을 믿고 자전거를 끌고 올라간 우리는 남원랜드를 멀리서 바라만 보고 되돌아와야 했다. 주말이라 일찍이 영업을 종료했던 것이다. 산을 깎아 만들었다는 남원랜드는 자전거를 타고 오르기 힘들 정도의 경사지에 있어서 자전거에서 내려 직접 끌고 올라야 했지만,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 내려올 때는 남원랜드에서 타지 못한 놀이기구를 타는 것 마냥 신나게 내리막을 달렸는데, 넓게 펼쳐진 남원의 풍경 위로 저물어가는 노을이 내 눈에 가득 들어찼다. 지난 여행의 전부라 해도 좋을 정도로 소중했다. 그날 진 노을은 여느 날의 노을처럼 사소했고, 내가 그 노을을 그렇게 느낄 수 있었던 건 우연이었지만 그 어떤 것보다 특별했다. 헤세가 단언한 것처럼.

 

부끄럽지만 나는 해외여행은커녕 여권도 없는, 국내여행이 전부인 여행 초보다. 헤세의 여행처럼 낯선 것을 체험하면서 무엇보다 그 자신의 내면을 발견하고 시험을 견뎌내보는 여행을 당연히 해보지 못했지만, 이것 하나는 자신있다. ‘여행이란 우리가 사는 장소를 바꾸어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과 편견을 바꾸어주는 것이라는 아나톨 프랑스의 말에 몇 번이고 공감하며 헤세의 여행과 같은 여행을 하고 싶다고 얼마든지 꿈꾸는 것을 말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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