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1분 후라고 해서 달라질 게 뭐 있겠는가. 59분과 00분의 세상이 어떻게 다르겠는가. 전이나 후나 그는 변함없이 월 10만 원 골방에 세든 할 일 없는 예비역 휴학생일 뿐이었다. 시간은 하나로 이어져 흐르는데 언어는 그것을 연월일로 나누고 자르고 구획한다. 하지만 그뿐. 언어가 세상을 규정해도 세상은 언어에 얽매이지 않는다. 묵은해가 새해로 바뀌는 이 순간에도 세상 도처에서는 쉼 없이 잭팟이 터지고 소년의 키가 자라고 여고생들이 굴러가는 낙엽을 보며 웃고 군인들이 휴가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영대가 지금 이곳에서 라디오를 듣고 있듯 곳곳에서 저마다의 귀한 일상이 흘러가고 있을 것이다. 물론 어디에선가는 전쟁이 발발하고 임부가 유산을 하고 연인들이 헤어지고 수험생이 답안지를 밀려 쓰고 있겠지. 여기서 누군가 웃고 있으면 저기서 울고 있는 게 세상사니까.
그렇다면 나는 지금 웃고 있는 것일까, 울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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