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음 주에 로마로 짧은 여행을 다녀오기로 되어 있다. 그래서 괴테의 이탈리아 여행기를 읽고 있고, 그러다보니 괴테와의 대화도 들쳐 보게 된다. 

예전에 여러 번 읽었던 책들이긴 하지만 읽을 때마다 새로운 감동을 받게 된다. 무인도로 가져갈 한 권의 책을 선택하라면 난 주저 않고 괴테와의 대화를 들겠다. 여전히 젊은 감수성을 지니고 있는 노년의 대가의 육성을 들을 수 있는 기회는 결코 흔하지 않다. 이 책은 보물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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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 선셋을 보았다. 아내가 추천해 준 영화다. 좋은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 내 기준에서는 아주 좋은 영화다. 

내 기준에서 좋은 영화는 배우가 좋아할 만한 영화다. 시나리오가 몸에 딱 맞아서 집중력 있게 연기할 수 있는 영화, 편집과 삽입음악 등으로 장난을 치지 않아서 최종 편집본이 어떻게 나올지 걱정할 필요가 없는 영화가, 내 기준에는 좋은 영화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남녀 주인공과 감독의 공동 창작이라고 한다. 게다가 롱 테이크(나는 롱 테이크를 미치게 사랑한다. 내가 홍상수 감독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다)가 엄청 많다. 그러니 좋은 영화일 수 밖에...

영화는 일상의 언어(나이 듦, 시간)를 통해서 삶의 의미에 대해 묻는다. 그리고 그 물음은, 영화를 찍기 위해 만들어낸 위조품이 아니라 영화로 담아낼 가치가 충분한 진짜 질문들이다. 

영화는 구석 구석이 다 좋다. 일일이 들어 말하면 이야기가 너무 길어질 것 같으므로 감상만 짧게 말하자. 

난 이 영화를 보고 어느 명절날 동생과 어머니가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동생은 아이가 하나 있는 남자 가장이다.

동생: 엄마, 난 나이 먹으면 뭔가 다른 사람이 될 줄 알았는데 똑같아. 옛날 어릴 때랑 지금 나랑 다른 게 없는 거 같아. 어떻게 된거지?
어머니: 원래 그런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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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대웅의 걸작 "인간과 음악"을 읽었다. 한국에 다녀 온 친구에게 부탁하여 구한 것이다. 

(알라딘에서 구할 수 있다. 관심 있으신 분은 필구하여도 후회 없으시리라.)

이 책은 원래, 내가 기억하기로는, "중고생을 위한 음악 강의"라는 이름을 달고 있었다. 저자의 말로는 그게 1988년 봄이었다고 한다. 난 우연히, 아마도 도서관에서, 이 책을 읽었고 고전이 될 수 있는 책인데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느꼈었던 것 같다.

나중에 이 책을 구하려고 했었지만 구할 수가 없었다. 아마 절판 상태였을 것이다.

난 이 책에 계속 관심을 두었었고 나중에 "인간과 음악"이라는 이름으로 재출판된 책을, 아마 또 도서관에서 봤던 것 같다. 내용은 예전 책과 거의 같았지만 인쇄 상태가 아주 조잡했던 것이 특히 마음에 걸렸다.

그 후에 이 책을 사려고 했었는데, 그럴 때는 꼭 그렇듯이 책을 구할 수가 없었다. 

나는 저자 백대웅이라는 이름을 기억해 두고 있었기 때문에 도서관에 가서 이 분 책들을 죽 훑어 보았다. 글쎄... (아내되는 분 말씀에 따르면) 책마다 했던 말 또 하고 또 하는 굉장히 고집 센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이 분의 저작들 중에서 "인간과 음악"의 대체품은 찾을 수가 없었다.

퇴임기념논문집인가 하는 책에 김용옥이 쓴 글이 있었다. "중고생을 위한 음악 강의"라는 책이 절판된 뒷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었다. 원고가 처음 편집부에 넘어 왔을 때는 책으로 출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70% 정도 대대적인 수술을 해야 했는데, 이 때문에 백대웅과 의견 충돌을 겪었고 책을 절판하기로 결정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대폭 수정했는데도 출판된 책에는 좀 더 손봐야 할 부분이 많았다...-.-

이 책의 강점은 확고하고 일관된 시각에서 보편적인 음악 현상을 해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 시각이 매우 강력하고 독보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백대웅은 피상적이고 조잡한 방식으로 자신의 사상을 서술하려는 유혹에 매우 자주 굴복하고 만다. 이 점이 이 책에서 대단히 아쉬운 점이다. 이 책은 대단한 걸작이 될 수도 있었고, 더 나아가 이 분야의 고전이 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 이 상태로는 아무 것도 아닐 수 있다.

