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박 꼬박 챙겨서 포스팅하진 못했지만, 16기부터는 챙겨서 포스팅 하고 싶다.

첫번째 도서, 분야별로 구경하기.

 

 

 

 

[소설 분야]

 

 

펴내는 작품마다 다수의 문학상 후보에 오르며 영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부상한 세라 워터스의 다섯번째 작품이자 국내에 소개되는 네번째 작품이다. 세라 워터스는 매 작품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플롯은 물론 역사적인 배경에 대한 탁월한 묘사까지 더해져, 읽는 즐거움과 함께 문학적 가치도 충분한 소설을 쓰는 작가로 평가받으며 맨 부커 상 후보에 여러 차례 이름을 올렸다.

2차대전 직후 서서히 몰락하는 영국 귀족 가문의 대저택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소재로 한 <리틀 스트레인저> 역시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기이한 스토리에 예민한 사회 관찰과 날카로운 비판을 적절히 더해 당시의 시대상을 생생히 재현해냄으로써 세라 워터스의 역사 스릴러 거장다운 면모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에 힘입어 공포소설로는 드물게 맨 부커 상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스티븐 킹이 '2009 최고의 소설'로 선택하기도 했다.

작품마다 레즈비언과 성性에 관한 농밀한 스토리와 묘사를 선보이며 '레즈비언 소설의 총아'로 불리는 세라 워터스가 <리틀 스트레인저>에서는 유일하게 레즈비언 이야기를 활용하지 않았다는 점 또한 특기할 만하다.

< 리틀 스트레인저>의 배경이 된 20세기 중반은 두 차례의 전쟁 이후 영국 사회의 가치관이 전체적으로 변한 시기이다. 노동자계급이었던 사람들은 더이상 귀족들의 집사나 하녀 노릇을 하길 원치 않았고, 귀족들 역시 자신들이 선조의 유산을 유지할 재정적 능력이 없음을 깨닫고 울며 겨자 먹기로 저택을 처분하거나 이사를 떠났다. 소설은 바로 이러한 사회 변화와 '쇠락한 대저택'이라는 소재를 이용해 기괴한 스토리를 펼쳐 보인다.

 

 

 

가즈오 이시구로가 10년 만에 출간한 일곱 번째 장편소설. 이시구로는 등단 후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여섯 편의 장편과 한 편의 단편집만을 발표할 만큼 매 작품마다 완벽을 기하는 것으로 유명하며, 그 결과 모든 작품이 굵직한 문학상을 수상하고 부커상에만 네 번이나 후보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역시 10년이라는 긴 시간 끝에 일곱 번째 장편이 출간된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 평단과 대중은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고, 2015년 3월 <파묻힌 거인>은 발표되자마자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주요 언론들은 "올해 이보다 더 중요한 소설은 출간되지 않을 것", "걸작", "놀라움 그 자체", "이전작과 전혀 다르면서도 가장 이시구로다운 작품", "올해의 문학적 사건" 같은 말로 격찬을 아끼지 않았고, 이에 부응하듯 작품은 출간 즉시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위력을 과시했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다섯 살 때 영국으로 이주해 영어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시구로는 '1945년 이후 가장 위대한 영국 작가 50인'(「더 타임스」 선정)에 들 만큼 현대 영미문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를 독보적으로 만드는 것은 이러한 명성보다는 동양과 서양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이시구로만의 낯설고 깊은 상실의 정서다.

이번 작품에서 역시 망각의 안개가 내린 고대 잉글랜드의 평원을 무대로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 나선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름답고 가슴 아프게 펼쳐진다. 또한 발표하는 작품마다 새로운 소재와 형식을 차용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 작가답게 이번 작품은 <반지의 제왕>을 연상시키는 판타지 모험담의 틀을 빌려 그 놀라움과 흥미진진함을 더하고 있다.

 

 

[에세이 분야]

 

 

소설가 김훈 산문집. 오래전에 절판되어 애서가들로 하여금 헌책방을 찾아다니게 한 김훈의 전설적인 산문 <밥벌이의 지겨움>,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바다의 기별>에서 시대를 초월해 기억될 만한 산문들을 가려 뽑고, 이후 새로 쓴 산문 원고 400매가량을 합쳐 엮었다.

