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몸무게란 뭘까? 사진이 찍혔을 때 스스로를 용서할 수 있을 정도의 모습이거나 여자 옷 가게에서 '프리 사이즈'를 훌렁훌렁 입을 수 있는 상태의 몸무게일 것이다. 좋아하는 몸무게가 되어 프리 사이즈를 입어도 스스로가 예쁘다고 느끼기엔 한참 모자라지만, 일단 몸이 옷 안에 들어간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옷 가게에 걸린 대부푼의 옷은 프리 사이즈다. 너도 나도 우리도 모두 입으라고 만든 조그마한 프리 사이즈. 운 좋게 프리 사이즈가 아닌 경우, S 사이즈와 M 사이즈의 하의를 선택할 수 있다. 이때, M 사이즈가 맞지 않으면 옷을 살 수 없다. You lose... 쇼핑에 실패했습니다. 길거리의 여자 옷 가게에서 L 사이즈라는 것은 사실상 없다. 나는 S 사이즈가 헐렁했던 적도 M 사이즈가 꼭 꼈던 적도 있다. 실연, 스트레스, 섭식장애, 욕구불만 등 많은 이유로 내 몸은 살이 쪘다 빠졌다를 반복한다.
이 빌어먹을 프리 사이즈 월드에 포함된 기분은 정말 역겹고 자랑스럽다. '프리'라고 말하는 이 작은 사이즈에 내 몸도 들어간다고! 나도 누군가에게 욕망받을 수 있는 몸을 가진 사람이 됐다고! 나는 그 썩은 카르텔에 들어가기 위해서 운동을 하고 종일 두부만 먹고 올리브영에서 다이어트 약을 사고, 그러다 욕구불만에 넋이 나가 폭식을 하며 프리 사이즈를 입기 위해 달려간다. 이젠 그걸 그만두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고 싶어.
(p.33-34)
나는 일주일에 거의 5일은 스타벅스에 출근하고 매일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가끔은 소이 라테를 마시니까 일주일에 2~3만원, 크게 잡으면 한 달에 15만 원 정도를 스타벅스에 쓴다(카드 혜택으로 조금 환급도 받는다). 그 금액이면 우리의 아지트(나의 작업실) 에 놓을 이케아 책상 두 개 정도를 겨우 살 수 있을까? 내 집 마련은커녕 전세 자금 대출도 어려워하는 내가 무슨 작업실이야. 게다가 작업실이 생기더라도 나는 스벅에서 커피를 사올 것 같다. 그런 정당한 이유를 대며 오늘도 스벅에 출근한다. 창문가의 바 좌석에 나와 같은 이들이 노트북을 켜놓고 나란히 앉아 있다. 적당하고도 굉장한 스타벅스. 이곳에서 대도시에 사는 이상한 낭만을 느낀다. 아무것도 내 것이 아닌데 내 삶의 질은 포기할 수 없다.
(p.99~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