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일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소설을 쓰는 것은 어렵지만 소설을 쓰는 것이 어렵다고 말하기는 쉬웠다던 김연수 작가님. 작가님의 소설만큼이나 소설에 대해 이야기하는 에세이도 정말 매력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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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스가 최고의 와인 중 하나인

61년산 슈발블랑을 가지고 있다고 자랑처럼 말하자 마야는 물었어요.
"왜 그 와인을 따지 않나요?"
마일스는 '특별한 날 따려고 아끼고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때 마야가 아주 멋진 말을 해요.
"반대일 수도 있죠. 특별한 날 그 와인을 따는 게 아니라,

그 와인을 따는 날이 당신에겐 특별한 날이 되는 거예요."

 

 
- 정현주 『다시, 사랑』 p.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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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니스 : 몰랐던, 잊었던, 작은행복 500가지
리사 스월링.랄프 라자 지음, 김은지 옮김 / 종이의온도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남아프리카 출신의 영국인 아티스트 리사 스월링과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랄프 라자. 부부인 두 사람의 행복 카툰 에세이 『해피니스 : 몰랐던, 잊었던, 작은행복 500가지』를 읽었다. 신간 서가에 꽂혀있었는데, 일단 노란책이면 집어들고보는 노란책 마니아기질 (특히 개나리색에 약하다. 이석원의 보통의 존재라던가 김중혁의 모든 게 노래라던가 노란책에대한 좋은 기억들 덕분이기도) 덕분에 접하게 된 책이다. 부제처럼, 몰랐던, 잊었던 소소한 행복들이 표지 속 그림체로 책 속 가득 그려져있다.

 

이를테면 이런 거다. 볼펜의 잉크가 다 떨어질 때까지 쓰기. 나와 같은 책을 즐겨 읽는 사람을 만날 때. 쌕쌕거리며 잠 자는 아기. 아침에 눈을 떴는데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휴일일 때. 아하! 하고 문제의 답이 떠오를 때. 100% 충전된 핸드폰. 소설책에 푹 빠지기. 온종일 아무것도 안 하고 빈둥거리기. 끈질기게 괴롭히던 모기를 마침내 잡을 때. 편안한 분위기의 카페에서 시간 보내기.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라디오에서 흘러 나올 때. 내가 응원하는 팀이 막판 승부에서 이길 때. 정류장에 막 도착한 순간, 들어오는 버스. 퇴근 시간을 향해 달려가는 시계. 끝이라는 글자 타이핑하기. 글이 막힘없이 술술 써질 때. 낯선 사람이 책을 읽으며 미소 짓는 것을 바라보는 일. 등등. 이렇게 500가지가 담겨있다. 내가 노트에 옮겨적은것만 두장이 넘는다.

 

나 역시 좋아하는 것들이지만 문장화 해보지 않았던 행복들. 귀여운 그림이랑 함께 담긴 작은 행복들을 보고 있으면, 이 책의 홍보 문구처럼 우울할 때 읽으면 위로가 되고 행복할 때 읽으면 더 행복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언젠가 교수님이 감동에도 연습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연습을 통해서 감동을 잘하는 사람이 되라고. 읽는 사람으로서도, 쓰는 사람으로서도 말이다.다른 재주는 없어도 감정이입만큼은 능한지라 그땐 무슨 소린가 했는데, 나이 들면서 감정에 점점 무뎌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 이래서 연습이 필요하다 하신 거구나 했다. 이 책도 같은 맥락으로 말한다. 행복을 읽으며 행복을 배우라고. 행복에도 연습이 필요하다고. 연습이라하면 지레 겁먹기 쉽지만 어렵지 않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음을, 내 곁에 있음을 아는 것이다. 행복은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는 것'이라는 이 책의 말처럼 찾아가보는 거다. 이런 책을 읽거나 내가 좋아하는 것 혹은 일들을 적어보거나. 어쩌면 가장 중요한 건, 내 곁에 있는 작은 행복들 속에서 행복을 아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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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푸른 상흔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올해 내 생일이 지난 어느 날,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손에 책 두 권이 들려있었다. 한 권은 뇌에 관한 책이었고, 한 권은 프랑수아즈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이었다. 에쿠니 가오리, 황경신에 이어 사강의 책으로 익숙한 소담출판사의 책이 아니었다. 범우사의 범우문고로, 판형이 신선해서 손에 쥐었을 때 그 느낌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사강의 책이라면 으레 제목 한 번쯤은 들어봤을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읽어보진 못했지만, 꼼꼼평가단 활동을 하면서 두 권의 책을 읽어봤는데 이 책 마음의 푸른 상흔은 또 달랐다. 쓸쓸했던 단편집과 다소 격했던 환각 일기를 지나 만난 이 에세이 소설은 정말 새로웠다. 첫 장은 그냥 시작이 이런가보다 싶었다. 2장부터는 무일푼으로 프랑스에 온 스웨덴 출신 세바스티앵과 엘레오노르 남매의 파리 생존기를 그려나가기에 이 둘이 주인공인 소설이구나 싶었는데, 두 사람의 이야기를 집필하는 작가 자신의 생존기가 다시금 펼쳐진다. 그녀의 소설을 집중해서 읽다말고 그녀의 블로그에 들어가 그녀가 포스팅 해둔 에세이를 읽는 느낌이었다. 재밌는 건, 소설은 시종일관 냉정하고 담담한 문체인데 반해 에세이는 열정적인 걸 넘어 거침없는 문체로 쓰였다는 점이다.

