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이 절대 하지 않는 40가지 습관 - 상위 1% 부자 3,000명에게 배운, 평생 돈 걱정 없이 사는 법
다구치 도모타카 지음, 안혜은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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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 부자들이 절대 하지 않는 40가지 습관을 접했을 때, 내가 이 책을 읽고 싶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하지 않는데 있었다. 하는 데에도 이유가 있겠지만, 하지 않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더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책의 제목이 그냥 부자들의 40가지 습관이었다면 내가 이 책을 궁금해 했을까? 아마도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이전의 책들과 비슷한 책이겠거니 넘겼을 것이 분명하다.

 

2.

저자 다구치 도모타카는 앞일을 생각하지 않고 낭비를 일삼다가 28세 때 파산 직전에 이를 정도로 많은 빚을 지게 되었지만, 철저한 절약과 자산 운용으로 불과 몇 년 만에 모든 빛을 청산한다. 이후 수입의 복선화’, ‘코어 앤 세틀라이트 투자방식으로 자산을 불려... 뭐라뭐라 설명하지만 어려우니까 요약해서 말하자면 수많은 부자들을 인터뷰하면서 발견한, 그들만의 공통적인 철학을 알리고자 이 책을 집필한 작가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서 말하는 공통적인 철학은 책의 제목에 실린 것처럼 습관을 뜻하고, 습관은 곧 자기관리로 이어진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책에 실린 것보다 더 많은 습관들이 있겠지만, 그중 40가지 습관을 식사-투자--관계-교제라는 다섯 가지의 카테고리로 나누어서 설명한다. 이 습관들 중에 내가 인상 깊게 읽은 두 가지 습관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한다.

 

먼저 식사에 관한 습관. 똑똑한 부자는 메뉴 선택을 고민하지 않는다. 메뉴 결정이 빠르다는 것은 명확한 선택 기준이 있다는 증거. 예를 들어, 칼로리를 생각해서 고기보다는 생선을 고르고, 덮밥보다는 음식 가짓수가 많은 정식을 고르는 등의 명확한 판단 기준이 있기 때문에 고민 없이 고를 수 있는 것이다.

 

고작 메뉴 선택인데 너무 확대 해석 하는 것 아니야?’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메뉴 선택 시 기준이 없는 사람은 대부분 업무와 생활에서도 기준이 없다. 돈이 안 모이는 것도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p.55)

 

단순히 메뉴 선택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저축을 하거나 다이어트를 할 때 등등 전반적으로 명확한 기준을 가지는 습관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였다.

 

두 번째로, 투자에 관한 습관. 똑똑한 부자는 돈을 모으는 데만 집중하지 않는다. ‘돈을 써야 할 때 제대로 쓴다는 것은 단순히 저축액을 늘리는 게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돈을 불린다는 생각을 갖는 것이다. 부자가 되어 이상적인 인생을 손에 넣은 사람은 예외 없이 인생의 한 지점에서 투자의 위험을 감수한 사람들이라는 것 또한 인상적이었다. 저축은 중요하지만, 저축만 해서는 이상적인 인생을 얻을 수 없다.

 

3.

하지 않는 습관을 통해서 부자가 되는 자기 관리를 하게 되는 것. 하나하나 따지면 실천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습관으로 들이면 자기 관리의 과정을 즐기게 된다는 것이 이 책의 제일 큰 핵심이 아닐까 싶다.

 