가족 이야기부터 기자 시절 거리에서 써내려간 글들, 최근에 도시를 견디지 못하고 동해와 서해의 섬에 각각 들어가 새로운 언어를 기다리며 써내려간 글에 이르기까지, 김훈의 어제와 오늘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여전히 원고지에 육필로 글을 쓰고, 자가용에 몸을 싣는 대신 자전거를 타고 두 발로 바퀴를 굴려 세상을 나아가는 그가 기록한 세상과 내면의 지난한 풍경들. '밥벌이의 지겨움', '아들아, 다시는 평발을 내밀지 마라' 등 길이 회자되는 김훈의 명문장들을 읽는 기쁨과 함께, 국가가 국민을 지켜주지 못하는 시대에 진영 논리에 휩싸여 악다구니를 벌이는 권력가들에게 그가 '슬프고 기막혀서' 써내려간 글, 여전히 '먹고살기의 지옥을 헤매고 있'는 보통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김훈 산문의 정수'가 이 책에 있다.

 

 

걸어본다 6권. 소설가이자 번역가인 배수아가 알타이를 걸어본 이야기이다. 쉼표와 쉼표로 이어지는 만연체 문장과 입술에 미소를 살짝 머금게 하다가 나도 모르게 박장대소를 터뜨리게 하는 유머러스한 상황들이 면면에 펼쳐진다. 여행지에서의 일상들을 너무나 솔직하게 토로하고 있지만 작가가 이 책을 두고 여행기라 일컫지 않는 데는 이 기록들이 "여행과 함께 시작하거나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데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름난 명승지를 둘러보고 인상적인 자연풍광을 사진으로 남기는 데 급급한 관광객이 아니라 "추위에 떨면서 유르테에 불을 피울 야크똥을 모으는 것"을 주 임무로 하여 자연 속에 제 생을 던짐으로 그렇게 자연이 되어보는 사연의 주인공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해할 수 없는 말과 얼굴들로 이루어진 나의 또다른 장소로 향하는 여행이자 동시에 한때 나의 육신을 이루었을지도 모르는 돌과 쇠를 찾아가는 여행"의 동반자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

 

읽고 싶었던 <라면을 끓이며>와

걸어본다 시리즈 6권! 배수아 작가님의 <처음 보는 유목민 여인>이 선정되었다.

 

오호+_+

이로써 걸어본다 시리즈는 3권을 소장하게 되었다.

 

 

 

[유아/어린이/가정/실용 분야]

 

 

익사이팅 북스 시리즈 53권. <화장실에서 3년>, <도서관에서 3년>에 이은 ‘3년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로, 폭풍우 때문에 갑자기 멈춰 선 기차에 갇힌 주인공 상아의 이야기이다. 부산 할아버지 댁에 갔다가 사촌인 별아 언니와 둘이 올라오는 길에 갇힌 것이다. 천둥번개가 치고 전기마저 들어오지 않자, 기차 안은 금세 전쟁터나 다름없이 변한다. 또다시 찾아온 위기의 상황에서 상아는 전 편들보다 사뭇 여유롭다.

< 기차에서 3년>에서는 제한된 공간에 갇힌 순간, 배려하는 모습은커녕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어른들 사이에서, 마음을 다잡고 꿋꿋하게 주위를 돌보며 음악으로 분위기를 따뜻하게 만드는 상아를 그리고 있다. 이처럼 내 속에 있는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고, 꿈을 향해 한발 나아가던 상아가, 이제 주변을 돌보고 남을 도울 줄 아는 아이로 성장해 가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어느새 상아는 주위를 배려하는 마음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옮겨 주위까지도 변화시키는 성숙한 아이로 자란 것이다. 이와 같이 색다른 경험들을 통해 조금씩 성숙해 가는 상아를 볼 수 있다는 점은 이 시리즈가 가진 가장 큰 장점 중의 하나이다.

 

 

21가지 채소를 남김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110가지 레시피를 소개하는 책이다. 가정요리를 테마로, 잡지와 텔레비전에서 활약하고 있는 일본의 요리연구가 이치세 에쓰코의 레시피를 담았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신선한 채소 요리법이나 보관법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쓰고 남은 채소를 섞거나 양념해 저장성을 높이면서 그대로 꺼내 요리할 수 있는 보관법을 알려준다는 데 있다. 보관한 재료로 짧게는 5분, 길어도 15분이면 완성하는 그럴싸한 채소요리는 바쁜 아침 반찬거리로도, 맛깔스러운 도시락 반찬으로도, 저녁 식탁 주요리로도 손색없다.

