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진 것들을 위하여

 

 

아무래도 나는 늘 음지에 서 있었던 것 같다

개선하는 씨름꾼을 따라가며 환호하는 대신

패배한 장사 편에 서서 주먹을 부르쥐었고

몇십만이 모이는 유세장을 마다하고

코흘리개만 모아놓은 초라한 후보 앞에서 갈채했다

그래서 나는 늘 슬프고 안타깝고 아쉬웠지만

나를 불행하다고 생각한 일이 없다

나는 그러면서 행복했고

사람 사는 게 다 그러려니 여겼다

 

쓰러진 것들의 조각난 꿈을 이어주는

큰 손이 있다고 결코 믿지 않으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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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야 되는 책을 뒤로하고... 또 한 무더기 빌려옴. 이쯤되면 버릇인가보다...😅

반납할 때 어떤 책이건 대출해오지 않으면 허전한 기분이 들어서 한 두권 빌려오던게 버릇이 된 모양이다.

덕분에 매일 도서관에 발도장 찍는중.

오늘 반납한 한강 작가님의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는 결국 구매하기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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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프 앤턴]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조지프 앤턴 - 살만 루슈디 자서전
살만 루슈디 지음, 김진준.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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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4, 1240g. 이 어마무시한 쪽수와 무게가 이 책 조지프 앤턴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조지프 앤턴은 조지프 콘래드와 안톤 체호프의 이름을 따서 지은 이름이다. 유일하게 부커 상을 세 번 수상한 작가이자 이슬람의 암살 위협 속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았던 소설 같은 삶을 살아온 소설가 살만 루슈디. ‘조지프 앤턴은 그런 살만 루슈디의 도피생활을 위한 가명이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그래서 집을 떠나는 그 순간을 특별히 의미심장하게 여기지도 않았지만, 그가 5년 동안 살았던 그 집에 돌아오기까지 그로부터 3년이 걸렸고 그때는 이미 그의 집이 아니게 되고 만다. 1988926일 출간한 한 편의 소설 악마의 시때문이었다. 이 책이 이슬람교의 탄생 과정을 도발적으로 묘사했다는 이유로, 출간 즉시 격렬한 논란을 부른데 이어 급기야 1989214일에 이란 지도자 호메이니가 신성모독죄로 살만 루슈디에게 파트와(사형선고)’를 선포하기에 이른다. 영국 정보부와 경찰의 경고에 따라 루슈디는 기약 없는 도피생활에 들어갔다. 그 사이 이란의 ‘15 호르다드 재단은 파트와 실행에 현상금 100단 달러를 내걸고, 악마의 시출판사에 협박 전화가 쇄도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2주일 뒤, 악마의 시를 판매하던 미국의 서점에서 폭탄이 터졌고, 같은 해 49일에는 영국의 서점 2곳과 오스트레일리아의 서점에서 폭탄이 터졌다.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년 뒤 7월에는 악마의 시이탈리아어 번역가가 칼에 찔려 중상을 입었으며 일본어 번역가가 살해되는 등의 테러가 잇따랐다. 그러한 살해 위협 속에서 자신과 작품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인 루슈디.

 

이 일을 두고 루슈디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 일에서 최악의 측면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 되고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일이 되었다는 사실이다.’(p.21)

 

일을 그렇게 만든 사람은 다름 아닌 이슬람 사회의 지도자, 이맘이었다. 괴물이 되어버린 지도자 이맘. 사람들은 이맘을 소리 높여 규탄하기 시작했고 그의 혁명도 인기를 잃고 말았다. 그리하여 지지자들을 결집시킬 방법이 절실했는데, 때마침 등장한 책 악마의 시의 저자 루슈디가 그 해답을 주게 된 셈이었다. 책은 악마의 소행이고 저자는 악마. 그렇게 이맘은 원하던 적을 얻게 된 것이다.

 

여기까지가 프롤로그의 대략적인 요약이다. 본인이 소설가여서 그런지 몰라도, 거기다 유일하게 부커 상을 세 번 수상한 작가여서 그런지 몰라도 막상 책을 읽으면 824쪽이라는 어마무시한 분량이 부담스럽지 않았다. 소설보다 소설 같은 삶. 처음에는 루슈디의 도피 생활이 어떠했는지에만 초점을 맞춰서 읽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문학가로서의 루슈디에 관심이 갔다.