나는 부자를 원한다기 보다는 낭비 없이 알뜰하게 돈을 관리하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읽었다. 습관으로 들이기는 쉽지 않겠지만, 이 책에서 설명하는 습관들을 통해 전보다 자기 관리를 즐기는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다. 이것이야 말로 어쩌면 부자가 되는 것만큼 중요한 수확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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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냥이로소이다 - 웬만해선 중심을 잃지 않는 고양이의 바깥세상 참견기
고양이 만세 지음, 신소윤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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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 마리의 필냥이가 있다. 중성화한 수컷 고양이로, 20112월 서울의 한 가정집에서 태어났다. 코리안숏헤어터키시앙고라의 피를 반반씩 물려받아 얼굴과 체형은 코리안숏헤어, 털색은 터키시앙고라의 흰색이다. 팔다리를 뻗어 만세하듯 보이는 동작이 특기라 이름도 만세가 된 고양이. 반려인 1이 기사 쓰는 걸 돕던 중 덜컥 기자가 되었고, 사냥에 나갔다 죽은 줄 알았던 반려인 1이 작고 낑낑거리는 생명체를 가슴에 품고 돌아오던 날부터 육아냥을 겸업하게 되었다. 이 책은 그런 만세가 바라 본 요즘 세상, 요즘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부산스러운 반려인 둘과 시끄럽지만 사랑스럽고, 귀엽지만 얄미운 사람 아기와 치와와 제리 형님과 함께 살지만 걱정 없이 늘상 여유로운 만세는 모두가 깊이 잠든 칠흑같이 까만 밤에 원고를 쓰며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의 기쁨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고양이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인간의 정서다. 하지만 나날이 이어지는 수많은 걱정과 고민 끝에 조금 더 나은 내일을 만들려는 그들의 삶의 방식을 폄하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내가 사랑하는 인간들이 내일 걱정을 위해 오늘밤 잠자리를 뒤척이는 오류는 범하지 않았으면. 어떤 날에는 고양이처럼 하루 종일 별일 없이 시간을 보내면서 무엇에도 맘 졸이지 않는 하루를 지내봤으면. (p.146)

 

별 하나에 걱정과 별 하나에 또 다른 걱정을 하는 인간들을 생각한다. 또 만세는 비가 내릴 것 같은 밤이면 길고양이 가족이 오늘도 무사했는지 생각한다.

 

집고양이의 평균수명은 길고양이보다 네댓 배나 길어. 나는 길에서의 삶이 어떤 것인지 도통 모르고 있는지도 몰라.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고된 일상을 버티고 살아남아야 하는 나날일 거라고 겨우 짐작만 할 뿐이야. (p.222)

 

겨우 짐작만 하지만, 부디 오래오래 힘세고 건강하게 그곳에 있어달라고 누구보다 바라는 냥이는 내일도 보내지 못할 편지를 쓸 것이다.

 

고양이의 시점에서 쓰여서 그런지, 고양이에 대한 마음이 한결 와 닿았다는 생각이 든다. 만세의 시선으로 쓰여서 더욱 와 닿았던 구절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이 구절이다.

 

어느 날 아침 반려인 1은 출근과 아이 등원 준비를 동시에 하며 정신이 없던 중이었다. 평소 집 안에 낙서하지 않던 지우는 바닥에 크레파스로 주욱 선을 그었다. 반려인 1은 처음이니 그럴 수도 있지 하며 물티슈로 바닥을 훔쳤다.

그날따라 엄마를 기다리는 게 지루했던 걸까. 지우는 방금 갈아입은 옷에도 그림을 그렸다. 반려인 1이 한숨을 쉬며 옷을 갈아입혔다. 그런데 점점 더 처음 해본 놀이가 재미있었던 모양이다. 새 옷에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분노 열매를 먹은 반려인 1이 결국 목소리를 높였다.

 

지우야! 엄마가 낙서 그만하라고 몇 번 말했니? 어린이집 안 갈 거야? 엄마 회사 안 가도 돼? 바쁜데 도와주지도 못할망정 이럴 일이니?”

 

캣 타워에서 내려다보고 있던 나는 그녀가 소리 지른 것을 금세 후회할 것이라 예상했다. 아니나 다를까, 반려인 1은 아이에게 말했다.

 

엄마가 아까 화내서 미안해. 바쁜데 자꾸 낙서해서 옷을 갈아입어야 하니까, 마음이 급해서 그랬어.”

괜찮아, 엄마. 그런데 소리는 지르지 마. 그러면 엄마 목이 아프잖아.”