마지막으로 채소마다 보관법과 신선하게 먹을 수 있는 기간을 표기했고, 상세한 재료별 찾아보기를 실어 요리 초보자뿐 아니라 노련한 주부들도 참고하기 편리하게 구성했다.

 

*

 

<기차에서 3년>의 책 소개를 읽어보니, '3년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란다.

이 책도 그렇지만, <도서관에서 3년>이 어떤 책일지 궁금.

 

 

 

[인문/사회/과학/예술 분야]

 

 

불안증과 평생 싸워온 환자이자 저널리스트 스콧 스토셀의 에세이. 거의 모든 분야와 시대의 불안에 관한 지식을 강박적일 만큼 완벽하게 망라한다. 철두철미한 정보 수집과 공정성을 중요시하는 저널리스트의 미덕을 발휘하는 동시에 30여 년 넘게 불안과 싸워온 당사자의 균형 잡힌 시선이 담겨있다. 살면서 한 번이라도 불안을 경험해본 이들이라면 이 책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불안과 싸우는 길을 먼저 걸어간 사람인 저자의 이야기로부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문명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불안의 근원을 파악하려는 지적 노력의 역사를 전방위로 파고든다. 학술 연구에 머무르지 않고 아주 구체적인 사례들을 동반해 이 광범위한 탐구의 면면을 더욱 생생하게 만든다. 오늘날 신경과학과 의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불안이 도대체 무엇인지, 어떤 방법으로 불안을 치료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저자는 이런 상충하는 견해를 차례로 다루며 불안장애에 관한 우리의 의문점들을 파악할 수 있게 도와준다.

 

 

현장의 정신과 상담의가 소셜미디어의 심리적 영향을 연구.분석한 디지털 시대를 위한 새로운 심리 치유서. 미국 임상심리학자 수재나 E.플로레스 박사는 지난 3년 동안 전 연령대의 페이스북 이용자들을 인터뷰하고, 수집한 사례들을 바탕으로 페이스북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연구했다. 소셜네트워크 등장 이후 나타난 사회 변화는 물론이고 개개인의 세계관이나 정서적 변화를 보여준다.

플로레스 박사는 소셜미디어에 중독된 많은 사람들의 경우, 실제로는 페이스북이 문제가 아니라고 역설한다. 거의 모든 중독 행동은 고통스러운 사건을 직시하지 않기 위해 다른 일에 몰두하면서 위안을 찾을 때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애초에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접속하게 만드는 계기가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온라인 세계가 현실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플로레스 박사는 우리의 내면에는 새로운 기술 문명과 소셜미디어가 제공하는 기능들을 신중하게 즐기면서도 자신에게 솔직하고 다른 사람들과 긴밀히 관계 맺을 수 있는 힘이 존재한다고 역설한다. 그리고 소셜미디어 이용과 현실 생활의 균형을 찾기 위해 실천할 수 있는 쉽고 간단한 방법들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

 

<페이스북 심리학>의 책 소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문장은 역시

'실제로는 페이스북이 문제가 아니라고 역설한다.'다.

페이스북에 대해 생각이 많은 요즘, 내게도 도움이 될만한 책.

 

 

[경제/경영/자기계발 분야]

 

 

샤오미의 공동창업자이자 마케팅 책임자인 리완창의 책. 이 책은 회사 설립에서 제품 개발과 브랜딩까지, 마케팅의 일상적인 운영에서 유통까지, 서비스 이념에서 회사 이념까지, 창업 초부터 지금까지의 내부 스토리를 흥미진진하게 그려내며 외부에서 불가사의하게 여겨온 샤오미 성공의 원동력 “참여감 3.3법칙”을 상세하게 공개한다.

이 책은 원색의 대담한 일러스트들과 각종 사진들을 한껏 수록하고, 무협소설의 영향인 것으로 보이는 직설적인 문체와 전투적인 용어들을 사용하여 일반 경제경영서에 비해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그렇게 읽다 보면 이러한 참여감이 샤오미의 제품, 서비스, 판매, SNS 활동 전반에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무엇보다도 이 책 자체가 바로 참여감의 결정체이다.