 

마약 혐의로 법정에 섰을 때,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고 자신을 변론하던 사강답게 이 책에서도 곳곳에서 사강다운 면모를 느낄 수가 있는데 소설보다는 에세이 쪽이 그렇다.

 

그리고 아이를 갖는 문제는 여자가 자유롭게 결정해야 하고, 낙태는 합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지 않으면 낙태가 돈 많은 여자에게는 잠깐의 불편이겠지만 돈 없는 여자에게는 끔찍한 도살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낙태를 한 적이 있다고 나의 위대한 신들 앞에서 맹세했다. (p.56)

 

그렇다. 그것은 나의 권리이다, 내 전집을 사지 않는 것이 모든 독자의 권리이듯이. (p.57)

 

그 이미지가 내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페라리, 위스키, 스캔들, 결혼, 이혼 등 대중이 말하는 예술가의 삶을 보낸 지도 벌써 십팔 년이다. 하긴 그 아름다운 가면에게 어떻게 고마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다소 원시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가진 취향, 그러니까 속도, 바다, 자정, 모든 화려한 것, 모든 어두운 것, 나를 잃게 만드는 것, 고로 나를 찾게 만드는 것에 딱 들어맞는걸. 자기 자신의 가장 극단적인 면, 자기가 가진 모순들,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 혐오하는 것들, 자기가 가진 분노와 악랄하게 싸워야만 인생이란 게 뭔지, 어쨌든 적어도 내 인생은 뭔지, 아주 약간, 그렇다, 아주 조금이라도 들여다볼 수 있다. 그 무엇도 내게서 그 생각을 빼앗아가지 못할 것이다. (p.68-69)

 

낙태에 관한 사강의 이야기를 꽤나 덤덤하게 읽었는데, 다른 사람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사람도 자신의 생명은 귀하게 여기는 법인데 사강은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지 않은가. 아니, 그보다 중요한 건 사강의 이러한 생각들이 사강의 작품 속에 녹아있고, 사강 자신을 관통하고 있다는 것이다. 역자 후기에서 역자는 이 작품을 두고 어떤 작품보다 사강의 세계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했는데, 얼떨결에 그녀의 대표작을 두고 이 책을 먼저 읽게 되어 얼떨떨하다. 이전에 읽은 길모퉁이 카페독약보다는 사강의 책을 더 읽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 것은 분명하다. 그녀의 책을 찾아 읽지 않은 것이 내 권리였다면 반대로, 찾아 읽는 것도 내 권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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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갈 곳이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집으로 돌아가서, 들어가지는 못하고, 주변을 맴돌았는지도 모른다. 혼자서 밤을 견디는 것은 어려워 개장에서 개를 한마리 끌어냈을 것이다. 보리야, 밤 산책이다. 뛸까, 하며 개를 데리고 뛰었는지도 모른다.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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