 

늘 그렇지만 어른은 아이보다 못하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아이의 말을 오래오래 곁에서 듣고 싶다. 내 몸에 얼굴을 폭 기대며 만세가 좋아, 너무 좋아라고 쏟아내는 고백도. (p.85)

 

아마도 이런 날은 하루 이틀이 아닐 것이다. 출근 하나로도 충분히 바쁜데, 등원을 챙겨야 하는 엄마는 늘 정신이 없고 아이는 엄마 속도 모르고 세상 느긋하다. 그렇지만 아이가 이렇게 말을 하면 열이면 열 무너지고 마는 것이다. 만세의 말마따나 가능하면 오래오래 곁에서 듣고 싶은, 순수하고 아름다운 아이의 말. 만세의 시선이 아니었으면 보지 못했을 하나의 풍경이었다.

 

옮긴이의 말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낸 저자는, 자신과 함께 사는 동물들의 마음이 늘 궁금했다고 한다. 몇 날 며칠을 앓으면서도 찍소리 내지 않고 참는 반려견 제리에게 꼭 한번 말을 걸어보고 싶었고, 아픈 제리를 살피느라 어떤 날은 한 번도 쓰다듬어주지 못했던 만세에게도 어떤 마음인지 물어보고 싶었다고. 특히 가장 늦게 가족으로 합류한 사람 아기의 등장에 보살핌을 받는 순서가 훌쩍 뒤로 밀려버렸음에도, 아이에게 다정하게 구는 것을 볼 때도 자꾸만 말을 걸고 싶었다고 한다. 최대한 그들의 시선 가까이에서 글을 쓰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이다.

 

한 번쯤 꼭 듣고 싶었던 말들을 생각했던 그 모든 시간들은, 만세의 글을 옮긴 저자에게도 이 책을 읽게 된 나에게도 따뜻한 글로 남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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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노

(일본어) 피고, 마지막으로 할 말은 없는가.

 

마키노를 바라보는 박열.

 

박열

(일본어) 없네... 수고했네.

마키노

(일본어) 가네코 후미코,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는가.

후미코

(일본어) 나는 박열의 본질을 알고 있다.

그런 박열을 사랑하고 있다.

그가 갖고 있는 모든 과실과 결점을 넘어 나는 지금 그를 사랑한다.

나는 지금, 그가 나에게 저지른 모든 과오를 무조건 받아들인다.

재판관들에게 말해 두고자 한다. 부디 우리 둘을 함께 단두대에 세워 달라고.

박열과 함께 죽는다면 나는 만족스러울 것이다.

 

입 닥쳐!’ ‘재판 빨리 끝내!!’ 삿대질과 고함을 치는 일본인 방청객 사이에서

일본 신문 기자들이 메모지에 재판기록을 빠르게 써 내려간다.

밖에서 들려오는 조선인들의 외침소리.

모두 웅성거림으로 변하며 후미코의 목소리만 들려온다.

 

후미코

(일본어) 그리고!!! 박열에게 말해두고자 한다.

설령 재판관의 선고가 우리 두 사람을 나눠놓는다 해도

나는 결코 당신을 혼자 죽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박열이 후미코를 향해 미소 짓는다.

엄청난 소음 속에 고함치듯 선고하는 마키노.

 

마키노

(일본어) 형법 제73조에 의거하여 폭발물 취납 벌칙

3조 위반을 적용하여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에게 사형을 선고한다.

 

급하게 판결봉을 두드리는 마키노.

방청석에서 안도와 기쁨의 격한 반응이 흘러나온다.

마키노와 재판장들이 서둘러 자리를 뜨려고 일어선다.

 

박열

어이! 재판장!

 

외면하고 걸어가는 재판장.

 

박열

! 재판장!

 

박열을 저지하는 법원경찰.

박열을 지지하는 방청객들의 야유와 반대하는 방청객들의 소란이 뒤엉킨다.

 

박열

(일본어) 내 육체야 자네들 마음대로 죽일 수 있겠지만,

내 정신이야 어찌할 수 있겠는가.

후미코

(일본어) 드디어 허위와 가식의 재판이 끝났군. 만세!

 

법원경찰들이 박열과 후미코를 끌고 법정을 나선다.

끌려가면서 만세!를 외치는 후미코.