짐 콜린스가 쓴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의 맨 앞에는 그 책의 기반이 된 연구를 수행한 수십 명의 사진이 실려 있는데, 어떤 독자는 그 책을 만든 프로젝트 팀 자체가 바로 위대한 조직의 본보기라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리완창은 이 책에 그림을 그려주고 자료를 제공하고 원고에 피드백을 준 샤오미 동료들을 ‘'참여감' 의 꿈의 후원자들’이라 명명하며 사진을 게재하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장하준이 추천한 빈곤과 불평등에 대한 필독서. 소액 금융은 세계의 빈곤을 종식시킨다는 미명하에 개발 도상국에 선진국의 자금을 끌어와 빈곤층이 소규모 사업을 하여 자립할 수 있도록 저리에 소액을 대출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소액 금융 업계에 10년 이상 몸담았던 저자 휴 싱클레어는 많은 소액 대출이 사회적 책임을 인식한 투자라는 외양만 덧입었을 뿐, 실상은 가난한 이들을 약탈하는 대부 사업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특히 대형 은행들이 개입되면서 이 시스템이 점차 이윤 극대화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는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소액 금융이 장기적으로 빈곤 완화에 기여한다는 분명한 증거는 찾아보기가 매우 힘들며, 소액 금융계에 부주의와 부패, 착취에 가까운 수단이 만연하다는 증거는 실제로 존재한다. 그리고 근본적인 개혁 없이 소액 금융은 계속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공허한 약속과 빈 주머니만을 안겨 주는 투자 기회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

 

두 권 모두 궁금하다.

<참여감>은

'그렇게 읽다 보면 이러한 참여감이 샤오미의 제품, 서비스, 판매, SNS 활동 전반에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라는 구절이 이 책을 읽고 싶게 하고,

 

<빈곤을 착취하다>는

'소액 금융 업계에 10년 이상 몸담았던 저자 휴 싱클레어는 많은 소액 대출이 사회적 책임을 인식한 투자라는

 외양만 덧입었을 뿐, 실상은 가난한 이들을 약탈하는 대부 사업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라는 구절에서 이 책을 읽고 싶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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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가 되는 데 실패하고 음악원 피아노 선생으로 남게 된 에리카는 삼십대 중반의 나이에도 어머니에게 ‘내 귀여운 회오리바람’이라고 불린다. 어머니에게 있어 딸은 남편(남근)의 부재를 채워주고 자신의 나르시시즘을 충족시켜줄 유일한 존재이다. 어머니는 에리카의 생활 전체를 통제하고, 딸에게 ‘유일하고 단 하나뿐인 존재’가 될 것을 역설하면서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을 차단한다. 자신과 딸 사이에는 그 누구도 끼어들 수 없다. 에리카가 옷, 구두, 장신구 따위를 사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것도 딸이 예쁘게 꾸미고 다녀 남자들의 시선을 끄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딸이 오로지 ‘자신만의 에리카’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어머니의 통제는 어려서부터 에리카에게 남들이 가진 물건을 부러워하는 마음을 갖게 했고, 그것은 곧 자신이 갖지 못한 물건들을 파괴하고 그 소유자들을 학대하려는 사디즘 성향으로 이어진다.
어머니의 지나친 간섭과 지배로 인해 에리카는 사디즘뿐 아니라 자신을 학대하는 마조히즘 성향도 갖게 된다. 자기 방에 혼자 있을 때면 아버지가 쓰던 면도칼로 자기 몸을 베는 것이다. 이런 행위를 통해 그녀는 자해를 하는 권력자와 그 고통을 감수하는 순종적인 피지배자라는 두 가지 자아를 연출하며 사도마조히즘 성향을 드러낸다. 이런 에리카에게, 어느 날 제자인 대학생 클레머가 남성으로서 접근해오기 시작하는데……

 

 


 

이 책을 읽고 싶다고 생각한 건, '정한아(소설가)가 읽은 <피아노 치는 여자>라는 글 때문이었다.

 

 

*

 

20대의 어느 날, 이 책을 읽고 나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잃었다.

온몸에 힘이 다 빠지고, 입속에는 침묵이 가득찼다.

누구에게도 보여준 적 없고, 나 자신조차 무서워 들여다본 적 없는 스스로의 심연을 보아보린 느낌이었다.

 

어떤 작품은 그 자체로 하나의 시험이 된다.

감당할 힘 없이 진실을 마주했다가, 우리는 자멸해버릴 수도 있다.

나는 그런 식으로 미쳐버린 사람들도 알고 있다.

경고하건대 이 소설은 함부로 첫 장을 넘길 책이 아니다.

