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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프 앤턴 - 살만 루슈디 자서전
살만 루슈디 지음, 김진준.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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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4, 1240g. 이 어마무시한 쪽수와 무게가 이 책 조지프 앤턴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조지프 앤턴은 조지프 콘래드와 안톤 체호프의 이름을 따서 지은 이름이다. 유일하게 부커 상을 세 번 수상한 작가이자 이슬람의 암살 위협 속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았던 소설 같은 삶을 살아온 소설가 살만 루슈디. ‘조지프 앤턴은 그런 살만 루슈디의 도피생활을 위한 가명이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그래서 집을 떠나는 그 순간을 특별히 의미심장하게 여기지도 않았지만, 그가 5년 동안 살았던 그 집에 돌아오기까지 그로부터 3년이 걸렸고 그때는 이미 그의 집이 아니게 되고 만다. 1988926일 출간한 한 편의 소설 악마의 시때문이었다. 이 책이 이슬람교의 탄생 과정을 도발적으로 묘사했다는 이유로, 출간 즉시 격렬한 논란을 부른데 이어 급기야 1989214일에 이란 지도자 호메이니가 신성모독죄로 살만 루슈디에게 파트와(사형선고)’를 선포하기에 이른다. 영국 정보부와 경찰의 경고에 따라 루슈디는 기약 없는 도피생활에 들어갔다. 그 사이 이란의 ‘15 호르다드 재단은 파트와 실행에 현상금 100단 달러를 내걸고, 악마의 시출판사에 협박 전화가 쇄도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2주일 뒤, 악마의 시를 판매하던 미국의 서점에서 폭탄이 터졌고, 같은 해 49일에는 영국의 서점 2곳과 오스트레일리아의 서점에서 폭탄이 터졌다.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년 뒤 7월에는 악마의 시이탈리아어 번역가가 칼에 찔려 중상을 입었으며 일본어 번역가가 살해되는 등의 테러가 잇따랐다. 그러한 살해 위협 속에서 자신과 작품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인 루슈디.

 

이 일을 두고 루슈디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 일에서 최악의 측면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 되고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일이 되었다는 사실이다.’(p.21)

 

일을 그렇게 만든 사람은 다름 아닌 이슬람 사회의 지도자, 이맘이었다. 괴물이 되어버린 지도자 이맘. 사람들은 이맘을 소리 높여 규탄하기 시작했고 그의 혁명도 인기를 잃고 말았다. 그리하여 지지자들을 결집시킬 방법이 절실했는데, 때마침 등장한 책 악마의 시의 저자 루슈디가 그 해답을 주게 된 셈이었다. 책은 악마의 소행이고 저자는 악마. 그렇게 이맘은 원하던 적을 얻게 된 것이다.

 

여기까지가 프롤로그의 대략적인 요약이다. 본인이 소설가여서 그런지 몰라도, 거기다 유일하게 부커 상을 세 번 수상한 작가여서 그런지 몰라도 막상 책을 읽으면 824쪽이라는 어마무시한 분량이 부담스럽지 않았다. 소설보다 소설 같은 삶. 처음에는 루슈디의 도피 생활이 어떠했는지에만 초점을 맞춰서 읽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문학가로서의 루슈디에 관심이 갔다.

 

소설가라면 누구나 그렇듯이 자신의 작품이 좋은 평가를 받기를 바라는 마음은 아직도 변함없었다. 소설가라면 누구나 그렇듯이 루슈디도 매번 정신적, 언어적, 형식적, 정서적 여행을 했다. 책은 그 여행에서 얻은 메시지였다. 그는 독자들도 자신과 함께 여행하며 즐거워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이제 그는 깨달았다. 어느 시점에선가 독자들이 그가 걸어간 길을 따라오지 않는다면 물론 아쉬운 일이지만 그로서는 그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평론가들에게 소리 없이 말했다. 나와 함께 걷지 않겠다니 안타깝구려. 그래도 나는 이 길을 가겠소. (p.799)

 

자신의 소설에 대해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이라던가, 프로듀서 브라이언 그레이저가 사무실로 초대하더니 루슈디 자신의 삶에 대한 영화 시나리오를 써보지 않겠냐고 물었을 때 혹시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하고 싶어지면 책으로 먼저 내겠다고 말했다. (할리우드에서는 일로 엮이지 않고 지내는 것이 더 좋기도 했다. 뭐랄까, 그게 더 근사하니까. 시나리오 계약서에 서명하는 순간부터 한낱 고용인 신세로 전락할 테니까.)’(p.794) 라고 말했다는 것도 그의 말마따나 참 근사해보였다.

 

예술은 그렇게 강하지만 예술가는 약하다. 어쩌면 예술은 스스로를 지켜내는지도 모른다 (p.812)고 루슈디는 말했지만, 그의 자서전을 읽고 있으면 예술, 그 중에서도 문학만큼은 루슈디 자신이 역량껏 지켜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지프 앤턴으로 살아낸 13년이 말해주듯이.

 

워싱턴 포스트는 이 책에 대해 놀라운 책이다. 오랫동안 내 책상을 스쳐간 자서전들 중에서 가장 훌륭하다.’고 말했다. 난생 처음 읽어본 자서전이었지만, 난생 처음 읽은 자서전이 이렇게 멋진 자서전이라는 생각에 뿌듯했다. 스릴러이자 한 편의 서사이며 정치적 에세이이자 사랑 이야기이고 자유에 대한 송가, 아니 그 무엇보다 다만 루슈디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잊지 못할 것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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