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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 시드니 걸어본다 7
박연준.장석주 지음 / 난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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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네 번째다. 임프린트 난다의 걸어본다시리즈가 내 품에 들어온 것이 말이다. 걸어본다 세 번째 시리즈였던 나의 사적인 도시가 내겐 첫 번째였는데, 운이 좋았다. 박상미 작가님의 글은 내 취향을 저격했고, 나는 걸어본다 시리즈를 모으기 시작했다. 비단 나 뿐만 아니라, 에세이를 좋아하는 사람의 취향을 저격했는지 많은 분들과 걸어본다 시리즈를 함께 읽었다. 여섯 번째 시리즈인 처음 보는 유목민 여인으로 배수아 작가님의 알타이에서 아직 헤어나오지 못했는데, 박연준-장석주 작가님의 시드니가 내 품에 도착한 것이다.

 

이 책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가 시인인 두 사람의 결혼 사실을 알리는 청첩장 역할을 하는 책이라는 건 어느 날 기사를 보고 알았다. 10년 열애 끝에 올 1월 혼인신고를 했지만 결혼식을 올리지 않았던 이들이 9월 초부터 한 달 동안 호주 시드니에서 살았던 기록이라는 것도. 후에 이 책이 내 품으로 들어왔고, 책을 손에 쥔 나는 뒷표지에 실린 김민정 작가님의 축사같은 추천사를 한참 읽었다. 뒷표지를 활자로 가득 채울 만큼 빼곡한 글을 보면서, 두 사람에 대한 애정이 뚝뚝 묻어나서 글을 읽는 내가 다 훈훈했다.

 

호주에 사는 지인이 긴 여행으로 집을 비우게 되었으니 와서 지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두 사람은 여행 가방을 꾸려 시드니로 향했다. 다른 사람이 살던 집에 들어가서, 그 집 살림을 하며 먹고 자고 생활하게 된 것이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커피를 마시고, 버스를 타고, 사람을 만나고. 제일 많이 한 것은 누가 뭐래도 산책이었다. ‘시드니에서의 생활을 주제 삼아 소소한 일상을 포착해서 풀어낸 박연준 시인의 글이 먼저 담겼고, 큰 맥락을 잡아 풀어낸 장석주 시인의 글이 뒤에 담겼다.

 

느낌은 다르지만, 일본 소설 냉정과 열정사이가 떠올랐다. 헤어진 연인을 가슴에 담아둔 채 각자의 삶을 사는 두 남녀의 이야기가 그려졌던 소설. 하나의 이야기인 동시에 두 사람의 이야기라는 점이 독특해서 흥미롭게 읽었다. 하나의 이야기인 동시에 두 사람의 이야기가 될 수 있는 건, 아오이와 쥰세이가 연인이었기 때문이고 이 책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를 쓴 두 시인이 부부이기에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두 사람이 만나 연인이라는, ‘부부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되었으므로.

 

시드니에 도착해서 시드니를 떠날 때까지 두 사람의 글은 달랐지만, 그래서 재미있었고 마음에 들었다. 누구든 이 책을 읽으면 알게 될 것이다. 그게 이 책의 둘도 없는 매력이라는 것을.

 

대개 사랑은 콩깍지가 씐 상태라고 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랑은 콩깍지가 벗겨졌는데, 그것도 한참 전에 벗겨졌는데도 그 사람이 좋은 것이다. 모든 단점들을 상쇄시키는 것, 이해 불가능한 상태가 사랑이다. (p.52 박연준)

 

어디까지가 콩깍지이고, 어디부터가 안 콩깍지일까. 말 장난 같은 이 말을, 속으로 되뇌어본다. 내 품에 들어온 이 책을 지금은 콩깍지 씐 상태로 읽었으나, 시간이 흘러 다시 읽게 되는 그 때를 안 콩깍지라고 말할 수 있을까. 박연준 시인의 따뜻한 글을 지나, 장석주 시인의 정교한 글의 끝에서, 나 역시 안녕, 시드니,’하고 무심히 발음해본다. 그리고 이런 문장을 써도 되나 싶어서 고민하다, 못 쓸건 또 뭐란 말인가 싶은 마음으로 마지막 문장을 쓴다. 두 사람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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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분야]

 

 

미국 현대문학을 이끄는 작가 조이스 캐롤 오츠의 대표작. 오츠는 1960년대부터 50편이 넘는 장편과 1000편이 넘는 단편을 썼으며, 시, 산문, 비평, 희곡 등 거의 모든 문학 분야에 걸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통해 부조리와 폭력으로 가득한 20세기 후반 미국의 삶을 예리하게 포착했다.

1970년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그들>은 미국의 다양한 사회경제 집단을 다룬 연작 '원더랜드 4부작'에 속한다. 오츠의 방대한 작품 세계에서 "독창성과 작품성이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되면서, 매년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대표작이 되었다. 오츠는 '작가의 말'에서 이 작품을 두고 "소설처럼 구성한 역사 기록"이라 설명하는데, 환상적 진실과 시대적 사실이 결합된 양식임을 알려주고 있다.

1969년 출간된 이래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강력한 현실성과 핍진성을 발휘하는 <그들>은 1937년 여름부터 1967년 디트로이트 흑인 폭동까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여 디트로이트 빈민가에서 격동의 삶을 살아낸 한 가족의 연대기를 서술한다.

