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로 주려고 구매한 컬러링북.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코디가 한 면을 채우는데,

 

 

옷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고,

 

 

옆에 코디에 대한 설명이 컬러링을 하는데 힌트가 되어서 재밌다.

 

 

얼굴은 저마다 개성있게 생겼는데,

이 컬러링북을 구경하고 있으면 패션의 완성은 몸매인듯.


비단 컬러링북뿐만 아니라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자 몸매인게 현실이긴 하지만.


cony_special-35


아무튼 참 예쁘다.


조만간 내 몫으로 한 권 더 구매하지 않을까 싶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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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의 공원과 그 주변을 둘러싼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 일곱 명의 스토리텔러가 각기 다른 공원에 얽힌 추억을 들려주는 에세이가 수록되어 있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곱 사람은 '음악평론가 차우진, 건축가 오영욱, 패션디자이너 최지형, 뮤지션 대니애런즈, 모델 이유, 소설가 김중혁, 배우 유하준'으로 서울의 공원들을 소개한다.

이들은 덤덤하게 자신의 기억의 일부를 드러내는데, 읽다 보면 '올 봄엔 이 사람처럼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한다. 그런 생각으로 공원으로 나설 이들을 위해 공원에서 즐길 수 있는 놀이 혹은 공원 주변의 다양한 상점, 식당, 카페, 예술공간들의 소개도 빼놓지 않았다. 서울의 구석구석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일러스트 지도가 수록되어 있다.

 

 



올림픽공원 :: 음악평론가 차우진
어떤 장소는 원래의 의미대로 쓰이지 않는다. 당연하다. 그래서 올림픽 공원은 누군가에게는 도심 속의 레저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가족들과 나들이하는 공간으로, 아이돌 스타의 콘서트를 볼 수 있는 장소로, 록 밴드의 무대를 즐길 수 있는 페스티벌 공간으로 여겨질 수 있다. 혹은 그저 가을의 낙엽을 물끄러미 감상하기에 좋은 조용한 공원일 수도 있다. 이렇게 다층적인 의미가 가능하다는 것이야말로 올림픽 공원이 특별한 장소라는 뜻일 것이다.
나는 이곳에 음악을 들으러 온다. 서울의 서쪽 끝에서 동쪽 끝으로 찾아온다. 공원의 입구에 들어설 때, 희미하게 음악 소리가 들릴 때, 계단을 뛰어 올라가는 사람들 혹은 예쁘게 꾸미고 재잘거리는 아가씨들을 볼 때, 여기가 특별한 장소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수 있기를 바란다. 이 드넓은 공원을 서울의 심장이라고 한다면, 쿵쿵쿵쿵-두근두근-쿵-쿵, 올림픽 공원은 그야말로 계절마다 비트가 넘실대는 유일한 장소다.
- 차우진의 <비트가 넘실대는 유일한 장소> 중에서

경복궁 :: 건축가 오영욱
아픈 역사조차 현재의 근거가 되는 법이다. 다사다난했던 경복궁의 역사는 오히려 현대의 광화문 일대를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권력의 중심이 창덕궁으로 쏠리며 서촌 일대는 정치의 변방으로서 독자적인 중인문화를 이루기에 적합했다. 북촌은 창덕궁과 경복궁을 잇는 양반촌이 되었다. 경복궁에서 덕수궁으로 이어지는 광화문 남쪽 일대는 장소적 상징성에 의해 제국주의 열강의 공관과 현대 서울의 업무 빌딩들이 지어졌다. 경복궁으로부터 파생되는 이런 다양한 역사의 스펙트럼은 어떤 게 우선이라고 할 것 없이 저마다 매력적이다.
굳이 피할 게 아니라면 광화문 일대의 여정은 경복궁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경복궁은 목적지로서의 점이 아닌 자유로운 산책의 출발점이 되기에 아주 적당하다.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는 유적이면서 광화문 일대의 시간 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매개체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 오영욱의 <과거를 향한 느릿한 산책의 출발점> 중에서

