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 기형도, 빈 집. 

*


제일 좋아라하는 카르타 스크린세이버.
네이버 블로거 아르하(time2die)님이 블로그에 공유해주신 스크린세이버. 감사히, 잘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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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작품 제출 기념 파티에서, 야마다는 어김없이 취하고

이날도 그런 야마다를 데려다주는 건 마야마다.

야마다를 등에 업고 야마다의 집으로 가는 길, 두 사람의 대화. 

*


- 야, 야마다! 꽉 잡아. 떨어진단 말이야!
- 네에에- (딸꾹) (꽈아아악)
- 야마다! 너무 잡았어! 너무 잡았어!!
어이, 야마다. 왜 나 같은 놈을 좋아한 거야.
난 네가 참 예뻐. 그래서 언젠가 네가 나보고 좋아한다고 한다면, 확실하게 거절해야 한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그랬다간 네가, 어딘가로 가버릴 것 같아서... 그래서 내내, 네게서 도망쳐 다녔어...
그런데 넌 계속 날 보는 거야.
널 보면 마치 나 자신을 보는 것 같아서 아팠어.
아아, 리카 씨가 보는 내 모습이 이런 걸까 싶어서.
꼴 사납다느니, 집요하다느니.
그런 건 이제 아무래도 좋아.
폼 잡아도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어.
난 여전히 꼴사나운 모습이고...
그녀를 포기할 수 없었어.
야, 야마다! 너 침흘리지마!
- 마야마, 네가 좋아... 좋아.

- 응.
- 너무 좋아.

- 응.

[좋아한다는 말들이, 하나씩 중얼거릴 때마다 똑똑,
마야마의 등에 떨어져 물들어갔다.]

 

- 좋아...

- 응.
- 마야마, 좋아.

- 응.
- 좋아.

- 응.

[마야마의 등은 넓고, 셔츠의 칼라 언저리에서는
따뜻한 살냄새가 났다.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르는데, 왠지,
그리운 살냄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그저, 따뜻하고, 그립고,
가슴이 찢어질 만큼 달콤한...]

- 너무 좋아.

- 응.
- ......

- 고마워.

*

나이 먹고 이 책을 다시 읽으니, 외사랑하는 야마다가 눈에 사무치게 밟힌다.

그저 밝고, 귀엽고, 재밌어서 좋았는데.

고전을 다시 읽는 이유처럼, 만화책 역시 다시 읽으면

그 당시 스쳐 지나갔던 것들이 한 장면, 한 구절 와닿는다.

마야마는 차고, 야마다는 차이는 이 구절에서 야마다가 너무 사랑스러웠던 나머지

이 부분을 읽고 또 읽다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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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129에 내게 온 책, 빌린 책. 


동네변호사 조들호
박신양이 주연을 맡았다는 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어떤 작품인지 궁금해서 빌려 읽었는데,

왜 이 작품이 드라마화 되고 박신양이 이 드라마를 선택했는지 알 것 같다.

'모두가 등을 돌릴 때, 얼굴을 바라봐주는 사람'이라는 조들호에 관한 소개 문구처럼 따뜻한 작품이다.

2,3권도 얼른 읽어봐야지. 


허니와 클로버
최근에 어떤 블로그에서 만화 '3월의 라이온'에 대한 소개글을 읽었는데 그림체가 익숙하다 싶더니,

이 책 '허니와 클로버'를 그린 작가였다. 우미노 치카.

3월의 라이온 시작하기 전에, 허니와 클로버를 다시 읽고 싶어서 빌렸다. 애니메이션 삽입곡이었던

스가 시카오의 '8月のセレナーデ'도 모처럼 다시 들었는데, 허니와 클로버를 챙겨보던 그때로 돌아간 것 같아 설렜다.

벌써 10년 전의 일이라니.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아보기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신간평가단 16기 세번째 도서. 둘 다 읽고 싶었던 책이어서 기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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序詩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1941. 11. 20 



별이 된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1955년 10주기 기념 증보판.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르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일본 유학 중 독립운동 및 한글창작 혐의로 체포,

조사 과정에서 이를 부인하지 않고 옥중에서 요절한 민족시인 청년 윤동주.

직접 지은 시처럼 짧지만 한 점 부끄럼 없는 삶을 살다 그는 끝내 별이 되었다.

일제의 탄압이 극에 달하고 한국어 사용과 창작이 금지되었던 1941년,

우리말 시집 출간을 추진하였으나 무산되고

일생의 문우 강처중과 정병욱에게 남긴 육필 원고가 기적적으로 보존,

그의 사후인 1948년에 친지들의 도움으로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은 마침내 출간되었다.

해방을 불과 반 년 앞둔 1945년 늦겨울, 차디찬 형무소 바닥에 누워

외마디 고함을 끝으로 숨을 거둔 지 꼭 3년 만의 일이다.

<서시> <별 헤는 밤> <십자가> 등 주옥같은 시 31편이 수록된 초판본에

유족들이 보관하고 있던 원고를 더해 서거 10주기를 기념하여 1955년 발행된

이 증보판에는 몰락한 조국을 마음으로 지켜낸 한 청년,

아아... 그리운 동주! 그의 뜨거운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


책 소개를 읽다가 울컥했다. 2월에 영화를 어찌 보려고 벌써 이러나.

이번 증보판의 완성도가 아쉽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난 이 책을 소장할 수 있어서 그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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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4월에 나왔던 12권, 16년 1월에 나온 13권.

'셜록 : 유령신부'도 보고 '요츠바랑' 13권도 읽고. 감회가 새로운 16년 1월.

애정하는 요츠바. 아껴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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