지리멸렬한 삶의 한가운데 던져진 젊은 엄마 로레타 웬들, 폭력으로 얼룩진 세계에서 살아남고자 발버둥 치는 그녀의 아이들 모린과 줄스의 삶에 대한 열망과 분투를 생생히 그려내며 사랑, 계급, 인종, 도시 문제 등을 탁월하게 형상화함으로써 현대 영미소설 가운데 최고의 성취를 이뤄냈다.

 

 

하나님이 자신보다 동생 아벨을 더 사랑한다고 믿은 나머지, 동생을 죽이고 하나님으로부터 도망친 카인은 놋 땅으로 간 뒤 어떤 삶을 살았을까? 정말 하나님은 카인은 저버리고 아벨만 좋아하신 걸까?

주제 사라마구의 장편소설 <카인>은 구약성경 창세기 4장에서 동생 아벨을 죽인 죄로 하나님에 의해 이마에 낙인찍힌 이후 성경에는 더 이상 비중 있게 등장하지는 않지만, 21세기를 사는 지금까지 인간의 죄와 회개를 촉구하는 데 거론되는 '죄 지은 자' 카인의 눈을 통해 신의 존재와 역할에 의문을 제기하고 인간 세상을 되돌아본 작품으로, 2009년 작가가 포르투갈어로 처음 발표한 이후 27개국에 소개되며 전 세계 독자들을 감동시키고 의식을 환기해 왔다.

사라마구는 카인이 10여 년 동안 떠돌면서 창세기 속 사건을 곁에서 보고 느끼며 직접 경험하는 이야기 형식을 빌려 소설을 전개한다. 이 작품의 영어판 출간 시 「퍼블리셔스 위클리」는 "숨막힐 듯 놀라운 상상력을 가진, 199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포르투갈의 작가 주제 사라마구는 마지막 소설을 위해 성서적인 주제를 한껏 즐겼다"라 평하였고, 「뉴요커」에서는 "불경스럽게도 구약성경을 개작하면서도 장난스럽고 수다스러운 작가 특유의 서술로 구약성경 속 하나님의 논리에 허를 찌른다"라고 극찬했다.

 

 

[에세이 분야]

 

 

걸어본다 일곱번째 이야기는 시드니를 향해 있다. 누군가는 걸어본 곳이고 또 누군가는 처음 걷는 곳이라는 시드니.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는 시드니를 경험한 한 남자와 시드니를 경험하지 못한 한 여자가 한국을 떠나 처음으로 외지에서 함께 걸어본 기록을 한데 모은 책이다.

여자와 남자라는 차이점, 둘 다 시인이라는 공통점을 껴안은 채 그들은 시드니에 사는 한 지인이 빌려준 집에서 한 달을 살아보게 된다. 연애와 결혼의 차이는 아마도 그 '살이'에 있을 텐데, 한 집에서 한 '살이'를 함께하면서 그들은 남자와 여자가 얼마나 다른가, 그럼에도 그 차이를 '사랑'이라는 것이 어떻게 극복하게 해주는가, 낱낱이 기록을 해나갔다. 그리고 이렇듯 한 권의 책으로 그 결과물이자 증거물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말하자면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는 글이 만들어낸 결혼, 책이 거행시켜준 결혼식의 다른 이름이다. 이 소박한 잔치의 두 주인공. 남자이자 신랑은 장석주 시인이고 여자이자 신부는 박연준 시인이다.

 

 

 

여행과 일상의 중간지대에서 여행의 설렘을 느끼면서 일상의 익숙함도 누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평소보다 덜 쓰고, 덜 바쁘면서 더 충전된 시간을 보낼 수 없을까.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아보기>는 12년 동안 전 세계 80개국을 다녀본 여행가 김남희가 추천하는 여행지의 이야기를 담아낸 에세이이다.

그녀는 추운 겨울만 되면 몸과 마음이 얼어붙는 탓에 겨울이 오기 시작하면 남쪽 나라로 가는 생활을 해왔다. 기본적으로 한국과 많이 멀지 않고, 한국의 겨울과는 반대의 계절을 가진 나라. 물가가 비싸서 몇 달을 머물러도 생활비가 부담스럽지 않고, 여자 혼자 머물러도 안전하며, 동시에 문화적인 인프라는 풍부해서 윤택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나라. 그렇게 찾아낸 나라가 바로 발리, 치앙마이, 라오스, 스리랑카이다.

푸른 생명의 의지가 넘실대는 초록의 나라 발리, 야생동물과 옛 도시의 흔적을 간직한 스리랑카, 덜 벌어도 삶에 더 충실한 예술가들의 터전 치앙마이, 스님들의 탁발로 새벽을 여는 고요한 나라 라오스. 책은 그녀가 겨울마다 찾아가서 이곳에서 머무른 '체류기'로 네 나라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가 실려 있다.