서울숲 :: 모델 이유
2003년 스물네 살에 이른 결혼을 했고, 몇 년 후 딸 '야니'를 낳았다. 아이가 걷게 되자, 나는 아이의 손을 붙잡고 가까운 동물원이나 공원으로 향하곤 했다. 두 마리의 반려견도 함께. 우리가 요즘 자주 찾는 공원은 서울숲이다. 워낙 공간이 넓어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 많은 탓에 올 때마다 아이와 탐험하듯 돌아다닌다. 아이에게 더할 나위 없는 놀이터이기도 하지만 어른인 나에게도 특별한 공간이다.
평소 말수가 적은 야니는 이곳에 오면 유독 여러 이야기를 재잘재잘 털어놓는다. 나는 그 시간을 가장 좋아한다. 학교에서 친구와 있었던 일, 제주와 누드리 그리고 우리 가족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 나는 이때다 싶어 아이에게 궁금했던 것을 이것저것 물어본다. 셀카를 찍는 척 아이의 웃는 사진을 몰래 찍으며 혼자서 즐거워한다. 그러다 문득, '야니가 이 시간들을 기억이나 할까?'하며 조급해지기도 한다. 기억은커녕 더 크면 공부는 안 시키고 맨날 밖에서 놀게 했다고 투정부릴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뭐, "너 그곳에서 많이 뛰어다녔다고, 그곳에서 많이 웃음지었다"고 말하며 오늘의 사진을 보여주면 그만이겠지. 그러면 야니는 사진 속 어린 야니처럼 또 다시 해맑게 웃음짓지 않을까.
- 이유의 <아이와 함께 거니는 울창한 숲> 중에서

남산공원 :: 뮤지션 대니애런즈
처음에는 남산공원이 혼란스러운 서울의 중심에서 평온함을 지키고 있는 곳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나의 바쁜 삶 중심에 서서 고요함을 지켜주는 곳이다. 복잡한 서울에서 사는 것이 지치고 힘들 때가 있다. 그럴 때 남산공원을 찾으면 그런 마음이 슬며시 사라지곤 한다. 남산에 있을 때, 내 영혼이 그 평온을 닮아가는 모습이 좋다. 서울에 남산공원이 없었다면, 이곳의 삶은 내게 몹시 어려운 것이 되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한국도 남산공원도 내게 어느 정도는 익숙하고 편한 곳이 되었다. 남산공원 길을 따라 조깅을 하다 보면, 남산을 낯선 표정으로 바라보는 여행객을 발견하곤 한다. 어색한 표정으로 두리번거리는 그들을 볼 때마다 처음 남산에 왔던 나를 떠올린다. 내게 길을 알려주던 사람들은 지금의 나와 같은 심정이었을까. 그들도 그런 나를 보며 남산을 처음 오르던 날을 추억했을지도 모르겠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길이 있지만, 분명 그 길을 처음 걷기 시작하던 날도 있었을 테니까.
- 대니애런즈의 <분주한 서울의 고요한 중심> 중에서

노을공원 :: 배우 유하준
우리 집은 노을공원 근처에 있다. 그래서 더 놀랐을지도 모른다. 집 근처에 이렇게 근사한 공원이 있다니. 새로운 놀이터가 생겼다는 사실이 기뻤다. 이곳은 2012년 <아드레날린>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촬영하며 처음 찾았다. 캠핑을 소개하는 코너였기에 이곳에 오게 되었는데, 그로부터 꽤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도 노을공원을 자주 찾는다. 서울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캠핑장. 한강을 등지고 하늘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곳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간단한 캠핑장비를 들고, 노을공원에 간다. 처음엔 캠핑이 불편한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제는 불편함 너머의 것들을 알고 있다. 혼자 하는 캠핑은 소음에 익숙한 나에게 안정을 주고, 친구들과 함께할 때는 지친 내게 웃음보따리를 선물해준다. 가족들과의 캠핑은 무뚝뚝한 나를 수다쟁이로 만들곤 한다. 시작은 누군가의 연락이었다. 함께 캠핑을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거절했더라면 아마 평생 이런 즐거움은 모르고 지냈을 것이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의아할 것이다. '정말 캠핑이 그럴까? 집에 있는 게 더 편할 텐데'라는 생각으로 스쳐 보낼 수 있다. 하지만 한 번만 집안의 문턱을 넘어보면 어떨까. 분명 지금은 모르는 세계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 유하준의 <모닥불 앞에서 보내는 따스한 하룻밤> 중에서