여기저기 붙잡히며 뜯어져나가는 박열과 후미코의 옷자락. 만세!

외침과 삿대질을 퍼붓는 방청객들.

 


*



시나리오 6호(2017 가을)를 읽는데,

최후 변론씬에서 박열과 후미코의 목소리가 들렸다.


영화 '박열'에서 너무나도 좋아하는 최후 변론씬.


박열을 사랑하는 멋진 후미코가 좋고,

그런 후미코가 사랑하는 박열 역시 멋있어서

최후 변론씬을 보는 내내 가슴이 두근거렸던 기억이 난다.


생각나면 언제든 다시 찾아 읽고 싶어서 기록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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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03 영화, 원더풀 라이프.

1. '원더풀 라이프'가 얼마나 좋았는가 하면, 내일 출근만 아니면 한 두어시간쯤 여유있게 걸으면서 영화를 곱씹다 들어가고 싶었고(그러기엔 동진님이 오늘도 질의응답 없는 투머치토킹으로 해설시간을 꽉 채워주시는 바람에 불가능했지만), 기다리던 오디오 배송 온 것도 뒷전으로 두고 내내 영화를 생각했다.


2. 어제 새벽 3시까지 글을 쓰느라 5시간을 채 못 자고 출근해서 컨디션이 엉망이었다. 이 영화를 손꼽아 기다려왔던 것에 비하면 200% 감상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흡족하게 봤다.

이 영화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이렇다. 와, 나 새해부터 이렇게 좋은 선물을 받아도 되나? 새해 첫 영화이자 새해 첫 라이브톡이 원더풀 라이프라니. '패터슨'이 연말을 마무리하기에 좋은 영화였다면 '원더풀 라이프'는 새해를 시작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영화다.
그 중심에는 구성이 있다. 두 편의 영화가 나란히 월화수목금토일을 보여주고 다시 월요일을 맞는다는 점이 흥미롭다. 패터슨 시에 사는 패터슨 씨와 림보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도 새로운 월요일이 온다는 것. 어떤 한 주, 어떤 한 달, 어떤 일 년을 보낼지는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렸음을 다시금 깨달았다. 이와 같은 삶 속에서 우리는 어떤 사람들과 추억을 만들고 있으며, 어떤 기억을 안고 살고 싶은지 ‘원더풀 라이프’는 물었고, ‘패터슨’의 패터슨 씨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누군가에게는 영화가, 드라마가, 책이, 여행이, 운동이 힘이 될 것이라고 일러주었다. 그에게는 시(詩)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하여 나는 ‘원더풀 라이프’의 물음을 안고 패터슨 씨가 일러준 힘으로 2018년을 살아보자고 다짐했다.


3. 지난 '세 번째 살인' 라이브톡에서 다음 라이브톡 예고로 '원더풀 라이프'에 대해 이야기 할 때였다. 좋은 영화에 대해 소개할 때 으레 그렇지만, 평소와는 다르게 들떠있는 느낌이었다. 그래, 이건 마치... tvN '비밀 독서단'에서 《무진기행》을 다루게 되었을 때의 동진님의 모습과 같았다. 무진기행이 그랬던 것처럼 열과 성을 다해 소개할 수 있는 시간이 온 것이다. tvN '어쩌다 어른'에서 인생 영화로 '원더풀 라이프'를 꼽고,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반짝이던 그 눈빛 역시 잊을 수 없다. 그래서 어떤 영화인지 정말 궁금했는데 영화를 보면서 납득했고, 해설을 들으면서 두 번 납득했다. 이런 영화를 두고 인생 영화라고 하는구나 생각했다.

4. 나는 책이든 영화든 드라마든 애정이 과하면 그것에 대해 더 표현하지 못하고, 그저 좋아하는 걸로 그치고 마는 든버릇이 있다. 애정하는 작품 앞에서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야기할지 헤맨다. 우선순위가 엉망이 되는 바람에 이야기를 꺼냈다가가도 마무리 짓기가 쉽지 않다. 헌데 동진님은 시간적 여유가 있었으면 정말로 '내가 영화 원더풀 라이프를 좋아하는 101가지 이유'에 대해 말할 것 같았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 할 수 있는 열정과 그 능력이 진정 부러웠다.