 

[유아/어린이/가정/실용 분야]

 

 

 

작은 곰자리 시리즈 29권. 어린이의 감정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작가 몰리 뱅의 작품으로,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소피가 화나면, 정말 정말 화나면>에 이어 16년 만에 출간된 후속작이다.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마음에 비추어 다른 사람의 마음까지도 헤아려 보게 한다. 소피와 앤드루처럼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면 서로 존중하게 된다. 그러면 상대방이 ‘틀린’ 게 아니라 서로 ‘다를’ 뿐이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미술 시간에 소피는 가장 좋아하는 너도밤나무를 그렸다. 소피가 느낀 그대로 파랗게 칠했다. 나무가 돋보이게 하늘은 주황색으로 칠했다. 그러자 앤드루가 소피에게 말했다. “소피, 그림이 틀렸어. 진짜 나무는 파랗지 않아. 하늘도 괴상한 주황색이잖아!” 다른 친구들도 소피 그림을 보고 킥킥대며 소곤댔다. 소피는 얼굴이 화끈화끈 달아오르고 눈물이 핑 돌았다. 너무너무 속상해서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만 싶었다. 소피는 정말 틀리게 그린 걸까?

 

 

평생 지저분한 환경에 살면서 왠지 떳떳하지 못하고 기가 죽어있던 저자가 어느 날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자각한 후 주변을 하나둘 정리하기 시작하면서 완전히 달라진 인생을 맞게 된 정리 수납 코믹 에세이다.

전편의 에피소드는 저자의 생생한 경험담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서 아무 생각 없이 ‘큭큭큭’ 웃어가면서, 그리고 ‘맞다, 맞아!’ 무릎을 치면서 읽어가는 가운데 정리의 개념이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다시 말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왠지 거리감이 느껴지는 수납 정리 전문가의 교과서식 어드바이스가 아니라 딱 우리들 눈높이에서 좌충우돌하는 가운데 얻은 생생한 성공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보다 더 지저분할 수 없는 정리정돈 포기자 와타나베 폰의 인생을 완전히 바꾼 기적의 노하우는 그래서 한층 생생하고 값어치 있다. 진짜 문제는 ‘작은 집’이 아니라 ‘정리정돈’ 이라는 사실, 그리고 버려야 할 것은 물건만이 아니라 물건을 통해 안심을 얻으려는 잘못된 사고방식에 있음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인문/사회/과학/예술 분야]

 

 

사이언스 클래식 25권. 이론 물리학자 리사 랜들은 하버드 대학교와 MIT 물리학과에서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종신 교수직을 획득한 것으로 유명하다. 입자 물리학과 우주론이 중첩되는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물리학자들이 꿈꾸는 미래의 물리학이 어떤 것인지, 바로 그 분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세계 최정상급 여성 물리학자의 육성을 통해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

저자는 전작 <숨겨진 우주>에서 비틀린 시공간 기하를 이용해 숨겨져 있는 차원과 우리 우주의 3차원 세계를 연결했듯이, 이번에는 입자 물리학과 우주론을 연결 짓는다. 저자는 이번 책을 <숨겨진 우주>의 후속작이지만 동시에 프리퀄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만나는 물체들을 이루고 있는 원자나 쿼크 같은 가장 근본적인 구성 요소들이 우리가 직관적으로 알고 있는 일상적인 물리 법칙과는 안전히 다른 법칙의 지배를 받고 있음을 강조한다.

입자 물리학에서 우주론까지의 현란한 도약과 융합이 어떻게 가능한가 하는 물음에 답하면서 저자는 당시 세계를 지배하던 종교와 갈등을 빚어 가면서까지 연구를 계속했던 갈릴레오를 불러 내며 물리학과 과학의 가치, 역사, 기초를 탐구하고 있다.

 

 

일본 최초의 청년 무업자 실태 보고서. 10여 년 동안 현장에서 NPO 활동을 하며 만난 수만 명의 무업자에 대한 정성조사와 2,300건의 정량조사를 통해 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청년 무업자의 실체에 접근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또한 단순 통계 분석을 넘어 일본 사회의 역사와 구조적 문제를 동시에 소개함으로써 청년 무업자 문제를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누구나 무업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무업 상태에 처하게 되면 그로부터 빠져나오기가 힘든 사회를 '무업 사회'라고 한다. 2010년대의 일본 사회는 이미 무업 사회로 접어들었다는 것이 저자들의 진단이다. 저자들은 고도 성장기에 구축된 일본형 시스템과 사회 안전망의 부실이 변화된 노동조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여 대책 없이 청년 무업자를 양산하고 있으며, 이대로 방치할 경우 일본 사회의 지속가능성까지도 위협받게 된다는 암울한 미래를 전망하고 있다.

저자들은 무업 사회와 청년 무업자에 대한 실질적인 정책 지원과 대책 마련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촉구한다. 청년 무업자에 대해 부정적 뉘앙스가 강한 기존의 NEET, 히키코모리 같은 개념이나 청년 실업 문제 해결을 위한 일자리 창출 식의 단선적인 접근을 넘어서 당자자인 무업자에 대한 섬세한 이해를 통해 보다 정교한 분석과 대안을 제시한다. '무업 사회란 무엇인가?', '청년 무업자는 어떤 존재인가?', '무업자에 대한 사회의 잘못된 오해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등을 구조적 측면과 역사적 변화를 통해 보여 주고 있다.

 

 

 

[경제/경영/자기계발 분야]

 

 

국내에서만 70만 부가 넘게 팔린 '스티브 잡스'의 저자 월터 아이작슨의 책. 이 책은 배비지의 차분기관에서 트랜지스터, 최초의 컴퓨터 ENIAC, 실리콘 밸리에서 월드와이드웹(WWW)으로 이어져 마침내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혁명을 선도한 창의적인 천재들의 이야기이다.