한국에서 사 온 책의 활자 상태는 깨끗했다. 출판 정보를 보니 1999년에 초판을 찍었고 2013년에 중판을 찍었다고 한다. 그러니 나는 올해 새로 사식을 찍은 책을 손에 들고 있는 것이다. 내용은 거의 똑같은 것 같다. 여전히 찬탄과 아쉬움을 동시에 느낀다.

나는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느꼈던 그 바램을 여전히 갖고 있다. 이 책이 완전히 새로 쓰여졌으면 좋겠다. 잡소리들과 피상적인 사상들, 지나치게 힘이 들어간 관념들을 다 걷어 치우고 세련되게, 영원을 바라보면서, 즉 고전으로서의 자리를 노리면서 다시 쓰여졌으면 한다. 이 책에 담긴 사상은 정말 귀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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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날 햇빛이 쨍하게 났다. 기온도 높아서 덮기까지 했다. 선물같은 날씨였다. 


카부츠에 갔다. 모처럼, 파란 하늘에 사람도 많아서 저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반 모리슨 씨디, 길모어 걸스 디브이디, 제프리 아처 소설 책 등등 해서 많이 샀다. 디브이디 5장인가 6장인가가 한 세트인 길모어 걸스 시즌 모음이 50 p(대략 천원) 밖에 안한다. 카부츠에 다니다 보면 물건값 개념이 없어져 다른 데서는 아무 것도 못산다.



원래는 런던 가서 영화를 볼 예정이었는데 날이 좋아서 리즈 캐슬에 갔다. 아이들을 동반한 젊은 부부들이 많았다. 리즈 캐슬은 800, 900 년 전에 처음 축조되었고 그 양식대로 후대에 축조된 성들이 붙어 있다. 그래서인지 벽은 두텁고 내부는 비좁다. 


리즈 캐슬 건축물 바깥에 덤불로 벽을 꾸민 미로가 있다. 미로 가운데 있는 작은 돌탑에 이르면 되는 것인데, 나를 비롯한 멍청한 세 팀 정도가 끝내 돌탑에 도달하지 못했다. 미로를 헤매다 아까 봤던 멍청이들을 다시 만나게 될 때 참 창피하더라. 처음엔 웃으며 인사하다가, 두번째 때엔 오 마이 갓을 외치다가, 세번째가 넘고 나서는 시선을 피하게 되더다. 관리 아저씨가 힌트를 줘서 돌탑에 도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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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3-10-08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사진으로만 봐도 좋네요~ 좋은 날입니다^^
첫 사진..책들이 박스에 많이 보이네요..ㅎ 리즈 캐슬은 저도 구경을 가고 싶을 정도입니다. 마지막 사진도...ㅜㅜ

weekly 2013-10-09 01:48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카부츠는 사람들이 자기네들 쓰던 거 그냥 들고 나오는 거라 싸기는 정말 싼데 이거다! 싶은 게 아주 많지는 않은 것 같더라구요. 책같은 경우는 범죄 소설과 로맨스 소설 등등이 대종...-.- 이번에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건진 게 그나마 건진 셈이구요.

리즈 캐슬은 성 자체도 운치있고 주변 풍광도 정말 좋아요. 성에 영국 역사가 이리 저리 엮여 있기도 하고... 영국 오신다면 방문해 봄직 할 거예요. 입장료가 좀 비싸긴 한데...

(혹 영국 오실 일 있으면 연락 주세요. 혹시 알아요 숙박비 아낄 수 있을지~^^)
 


오락가락하는 비와 숨바꼭질해 가며 작은 창고를 완성했다. 조립식이다. 별로 튼튼해 보이지는 않는다. 나사 조이느라 손바닥 껍질이 벗겨졌다.



펜스 옆에 작은 화단을 만들고 꽃을 심어 놓았다. 구석 나무 화단엔 국화. 물론 나는 몸만 빌려줬다. 정면으로 펜스 밑 흙더미가 보이는 데 내년에 사이프러스를 심을까 한다. 


막상 정원을 해놓고 보니 좋은 여름이 다 갔다. 한 두 계절 보내고 나면 정원이 자리를 잡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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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3-10-04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꽤 좋아 보입니다. 정원까지...부러운데요...

weekly 2013-10-06 06:27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