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인문학 - 흔들리는 영혼을 위한
안상헌 지음 / 북포스 / 2014년 1월
품절


니체는 인간을 '건너가는 존재'라고 말합니다. 과거의 자신에서 미래의 자신으로 건너갑니다. 동물적인 상태에서 더 나은 존재가 되기 위해 건너갑니다. 부족한 능력을 훈련하고 새로운 자신을 만들기 위해 건너갑니다. 인간이 아름다운 것은 건너가는 존재이기 때문이죠.-79쪽

우리가 고전이라고 부르는 작품들의 특성이 여기에 있습니다. 고전들은 해석의 여지가 다분합니다. 읽는 사람마다 다른 경험을 하고 다른 느낌을 받습니다. 여러 사람이 같이 《논어》의 한 구절을 읽었는데도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그것이 고전의 가치입니다. 같은 이야기를 한다면 그 작품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마 조금만 시대가 지나도 쉽게 잊힐 겁니다. 읽는 사람마다, 시대마다 다른 메시지로 읽혀야 고전이 될 수 있습니다. 고전은 인간의 보편성 혹은 특수성을 잘 담고 있기 때문에 시대마다 다르게 읽히고 사람에 따라 다른 내용을 발견하게 해줍니다. 그래야 시대를 관통하는 책이 될 수 있죠. 이것이 짧은 시간 유행에 그치는 베스트셀러와 고전의 차이입니다.-92쪽

사랑한다는 건 와신상담을 하는 것이고, 조나단이 하늘을 나는 것이고, 이솝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입니다. 그게 좋은 삶이죠. 그리고 인문학 공부를 하는 것도 사랑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세상에 눈뜨게 해주는 글에 손뼉을 치고 감동하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되죠. 그러면서 점점 공부를 좋아하게 됩니다. 독서광들은 이렇게 만들어져요. 세상의 독서광들은 책과 사랑하는 관계, 길든 관계예요. 책을 읽느라 시간을 사용하면서도 전혀 시간이 아깝지 않죠. 오히려 부족한 시간을 쪼개서 책을 봐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과 똑같죠. 그래서 공부와 사랑은 다른 게 아닌 것 같아요.-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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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임자, 중혁님의 신간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은 ‘딜리터deleter’에 대한 소설이다. ‘딜리팅’에 대한 소설이기도 하다. 깊게 땅을 판 다음 음식물 쓰레기와 동물의 시체와 곰팡이와 사람의 땀과 녹슨 기계를 한데 묻고 50년 동안 숙성시키면 날 법한 냄새가 나는 악어빌딩 4층에 자리한 구동치 탐정 사무실. 한적한 오후, “당신은 그토록 무미건조한 월요일에 나를 찾아왔군요. 이 세상의 덧없음을 아는 사람이여, 나에게 비밀을 말해주세요. 비밀의 그림자는 국경을 넘고 바다를 건넙니다. 우리의 사랑만이 덧없는 세상을 이겨낼 수 있는 힘, 나에게 비밀을 말해주세요. 비밀의 그림자는 월요일처럼 길고 길어요”라는 가사의 아리아가 흘러나오는 이 사무실에 똑, 똑, 손님이 찾아왔다.

“여기가 구동치 사무실이 맞습니까?”
“이건 위험한 일이고 중요한 일입니다. 비밀을 묻어버리는 일이니까요. 그래서 다들 저를 믿죠.”
“알겠습니다. 구 탐정님을 믿겠습니다. 계약합시다.”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은 사람의 발자취를, 흔적을 지워주는 탐정의 이야기다. 탐정 구동치와 계약한 사람은 죽은 뒤에 기억되고 싶은 부분만 남기고 떠날 수 있다. “살아 있으면서 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으려는 마음이 삶을 붙잡으려는 손짓이라면, 죽고 난 후에 좋은 사람으로 남아 있으려는 마음은, 어쩌면 삶을 더 세게 거머쥐려는 추한 욕망일 수도 있었다(p. 328).”