저자는 '타임'의 전 편집장이자 밀리언셀러 전기 작가답게 각 인물들을 흥미롭게 소개한다. 마치 대하드라마 같은 그의 역작은 무려 1840년대에 컴퓨터 프로그래밍 분야를 개척한 디지털 선지자 에이다 러브레이스의 이야기부터 시작해 컴퓨터 과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앨런 튜링, 인텔의 로버트 노이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애플의 스티브 워즈니악과 스티브 잡스, 구글의 래리 페이지 등 현대 디지털 혁명 주역들의 대단히 흥미로운 성격을 탐구한다.

이 책은 디지털 혁명을 이끈 주역들의 사고방식이 어떻게 작용했는지, 무엇이 그들을 그토록 창의적인 인재로 만들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며, 또한 환상적인 팀워크가 그들을 얼마나 더 창조적인 사람으로 이끌었는지에 대해 들려준다. 혁신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협업이 어떻게 창조성으로 이어지는지 관심 있는 독자라면 꼭 한 번 읽어봐야 할 책이다.

 

 

예일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세계적인 경제학자 스티븐 로치의 책. 이 책은 세계화 2.0의 거시 경제 흐름과 ‘보이지 않는 손’과 ‘계획과 전략’으로 상징되는 G2의 치열한 경제 전략을 담고 있다. G2의 과잉 소비와 수출이 가능했던 이유를 시작으로, 차이나 그라이프 논란의 실체는? 과연 G2의 통화전쟁과 무역전쟁은 일어날 것인가? 등 G2의 의존관계가 초래한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있다.

나아가 중국의 내수 전략과 미국의 생산자 중심의 전략을 소개하면서 G2가 향후 불균형을 재균형화하기 위한 과제와 전략을 담고 있다. G2의 재균형화 전략은 향후 글로벌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며, 무엇보다 글로벌 패권의 운명을 결정짓는 것이기 때문에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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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내 영혼에 바람이 분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페루, 내 영혼에 바람이 분다 - 그리움을 안고 떠난 손미나의 페루 이야기
손미나 지음 / 예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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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책을 통한 나의 첫 여행지는 페루였다.

 

빨간 책방 팟캐스트를 들을 때마다, 제일 먼저 들려오던 손미나 작가님의 목소리. 저 책을 언젠가 읽겠지 했는데 마침 신간평가단 16기 두 번째 도서로 선정되었고, 그렇게 2016년 첫 여행에세이로 이 책을 읽게 된 것이었다. 그러고 보면, 책으로의 여행은 늘 즉흥적이었다. 도서관 서가를 돌다가 어느 날은 책등에 끌려, 어느 날은 제목에 끌려 책을 집어 들고 여행을 떠나곤 했으니.

 

이 책 이전에, 페루는 이적, 유희열, 윤상이라는 세 뮤지션으로 기억되는 여행지였다. ‘꽃보다 청춘을 통해 페루로 떠난 세 사람. 그들의 여행기 속에 펼쳐졌던 페루 곳곳의 풍경. 그리고 그곳에서 세 사람 각자가 느낀 감정들이 녹아든 인터뷰를 보며 TV로 페루를 여행했던 2년 전 여름. 이번엔 손미나의 페루였다. 황열병 예방주사를 맞는 것도 있지 않으며, 페루로 떠날 채비를 하고 기꺼운 26시간의 비행으로 도착한 그곳은 페루의 수도 리마. 손미나는 그곳에서, 마추픽추를 끼고 있는 도시 쿠스코가 고향인 친구 이야를 다시 만난다. 페루까지 왔는데 자신이 쿠스코와 마추픽추에 함께 가지 못한다면 평생 한이 될 거라며, 어떻게든 꼭 가겠다는 친구의 약속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리마의 밤.

 

밀린 수다가 끊일 줄 몰랐던 밤을 뒤로하고 떠난 첫 여행지는 아마존이었다. 짙푸른 하늘, 새하얀 구름, 순식간에 살갗을 태워버릴 것만 같은 햇볕, 높은 습도,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집채만 한 열대 식물, 가슴 깊은 곳까지 파고드는 초록 내음 등등 모든 것이 난생처음인 아마존. 사진도 사진이지만 글이 주는 느낌이 생생해서, 나 역시 역동적으로 읽어냈던 여행지였다.

 

대망의 마추픽추로 향하는 당일, 쿠스코에 닥친 갑작스런 악천후로 비행기가 결항되었고, 손미나와 레이나는 푸에르트 말도나도에 하루 머물게 된다. 모든 여행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여행의 묘미는 바로 이런 순간에 찾아온다. 호텔 체크인 후, 항공사에서 제공한 식권을 사용하려면 택시를 타야 했던 두 사람. 저렴한 물가 덕분에, 택시 기사인 오스카 아저씨에게 하루 종일 자신들의 일정을 책임져달라고 제안했고 그 제안은 둘의 여행에 잊지 못할 시간으로 다가온다. 오스카 아저씨가 아니었다면, 우리가 어떻게 도시의 기사 식당에서 밥을 먹어볼 수 있겠냐고. 이건 정말 엄청난 경험이라고. 우리의 땀이 곧 우리의 삶이라 말하던, 흥이 많은 식당 아줌마까지. 정말이지, 우연한 사건과 만남이야말로 여행이 선사하는 최고의 선물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책을 읽는 나 역시 기다렸던 마추픽추 등반을 앞둔 밤. 그녀는 이렇게 생각한다.

