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겨울이 가고, 봄이 왔는데도 나는 이 글 주위를 계속해서 맴돈다.
김애란 작가님의 소설 중에 내가 가장 아끼는 소설은, 단편집 《침이 고인다》 중에서 <플라이데이터리코더>다.
베스트5를 꼽으라면 망설이면서도, 막상 한 작품을 꼽으라면 주저없이 <플라이데이터리코더>를 말하곤 했다.
그런데 <서른> 주위를 이렇게 맴도는 걸 보면, 앞으로는 <서른>이 되려나 싶다.

세상에 보탬이 되는 일까지는 아니어도, 나 역시 내가 뭔가 창의적인 일을 하며 살 줄 알았다.

꿈이 막연했던 게 문제였을까?
서른의 주인공과 다른 게 있다면, 누군가 내게 열심히 살았느냐 물어보면

나는 '그렇다' 고 대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정말 어쩌다, 나는, 이런 사람이 됐을까.

나에 대해 생각하면 우울하지만, 스물에 김애란 작가님의 소설을 만난 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김애란 작가님의 소설 덕분에 위로 받았고, 여전히 위로 받고 있다.

단편소설 <서른>의 마지막 두 구절은 이렇다.

잘 지내요, 언니. 언니가 정말 잘 지내주었으면 좋겠어요. 기회가 된다면...... 만일 그럴 수 있다면, 또 쓸게요, 언니.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잘 지내주었으면 한다. 저마다 낙으로 삼는 그 어떤 것에 기대어.

나는 작가님의 새로운 소설을 묵묵히 기다리며 잘 지내보려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월 27일, 함께 주문했던 책들을 먼저 받았으니 19일만에 받아보는 두 권의 책. 초판본 사슴과 진달래꽃.

초판본에 큰 욕심은 없지만, 안사면 왠지 후회할 것 같아서 샀다. (이게 욕심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제작에 문제가 생겨 배송이 지연된다는 문자를 받고,

언제쯤 오려나 잊고 살다가 정말 잊어버릴 즈음에 책을 받았다.
의식하지 않았지만, 책을 기다린 모양이다. 이리도 기분이 좋은 걸 보면. 

 

 


 


"제 시는 사랑을 받고 있나요. 그때쯤은 독립을 했을런지요."

- 경성부 연건동 121번지 김정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을 빌린다는 일은, 책을 읽을 시간을 내겠다고 다짐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런 다짐에 비해 책 욕심만 어마어마한 나는, 빌려온 책을 전부 읽고 반납하는 일이 드물다.

오늘도 어김없이 '오늘은! 정말! 반납만! 하고 가야지!' 마음 먹고 들어갔지만,

반납기에 책을 반납하면서 눈은 신간 서가를 잽싸게 훑는다.

읽고 싶었던 책이 눈에 들고, 이 책이 들어오다니♥ 하고는 책에 절로 손을 뻗는다.

그렇게 나는, 나를 괴롭힌다.

빌려간 책을 쌓아놓고, 가방 여기저기에 챙겨다니지만 '시간이 없어서' 또는 '여유가 없어서' 하고 읽기를 외면한다.

제 욕심에 책을 빌려와놓고, 읽지 않고있는 책을 바라볼 때마다 마음이 불편하다. 그 마음은 책을 반납할 때까지 계속된다.

그리고 책을 반납하러 간 날, 너무나도 익숙한 다짐을 하는 내가 도서관 앞에 서 있다.

'오늘은 정말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책만 빌려서 나오자' 하고 말이다.

오늘도 책을 한아름 안고 집으로 돌아오며 생각했다.

모든 책을 완독할 필요는 없고 그럴 재주도, 시간도 없으면서 이러는 이유는 대체 뭘까.

그 이유는 첫째, 빌려온 책들 가운데 내게 좋은 책이 있을 거라는 기대에 있다.

손 가는대로, 무심결에 빌려와 읽은 책 중에 좋은 책을 발견했던 경험이 반복되면서 학습된 것이다.
이번에도 분명 저 책들 중에 좋은 책이 있겠지 하는 기대.

안 빌려왔다면 모르겠지만, 빌려왔으니 그 기대를 저버릴 수 없는 것이다.

둘째, 이유랄 것도 없는 이유. 욕심 때문이다. 조금만 내려놓으면 되는데.

