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103 영화, 원더풀 라이프.

1. '원더풀 라이프'가 얼마나 좋았는가 하면, 내일 출근만 아니면 한 두어시간쯤 여유있게 걸으면서 영화를 곱씹다 들어가고 싶었고(그러기엔 동진님이 오늘도 질의응답 없는 투머치토킹으로 해설시간을 꽉 채워주시는 바람에 불가능했지만), 기다리던 오디오 배송 온 것도 뒷전으로 두고 내내 영화를 생각했다.


2. 어제 새벽 3시까지 글을 쓰느라 5시간을 채 못 자고 출근해서 컨디션이 엉망이었다. 이 영화를 손꼽아 기다려왔던 것에 비하면 200% 감상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흡족하게 봤다.

이 영화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이렇다. 와, 나 새해부터 이렇게 좋은 선물을 받아도 되나? 새해 첫 영화이자 새해 첫 라이브톡이 원더풀 라이프라니. '패터슨'이 연말을 마무리하기에 좋은 영화였다면 '원더풀 라이프'는 새해를 시작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영화다.
그 중심에는 구성이 있다. 두 편의 영화가 나란히 월화수목금토일을 보여주고 다시 월요일을 맞는다는 점이 흥미롭다. 패터슨 시에 사는 패터슨 씨와 림보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도 새로운 월요일이 온다는 것. 어떤 한 주, 어떤 한 달, 어떤 일 년을 보낼지는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렸음을 다시금 깨달았다. 이와 같은 삶 속에서 우리는 어떤 사람들과 추억을 만들고 있으며, 어떤 기억을 안고 살고 싶은지 ‘원더풀 라이프’는 물었고, ‘패터슨’의 패터슨 씨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누군가에게는 영화가, 드라마가, 책이, 여행이, 운동이 힘이 될 것이라고 일러주었다. 그에게는 시(詩)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하여 나는 ‘원더풀 라이프’의 물음을 안고 패터슨 씨가 일러준 힘으로 2018년을 살아보자고 다짐했다.


3. 지난 '세 번째 살인' 라이브톡에서 다음 라이브톡 예고로 '원더풀 라이프'에 대해 이야기 할 때였다. 좋은 영화에 대해 소개할 때 으레 그렇지만, 평소와는 다르게 들떠있는 느낌이었다. 그래, 이건 마치... tvN '비밀 독서단'에서 《무진기행》을 다루게 되었을 때의 동진님의 모습과 같았다. 무진기행이 그랬던 것처럼 열과 성을 다해 소개할 수 있는 시간이 온 것이다. tvN '어쩌다 어른'에서 인생 영화로 '원더풀 라이프'를 꼽고,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반짝이던 그 눈빛 역시 잊을 수 없다. 그래서 어떤 영화인지 정말 궁금했는데 영화를 보면서 납득했고, 해설을 들으면서 두 번 납득했다. 이런 영화를 두고 인생 영화라고 하는구나 생각했다.

4. 나는 책이든 영화든 드라마든 애정이 과하면 그것에 대해 더 표현하지 못하고, 그저 좋아하는 걸로 그치고 마는 든버릇이 있다. 애정하는 작품 앞에서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야기할지 헤맨다. 우선순위가 엉망이 되는 바람에 이야기를 꺼냈다가가도 마무리 짓기가 쉽지 않다. 헌데 동진님은 시간적 여유가 있었으면 정말로 '내가 영화 원더풀 라이프를 좋아하는 101가지 이유'에 대해 말할 것 같았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 할 수 있는 열정과 그 능력이 진정 부러웠다.

5. 무엇보다 부러웠던 건 이 영화에 대한 동진님의 20자평에 있다.
'운명처럼 다가오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가 운명처럼 다가온 이의 생은 어떠했을까.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기억 하나를 내내 생각해왔을 삶.

시오리의 방문이 열리고, 시오리는 방에 들어온 이를 맞이한다. 새로운 월요일이다. 영화관을 나서는 순간 다시금 시작되는 영화라더니, 정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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