 

페루 여행은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어 더욱 감사한 시간이었다. 자연이 허락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들을 마주하면서 한없이 낮아지던 경험. 때로는 그저 겸허하게 받아들이거나 포기하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라는 깨달음. 인간 능력의 유한함을 인정하고 교만함을 버릴수록 영혼이 자유롭고 평화로운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소중한 진리. 이것이 바로 페루 여행에서 얻은 첫 번째 가르침이었다. (p.115)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확인하게 되지만, 그것을 감사하게 여길 수 있는 시간. 나 역시 페루를 여행하게 된다면 그렇게 느낄 수 있을까 하고 상상하게 만든 구절이었다.

 

마치 다음 주에 종로 1가에서 보자라고 하듯 며칠 후 마추픽추에서 만나하고 넌 그냥 네 리듬대로 보고 있어. 내가 알아서 널 찾을게,’라는 말을 덧붙였던 이야는 정말 그렇게, 둘에게 다가왔다. 이야 같은 친구가 있어서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마추픽추가 더욱 특별했던 건 오랫동안 기대했기 때문도, 일생에 단 한 번뿐일지 모르기 때문도 아닌 바로 소중한 친구 이야와 함께했기 때문이라는 그녀의 글을 읽고 나서는 서로가 부러워졌다. 그 순간만큼은, 페루로 여행을 떠났다는 것보다 서로 그런 친구를 뒀다는 사실이 참 부러웠다.

 

즐거운 하루였어, 이야. 여기에 온 이후로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졌어. 아무리 뜨거운 인생도 결국은 역사 속으로 묻혀버리게 된다는 진리가 온몸을 파고드는 것 같고그러한 인간 삶의 유한함을 약간은 더 담대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 왠지 위안이 되는 건, 이런 역사적인 흔적들을 마주하면서 감동으로 가슴이 벅차오르는 걸 느낄 때 결코 죽음이란 것이 끝이 아니고 또 다른 형태로 살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야. 저 거대하고 웅장한 돌담들도 언젠가는 풍화되고 형체가 망가지겠지만 그 자리에 어김없이 햇빛이 내리고 바람이 불 때마다 잉카인들의 혼은 다시 살아날 것만 같아. 어려워. 내가 느끼는 감정을 잘 표현하기가그렇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정말로 내 마음에 완전에 가까운 평화로움이 스며들고 있다는 거야.” (p.154)

 

사랑하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가득 안고 페루에 온 그녀가 느낀 감정을 읽고 있으면 내 이야기인양 와 닿았다. 실제로 마주하는 감동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라는 마추픽추 앞에서, 제 아무리 뜨거운 인생도 결국은 역사 속으로 묻혀버리게 된다는 진리를, 인간 삶의 유한함을 다시금 느꼈을 그녀. 아버지의 죽음 역시 죽음으로 끝이 아니고, 또 다른 형태로 살아가는 것임을 깨달았을 것이다. 역사학자로 일생을 걸어오신 아버지께서 늘 가고 싶어 하시던 나라 페루에서, 볼 수밖에 없는 운명으로 콘도르를 만난 딸의 여행 역시 아버지가 또 다른 형태로 살아가는 것임을 보여준 것이 아닐까.

 

맛있는 건 기본에, 재밌기까지 한 감자 요리를 먹고, 가난한 자의 갈라파고스 바예스타스 섬을 여행하고, 우스꽝스러운 에피소드로 남았지만 감사했던 나스카 라인투어, 무언가에 이끌린 사람처럼 일정을 변경하고 쿠스코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라 다시 만난 가이드 그레고리와 함께하고, 마지막으로 다시 찾은 이야의 집에서의 이야기로 그녀의 페루 여행기는 끝을 맺는다.

 

레이나의 사진과 손미나의 글을 통해서였지만 TV로만 봤던 페루의 여행지 곳곳에 한껏 발을 담그고, 따뜻한 사람들과 함께 부대낄 수 있었던 즐거웠던 시간. 내게도 언제, 어떤 바람이 불어 페루로 떠날 채비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행복한 상상을 하며 마지막장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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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에서 하늘 보기 - 황현산의 시 이야기
황현산 지음 / 삼인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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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드라마 중 하나인 건빵선생과 별사탕에서, 공효진이 연기한 교사 나보리의 대사 중에 이런 대사가 있다.

 

시 할 차례라고 하던데, 맞아? 시는, 내가 살아있음을 알려주려고 있는 거야. 살면서 외롭거나 힘들거나 혹은 내가 하찮다고 느껴지거나 할 때, 아무 시집이나 한 번 읽어봐. 그럼 그 순간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야. 누가 본문 좀 읽어볼까?”

 

이 드라마가 방영될 당시의 나는 보리가 가르치던 아이들보다 조금 어렸고, 이 드라마에 관심이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스무 살이 되었고, 시와 소설과 희곡을 배웠던 시간을 지나 이 드라마를 찾아봤다. 그 당시에 봤다면, 나는 지금의 내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드라마였다. 이제 겨우 시가 뭔지 알았다고 자부했는데, 시는 내가 살아있음을 알려주려고 있는 거라 말하는 드라마라니. 그간 내가 알던 시도 시였으나, 보리쌤이 이야기하는 시야말로 진정한 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리쌤 말마따나 나 역시, 살면서 외롭거나 힘들거나 혹은 내가 하찮다고 느껴지거나 할 때 아무 시집이나 한 번 읽어 보았던 적이 있으며, 그 순간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자신을 발견한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워낙 좋아해서 여기저기 써넣고 종종 들여다보는 저 대사를, 문학평론가 황현산은 시화집 우물에서 하늘 보기에 이렇게 썼다.