체력이 될 정도로, 시간이 될 정도로만 읽으면 되는데 싶다가도,

이렇게 읽어서는 발전할 수 없다는 조바심이 날 움직이게 한다.

정말 좋은 책 한 권을 만나는 일은, 야구선수가 홈런을 치는 일과 같다던 구절이 떠오른다.
'제 아무리 훌륭한 타자라도 전타석 홈런을 치기란 불가능하다.

홈런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먼저 스타팅 멤버로 나가서 타석에 서는 숫자를 늘릴 필요가 있다.' 라는 구절.

그 날은 이 구절이 정말 마음에 들었는데. 제 컨디션이 아니어서 그런지, 오늘은 삐딱한 마음을 먹고 조금 다르게 생각해본다.

'홈런'이 야구의 꽃임은 분명하지만, 어디 홈런만 야구의 꽃인가.

6-4-3 병살타가 빛날 때도 있고, 좌측 담장 앞에서 잡히는 희생타가 결승타가 될 때도 있으며,

발로 만든 진루가 그날 경기의 흐름을 가져올 때도 있다.

그러니, 홈런에만 눈이 멀어 나를 괴롭히지 말자. 타율에 집착하지 말고,

오늘도 타석에 설 수 있도록 자기 관리에도 힘 쓸 것!  


댓글(4)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바다소라 2016-04-09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제가 쓴 글인줄 알았습니다! 한아름 빌려오고, 다 못 읽고... 반납만 하자 해놓고 또 한아름 책을 안고 집에 오게 되는 건 멈출 수 없네요 ^^

해밀 2016-04-11 00:33   좋아요 0 | URL
책을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은 다 같은가봐요 :)

정말... 반납만 하자 해놓고 또 빌려와서 그걸 반복하는 건...제가 저를 못말리겠더라구요.ㅎㅎ
그건 아마도 그게 책이어서 그렇고, 책이어서 행복하다고 생각하지만요.^^

프레이야 2016-04-09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욕심은 좋은 것이지요^^

해밀 2016-04-11 00:34   좋아요 0 | URL
그쵸? 제가 가진 욕심 중에 제일 자랑스러운 욕심이랄까요 :)
프레이야님 말씀대로 책욕심은 좋은 것이죠♡
 
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16기 마지막 신간 페이퍼를 쓰며, 4월의 문을 연다.

 

 

 

지난 글에, 누군가에게 선물할 책을 고르다보면, 책을 선물하는 그 시점의 내 심리상태가 파악되곤 한다고 쓴 적이 있다.

 

마스다 미리의 책에 빠져있을 땐, 어김없이 마스다 미리의 책을 골랐고

최근엔 아들러 심리학에 관련된 글이 담긴 라이팅북을 선물했다.

 

그럴 여유가 없다 하더라도, 책을 앞에 두고 조용히 손글씨를 쓰는 시간을 갖길 바랐다.

요즘의 내가 그러해서, 선물 역시 나의 심리를 피해갈 수 없었던 모양이다.

 

 

이번 신간 페이퍼를 쓰려고 신간코너를 둘러보니

비단 책을 선물하는 일만이 아닌, 읽고 싶은 책을 고르는 것 역시 내 심리가 녹아든다는 생각이 든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나, 선호하는 출판사의 책이 아닌 지금의 내 심리가 손을 뻗는 책인 셈이다.

 

 

 

1. 사노 요코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격하게 솔직한 사노 요코의 근심 소멸 에세이'라는 부제가 참 마음에 들었다.

그녀의 또 다른 에세이 <사는게 뭐라고>와 함께 읽고 싶다.

이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근심에서 벗어나고 싶은 심리가 반영되어 이 책을 고르지 않았나 싶다.

 

 

 

2. 알랭 <알랭의 행복론>

 

 

 

<좋은글 대사전>에서 알랭의 글을 읽었나, 인스타그램에서 알랭의 글을 접했나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그 글이 참 좋았다. 좋았다면서 기록해두지 않는 내 모순을 뒤로하고, 이 책에 눈길이 갔다.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세상의 모든 방법을 읽는다고 해서

당장 내 인생이 행복해지는 건 아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마음 먹기 나름이 아닐까.

 

 

 

3. 최원호 <혼자가 되는 책들>

 

 

예술서 MD의 서평 에세이답게, 예술 서적에 관한 리뷰다.

