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게 뭐야 1 알 게 뭐야 1
김재한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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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얜 누구지?

김원준? 글쎄누구더라?

우리 반이었는데 전혀 기억이 안 나네?

흐음.

몰라. 알 게 뭐야.

 

이 책 알 게 뭐야1는 제목인 알 게 뭐야.”라는 말부터 참 재미 있었다. “알 게 뭐야.”라는 말은, 꿈이 없는 청춘을 기억하지 못하는 또 다른 청춘이 할 수 있는 말도 되고, 또 다른 청춘이 기억을 하건 못 하건 간에 알 게 뭐야 라며, ‘이 순간, 그냥 외...이라 대꾸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하지 않은가.

 

주인공 김원준은 19세로, 얼짱 은하율을 좋아하는 평범한 고3이다. 여느 날처럼 얼짱 은하율의 사진을 들여다 보던 어느 날, 친구 정필이 가져온 잡지 속 여자애들 보는 잡지에서 전속모델 오디션 개최 홍보지를 접하게 되면서 김원준의 일상에 미미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김원준은 평범했고, 그래서 객관적으로 생각해보기로 했다. “네 얼굴을 보고, 내 키를 봐.” 네 얼굴은 구리고, 내 키는 수구리고. 이런 우리 따위가 무슨 모델 오디션이냐고, 쪽팔린 추억 따위 만들지 말고 제발 그만두자고, 아마 우린 안 될 거라고 원준은 말한다. 그런 원준의 말에 인마, 쫄지 말라며 네 곁엔 이 형님이 있지 않냐고 정필이 답하면서 둘은 결국 전속모델 오디션에 응모하게 되는데, 원준은 그땐 미처 알지 못했다. 그 응모가 자신의 인생에서 어떤 전환점이 될지 말이다.

 

1차 오디션에 합격하고, 오디션장에서 얼짱 은하율을 만나고, 정필의 노력으로 은하율과 추억을 만들게 된 원준은 하율의 전화를 기다리지만, 기다리는 하율의 전화는 오지 않고 원준은 얼마 후 모델이 됐다. 공부를 열심히 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딱히 열심히 놀아본 것도 아니었던 원준은 은하율을 보겠다는 일념 하에 모델이 되었지만, 잘난 애들끼리 몰래 연애나 하고 그냥 텔레비전 나와서 춤이나 추는 애들인 줄 알았던 아이돌이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면서 다짐한다. “김원준, 넌 그동안 뭘 했니? 그래!! 이왕 이렇게 시작하게 된 거 한번 열심히 해보자!! . . . . ! 이제 모델로 새롭게 시작이다!”라고. 비록 10분 뒤에 드르렁코를 골며 잠들었을지라도 말이다.

 

그리고, 여자들이 보는 잡지에서 스탭으로 일하는, 이웃집에 살던 미숙이 누나와의 재회, 자신의 매니저가 되겠다며 삭발하고 나타난 정필, 원준의 전화를 기다리는 듯한 하율의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1권이 끝난다.

 

평균 조회 수 2만 건을 기록한 화제의 네이버 웹툰 <알 게 뭐야>가 이토록 많은 사랑을 받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꿈이 없는 청춘의 성장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과 그 청춘이 힙합이라는 불분명한 영역에 도전한다는 것. 꿈은 많을수록 좋고, 불분명한 건 지양하고 생산적으로 시간을 보내는 지금의 청춘들 속에서 이게 말이나 된단 말인가.

 

작가 소개 글을 뭐라고 써야 센스 있을까 며칠 동안 연구하고, 출판사 독촉에 전화기 끄고 잠수 탈까도 잠시 생각했지만 이제 어른인데 그러면 안 될 거 같다고 말하는 작가 김재한. 그런 그의 네이버 캐스트 인터뷰 중 인상 깊은 말이 있어서 담아본다.

 

성장이란 완벽하지 않은 형태가 불안 불안하게 커나가는 건데 뭐든 해봐야 되든 안 되든 결과가 나올 거 아닌가. 친구 중에 고민만 많고 행동을 안 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걔가 어떡하지?”라고 걱정할 때마다 나는 알 게 뭐야라고 말했다. (작가 김재한, 네이버 캐스트 인터뷰 중)

 

맞다. 청춘은 불안하고, 그래서 아픈 건 성장하기 때문이고 성장이란 완벽하지 않은 형태가 불안 불안하게 커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과정 속에서 청춘이 할 일은 하나다. 뭐든 해보는 것. 결과는 뭐든 해야 나오는 것이니까. 지금 이 글을 쓰는 나 역시도 뼈저리게 아는 말이지만, 청춘에게 필요한 건 고민보다는 행동이라는 것을,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친구들이 졸업 앨범을 펼쳤을 때 무료한 청춘 김원준은 없었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다시금 깨닫는다.

 

 

 

 

​p.s. 시종일관 개그감을 잃지 않는 작가의 연출 덕에 책을 읽는 내내 웃었다. 딱 봐도 어떤 걸 패러디 했는지 알 것 같은, 재밌었던 패러디 컷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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