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퍼가 그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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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리꼴 지붕에 사각 벽에 사각 창에 있다
머리카락이 없고 눈이 없고 입이 없다 윤곽선만 남아
창턱에 두 팔을 걸치고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일곱 살 그림마다 사다리꼴 지붕 아래 사각 벽에 사각 창을 그려넣곤 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그때부터
세 번 만나고 헤어지자는 말에 스무 살 짝사랑이 말했다
사랑은 제 눈에 들앉은 들보라고
네가 바라봐줘야 너를 들어올릴 수 있다고
결혼식 전날 기혼의 막내 오빠가 말했다
사랑이란 나의 너를 위해 세상에 쌓는 담이라고
허물어지지 않으려면 스스로가 벽이 되어야 한다고
현관의 나 홀로 신은 홀로임을 반성중이다
어제 입술로 오늘 마시는 말술이 마술이다
왼손에 사각턱을 괴고 사각 창에 갇힌 내가 말했다
일흔 살에 잘한 일이 일곱 살 사다리꼴 지붕 아래 반성중인 신을 사들이고 마술을 살아낸 거였으면 좋겠다고
신이 있다면 내가 그린 그림에 있다고
마술이 있다면 그 그림에 찍어놓은 내 입술 자국에 있다고
사랑에 갇힌 호퍼가 말했다 사각의 유리창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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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끝별 『봄이고 첨이고 덤입니다』, <호퍼가 그린 그림>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