 

제목도 제목이지만, 책 표지에 "모두 언젠가는 혼자가 될 것이다"라는 글이 마음에 들었다.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라는 제목이 참 좋았던 때가 있는데,

'모두 언젠가는 혼자가 될 것이다'에 더 마음이 가는 걸 보면

요즘의 내 심리가 이해가 가는 것이다.

 

 

 

4. 다나베 세이코 <여자는 허벅지>

 

 

지난 3월에, 재개봉한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다시 보고 왔다.

집에서 몇 번이나 다시 돌려봤던 영화였는데, 꼭 한 번 영화관에서 다시 보고 싶었다.

 

그런 작품의 원작 소설을 쓴 작가의 에세이라니, 궁금하지 않을 수가 있나.

 

 

 

5. 최현정 <빨강머리N>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원작 <빨강머리 앤>을 오마주한 책으로, 인생의 모든 희로애락을 담고 있다. 강하고 성숙한 어른이 되고 싶지만 아직은 나약한 아이로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혹은 꿈 많고 순수한 아이로 남고 싶지만 이미 현실과 타협한 어른이 되어버린 모두의 이야기를 말이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모습의 어른으로 성장했을까? 그리고 이 시대는 우리 마음에 드는가? 빨강머리N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대신 속 시원한 청량감을 선사한다. 위로의 말 한마디 없는데 이상하게 위로가 된다. 보고 있으면 재밌는데 보고 나선 눈물이 난다. 작가는 <빨강머리N>을 MSG 같은 책이라고 소개했고, 작가의 말대로 이 책 속에는 인생의 모든 맛이 담겨있다.

 

 

*

 

어차피 세상의 주인공이 되긴 글러먹은 인생, 생각을 고쳐먹기로 했다.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가 무려 5개나 되는 오달수처럼. 주인공에게 꽂혀야 할 시선을 강탈하는 라미란처럼. 나, 주인공이 되기 위해 발버둥 치는 대신 특별한 조연이 될 것이다. 기대하시라. 새로운 신 스틸러의 탄생을. _<신 스틸러> 중에서

 

 

 

다시 말해, 이 책은 '사이다'같은 책이다.

 

 너도 나도 고구마를 먹고 또 먹는 답답한 삶 속에서,

주인공이 되기 위해 발버둥 치는 대신 특별한 조연이 될 것이라 말하는 작가.

 

세상살이에 지친 어른아이의 취향? 아니다, 심장저격 에세이다.

 

신간평가단 책 선정의 무게(?)를 생각하면 이 책은

선택되지 않을 확률이 높으니, 미리 사 읽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책이기도.ㅎㅎ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컨드핸드 타임]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세컨드핸드 타임 - 호모 소비에티쿠스의 최후 러시아 현대문학 시리즈 1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김하은 옮김 / 이야기가있는집 / 201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때론 한 사람의 목소리가, 열 편의 글을 대신한다.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의 육성기록을 담은 책 금요일엔 돌아오렴이 그랬다.

 

학생들은 34일의 수학여행을 마치고 금요일에 돌아오기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배에 갇힌 일반인 승객들과 더불어 끝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남겨진 가족들이 가닿을 수 없는 수백개의 금요일은 유가족의 생생한 인터뷰로 남아 하나의 기록이 되었다. 읽어내기 쉬운 책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완독해낸 건 목소리가 주는 힘 덕분이었고, 이 책을 기억하는 것 또한 목소리 덕분이라 생각한다.

 

2015,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며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세컨드핸드 타임또한 목소리로 이루어진 책이다. 아니, 목소리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목소리 소설이라는 독창적인 장르를 개척한 책이다.

책의 두께에 지레 겁먹은 나는, 이 책의 장르가 낯설다는 것을 핑계 삼아 책장에 꽂아두고 한참을 멀리했다. 뒤늦게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깨달았다. 장르가 아니라 이 책의 배경이 된 1990년대를 낯설어했음을. 동시에, 부끄러웠다. 얼마 전, 영화 <사울의 아들>을 봤을 때처럼. 나는 극히 일부를 알고 있었고, 어쩌면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다.

 

이 책을 다시 설명하자면 이렇다. 우리가 응답할 추억을 쌓아가던 1990년대. 정확히는 1991, 공산주의 체제 붕괴 이후 20년 동안 소비에트 사회의 변화와 사람들의 상실감, 사회에 적응하는 과정 등의 정신적인 변화를 담아내고 있는 책. 나는 이 주제가 다소 어려워서, 이 책을 이렇게 읽기로 했다. ‘무엇에 대한책이라고.