 

소설가라면 누구나 그렇듯이 자신의 작품이 좋은 평가를 받기를 바라는 마음은 아직도 변함없었다. 소설가라면 누구나 그렇듯이 루슈디도 매번 정신적, 언어적, 형식적, 정서적 여행을 했다. 책은 그 여행에서 얻은 메시지였다. 그는 독자들도 자신과 함께 여행하며 즐거워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이제 그는 깨달았다. 어느 시점에선가 독자들이 그가 걸어간 길을 따라오지 않는다면 물론 아쉬운 일이지만 그로서는 그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평론가들에게 소리 없이 말했다. 나와 함께 걷지 않겠다니 안타깝구려. 그래도 나는 이 길을 가겠소. (p.799)

 

자신의 소설에 대해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이라던가, 프로듀서 브라이언 그레이저가 사무실로 초대하더니 루슈디 자신의 삶에 대한 영화 시나리오를 써보지 않겠냐고 물었을 때 혹시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하고 싶어지면 책으로 먼저 내겠다고 말했다. (할리우드에서는 일로 엮이지 않고 지내는 것이 더 좋기도 했다. 뭐랄까, 그게 더 근사하니까. 시나리오 계약서에 서명하는 순간부터 한낱 고용인 신세로 전락할 테니까.)’(p.794) 라고 말했다는 것도 그의 말마따나 참 근사해보였다.

 

예술은 그렇게 강하지만 예술가는 약하다. 어쩌면 예술은 스스로를 지켜내는지도 모른다 (p.812)고 루슈디는 말했지만, 그의 자서전을 읽고 있으면 예술, 그 중에서도 문학만큼은 루슈디 자신이 역량껏 지켜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지프 앤턴으로 살아낸 13년이 말해주듯이.

 