도산공원 :: 패션디자이너 최지형
패션디자이너로 일하는 시간은 언제나 6개월 앞질러있다. 가을에는 봄과 여름을, 봄이 오면 돌아오는 가을과 겨울의 옷을 디자인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 계절에 살고 있는지 미처 느끼지도 못한 채 시간을 흘려보낼 때가 많다. 정신 없는 시간을 보낸 지 8년 정도 됐을까, 문득 잠시 멈춰 서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순간의 시간, 찰나의 바람, 자연의 색감, 계절의 냄새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절실해진 것이다. 어깨 위에 올려진 모든 짐을 내려놓고 어딘가로 떠나고도 싶었지만 현실은 이상과 달랐다. 무언가를 포기하는 대신, 삶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일을 끝낸 평일 저녁이나 주말 낮 즈음에 공원에 찾아가 시간을 보냈다.
신사동에 사무실이 있을 때는 주로 도산공원으로 향했다. 힘든 시기를 그곳에서 보냈기 때문일까. 도산공원에서의 기억은 특별하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면 여유를 망각한 채 앞만 보고 달리는 나를 발견할 테지만 조급해하지는 않는다. 13년이라는 디자이너로서의 시간 동안 일과 휴식의 사이를 오가며 나름의 균형을 터득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휴식이라는 게 별건가 싶다. 좋아하는 공간에서 좋아하는 것을 하면 그만일 뿐이다. 나는 오늘도 동네의 작은 공원으로 향한다. 오늘 잘 쉬기 위해, 내일 잘 살기 위해.
- 최지형의 <강남의 작은 섬> 중에서

여의도한강공원 :: 소설가 김중혁
막다른 길에 이르렀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2000년 즈음, 나는 여의도의 한 신문사 문화부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무언가 괴로운 일이 있을 때마다 여의도 공원으로 달려가서 한강을 바라보곤 했다. 글을 쓰는 일은 힘들었고, 인터뷰를 하는 일은 더 힘들었으며, 인터뷰를 하기 위해 섭외를 하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 기사에 대한 지적을 받으면 하찮은 나의 능력이 몹시 부끄러웠고, 섭외 거절을 당하고 나면 내가 쓸모없는 인간처럼 생각됐다. 나는 앞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어떤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계속해서 글을 쓸 수 있을까. 암담하고 참담한 마음으로 잔잔한 강물을 자주 바라보았다. 강물로부터 수많은 대답이 되돌아왔다. 물은 거울이 되어서 내가 어떤 모습으로 거기에 앉아 있는지 비춰주었다. 물 속에 초라한 내 모습이 어른거렸다.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자괴감이 '모든 것이 두렵다'는 무력감을 이길 때까지 나는 공원에 오랫동안 앉아 있었다. 공원에서 나올 때면 나는 조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거기는 막다른 길이 아니라 거대한 계단 같은 곳이었다. 앞만 바라보면서 더이상은 길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조금 위쪽을 바라보니 새로운 길이 있었다. 공원에서 나는 자신을 차분하게 바라보는 법을 배웠고, 한 계단 위로 올라서는 법을 배웠고, 쉬는 법을 배웠다. 세상에 막다른 길은 없다는 것을 배웠다. 길은 어디에나 있었다. 아무리 찾아봐도 길이 없다면 돌아나오면 되는 거였다. 돌아나오는 길도 엄연히 길이었다. 나는 계속 글을 썼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다. 길이 없다고 느껴지면 다시 공원에 가서 물을 보았다. 그해 겨울, 나는 소설가가 되었다.
- 김중혁의 <한강에 가서 물을 바라보는 것> 중에서

 

 

*


알라딘에서 신간알리미 서비스를 통해

김중혁 작가님의 새로운 책이 나왔다고 해서 보니 중혁님을 포함해

서울에 사는 일곱 사람이 쓴 그들의 공원에 관한 이야기란다.


일곱 사람 중에는 역시 중혁 작가님이 제일 익숙하고, 책 그리고 칼럼으로 여러 번 읽은 적 있는 음악평론과 차우진과

내게는 로필3로 기억되는 배우 유하준 이렇게 세 명이 익숙하다.


중혁 작가님의 글 중에


세상에 막다른 길은 없다는 것을 배웠다. 길은 어디에나 있었다.

아무리 찾아봐도 길이 없다면 돌아나오면 되는 거였다. 돌아나오는 길도 엄연히 길이었다.

나는 계속 글을 썼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다. 길이 없다고 느껴지면 다시 공원에 가서 물을 보았다.

그해 겨울, 나는 소설가가 되었다.