힘 있는 재력가와 그의 추악한 비밀을 차지한 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거래. 그리고 그들로부터 비밀을 지워달라는 딜리팅 요청을 받은 구동치 탐정의 수사가 맞물려 이야기가 시작됐다. 인간 누구나의 마음속에 숨겨진 이기적인 욕망에 대한 예리한 통찰과 재미가 더해진 이야기. 김유정문학상, 젊은작가상 대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김중혁의 세 번째 장편소설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 이번에는 탐정 이야기이다. 김중혁에게 언제나 기발한 ‘소재’는 소중하다. 그것은 김중혁만이 상상할 수 있고, 김중혁보다 더 잘 쓸 수는 없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제 그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예약 구매 완료 :)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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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서 꺼내들었다가, 표지에 반하고

'고독이 명랑해지는 순간'이라는 챕터에서

 

오라는 곳은 많으나 갈 곳이 없는 순간

끈적한 지적 유희를 즐기고 싶은 순간

늘 가던 장소가 무료해지는 순간

즐겨 부르는 애창곡에 새삼 울컥하는 순간

누구라도 붙잡고 수다를 떨고 싶은 순간

나처럼 외롭고 선량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지는 순간

헤어진 애인이 보낸 메일에 흔들리는 순간

스캔들이라도 그리운 순간

쇼핑으로 결핍을 부정하고 싶은 순간

술을 왜 마시는지 문득 궁금해지는 순간

이유를 모르게 불안한 순간

하릴없이 드라마를 보다가 삶이 허무해지는 순간

 

이라는 글을 발견하고는 괜히 멍해졌던 책.

특히 '즐겨 부르는 애창곡에 새삼 울컥하는 순간'이랑

'누구라도 붙잡고 수다를 떨고 싶은 순간',

'하릴없이 드라마를 보다가 삶이 허무해지는 순간'이라는

문장을 읽는데, 새삼 울컥해서 누구라도 붙잡고 수다를 떨고 싶고

삶이 허무해지더라도 하릴없이 드라마를 보고 싶어지더라구요.

당장 그럴 순 없어서 잠깐 앉아서 읽었더랬습니다.

좋더라구요. 크- 집에 돌아와서 검색해서 리뷰를 찾아보는데

반가운 꽃핑키님 리뷰도 있고ㅎㅎ

 조만간 사서 진득하게 읽어보려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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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딜 수 없어지기 1초쯤 전에
무라야마 유카 지음, 양윤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하얀 물거품을 일으키며 달려오는 높은 파도는

수영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불안과 초조함의 대상이지만

서핑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말로 할 수 없는 기쁨과 스릴을 안겨준다고

오스왈드 챔버스가 말했다.

이애경 그냥 눈물이 나p.43

 

언제 어디서건 흔들리는 청춘을 만나게 될 때면, 오스왈드 챔버스가 말했다는 이 말을 나는 어김없이 떠올리곤 한다. 청춘이 맞닥뜨리는 여러 문제들이 하얀 물거품을 일으키며 달려오는 높은 파도라고 할 때, 청춘은 그 파도를 불안과 초조함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수영을 하는 사람들 같았달까. 나의 청춘이 그러했고, 그리하기 때문에 나는 수영을 하는 사람들 편에서 높은 파도를 생각했다. 물론, 말로 할 수 없는 기쁨과 스릴을 안겨준다고 생각하는 서핑을 하는 사람들에 속하는 청춘이 있을 수도 있다. 청춘이라고 해서 모두 다 같은 청춘이 아니며, 모든 청춘이 다 불안하고 초조한 청춘이란 법은 없으니까.

