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가장 진부하고 가장 상투적인 표현도 그것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가장 신선하고 가장 효과적인 표현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이제는 넌더리가 나도록 지겨워진 일도, 닳고 닳은 행동과 뻔한 습관으로만 간신히 이어지고 있는 사랑도, 그 시작은 두근거림이었겠지요.-53쪽
상기하는 것이 아니라 상기되기 마련인 기억의 존재 형식은 능동태가 아니라 수동태일 겁니다. 그렇게 기억은 무시로 우리를 급습하고, 일상의 사소한 접점에서 예기치 않게 격발당한 우리는 추억 속으로 침잠됩니다. 그렇기에 추억은 두렵기도 하고 신비롭기도 하죠. 당신은 오늘 어떤 기억의 문고리를 잡아당기셨습니까. -120쪽
《세운상가 키드의 사랑》에 실린 유하 시인의 또다른 시 <그리움을 견디는 힘으로>의 마지막 부분은 이렇습니다.
그리움을 견디는 힘으로 먼 곳의 새가 나를 통과한다 바람이 내 운명의 전부를 통과해낸다
그러니까, 그리움이라는 명사에 가장 잘 맞는 동사는 '견디다'입니다. 그리고 이문세씨의 노래 <옛사랑>의 한 구절처럼 그리운 것들은 그리운 대로 내버려두면서 견뎌야 하는 것이지요.-2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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