라는 글이 인상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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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엔 돌아오렴]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금요일엔 돌아오렴 -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
416 세월호 참사 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엮음 / 창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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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있어 416일은 친했던 친구의 생일이었으며, 한때 좋아했던 남자애의 생일로 기억되는 날이었다. 두 사람의 생일이 같았던 게 나로서는 인상 깊었고, 그 뒤로 일 년에 한 번은 두 사람을 떠올리는 날이었던 셈이었던 것이다. 2014416일 전까지는 말이다.

 

이제 밝혀야 할 진실도 물어야 할 책임도 더는 없는 듯 세상이 굴러간다. 그러나 416일은 떠나온 과거가 아니다. 시간은 흘러가다가도 다시 그날로 붙들려간다. (p.342)

 

이 책을 읽음으로써 다시 그날로 붙들려갈지라도 나는 이 책을 읽어내기로 결심했다. 기억하고 싶은 구절에 밑줄을 쳐가며, 때로는 책 곳곳에서 눈물을 훔쳐가며 읽어내는데 까지는 성공했지만 막상 글을 쓰려고 하니 쉽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남겨진 가족들이 가닿을 수 없는 수백개의 금요일에 관한 기록의 무게를.

 

학생들은 34일의 수학여행을 마치고 금요일에 돌아오기로 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배에 갇힌 일반인 승객들과 더불어 끝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누군가에겐 그저 세월호 참사 희생자중 한 명일지라도, 유가족에겐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인 가족. 그런 가족의 마음을, 이 책 덕분에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인터뷰는 유가족들뿐 아니라 이 사회의 평범한 이들을 위한 작업이라고, 우리 사회에서 이토록 쉽게 또다른 유가족이 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고, 유가족들의 삶을 깊게 나누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p.8)는 이 책 덕분에 말이다.

 

나는 그 중 2학년 8반 김제훈 학생의 어머니 이지연 씨 이야기가 가장 인상 깊었다.

 

제가 한창 슬픔에 젖어 있던 무렵에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로 딸과 아들을 잃은 부모를 만났어요. 그분이 고맙게도 위로를 해주고 가시더라구요. ‘, 그 당시에 나는 뭐했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는 남의 얘기였고 나와 먼 얘기였는데 이렇게 내가 위로를 받는구나다른 사람의 아픔을 껴안는다는 거 그전에는 전혀 생각 못했어요. 내가 경험하지 않았다고 모른 체하고 살았던 게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도 잘못한 게 있어요. 밀양 송전탑, 강정마을 주민들, 쌍용자동차 해고자들, 그 사람들이 부르짖을 때 저희는 뭐 하고 있었나요? 전혀 생각을 안 했어, 그런 거에 대해서. 나만 보람있게 잘살면 된다는 그런 거였지. 다른 사람의 고충이나 힘든 것들을 우리가 보려고 하지 않았던 거예요. (p.330)

 

나 역시 그랬다.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에 관한 이야기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알고 있었지만, 밀양 송전탑이나 강정마을 주민들에 대해서는 기사로 언뜻 읽어는 봤어도 한 번도 그 일에 대해 자세히 알려고 들지 않았던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다른 사람의 고충이나 힘든 것들을 보는 게 유일했을 텐데 말이다. 그리하여 앞으로는 내가 경험하지 않았다고 모른 체하고 살지 않기로 했다. 이것으로 대신할 수 없다는 건 너무나 잘 알지만, 이것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나의 이런 다짐이, 34일의 수학여행을 마치고 금요일에 돌아오기로 되어 있었으나 우리의 가슴 속에 눈물이 되어 돌아온 학생들과 일반인 승객들을 향한 심심(甚深)한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 역시 간절히 바란다. 8개월여의 시간을 정리한 이 연대기(年代記), 슬플 수만은 없는 연대(連帶)의 기록으로 이어지기를.



[ 함께 읽으면 좋을 책 - 『눈먼 자들의 국가 - 세월호를 바라보는 작가의 눈』 / 문학동네 ]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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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5-03-23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구입한지는.. 좀 됐는데요.. 차마 책장을 못 넘기다.. 주말에 읽었어요..

남편은 그만 읽으라고.. 생각을 지우라고 하는데.. 잘 안되더군요..
다시 4월이네요..