 

이 책, 무라야마 유카의 견딜 수 없어지기 1초쯤 전에의 두 화자, 미쓰히데와 에리를 보면서도 어김없이 위 구절을 떠올렸다. 재밌는 건, 두 사람은 수영을 하는 사람들인 동시에 서핑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거다. 그럴 수 있었던 건, 두 주인공이 마주하는 현실은 서핑 선수인 미쓰히데가 매일 마주하는 바다처럼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거칠게 그들을 집어삼켰다가 물러나기를 반복하고, 그 속에서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을 그린 청춘 성장 소설이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여성과 남성, 이 두 가지 성만 있는 것이 아니며 연애의 형태는 무한하게 존재하고 그 사람의 성별은 육체가 아니라 마음으로 결정된다. 내가 이 책에서 얻은 지식은 간단히 말하면 그런 것이었다. 하지만 정말로 그 내용을 이해한 것은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난 지금 이 순간인 것 같다. (p.326)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부딪혀 온 에리와

 

그런 사고방식이 옳은지, 아니면 그래도 연명 치료를 해서 1분이라도 오래 살게 해주는 것이 옳은지,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어쩌면 그건 영원히 답을 낼 수 없는 난제인지도 모른다. 두 가지 모두 옳은 점이 있고 또한 그른 점이 있다. 그러니 각자 자신의 뜻에 따라 선택할 수밖에 없다. (p.430-431)

 

아버지가 원한 안락사 문제에 대해 끝없이 고민하고, 끝내 답을 내야했던 미쓰히데.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를 닮은 꿈틀거림이 나를 희롱하고 헤엄치게 한다.

바다를 품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지.

그녀가 바다를 품고 있는 것이다. 나에게는 도전의 대상이며 영원히 대립할 수밖에 없는 저 바다를 너무도 쉽게 몸속에 품고 있었다. (p.374-375)

 

미쓰히데는 에리가, 자신에게는 도전의 대상이며 영원히 대립할 수밖에 없는 저 바다를 너무도 쉽게 몸속에 품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하지만, 책을 읽은 내게는 그런 미쓰히데도 이미 바다를 품고 있다고 생각했다. 미쓰히데는 오래 전부터 바다 위에 있었으니까. 하얀 물거품을 일으키며 달려오는 높은 파도를, 말로 할 수 없는 기쁨과 스릴로 생각하는, 서핑을 하는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고민이 그토록 괴로웠던 것은 고민이 말끔히 해결되지 않는 한 그 고민이 평생 나를 괴롭힐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고민이 몰고 오는 아픔에 익숙해지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그 무렵에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p.328)

 

앞서 말했던, 수영을 하는 사람과 서핑을 하는 사람에 대해서 다시 생각한다. 높은 파도를 불안해하고 초조해하는 수영을 하는 사람은, 고민이 몰고 오는 아픔에 익숙해지는 법, 즉 그 파도를 기쁨과 스릴로 느끼는 서핑을 하는 법을 알아가면서 서핑을 하는 사람이 된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서핑을 하듯, 저마다의 방식으로 고민이 몰고 오는 아픔에 익숙해지면서 우리는 성장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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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게 뭐야 1 알 게 뭐야 1
김재한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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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얜 누구지?

김원준? 글쎄누구더라?

우리 반이었는데 전혀 기억이 안 나네?

흐음.

몰라. 알 게 뭐야.

 

이 책 알 게 뭐야1는 제목인 알 게 뭐야.”라는 말부터 참 재미 있었다. “알 게 뭐야.”라는 말은, 꿈이 없는 청춘을 기억하지 못하는 또 다른 청춘이 할 수 있는 말도 되고, 또 다른 청춘이 기억을 하건 못 하건 간에 알 게 뭐야 라며, ‘이 순간, 그냥 외...이라 대꾸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하지 않은가.