 

"시에는 한 편 한 편마다 무언지 모를 극단적인 것이 있다." 시를 쓰거나 읽는 사람들에게 "무언지 모를 극단적인 것"이란 말은 빈말로 들리지 않는다. 시는 늘 우리에게 이 세상의 시간이 아닌 것 같은 다른 시간을 경험하게 한다. 시를 쓰게 하는 힘도 읽게 하는 힘도 거기서 비롯한다. 나는 오랫동안 시를 비평해오면서 무언지 모를 이 극단적인 것에 관해 되풀이해서 생각했다. 그것을 '시적인 무엇'이라고 단순하게 뭉뚱그려 부르면서 마음이 어떻게 시적 상태에 이르는지 설명하려고 애썼다. 사람들은 저마다 제 심정이 한 자락 노래를 타고 날아오르듯 약동하고, 삶의 어떤 매듭이 물결처럼 밀려드는 몽환에 휩쓸리고, 정신이 문득 소스라치면서 또 하나의 새로운 각성에 이르던 순간들을 기억할 것이다. 내가 '시적인 무엇'이라고 부르는 것은 바로 그 순간의 동력과 연결된 모든 것들을 말한다. 그 동력은 정신이 집중된 시간에도 나타나고 심신이 풀려 자유로워진 시간에도 솟아올라 내 존재가 세상에서 가장 하찮은 것은 아님을 알려주곤 한다. (p.8)

 

평론가 신형철의 문장이 떠올랐다. ‘영화평론은 영화가 될 수 없고 음악평론은 음악이 될 수 없지만 문학평론은 문학이 될 수 있다.’는 그 문장이 말이다. 황현산의 글 역시, 문학이 된 문학평론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 문장 한 문장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그런 글. 읽는데 다소 시간이 걸릴 것 같아 아득했지만, 무언지 모를 극단적인 것의 품에 파묻힐 생각을 하니 기꺼운 마음으로 나는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에 실린 스물일곱 편의 길지 않은 글들은 지난 2014년 한해 동안 한국일보황현산의 우물에서 하늘 보기라는 제목으로 실렸던 시화들이다. 시에 관해 말하기 시작하면 인간의 삶에 대해, 그 말에 대해 까다로운 언설들을 지루하게 늘어놓기 마련인데, 그게 신문의 칼럼으로 적당할지 늘 염려했지만 다행히 독자들의 호응이 있었다고 한다. 그 다음 이어지는 문장이 참 마음에 들었다. ‘사람들이 시에서 그렇게 멀리는 떠나지 않았고, 시가 또한 인간사의 우여곡절에서 영영 달아나지 않았음을 독자들과 함께 확인한 셈이다.’라는 그의 말이 참 든든했다.

 

함께 확인한 글 중에, 나는 13 ‘창조와 희생이라는 글이 가장 와 닿았다. 글은 그림을 잘 그린 소년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창조와 예술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러다 희생에 대해 이야기한다. 단연 압권이라 생각하는 문장은 가장 마지막 문단에 있다.

 

세월호 희생자의 가족들은 인천에서 배 떠나던 그 시간을 "영원의 시간"에서 지우고 싶어 잠을 자도 잠들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 몸서리치는 기억을 누가 지울 수 있겠는가. 예술의 희생보다 세상의 희생이 먼저 있다. 예술이 세상을 낯선 것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갑자기 낯선 것이 되어버린 사람들을 위해 예술이 있다. 예술에 희생이 따르는 것이 아니라 희생 뒤에 겨우 예술이 있다. 믿음과 사람이 그렇게 어렵고, 믿음과 사랑이 그렇게 절박하다. (p.130)

 

나는 위 구절이 앞서 언급한 나보리의 대사와, 시에는 한 편 한 편마다 무언지 모를 극단적인 것이 있다는 문장과 같은 맥락에서 읽혔다. 세상이 갑자기 낯선 것이 되어버린 사람들을 위해, 그들의 희생 뒤에 겨우 예술이 있다는 말. ‘겨우라는 부사가 예술앞에서 이리도 빛을 발할 수 있다니. 이게 문학평론의 힘이구나 싶었다.

 

우리에게 이 세상의 시간이 아닌 것 같은 다른 시간을 경험하게 하는, .

내 존재가 세상에서 가장 하찮은 것은 아님을 알려주곤 하는, .

 

비단 시만이 경험하게 하고, 알려주는 건 아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시에 대해서만 생각하자. 보리쌤의 말처럼 아무 시집이나 좋다. 어떤 시집이건 간에 우리는 그 순간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동시에 살아있음을 느끼게 만들어 줄 것이다.

 

문학이 된 문학평론을 쓰는 그의 글 속 갱피 훑는 여자의 노래에서, 만해의 이별에서, 최승자의 어깨에서 시적인 무엇은 우리에게 조용히 다가와, 오래 남을 것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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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페이퍼를 쓰는 이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고른 책들을 만날 확률은 지극히 적고, 고스란히 내 장바구니에 들어가게 될지라도

이 책들을 한데 모아 구경하고 글을 쓰는 이 시간을 *_*!