 

독재의 아름다움과 시멘트에 박힌 나비의 비밀에 대해, 살인을 하는 사람들이 신을 위해 일한다고 믿고 있는 시대에 대해, 행복과 매우 닮은 외로움에 대해, 모두를 죽이고 싶다는 마음과 그 마음을 품었다는 생각만으로도 몸서리치는 사람들에 대해, 용감한 행동과 그 결과에 대해.

 

그들이 말하는 무엇에 대한이야기는 곧 그들의 일상이었고, 삶이었다. 1990년대에 그곳을 살아낸 평범한 사람들. 그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작가는 무려 1,0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을 인터뷰했다고 한다. 인터뷰 끝에, 작가에게 남은 목소리 하나하나. 그것을 그저 활자로 녹여낸 책이었다면 이 책은, 일부에서 평하는 것처럼 르포일 뿐이며 소설이 아니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결과론이지만,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답게 알렉시예비치는 목소리를 그냥 옮기지 않았다. 소설가라는 자신의 본분을 최대한 살려, ‘목소리 소설을 구현해낸 것이다.

 

앞서, 때로 한 명의 목소리가 열 편의 글을 대신한다고 썼다. 이때 한 명의 목소리는 군더더기 없이 담백하다. 그렇지만 누군가의 말을 받아 적고 그것을 정리해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정성어린 손길로 다듬어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렉시예비치는 묵묵히 그 길을 걸어왔고, 그 길은 앞으로도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그 끝엔 옛 소련도, 사회주의도, 희생도 아닌 사람이 있으니까.

 

영화 <사울의 아들> 리뷰에 이런 글을 썼다. ‘기억은 한 사람을 기억하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책 세컨드핸드 타임에서는 크세니야-다니야 자매의 엄마를 기억하고 싶다. 200426, 모스크바 지하철 자모스크보레츠카야 선, 아프토자보드스카야 역과 파벨레츠카야 역 사이에서 테러가 자행되었던 그날, 그 악몽 같은 곳에 있었던 한 사람.

 

제 인생의 소원은 그 어떤 것 하나 이뤄진 것이 없어요.” (p.498)

 

전 성당에 다니기 시작했어요. 제게 신앙이 있을까요? 잘 모르겠어요. 다만 누군가와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한번은 신부님이 설교를 하셨는데, 인간은 큰 고통을 만나게 되면 신에게 가까워지든지 아니면 오히려 멀어지든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한다고 하셨어요. 인간이 만약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지는 걸 선택한다 할지라도 그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그건 슬픔과 아픔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요. 그건 저에 대한 얘기였어요.” (p.503)

 

예전에 저는 제 안에 있는 것과 좀처럼 대화를 나누지 않았었죠. 그런데 전 지금 광산에서 사는 것처럼 살아요. 걱정하고 고민하고 늘 새로운 잡생각으로 저 자신을 괴롭히죠. ”엄마, 마음을 좀 감춰요!“ 아니, 사랑하는 내 딸들아, 난 말이지, 내 감정들이 내 눈물들이 그냥 이렇게 사라지는 건 원하지 않는단다. 흔적도 없이, 표시도 없이……. 전 그게 제일 큰 걱정거리예요. 제가 겪은 모든 일을 내 아이들에게만 남기고 싶지 않아요. 다른 사람에게도 이것을 전해서 이 일들이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으면 좋겠고, 그래서 원하는 사람들이 가져갈 수 있게끔 하고 싶어요.” (p504)

 

 

이 책이 내 품에 들어온 순간 알았다. 신간평가단 활동이 아니면, 읽을 엄두도 못 냈을 책이라고. 읽어내기 쉽지 않고, 글 쓰는 건 더 어려워서 결국 마감일을 넘겨서야 온전히 책장을 덮는다. 이 글을 쓰는 내내, 몇 번이고 인상 깊었던 목소리를 다시 찾아 읽었다.

 

보통 사람은 역사를 위해 살지 않아요. 그보다는 훨씬 단순하게 살아요.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집을 지으며 살아요.”

 

슬픔을 겪다 보니 좋은 일들을 잊고 살았어요. 우리도 젊었을 때는 사랑이란 걸 했는데 말이에요.”

 

그들을 기억하는 동시에, 내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역사를 위해 살지 않는 보통 사람인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슬픔을 겪다 보니 좋은 일들을 잊고 사는 건 아닌지.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