 

주인공 김원준은 19세로, 얼짱 은하율을 좋아하는 평범한 고3이다. 여느 날처럼 얼짱 은하율의 사진을 들여다 보던 어느 날, 친구 정필이 가져온 잡지 속 여자애들 보는 잡지에서 전속모델 오디션 개최 홍보지를 접하게 되면서 김원준의 일상에 미미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김원준은 평범했고, 그래서 객관적으로 생각해보기로 했다. “네 얼굴을 보고, 내 키를 봐.” 네 얼굴은 구리고, 내 키는 수구리고. 이런 우리 따위가 무슨 모델 오디션이냐고, 쪽팔린 추억 따위 만들지 말고 제발 그만두자고, 아마 우린 안 될 거라고 원준은 말한다. 그런 원준의 말에 인마, 쫄지 말라며 네 곁엔 이 형님이 있지 않냐고 정필이 답하면서 둘은 결국 전속모델 오디션에 응모하게 되는데, 원준은 그땐 미처 알지 못했다. 그 응모가 자신의 인생에서 어떤 전환점이 될지 말이다.

 

1차 오디션에 합격하고, 오디션장에서 얼짱 은하율을 만나고, 정필의 노력으로 은하율과 추억을 만들게 된 원준은 하율의 전화를 기다리지만, 기다리는 하율의 전화는 오지 않고 원준은 얼마 후 모델이 됐다. 공부를 열심히 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딱히 열심히 놀아본 것도 아니었던 원준은 은하율을 보겠다는 일념 하에 모델이 되었지만, 잘난 애들끼리 몰래 연애나 하고 그냥 텔레비전 나와서 춤이나 추는 애들인 줄 알았던 아이돌이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면서 다짐한다. “김원준, 넌 그동안 뭘 했니? 그래!! 이왕 이렇게 시작하게 된 거 한번 열심히 해보자!! . . . . ! 이제 모델로 새롭게 시작이다!”라고. 비록 10분 뒤에 드르렁코를 골며 잠들었을지라도 말이다.

 

그리고, 여자들이 보는 잡지에서 스탭으로 일하는, 이웃집에 살던 미숙이 누나와의 재회, 자신의 매니저가 되겠다며 삭발하고 나타난 정필, 원준의 전화를 기다리는 듯한 하율의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1권이 끝난다.

 

평균 조회 수 2만 건을 기록한 화제의 네이버 웹툰 <알 게 뭐야>가 이토록 많은 사랑을 받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꿈이 없는 청춘의 성장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과 그 청춘이 힙합이라는 불분명한 영역에 도전한다는 것. 꿈은 많을수록 좋고, 불분명한 건 지양하고 생산적으로 시간을 보내는 지금의 청춘들 속에서 이게 말이나 된단 말인가.

 

작가 소개 글을 뭐라고 써야 센스 있을까 며칠 동안 연구하고, 출판사 독촉에 전화기 끄고 잠수 탈까도 잠시 생각했지만 이제 어른인데 그러면 안 될 거 같다고 말하는 작가 김재한. 그런 그의 네이버 캐스트 인터뷰 중 인상 깊은 말이 있어서 담아본다.

 

성장이란 완벽하지 않은 형태가 불안 불안하게 커나가는 건데 뭐든 해봐야 되든 안 되든 결과가 나올 거 아닌가. 친구 중에 고민만 많고 행동을 안 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걔가 어떡하지?”라고 걱정할 때마다 나는 알 게 뭐야라고 말했다. (작가 김재한, 네이버 캐스트 인터뷰 중)

 

맞다. 청춘은 불안하고, 그래서 아픈 건 성장하기 때문이고 성장이란 완벽하지 않은 형태가 불안 불안하게 커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과정 속에서 청춘이 할 일은 하나다. 뭐든 해보는 것. 결과는 뭐든 해야 나오는 것이니까. 지금 이 글을 쓰는 나 역시도 뼈저리게 아는 말이지만, 청춘에게 필요한 건 고민보다는 행동이라는 것을,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친구들이 졸업 앨범을 펼쳤을 때 무료한 청춘 김원준은 없었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다시금 깨닫는다.

 

 

 

 

​p.s. 시종일관 개그감을 잃지 않는 작가의 연출 덕에 책을 읽는 내내 웃었다. 딱 봐도 어떤 걸 패러디 했는지 알 것 같은, 재밌었던 패러디 컷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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