 

 

 

 

 

 

 

김남희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아보기>

 

여행과 일상의 중간지대에서 여행의 설렘을 느끼면서 일상의 익숙함도 누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평소보다 덜 쓰고, 덜 바쁘면서 더 충전된 시간을 보낼 수 없을까.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아보기>는 12년 동안 전 세계 80개국을 다녀본 여행가 김남희가 추천하는 여행지의 이야기를 담아낸 에세이이다.

그녀는 추운 겨울만 되면 몸과 마음이 얼어붙는 탓에 겨울이 오기 시작하면 남쪽 나라로 가는 생활을 해왔다. 기본적으로 한국과 많이 멀지 않고, 한국의 겨울과는 반대의 계절을 가진 나라. 물가가 비싸서 몇 달을 머물러도 생활비가 부담스럽지 않고, 여자 혼자 머물러도 안전하며, 동시에 문화적인 인프라는 풍부해서 윤택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나라. 그렇게 찾아낸 나라가 바로 발리, 치앙마이, 라오스, 스리랑카이다.

푸른 생명의 의지가 넘실대는 초록의 나라 발리, 야생동물과 옛 도시의 흔적을 간직한 스리랑카, 덜 벌어도 삶에 더 충실한 예술가들의 터전 치앙마이, 스님들의 탁발로 새벽을 여는 고요한 나라 라오스. 책은 그녀가 겨울마다 찾아가서 이곳에서 머무른 '체류기'로 네 나라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가 실려 있다. 

 

*

 

꽤나 독한 감기를 앓고 있는 중에, 신간페이퍼를 쓰려고 들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문득 따뜻한 나라에 가고 싶어졌다. 추위 못지않게 더위도 잘 타는 나지만, 그래도 따뜻한 건 괜찮지 않을까 하고.

 

비단 감기 때문만이 아니라 김남희 작가님의 이 책은 출간 되었을 때부터 눈여겨 보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이 책 저 책에서 작가님의 짧은 글을 읽었지만, 온전히 한 권을 읽은 적이 없다.

 

겨울이 가기 전에, 이 책으로 작가님의 책을 시작해보고 싶다.

 

 

 

 

홍화정 <혼자 있기 싫은 날>

 

남들은 마음을 달래러 가는 제주도에서 혼자 직장 생활을 하던 홍화정 작가가 쓰고 그린 작은 이야기들을 담은 그림에세이. 누구나 겪었고 겪을 수밖에 없는 나 자신에 대한 고민, 사람에 대한 고민, 그리고 일과 생활에 대한 생각들을 사랑스러운 필치로 풀어냈다.

사람들과 같이 있는 게 좋지만, 너무 다가오면 도망치게 되고 그러다가 곁에 아무도 없으면 외로워지고.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싶지만, 돈도 좀 있었으면 싶고. 다른 사람 시선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지만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지만, 또 그렇게까지 노력하고 싶지는 않은 우리 마음속에 떠오르는 알록달록한 이야기들이 모여 있다.

 

*

 

두번째 문단에 특히 공감이 간다.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싶지만, 돈도 좀 있었으면 싶고.

다른 사람 시선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지만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지만, 또 그렇게까지 노력하고 싶지는 않은 마음.

 

정말이지 그런 마음이 들 때가 있다.

혼자 있기 싫은 날이 있는 것처럼.

 

 

 

 

오지은 <익숙한 새벽 세시>

 

오지은 산문집. 서른다섯의 가수 오지은은 이 책을 이런 말로 시작한다. "시작은 어디였을까. 3집을 내기 전부터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다. 무언가가 죽어가고 있었다. 앨범을 만들 때의 내 마음은 장송곡을 만드는 기분과 흡사했다. 정확하게 무엇이 나를 떠나고 있는지 알지 못한 채, 노래를 만들고, 녹음을 하고, 공연을 하면서 나의 세계가 천천히 회색이 되어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회색의 세계에서 바라본 "나라는 사람은 형편없었다"라고 말한다. 나이만 어른인 게 아니라, 이제를 정말 어른의 세계를 마음으로 만난 사람의 두려움에 찬 고백이다. 오지은은 이 막막함을, 보통의 어른들이 그러는 것처럼 체념하듯 흘려보내지 않기로 한다. 이 책의 진가가 발휘되는 지점이다.

"열심히 하면 돌이 없는 또는 돌이 굉장히 적은 길을 걸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왔던 어른이 되지 않기로 한다. 그는 말한다. "길 앞에 놓여 있는 돌을 치우면 다른 돌이 또 나타난다." 그리고 내친 김에 더 나아간다. "그 돌은 더 크고, 더 단단히 땅에 박혀 있다." 오지은은 이 책에서 어디까지 가려는 것일까. 독자라면 조금 겁이 난다.

그러나 그는 이 책을 쓰면서 삶이 숨기고 있는 비밀에 가까이 다가가려 용기를 낸 것이다. 회색의 세계, 성장이 없는 세상, 단단하게 박힌 돌이 가득한 길을 그는 힘없이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용기 있게 바라본다. 그가 체념 대신 용기를 선택했다는 사실은 오히려 우리에게 힘이 되어준다.