워싱턴 포스트는 이 책에 대해 놀라운 책이다. 오랫동안 내 책상을 스쳐간 자서전들 중에서 가장 훌륭하다.’고 말했다. 난생 처음 읽어본 자서전이었지만, 난생 처음 읽은 자서전이 이렇게 멋진 자서전이라는 생각에 뿌듯했다. 스릴러이자 한 편의 서사이며 정치적 에세이이자 사랑 이야기이고 자유에 대한 송가, 아니 그 무엇보다 다만 루슈디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잊지 못할 것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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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숲을 거닐다 - 장영희 문학 에세이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장영희 교수님의 많은 에세이를 좋아하지만, 한 권을 꼽으라고 하면 저는 이 책을 꼽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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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괜찮은 하루]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그래도 괜찮은 하루 (윈터에디션)
구작가 글.그림 / 예담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이제는 저마다에게 추억이 되었을 싸이월드’. 유독 싸이월드에 정을 붙이지 못했던 내게도 좋은 기억이 하나있다. 바로, 귀 큰 토끼 베니와 그런 베니를 그린 구작가님을 만난 일이다. 블로그에서 직접 스킨을 만들어 쓰는 게 익숙했던 나로서는 스킨을 구매해서 꾸며야하는 싸이월드의 서비스가 불편했다. 상술이라기보다는 싸이월드의 스타일로 생각하고, 마음에 드는 스킨을 찾고 또 찾던 어느 날 베니를 만났다. 높디 높은 책 앞에, 그 책만한 높이의 의자를 두고 책을 읽던 베니. 여러 가지 버전의 베니 스킨을 구경하면서 자연스럽게 베니를 그린 작가에게 관심이 생겼다. 어떤 사람이기에 이렇게 귀여운 토끼를 그리는 걸까, 싸이월드 스킨말고 또 다른 그림은 없을까 하고. 그러다가 구작가님의 홈페이지에 들어가게 되었고, 주요 글에서 의뢰나 문의는 메일로만 받는다는 이야기를 접했다. 전화를 받지 못하니 메일로만 받는다는 그 말에 나는 한참을 먹먹해했다. 작가님의 사연도 사연이지만 그런 사연 옆에 누구보다 밝고, 행복해보이는 토끼 베니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베니를 다시 만났을 때, 작가님의 사연은 조금 더 먹먹해져 있었다. 청각 장애에 이은 망막색소변성증. ‘왜 내 것만 자꾸 뺏어가는 걸까요?’하고 생각하셨다는데, 충분히 이해갔다. 사연을 전해 듣는 나도 어떻게 이럴 수 있나싶었으니까. 앞으로 그림을 그릴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감당할 수 없는 분노만 마음속에 커져가던 그때, 작가님은 선교 프로그램을 앞두고 있었다. 이제 와서 취소할 수 없었기에 설명할 수 없는 분노로 가득한, 새까맣게 탄 마음을 안고 어쩔 수 없이 떠난 그때의 일화가 인상 깊었다. 이런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무슨 희망을 줄 수 있을까 싶었던 작가님은 그곳에서 한 소년을 만난다. 태풍으로 인해 모든 것을 잃은 한 남자아이. 사진작가가 되어서 세계를 돌아다니고 싶다며 수줍게 웃으며 말하던 소년. 그런 소년의 이야기를 듣고도 아무런 감흥이 없었고, 그냥 그림 한 장을 소년에게 그려준 게 전부였던 작가님. 그런데 그 아이는 그 그림이 그저 너무 좋았는지, 밥도 먹지 않고 한참을 보더니, 소중하게 자신의 품에 감싸 안았다고 한다. ‘그때,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를 느꼈다는 문장을 읽는데 나 역시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모든 것을 잃은 소년도 저렇게 꿈을 꾸며 좋아하는데 자신에게는 그래도 많은 것이 남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이야기. 작가님의 작은 그림이 그 아이에게 희망을 주었다는 이야기가 작가님을 180도 변하게 만든 건 분명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마음에 가득했던 빨간 덩어리를 서서히 녹였듯, 소년 덕분에 조금은 투명해지고 깨끗해진 마음을 안고 돌아올 수 있었다. 그 후 보게 된 첫눈. 하얗고 깨끗하고 순수한 눈을 보면서 작가님은 다짐한다. ‘이제부터 나를 위해. 앞으로의 시간은 행복하게 살아보자. 아무런 후회도 없이눈이 안 보이게 된다고 해도 미련이 안 남게 살자.

 

그렇게 작가님은 버킷리스트를 써내려가기 시작한다. 나 역시 버킷리스트를 쓴 적이 있고, 지인들과 버킷리스트에 관해 이야기하다가 타인의 버킷리스트는 그렇구나 하고 생각한 적도 있지만 이렇게 와 닿은 버킷리스트는 처음이었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고 고민한 흔적이 곳곳에서 묻어났기 때문이다. 자신의 버킷리스트 이야기를 끝내고 작가님은 이렇게 덧붙인다. 자신이 그러했던 것처럼 책을 읽는 독자 역시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고 버킷리스트를 고민해보라고. 그럼 진짜 소중한 게 무엇인지 알게 된다고.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게 된다는 게 정말로 어떤 기분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고 조금은 알게 되었다. 내게는 내일 당장이라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일이 누군가에겐 버킷리스트에 적어 넣는 일이라는 것을. 소소한 일인 것 같지만 사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 작가님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감동을 전해준다.

 

그렇지만 눈이 안 보이면 안 보이는 대로의 또 다른 인생이 있겠죠. 그리고 아직 사라지지 않은 감각들이 제게 남아있으니까요. 매일 아침에 눈을 뜨면 꽤 괜찮은 오늘 하루가 선물처럼 오니까요. 아직 혼자서 무언가를 이룰 수 있는 오늘, 오늘이 저에게는 기적이에요.’

 

평생을 먹먹하게 살아왔을 작가님. 내게도 먹먹함을 안겨주는 작가님의 이야기에는 힘이 있다. 먹먹함 가운데 굳건하게 자리한 희망. 그리고 이 희망은 이 책의 제목처럼 그래도 괜찮은 하루가 모여서 그래도 괜찮은 나날이 될 거라 믿는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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