 

*

 

온몸에 힘이 다 빠지고, 입속으로 침묵이 가득차게 만들었던 책을 경험해본 나로서는

그 느낌이 어떤 건지 알아서 선뜻 도전하기 어렵지만

그런데 또, 그 느낌이 어떤 건지 알기에 궁금하다.

 

과연 나는 함부로 첫 장을 넘길 책이 아니라는, 경고를 뒤로하고 시험에 빠져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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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들어도 좋은 말 - 이석원 이야기 산문집
이석원 지음 / 그책 / 201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올해 친구에게 빌려준 책 중에 나는 정말 좋게 읽어서, 내 인생의 에세이 중 한 권이어서 선뜻 빌려줬었는데 공감하지 못했다, 는 말과 함께 돌아온 책이 있다. 바로, 산문집 보통의 존재. 나는 너무 잘 읽었어서 간과하고 있었던 거다. 비단 책의 문제만은 아니지만, 내가 공감했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공감하지 않을 수 있고 다른 사람이 공감했다고 해서 내가 공감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그 중요한 사실을. 여하튼, 그렇게 책을 돌려받고 그런가?’하고 다시 읽었다. 내 책으로 소장하고 나서 여섯 번째 다시 읽는 것이었는데 나는 여전히 좋았다. 한 번 잘 읽었다고, 여러 번 좋기는 어려운데 여섯 번째 읽어도 좋다니. 이럴 수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번 산문집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을 접하기 전에, 작가님의 장편소설 실내 인간도 사서 읽었지만 분야가 소설이어서 그랬는지, 보통의 존재가 너무 좋았던 탓인지 감흥이 조금은 덜했던 것 같다. (물론 읽고 나서 지인들에게 많이 추천했을 정도로 좋게 읽었지만) 그런 작가님의 두 번째 산문집이니, 두말할 것 있나. 읽어야지. 보통의 존재만큼은 아니지만 이번 책의 제목도, 표지도 여전히 내 취향을 저격했다.

 

변함없이, 당황스러울 정도의 솔직함. 나는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솔직하지 못한데, 변함없이 솔직한 글이 부러웠다. 어떤 삶이든, 그런 삶을 내 보일 수 있다는 것이.

 

2009년에 첫 책을 내고, 나는 내가 사십년 만에 처음으로 내 일을 찾은 줄 알았다. 하고 싶은 일, 해야 될 일, 잘할 수 있는 일. 그런데 아니었다. 두 번째 책인 소설을 쓰는 동안 나는 행복하지 않았고 나라는 사람은 원래 일에서 재미나 행복, 성취감 같은 것을 찾는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걸 원하고 있는 내가 스스로 당황스러웠다. 지금껏, 거의 평생을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건 소수의 혜택 받은 사람들에게나 주어지는 행운 같은 것이라 생각했기에, 어떤 일이건 밥벌이나 기타 등등 필요에 의해서 하는 경우가 많았고, 따라서 거기에 대해 특별히 결핍을 느끼지도 않았다. 어떻든 잘해내기만 하면 그뿐이었으니까. 그랬던 내가, 이제 더는 일이 즐겁지 않다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게 되었을 때, 나를 지탱하던 많은 것들이 헝클어지고 말았으니. (p.191)

 

이 책을 한 줄로 표현하자면 여전히 솔직한 보통의 존재, 이석원과 철수와 산나와 김정희가 나오는 산문집이다.

 

지독히 불행했던 남자 철수. 그런 그가 불운 올림픽에 출전하게 되고, 기적적으로 우승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그는 태어나서 가장 운이 좋았던 기억으로 이렇게 쓴다. 불운 올림픽에 와서 구남이란 사람을 만난 것이 내 평생의 행운입니다, 라고.

 

산나는 이석원에게, 사람이 사람을 그런 이유로 좋아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려준 사람이었다. 왜 나 같은 걸 니가 좋아해? 싶었던 질문에 대한 답은 그 애의 세 살 난 아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들을 수 있었다. 단지 자신의 옆에 앉았다는 이유만으로. 정말이지, 누군가는 누군가를 그렇게 좋아할 수 있다.

 

그리고 포르쉐를 몰던 여의사 김정희. 그녀와의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나는 그녀를 만나면서 그가 했던 고민이 인상 깊었다.