 

*

 

나 역시 회색의 시간을 지나왔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읽고 보고 듣는 건 많았지만

늘 공허했던 적이 있다.

그 회색의 시간에서, 달리 방법을 못 찾은 나는 모든 걸 멈추는 걸 택했다.

미친듯이 잠을 자고,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멍도 때려보고

무언가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으니 보였다.

채우는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었음을.

가끔은 멈춰서서 내가 무엇을 거쳐왔는지 돌아보는 것도 중요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 역시 소중하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내게 회색의 시간은 그랬다.

 

오지은의 회색의 세계가 궁금한 건 이 문장 때문이었다.

'보통의 어른들이 그러는 것처럼 체념하듯 흘려보내지 않기로 한다.'는 것.

이 글을 쓴 사람 역시 이 책의 진가가 발휘되는 지점이라고 힘을 실었다.

 

오지은의 회색의 세계는 과연 어떤 세계였을까.

 

 

 

우다 도모코 <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

 

오키나와 나하에는 독특한 서점이 하나 있다. 도무지 서점이 있을 것 같지 않은 시장 한구석, 겨우 손님 셋이면 꽉 들어차는 다다미 세 장 크기의 헌책방이다. '일본에서 가장 작은 서점'으로 유명한 이곳, 한 번 들으면 잊지 못할 그 이름은 바로 '울랄라'다.

저자는 자신이 왜 회사를 그만두고 헌책방을 열었는지 진중하게 고백하지도, 시대를 뛰어넘는 책의 가치를 설파하지도 않는다. 그저 소소한 나날을 친구와 통화하듯 하나하나 풀어놓는다. 단골손님과의 대화, 전구가 나간다거나 자전거를 잃어버린 사사로운 에피소드, 책방에 앉아 구경하는 시장 풍경, 오키나와의 명절, 헌책 경매 시장 같은 처음 경험해보는 많은 일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이야기들이 쌓여가는 동안 그녀는 낯설었던 오키나와 생활에 시나브로 녹아들고 어느새 시장 사람들과도 끈끈해진다.

우물쭈물 망설이는 듯하면서도 '에라 모르겠다' 식인, 가끔 심드렁하고 종종 뜬금없고 꽤 건조한 그녀의 글에서 오키나와, 사람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책'에 대한 깊은 애정이 뭉근하게 배어난다.

 

*

 

서점에 갔다가 이 책을 발견했는데, 큰 헌책방에서 보물 같은 책을 찾아낸 기분이었다.

담백한 책에서 느껴지는 그 다부짐이란.

 

자신이 왜 회사를 그만두고 헌책방을 열었는지 진중하게 고백하지도,

시대를 뛰어넘는 책의 가치를 설파하지도 않는다는 점이 멋있다.

멋들어진 이야기도 좋지만, 결국 헌책방을 채우는 건 소소한 일상이니까.

그 일상에 '책'에 대한 깊은 애정이 뭉근하게 배어있다는 이 책.

 

이러니 눈길이 안 갈래야 안 갈 수가 있나 :)

 

 

 

 

노희경 <겨울 가면 봄이 오듯 사랑은 또 온다>

 

 2015년 드라마 작가 데뷔 20주년을 맞은 노희경 작가. 그녀가 20년간 매일, 약 7300일간 고민하고 쓰고 고쳐가며 완성한 22편의 드라마와 에세이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에서 희망과 사랑을 전하는 명대사 및 명문장 200개를 골라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유독 명대사가 많아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았던 [거짓말], [굿바이 솔로], [그들이 사는 세상], [괜찮아 사랑이야] 외에 작가의 단막극, 2부작 또는 4부작 드라마, 44부작의 장편 등 모든 드라마에서 선별한 명대사가 감성 캘리그라퍼 배정애 작가의 아름다운 제주 사진과 어우러져 오래도록 여운을 남긴다. 책 뒤에는 노희경 작가가 집필한 22편의 드라마 목록과 작품 설명을 수록했다.

 

*

 

작년에 잘한 일 중 하나는, 반쯤 보다가 내려놓았던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를 다시 챙겨보는 일이었다.

내려 놓은 사이에 챙겨봤던 회차까지 가물가물해서, 아예 처음부터 다시 봤다.

드라마를 보면서 내 멘탈 소비가 굉장했고 그걸 감당하지 못했던 게 드라마를 내려 놓게 만들었던 것 같다.

해수의 삶에, 재열이의 삶에 몰입하게 될수록 우울했다.

시간을 내서 드라마를 챙겨 보면서까지 이래야 하나 싶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이 드라마를 마주하자 다짐했던 건,

해수와 재열이가 그랬듯 나 역시 언젠가는 마주해야 할 일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갇혀있는 문제에서 자꾸만 피하고 도망치는

해수와 재열이, 그런 두 사람에게서 문득 문득 나를 발견하게 되었을 때.

그들이 결심하고 마주한 것처럼, 나도 이번엔 마주하자고 다짐했다.

아팠지만, 그리하여 행복을 찾은 해수와 재열이처럼.

 

물론 나에게는 드라마를 다시, 끝까지 챙겨보는 일부터가 시작이었다.

나는 아직 멀었지만, 겨울 가면 봄이 오는 것처럼

사랑은 또 오고, 그 사랑이 당연히 행복을 가져올 거라 믿지 않지만

끝내 행복할 거라 믿는다. 피하고, 도망치지 않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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