해밀 2015-04-05 17:49   좋아요 0 | URL
다 읽어내셨을지 모르겠네요. 저는 책을 읽고, 글을 쓴지 조금 지났는데도
16일이 가까워오니 다시 생각나네요.

저도 매번 생각할 때마다 먹먹해서 생각을 지우려고도 했는데,
먹먹하면 먹먹한대로 버텨보려구요.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문제니까 생각을 지울 필요도 있다고 생각해요.

생각을 지운다는 일이 영영 잊는다는 일은 아니니까요.
 

 

 

 

역시 읽을거리는 얼루어라는 생각.

세경이 그리고 소연여신 화보는 덤으로.

 

 

 

2015.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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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좀 많습니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책이 좀 많습니다 - 책 좋아하는 당신과 함께 읽는 서재 이야기
윤성근 지음 / 이매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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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책이 좀 많다. ‘많다는 기준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넓고 좋은 아파트를 책들에게 내어주고 빌라 반지하에서 월세를 산다거나 집이 아닌 다른 곳에 서재를 만들어 책을 소장할 만큼의 책을 가진 정도는 아니다. 그렇지만 일단 내 책은 내 방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독립을 하면 내 방에서 내 집이 되겠지만) 몇 년 전에 10년간 사용해온 침대를 버리고 크고 튼튼한 책장을 들이면서부터 책은 순식간에 불어났다. 그러면서도 책을 세어보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내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이웃분이 책이 몇 권이냐 되냐며 물어봐주셔서 한 번 세어볼 기회가 있었다. 만화책과 영화 잡지를 포함해서 500권이 되었었는데, 이 글을 쓰는 지금은 대략 550권 정도 된다. 읽지 않은 책보다 읽은 책이 많지만, 이렇게 계속 사 모으다가는 애서가인 척하는 장서가가 될 것 같아서 작년부터는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는 쪽으로 습관을 들이기 시작했다. 그 중 절반은 읽다말고 사 모았지만 말이다.

 

헌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를 통해 처음 만난 윤성근 작가님의 책은 그 뒤로 내가 침대 밑의 책을 찾아 읽으면서, 이번 책 책이 좀 많습니다는 세 번째로 만난 책이다. 여전히 책 이야기였다. 내 옆에 있고 우리 동네 사는 평범한 애서가 23명의 이야기. 23명 중에는 애서가인 동시에 장서가인 사람도 있었지만, 허름한 책꽂이 몇 개 있는 애서가에 관한 이야기가 분명했다.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이며, 가장 좋아하는 책은 무슨 책인지 물어보면 1초의 고민 없이 대답할 수 있는 애서가들 말이다.

 

단호한 성격이라 다른 사람 눈치 보는 걸 싫어하는 대학생 김바름씨는 그래도 마음이 흔들릴 때면 자본1판 서문 마지막에 마르크스가 옮겨 적은 신곡의 한 구절을 떠올리며 중심을 잡는다고 한다. “너의 길을 걸어라, 누가 뭐라 하든지!Segui il tuo corso, e lascia dir le gent!"

그런 김바름씨의 이야기가 담긴 꼭지의 제목은 이 책의 목차를 살펴보던 나를 단숨에 사로잡았는데, ‘너의 책을 읽어라, 누가 뭐라 하든지였다. 책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내가 읽는 책을 소개할 때면 너무 쉬운 책만 읽는 사람으로 비춰지는 건 아닐까?’하는 고민에 한 동안 읽을 책을 고를 때 망설였던 적이 있다. 나름의 슬럼프였던 그 시기를 지나올 수 있었던 건 그런 나를 인정하고, 그게 누구건 눈치 보지 않기로 결심한 덕분이었다. 쉬운 책만 골라 읽고 있는 건 사실이었고, 요 몇 년 사이에 많은 에세이를 읽게 된 건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었기 때문에 책을 고르는 내 마음을, 마음보다 먼저 나가는 손을 망설이지 않기로 했다. 그게 굳어져서 올해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서 읽기로 다짐했지만 말이다.

 

23명의 애서가 중 내가 가장 공감했던 애서가는 프리랜서 편집자 겸 여행 작가 이시우씨다.

 

제가 읽으려고 하는 책은 전부 사서 봅니다. 책을 한번 읽기 시작하면 쫓기지 않고 차분히 읽어야 되니까 책을 사서 두고 읽는 게 여러모로 편합니다. 책 읽는 속도가 느린 탓도 있고요.”