 

내 고민의 포인트는 그녀를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해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멀쩡한 사람이 왜 사람을 이런 식으 로 만날까. 나는 또 왜 병신처럼 그걸 받아주고 있을까. 분명 뭔가 사연이 있을 것만 같은데 그 이유라도 알면 좀 나을 것 같은데, 그런데도 난 솔직히 털어놓고 대화를 청할 용기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애초 그 사람이 원천 봉쇄를 해둔 탓이긴 하지만 사실 이게 과연 이해의 문제인지 그게 해결되고 나면 정말 내 마음이 괜찮아질지조차 알 수 없었다. (p.219)

 

그 즈음 그는 우연히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말년을 그린 영화 톨스토이의 마지막 인생을 보았고, 톨스토이와 그의 아내 소피아를 보며 그는 이렇게 썼다.

 

사랑은 이처럼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끊임없이 확인하게 되는 것. 나를 사랑하냐고 묻는 것이 또한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이 될 수 있는 이유이다.

(중략)

그러나 나는 여전히 그런 소피아를 이해할 수 있었다. 사랑이란 그럴 수 있는 거니까. 온 세상 사람들이 나를 알아준다 한들 당신이 몰라주면 소용없는 거니까. 그건 온 세상이 몰라주는 것과 다름 없으니까.

다른 누구도 아닌,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이해해줄 때 사람은 얼마나 행복한가. 그러나 그건 어렵고도 힘든 일.

(중략)

사랑이란 결국 상대와는 상관없는 나 자신의 문제이기에, 이렇게 엇갈릴 수밖에 없으며 사랑의 그런 영원히 완결될 수 없는 불완전성이야마로 사랑을 영원하게 해주는 요소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p.221)

 

위 구절이 담긴 사랑과 이해라는 글에서, 그는 영화 렛미인에 대한 생각도 덧붙인다.

 

가끔은 사랑보다 이해가 더 중요하단 생각이 든다.

가끔이 아니라 자주. (p.225)

 

그리고 이야기의 중심은 계속해서 김정희다. 김정희를 만나고, 기다리고, 생각하다 크리스마스가 온다. 두 사람의 관계에 변화가 있기 무섭게, 두 사람은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을 마주하고 만다. 그 순간 남자가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다면, 여자가 좀 더 남자를 포용할 수 있을 때 만났으면 두 사람은 헤어지지 않았을까?

 

원래 여자친구의 휴대폰을 절대로 보지 않던 남자는, 이번만큼은 보게 되는데 그녀의 휴대폰에서 자신은 몰랐던 그녀를 발견한다. 동료 의사에게 보낸 그녀의 문자들. 일기 같기도 하고 혼잣말 같기도 한 그것들은 실은 모두 그에게 보내는 말들이었다. 그 말들을 보면서 그는 자책감이 든 동시에 그녀가 사무치게 그리워진다. 자신이 스스로 정리해 자신의 입으로 뱉어낸 그 말 그대로 종료가 되어 어떤 것으로도 되돌릴 수 없지만, 사람 마음이 어디 드라마 끝나듯 그럴 수 있나. 그녀에게 너무나 연락하고 싶지만, 그는 나리의 조언대로 연락하지 않기로 한다.

 

석원아. 너 그거 알지. 병법에 생즉사, 사즉생이라고 있는 거. 죽으려면 살고 살려면 죽는다. 연애도 전쟁이야. 작전도 있어야 하구 타이밍은 또 얼마나 중요하니? 넌 지금 무조건 그 여자를 잊고 지내야 해. 그래야 단 일 프로라도 남아 있는 가능성을 잡을 수 있어. 만약 니가 지금 한 발짝이라도 다가가면 그 여자는 우주 밖으로 달아나. 명심해. 널 안 좋아해서가 아냐. 사람 마음이 그래.” (p.304)

  

이 책의 제목,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은 그녀 김정희에게서 오던 문자 중 하나였다.

 

뭐해요?

 