5. 무엇보다 부러웠던 건 이 영화에 대한 동진님의 20자평에 있다.
'운명처럼 다가오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가 운명처럼 다가온 이의 생은 어떠했을까.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기억 하나를 내내 생각해왔을 삶.

시오리의 방문이 열리고, 시오리는 방에 들어온 이를 맞이한다. 새로운 월요일이다. 영화관을 나서는 순간 다시금 시작되는 영화라더니, 정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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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곰 라이프 - 더 적게 소유하며 더 나은 삶을 사는 법
안나 브론스 지음, 신예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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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근 미니멀리즘이 떠오르면서 관련 서적이 많이 출간 되었다. 대세의 흐름에 편승해서 나 역시 몇 권 찾아 읽어봤지만, 나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뿐 크게 와 닿지 않았다. 나는 너무 많은 것을 껴안고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생에 미니멀은 글렀어하며 소비를 합리화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그렇게 살지 못하는 나를 탓하기도 했다.

  

 

2. 오늘 김생민의 영수증을 보는데, 나처럼 많은 짐을 껴안고 사는 랩퍼 슬리피가 방송에 나왔다. 의뢰인의 집에 방문해서 분석하고 조언을 해주는 출장 영수증이라는 코너였다. MC들은 슬리피의 집에 들어서자마자 나란히 탄식했다. 거실에 놓인 방대한 짐 때문이었다. 하나씩 보면 쓸 만한 물건들인데, 구별되지 않고 한 곳에 모아두니 전혀 조화롭지 않았다. 또한 신발이 너무 많아서 수납되지 못한 신발들이 나와 있었고, 옷이 넘쳐나는 까닭에 그는 막상 거실에 나와 취침을 하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누가 뭘 준다고 하면 일단 받아두고 봤던 협찬품이 집안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MC 송은이가 가지고 있는 물건들에 대해 솎아 내본 적이 있냐고 묻자 슬리피는 아깝다고 답했다. 이것도 저것도 아깝다는 생각에 버리지 못하고 껴안고 살았던 것이다. 그런 슬리피에게 소비요정 김숙은 “(공짜라도) 물건이 많아지면 그만큼 이고 살아야 할 게 많아진다(유지, 보수의 부담도 커진다)”고 말했고, 이어 제가 왔던 길이에요. 처음엔 그냥 못 버려요. 하루에 한 개를 버려요. 내일은 두 개를 버려요. 삼일째는 세 개를 버려요.” 라고 충고했다.

  

 

3. 내가 읽고 있던 이 책 라곰 라이프와 겹치는 부분이 있어서 흥미로웠다. 슬리피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워낙 짐이 많은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미니멀하게 살기란 결코 쉽지 않다. 슬리피는 스웩을 포기할 수 없고, 나는 그간 모아둔 책을 포기할 수 없으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라곰이 아닐까 생각했다.

 

라곰 Lagom

(부사) 딱 맞게, 충분히 적당히

(형용사) 알맞은, 충분한, 적당한, 걸맞은

출처 : 놀스텟츠 출판사 스웨덴어-영어사전 NORSTEDTS ORDBOK

 

아주 적고, 최소로 살기 어렵다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고, 딱 적당하게 사는 것이다.

 

스웨덴 사람들의 삶에 밴 이 라곰은 모든 요소에 두루 쓰일 수 있는 포괄적인 단어다. 밥을 먹을 때도, 한잔할 때도, 일을 할 때도 적용할 수 있다. 일에 적용한 예를 들자면, 스웨덴의 커피 타임 피카fika’가 있다.