 

한번 읽기 시작한 책은 밖에 나갈 때도 늘 갖고 다니기 때문에 가방이 무거워지기도 합니다. 노트북과 다이어리, 필기도구, 두툼한 책까지 넣으면 꽤 무게가 나가는데, 오래전부터 그냥 그렇게 다녀서 그런지 특별히 불편하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호기심에 전자책을 보고 싶다는 생각도 가끔 들기는 하지만 역시 종이책이 좋습니다. 종이만의 느낌, 만지고, 밑줄 긋고, 접고 하는 기능을 전자 기기가 구현할 수는 있다고 하더라도 종이가 주는 그 느낌은 절대 아니니까요. 또 제가 평소에 메모를 즐기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종이와 필기도구 같은 아날로그에 더 마음이 끌립니다.”

 

이씨는 몇 해 전 읽은 메모의 기술에서 읽은, 메모하는 목적은 쓰고 나서 잊어버리기 위해서다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습관처럼 무엇이든 읽을거리를 가까이 두고 살다보니 생활의 일부분이 된 느낌을 받는다. 어디를 가서 누구를 만나든 늘 수첩과 책, 또는 책이 아니더라도 다른 읽을거리를 꼭 챙긴다. 이씨는 이제 읽을거리가 곁에 없으면 불안하다고 한다.

 

이상이 이시우씨의 인터뷰 중 발췌한 구절들이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어떤 작가는 때로 완전히 나하고 똑같은 삶을 산 것처럼, 또는 나하고 똑같은 사람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끌리는 경우가 있다.'는 이 책에서의 구절처럼, 이시우씨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나는 소름이 돋았다. 에세이는 조금 더 빨리 읽는 편이지만, 좀 더 집중해서 읽어야 하는 소설의 경우 읽는 속도가 느린 탓에 빌려 읽지 못해서 대부분 사서 읽는 편이다. ‘해밀(본명을 닉네임으로 대신했다)의 가방은 늘 무겁다는 친구들의 말처럼, 내 가방은 책 뿐만 아니라 늘상 챙겨 다니는 노트와 필기구 덕분에 꽤 무게가 나가는 편이다. 오래전부터 그냥 그렇게 다녀서 그런지 특별히 불편하다는 생각은 없는 것도 똑같았다. 전자책보다 종이책을 좋아하는 것도, 좋아하는 이유도 같았고 메모의 기술에서 메모하는 목적은 쓰고 나서 잊어버리기 위해서다라는 말을 기억에 남는 말로 꼽은 것도 같았다. 끝으로, 읽을거리가 곁에 없으면 불안한 것까지. 온라인에서 내 취향과 맞는 사람의 글을 읽게 되면 내가 쓴 글 같다고 말하는데, 정말 그랬다. 이럴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이렇게 공감했던 부분이 있는가 하면, 배울 점도 많았다.

 

1. 아무리 책을 많이 읽고 머릿속에 든 게 많아도 그것을 버무려 자기 철학을 만들지 못하면 아는 척밖에 할 수 없(p.92)으니 자기 철학을 만드는데 힘쓸 것.

 

2. 서점은 책을 사러 가는 곳이고, 헌책방은 책을 만나러 가는 곳이라고. (중략) 그렇게 낯선 책들 중에 하나를 골라 읽어보면 뜻밖의 보물을 찾을 때가 있(p.138)으니 헌책방을 가까이 할 것.

 

3. 내가 갖고 있으면 몇 년 동안 책장 안에서 빛을 못 볼 운명인데, 다른 누군가에게는 당장 필요한 책일 수도 있(p.148)으니 책에 대한 욕심을 줄이고 정리할 책은 정리할 것.

 

물론 모든 애서가에게는 책을 사랑하는 저마다의 방식이 있겠지만, 내게 부족한 점을 채워 넣는다면 보다 넓고 깊은 애서가가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열심히 밑줄 치고 메모하가며 읽었다.

 

글을 마무리하자니, 문득 작년에 재밌게 읽은 오카자키 다케시의 장서의 괴로움이 떠오른다. 장서의 괴로움이 책 제목처럼 장서의 괴로움을 호소하던 애서가의 이야기였다면, 이 책은 장서의 괴로움을 기꺼이 짊어지고 애서의 즐거움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책이었다.



[ 함께 읽으면 좋을 책 - 오카자키 다케시 『장서의 괴로움』 ]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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