꽃피는 5월의 계동.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었고, 그는 늘 그렇듯 오후의 홍차로 향하던 어느 날이었다. 오후의 홍차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려던 그 순간,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갑작스런 벨소리에 놀라 들어가려다 말고 도로 가게 밖으로 나와서는 휴대폰 화면을 확인하는데, 세상에...... ‘전화를 걸어온 사람이 여자고 직업은 의사이며 성이 김씨였다면 믿겠는가?’ 하며 그는 두 번째 산문집을 갈무리한다. 그의 변함없이, 당황스러울 정도의 솔직함이 전작 보통의 존재에서는 그를 이해하고 공감하게 만들었다면 이번 산문집 언제 들어도 좋은 말에서는 그의 이야기에 쉽게 빠져들게 만들어서, 쉽사리 빠져나올 수 없게 만들었다. 내 연애처럼 고민하고, 공감하며 읽게 만들다니. , 이러니 내가 그의 산문집을 사랑해 마지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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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까칠하게 말할 것 - 착한사람들을 위한 처방전
후쿠다 가즈야 지음, 박현미 옮김 / MY(흐름출판)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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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을 살아가려면 주변에서 당신을 의식하도록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해야 합니다. 방심하게 만들어서 경계심을 풀게해야 하는 상대도 있지만, 보통은 적당하게 경계하도록 만드는 편이 좋습니다. 이 사람에게 바보 같은 말이나 행동을 하면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 같다, 창피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인상을 줄 필요가 있습니다. (p.41)

 

이 구절을 읽는데 영화 <부당거래> 속 류승범의 대사가 떠올랐다. ‘호이가 계속되면 둘리인 줄 알아요라며 농담 삼아 바꿔 이야기하곤 하는 그 대사. 여기서 호의는 비단 말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데, 그 중에서도 을 제일 먼저 떠올리게 되는 건 왜일까. 그건 아마도, 말의 영향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에게 어떤 부탁을 받았을 때, 그 부탁을 수락하는 것도 거절하는 것도 결국에는 말로 이루어진다. 나로 예를 들자면 이러하다. 부탁을 승낙했을 때, 내가 감수해야 할 일이 얼마나 고될지 알면서도 거절하는 그 한 마디를 못해서 승낙할 때가 많았다. 또 이런 경우. 누군가 나에 대해 한 말에, 나를 무시하는 뉘앙스가 녹아있음을 알면서도 왜 말을 그렇게 하느냐고 한 마디를 못해서 우물쩍 넘길 때도 많았다. 집에 오면 왜 그때 그 말을 못했을까, 하고 후회하면서도 매번 그랬다. 나쁘게 말하자면 미련한 거고, 좋게 말하자면 가끔이라도 까칠하게 말하는 기술을 모르는 사람이다.

 

앞서 소개한 구절은 이 책 가끔은 까칠하게 말할 것속 한 구절이다. ‘착한 사람들을 위한 처방전이라는 게 이 책의 부제인데, 개인으로 착한 사람이라는 표현을 보며 많이 찔렸다. 착한 건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표현이니 둘째치더라도, 영악하지 못한 사람 혹은 답답한 사람을 에둘러 표현하는 것만 같아서. 절대적으로 후자에 속하는 나로서는 위 구절을 비롯해 여러 구절을 읽으면서 공감했지만, 이 책의 모든 부분이 공감이 갔던 건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8낯선 사람을 만난다는 스릴이라는 글이 특히 그랬다. 이 글에서는 인터넷상에서 닉네임을 두고 신랄하게 비판하는데, 닉네임 사용의 부정적인 예만을 떠올리고 글을 쓴 게 아닐까 싶었다. 닉네임, 다시 말해 익명성으로 인한 여러 문제는 여전히 벌어지고 있지만 아닌 경우도 많다. 10년 가까이 블로그를 해오면서, 나는 내 닉네임에 대한 막중한 책임과 자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 오프라인에서 만날 기회가 생겼을 때 닉네임은 그 사람의 이름을 대신하곤 한다. 자신을 타인에게 드러내는 일을 안이하고 어리석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많은데, 책의 방향성 때문인지 이 부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처럼 쓰인 것 같아 아쉬웠다.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할 아침에 까칠하게 말할 수 있으리라 믿었던 건 아니지만, 수확 아닌 수확은 있었다. 바로, 반성이었다.

나를 돌아보면 늘 그랬다. 때때로 까칠하게 말하는 것은 결국 나에게 좋은 일인 것일텐데, 문제는 그 긴장감을 상대가 아닌 내가 더 부담스러워 했다. 겉으로 표현하진 않지만, 속으론 쩔쩔매고 그래서 더 문제였다. 혼자 마음 고생하고 나면 그래, 이게 내 성격이겠거니-’ 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호이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다가 깨달았다. , 결국 상대를 둘리로 만든 것은 나였구나. 그래놓고 둘리인 줄 안다며 혼자 열을 냈구나 하고.

