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노
(일본어) 피고, 마지막으로 할 말은 없는가.
마키노를 바라보는 박열.
박열
(일본어) 없네... 수고했네.
마키노
(일본어) 가네코 후미코,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는가.
후미코
(일본어) 나는 박열의 본질을 알고 있다.
그런 박열을 사랑하고 있다.
그가 갖고 있는 모든 과실과 결점을 넘어 나는 지금 그를 사랑한다.
나는 지금, 그가 나에게 저지른 모든 과오를 무조건 받아들인다.
재판관들에게 말해 두고자 한다. 부디 우리 둘을 함께 단두대에 세워 달라고.
박열과 함께 죽는다면 나는 만족스러울 것이다.
‘입 닥쳐!’ ‘재판 빨리 끝내!!’ 삿대질과 고함을 치는 일본인 방청객 사이에서
일본 신문 기자들이 메모지에 재판기록을 빠르게 써 내려간다.
밖에서 들려오는 조선인들의 외침소리.
모두 웅성거림으로 변하며 후미코의 목소리만 들려온다.
후미코
(일본어) 그리고!!! 박열에게 말해두고자 한다.
설령 재판관의 선고가 우리 두 사람을 나눠놓는다 해도
나는 결코 당신을 혼자 죽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박열이 후미코를 향해 미소 짓는다.
엄청난 소음 속에 고함치듯 선고하는 마키노.
마키노
(일본어) 형법 제73조에 의거하여 폭발물 취납 벌칙
제3조 위반을 적용하여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에게 사형을 선고한다.
급하게 판결봉을 두드리는 마키노.
방청석에서 안도와 기쁨의 격한 반응이 흘러나온다.
마키노와 재판장들이 서둘러 자리를 뜨려고 일어선다.
박열
어이! 재판장!
외면하고 걸어가는 재판장.
박열
야! 재판장!
박열을 저지하는 법원경찰.
박열을 지지하는 방청객들의 야유와 반대하는 방청객들의 소란이 뒤엉킨다.
박열
(일본어) 내 육체야 자네들 마음대로 죽일 수 있겠지만,
내 정신이야 어찌할 수 있겠는가.
후미코
(일본어) 드디어 허위와 가식의 재판이 끝났군. 만세!
법원경찰들이 박열과 후미코를 끌고 법정을 나선다.
끌려가면서 만세!를 외치는 후미코.
여기저기 붙잡히며 뜯어져나가는 박열과 후미코의 옷자락. 만세!
외침과 삿대질을 퍼붓는 방청객들.
*
시나리오 6호(2017 가을)를 읽는데,
최후 변론씬에서 박열과 후미코의 목소리가 들렸다.
영화 '박열'에서 너무나도 좋아하는 최후 변론씬.
박열을 사랑하는 멋진 후미코가 좋고,
그런 후미코가 사랑하는 박열 역시 멋있어서
최후 변론씬을 보는 내내 가슴이 두근거렸던 기억이 난다.
생각나면 언제든 다시 찾아 읽고 싶어서 기록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