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날 햇빛이 쨍하게 났다. 기온도 높아서 덮기까지 했다. 선물같은 날씨였다.
카부츠에 갔다. 모처럼, 파란 하늘에 사람도 많아서 저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반 모리슨 씨디, 길모어 걸스 디브이디, 제프리 아처 소설 책 등등 해서 많이 샀다. 디브이디 5장인가 6장인가가 한 세트인 길모어 걸스 시즌 모음이 50 p(대략 천원) 밖에 안한다. 카부츠에 다니다 보면 물건값 개념이 없어져 다른 데서는 아무 것도 못산다.

원래는 런던 가서 영화를 볼 예정이었는데 날이 좋아서 리즈 캐슬에 갔다. 아이들을 동반한 젊은 부부들이 많았다. 리즈 캐슬은 800, 900 년 전에 처음 축조되었고 그 양식대로 후대에 축조된 성들이 붙어 있다. 그래서인지 벽은 두텁고 내부는 비좁다.
리즈 캐슬 건축물 바깥에 덤불로 벽을 꾸민 미로가 있다. 미로 가운데 있는 작은 돌탑에 이르면 되는 것인데, 나를 비롯한 멍청한 세 팀 정도가 끝내 돌탑에 도달하지 못했다. 미로를 헤매다 아까 봤던 멍청이들을 다시 만나게 될 때 참 창피하더라. 처음엔 웃으며 인사하다가, 두번째 때엔 오 마이 갓을 외치다가, 세번째가 넘고 나서는 시선을 피하게 되더다. 관리 아저씨가 힌트를 줘서 돌탑에 도달할 수 있었다.