 

착한사람 콤플렉스를 벗어나게 해주는 고수의 대화법을 읽고 나서도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한 건, 둘 중 하나다. 영악하지 못한 사람도 못 되는 답답한 사람이거나 아직 그럴만한 대화를 할 기회가 없었던 것. 아니, 대화에 있어서 고수가 되지 못해도 좋다. 내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고, 나 역시 귀 기울여 들어주고 싶은 상대가 한 명이라도 곁에 있다면 나는 그걸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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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cm art 일센티 아트 - 1cm 더 크리에이티브한 시선으로 일상을 예술처럼 1cm 시리즈
김은주 글, 양현정 그림 / 허밍버드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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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선물 받아 읽고 너무 마음에 들어서, 몇 번이나 구매해 선물했던 책이 있다. 아기자기한 그림과 감성을 자극하는 글로 긴 여운을 안겨주었던 책. 김은주 작가와 양현정 일러스트레이터의 1cm +가 바로 그 책이다. 좋은 기억으로 남았던 1cm 시리즈가 이 책 1cm art라는 책으로 다시 돌아온 걸 보고 반가워했었는데, 마침 이렇게 신간리뷰단을 통해 읽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

 

이 책은 1cm 시리즈가 늘 그래왔던 것처럼, 여전히 크리에이티브한 시선으로 일상을 예술처럼 보게 만들고 생각할 수 있게 만든다. 빈센트 반 고흐의 <파이프를 물고 귀에 붕대를 한 자화상>을 패러디한 그림이 독자를 반겨주던 첫 장. 파이프를 문 곰군을 보며 미소 짓다가 옆에 담긴 글에 시선이 한참 머문다.

 

명작에 필요한 것

 

고흐와 드가와 마네, 르누아르와 세잔,

그리고 다른 동시대의 화가들을 신경 쓰고

질투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면

그는 무수한 명작들을 남기지 못했을 것이다.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을 그리면서

그가 신경 쓴 것은 오직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과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

그리고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일 것이다.

 

- 1cm artp.13 ‘명작에 필요한 것중에서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을 비롯해 모든 명작을 다시 생각하게 해준 글이었다. 명작에 필요한 것은 비단 명작을 신경 쓰는 것만은 아니겠지만, 그 어떤 것보다 명작에 필요한 건 명작만을 신경 쓰는 것임을 생각하게 만들어주었다.

 

이렇게 소개하고 싶은 글이 차고 넘치지만, 가장 마음에 들었던 글을 한 편을 더 소개한다.

 

재능은

잘하는 것을 타고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좋아하는 것을 타고나는 것일 수도 있다.

 

꿈은

좋아하는 것을 통해 다른 어떤 것을 이루는 것일 수도 있지만

좋아하는 것을 계속해서 할 수 있게 되는 것일 수도 있다.

 

- 1cm artp.224 ‘재능에 대한 오해중에서

 

내가 가진 편견들을 깨고 새로운 시각을 갖게 만드는 책 앞에서, 내가 듣고 싶어 했던 말만 쏙쏙 골라 읽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부끄럽지만 나는 이 구절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좋아하는 것을 타고나는 것 역시 재능이라고 말한 것도 좋았지만, ‘오해라는 단어를 이렇게 반갑게 마주할 수 있게 만들다니. 누가 1cm 시리즈 아니랄까봐 이렇게 멋있다.

 

2년 전 지인들에게 1cm 시리즈를 선물했던 그때를 다시 떠올려본다. 내가 이 책을 통해 얻은 새로운 시각, 눈 호강, 훈훈한 감성 등 모든 게 좋았지만 가장 좋았던 건 역시 '여유'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리적인 여유보다는 사고에 있어 여유가 생겼다는 말이 맞겠다. 새로운 시각을 가지고 주위를 둘러보다보니 물리적인 시간은 조금 더 들었지만, 그리하여 조금 다르게 보고 다르게 생각하면서 여유로운 사고를 하게 되었던 것 같다. 부정적이었던 시각도 다소 긍정적인 시각으로 변했는데, 그렇다고 해서 나라는 사람이 온전하게 새로운 사람으로 변한 것은 아니다. 사람이란 그리 쉽게 변하지 않고, 나 역시 다르지 않으니 말이다. 그래도 이 책처럼, 편견을 깨고 다른 시각으로 보고 생각하게 만드는 책을 곁에 두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의 나보다 조금 더 괜찮은 사람을 만드는 건, 어쩌면 일상 속에 숨겨진 1cm의 어떤 것이라는 걸 알게 해준 책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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