 

평소에는 통곡물과 채소를 주로 사용한 심플한 음식을 먹다가도, 친구나 동료와 함께 피카 시간을 보낼 때는 버터를 듬뿍 바른 빵과 혀가 녹을 듯이 달콤한 초콜릿을 마음껏 먹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핵심은 피카가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숨을 돌리는 시간이라는 것이다. 바쁜 중에도 짬을 내어 커피 한잔하는 여유를 즐기는 것. (p.103)

 

피카야말로 라곰이 가장 잘 스며든 문화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일과 먹을 것에 대한 스웨덴 사람들의 라곰한 생각을 알 수 있었다.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숨을 돌리는 시간에 그치지 않고, 피카 그 자체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일과 먹을 것을 지나오면 주거 공간에서의 라곰이 등장한다.

 

라곰하게 디자인한 집은 곧 미니멀한 집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 가정에 라곰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어떤 특정한 스타일로 인테리어를 한다는 뜻이 아니다. 라곰한 집 꾸미기를 위해 꼭 장만해야 할 물건이 있는 것도 물론 아니다. 우리의 집이 어떤 공간이길 원하는지, 무엇이 우리에게 중요한지 파악하는 것이 먼저다. 그래야 균형을 잡을 수 있다. (p.131)

 

그렇게 잡힌 균형은 친밀함으로 나타난다는 생각이 든다. 중요한 것은 결국 가정이고 가족이라는 것.

 

스웨덴 사람들은 집을 외부인 보란 듯이 근사하게 꾸미지 않는다. 대신 얼마나 편리하고 푸근한 공간인지에 중점을 둔다. 그래서 스웨덴의 집은 포근하고 매력적이다. 누구든 팔 벌려 환영하는 느낌이다. 그곳에 콕 박혀 뒹굴뒹굴하고 싶다. (p.136)

 

내가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단순함 속의 작은 화려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5장이었다. 일상의 라곰. 바로 반복되는 일상에 예술을 받아들이는 방법이다. 우리 손으로 직접 무언가를 만드는 것, 글쓰기, 뜨개질, 노래 등 나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것이면 무엇이든 좋으니 창조적인 배출구를 찾는 것, 창의력이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매일같이 새로운 창의력 타령을 하기는 힘드니 장기 프로젝트에 도전해보는 것, 직접 무엇인가를 만드는 일에 딱히 열정을 느끼지 못한다면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것.

라곰을 몰랐던 내가 홀로 실천하고 있는 것들이 담겨 있어서 반가웠다. 일상 속에서 꾸준히 글쓰기를 하며, 그것을 습관화하기 위해 장기 프로젝트를 실천하려 계획 중이고, 내가 도전하기 어려워하는 분야는 예술가들을 통해 핸드메이드 제품을 구매해 선물한다. 다른 건 몰라도 일상의 라곰은 내 안에도 스며들어 있었다.

 

그 어떤 것보다 라곰이 필요한 부분은 역시 마음이 아닐까 싶다. 마음을 생각하면 물건이야 얼마든 버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수선한 마음만큼 정리하기 어려운 것도 없다. 이 책에서는 전자기기를 멀리하고 스트레스를 관리하라고 조언하는데, 전자는 충분히 시도해볼만한 일이다. 특히 잠들기 전에 멀리하는 것. 아주 중요하다. 나 역시 잠들기 전까지 스마트폰을 붙잡고 있어서 늘 문제인데, 이걸 위에서 언급한대로 장기 프로젝트로 실천해보기로 했다. 가까이 하는 것이 습관이라면 멀리 하는 것을 습관으로 만들어보기로 한 것이다.

또 이 책에서는 온라인 교류 대신 직접 만나기를 권하는데, 나는 이걸 사람이 아닌 서점에 적용하여 실천하기로 했다.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덜 사고, 오프라인 동네 서점을 찾아다니며 책을 구입하기로 한 것이다. 좀 더 자세하게는 독립출판물을 구매하는 것인데, 당장 이번 주에 방문한 동네 서점에서 새로운 사람을 알게 되었다. 계속해서 온라인 서점에서만 책을 샀다면 오지 않았을 기회였다.

 

이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나는 내 삶을 정의할 수 있었다. 미니멀은 멀지만 라곰에는 가까운 삶. 여전히 미니멀은 멀지만, 이 책을 통해 내 일상에 라곰이 스며든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번 생에 라곰은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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